얼마 전, 미술감독 안애경씨가 핀란드 친구들을 데려와 만들어준 침대 덕에,
한 동안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용하다보니 탁자와 의자가 좀 불편했다.
장시간 일하다 보니 탁자에 물 컵 하나 놓을 자리도 없고,
의자는 등받이가 없어 온 몸에 주리가 틀렸다.
욕심 부리느라, 정선 집에 있는 탁자와 의자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 27일, 매월 한 번 씩 들리는 정선 집으로 떠났다.

궁상맞게 비까지 내려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군불 지피며 했던 생각이 "죽으면 이 많은 짐을 어떻게 하며,
엄마 무덤은 어쩔까?" 쓸데없는 걱정도 해댔다.

2박 3일이 금세 지났는데, 할 일도 많았다.
말벌에게 두방이나 맞아 어깨는 묵직한데, 정영신은 봉숭아 꽃잎 따오라지,
구름은 왔다 갔다 하며 놀자고 약올리지,
창수엄마는 조씨네 집으로 술 마시러 오라지...






그런데, 이튿 날 서울 갈 짐을 차에 실어려니, 탁자가 실리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차 지붕에 올려놓고 끈으로 칭칭 묶었는데, 꼴이 가관이다.
끈을 고정시킬 수 없어, 빽밀러에도 묶었는데,
타고 내릴 때는 차창으로 끈을 풀고 내려야 했다.

우려와 달리, 서울 동자동까지 잘 도착했다.
탁자는 물론 설합장까지 들여놓으니, 쪽방이 가득 찼다.
보따리에 싸 두었던 옷가지도 챙겨넣고,
집기들도 한 곳에 모아 놓으니, 훨씬 지내기가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왠지 아늑한 정감이 없다.
마치 사람 사는 방 같지 않고, 무슨 사무실 같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옆 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영신씨를 데려와, 어떤지 한 번 봐달라고 했다.
한 마디로, 희망이 있는 방과 없는 방의 차이 같다며,
마치 쪽방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무실 같다는 것이다.



정영신사진


같은 생각이었지만, 이제 와서 어쩌랴?
몸과 마음을 더 내려놓는 수밖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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