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9일 (화) 11:36:07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 황재형, '새벽에 홀로 깨어' 캔버스에 머리카락 1622x1303cm 2017



“정말 대단한 작가다.”

'가나아트‘에서 열린 황재형의 ‘십 만개의 머리카락’전을 돌아보며 뱉은 말이다.

그의 작가적 역량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으나, 뻔적이는 창의력이나 끈질긴 도전력은 아무도 따를 자가 없다.

전시장을 메운 작품들은 멀리서 볼 땐 깔끔한 수묵화 같았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머리카락의 거친 입체감으로 인물이 살아 꿈틀거리는 듯했다. 거기에 고된 삶과 노동의 현장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표현재료를 확장시킨 그의 창의력에 앞서, 작가의 그침 없는 인간 애정에 더 감복한 것이다.




▲ '드러난 얼굴' 작품 앞에서 선 작가 황재형 (사진, 조문호)


황재형씨가 탄광촌에 들어가 광부들과 함께하며 그 가족의 고단한 삶의 여정을 담아 온지가 어언 30년이 되었다.

작가가 작업에 꽂혀 한 곳에 눌러 살수야 있지만, 그의 작업이 남달랐던 것은 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언제나 현실과 하나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가 작업에 사용하는 재료 또한 물감에 그치지 않고 흙과 석탄을 비롯하여 머리카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채용되었는데,

자연적 재질보다 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일 수 있겠는가?



▲황재형 '원이엄마 편지' 캔버스에 머리카락, 짚신 1622x97cm 2016


5년 전부터 구상하였다는 이 기상천외한 머리카락 작업은 기존의 상식을 벗어나고 있었다.

격렬한 명암대비에서부터 고도의 감정 표현까지 섬세했다.

붓으로 그릴 땐 의도대로 선이 그어지지만 머리카락은 자체의 독자적인 곡선이 있다,

머리카락이 지닌 힘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으려면 몇 배의 인내가 필요했다.

얼마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집중했으면 눈에 실핏줄이 터졌을까?



▲황재형, '둔덕고개' 캔버스에 머리카락, 128x259cm 2017


그 집념어린 투지에 의해 머리카락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웃의 숨결로 다시 태어 난 것이다.

붓과 물감을 이용한 작업보다 더 강한 표현력을 드러내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존재감을 제시한 것이다.

작가 황재형을 처음 보면 마치 그림에서나 본 듯한 임꺽정처럼 체구도 크고 얼굴은 수염으로 뒤 덥혀 있다.

얼핏 무시무시하게 느껴지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여리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인간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일지라도 마음이 따뜻하지 않고 사람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황재형 '기다리는 사람들' 캔버스에 머리카락 97x1622cm 2016

그리고 작업에 임하는 열정 또한 아무도 따를 수 없다.

작년 오월, '민족 시원에서 강원까지'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함께 바이칼 호수를 다녀 온 적이 있었다.

현장에 다녀와서 두 달 후에 전시가 열렸는데, 그가 내놓은 작품의 규모나 작품 수에 깜짝 놀란 것이다.

바이칼을 소재로 한 작품이래야 다들 한두 점에 불과 했는데, 그는 상상을 초월했다.

당면한 작업에 온 힘을 쏟아 붇는 그의 열정을 재확인한 것이다.



▲황재형'하모니카 나고야' 캔버스에 머리카락, 100x240cm 2017



이번에 출품된 ‘진여’는 바이칼호수의 침묵을 나타낸 것인데, 물감으로 해결할 수 없어 흑연을 사용했다고 한다.

침잠한 새벽물결을 이보다 더 멋지게 묘사할 수 있겠는가?


작가 황재형은 갱도매몰사고로 죽은 광부의 작업복을 극사실 기법으로 그린 ‘황지330’이란 작품으로

‘중앙미술대전’에 입상하며 1981년 두각을 드러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야학교사, 공장 등을 전전하다 돌연 태백에 들어갔다.

태백 탄광촌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로 살았지만, 그는 화가였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낸 작품들은 그를 '광부 화가'로 등극시켰다.



황재형▲'아직도 가야 할 땅이 남아 있는지' 캔버스에 머리카락 191.3x175.4cm 2016


시커먼 광부의 초상인 ‘한 숟가락의 의미’는 경외감을 전하며 새로운 '민중미술'의 길을 텄다.

초창기에는 ‘임술년(壬戌年)’ 창립동인으로 활동하며 모순된 사회현실에 저항한 ‘민중미술‘ 운동의 핵심작가였다.

초지일관 실천주의 예술가로 살아온 리얼리즘의 대표주자다



▲ 황재형 '변매화' 캔버스에 머리카락 60,6x50cm 2017



그가 탄광촌 사람을 대하는 작가의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을 뒤늦게 고백하였다.

탄광에 들어간 그가 선탄부 아낙들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려다 크게 깨우친 적이 있다고 했다.

비눗물에 검은 석탄가루가 섞여 흐르는 아낙들의 몸을 증거하고 싶었지만,

’이런 장면까지 팔아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 고민하다 울면서 포기하였다고 한다.

“타인의 불행으로 나의 행복을 구축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고 십 수년째 삭혀지지 않은 부끄러움이 남아있었다고 했다.

또한 그동안 작업을 해 오며 그들의 참된 삶을 온전히 담을 수 없어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고 한다.

영혼이 담긴 머리카락 작업으로 미안한 감정도 덜었지만, 작가 자신에게도 큰 위안을 주었다고 한다.



▲ 황재형 眞如(진여) 캔버스에 흑연 162.1x227,3cm 2017


그는 머리카락에 깃든 '평등의 미학'을 말했다

“10만 개의 머리카락'이란 사람의 머리에 나는 모발의 평균 숫자입니다.

그 많은 머리칼이지만 한날한시에 태어나는 머리칼도 없고, 한꺼번에 다 빠지는 탈모도 없습니다.

그토록 평등을 이야기하면서도 불평등이 체화된 인간의 몸뚱이에서 어떻게 이처럼 평등한 머리카락이 태어났죠.

왜 인간은 자기가 소유한 머리카락처럼 살지 못하나요?

머리카락은 우리네 현실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는 징표이자 귀히 여길 수밖에 없는 선물입니다.”


이 전시는 내년 1월 28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02-720-1020)에서 열린다.

■작품 사진제공= 황재형 작가




화가 황재형씨가 자본 권력의 횡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성토하고 있다.



예술의 생산자인 작가가 돈이 없어 미술관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생겨, 가난한 작가들을 더 슬프게 만들었다. 

주인공이 배제된 미술관이 무슨 필요가 있는지의 논란에, 미술관입장을 자유롭게 해야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16일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해석된 풍경’ 작가와의 만남에서 일어난 이 소란은 작가의 전시 관람을 막아 빚어졌다.
화가라면 다 알만한 중견작가가 전시장에 입장하려는데, 입장권이 없어 안 된다며 막은 것이 불씨가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화가 황재형씨가,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할 수 없다며 노발대발해 한동안 미술관 측의 성토장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억눌려 온 자본권력에 대한 성토나 마찬가지였다.



작가 황재형



가난한 작가가 친구 전시 보는데 돈이 없어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

그 날은 황재형씨 덕분에 화가들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모든 미술관들이 상시 적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화가 박불똥씨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씨의 총괄기획 아래 진행된 ‘해석된 풍경’은 80년대 이래 한국의 자연과 사회, 인간의 모습을

독자적으로 생산한 작품을 내 걸어, 시대를 재조명하려는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실체였다.



황재형작


참여작가로는 강요배, 금민정, 김성룡, 김정헌, 김준권, 김지원, 박불똥, 박생광, 손상기, 손장섭, 송 창, 신학철, 안성석, 안창홍,

오원배, 유근택, 이명복, 이세현, 이제훈, 이종구, 임옥상, 임흥순, 장종완, 조혜진, 홍선웅, 황용엽, 황재형씨등 스물일곱명이었다.



사회를 보는 미술평론가 윤범모씨


지난 16일 오후2시부터 열린 마지막 작가와의 대화에는 윤범모교수의 사회로

이종구, 황재형, 박불똥씨가 차례대로 나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종구작



쌀포대 작가로 잘 알려진 이종구씨가 제일 먼저 농민들의 애환이 담긴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작품을 설명했다.

황재형, 이종구씨 모두가 아버지를 반복해 그린 공통점이 있었고, 초지일관 농부와 광부를 붙들고 작업하는 것도 똑 같았다.

한 때 일산에서 살았던 박불똥씨는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벌어졌던, 주민들과 함께 싸운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작가 이종구



작가와의 대화라기 보다 작가가 작품들을 보여주며 이야기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주인공으로 나온 작가 외에도 장경호, 박 건, 윤병갑, 고 헌씨 등 많은 작가들이 자리를 채웠다.



좌로부터 화가 이종구씨와 박건씨



이 '해석된 풍경'전은 그 이튿날인 17일에 막을 내렸다. '성곡미술관'이란 이름과 함께... 

이 미술관이 자그만치 800억원의 매물로 나왔다는데, 무엇이 들어설까?

더 이상 자본권력이 예술가를 갖고 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진, 글 / 조문호




박불똥작










































 

지난 14일 평창동 가나아트에서 황재형씨의 십 만개의 머리카락전이 열렸다.

그 날 세미나 일정과 겹쳐 꼭 가기로 했던 개막식에 들리지 못했다.

이틀 뒤 전시장을 찾았더니, 마침 작가와 더불어 아내 모진명씨와 딸 황정아양도 있었다.


 

기대는 했으나, 작품을 돌아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멀리서 보기로는 깔끔한 수묵화 같았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머리카락의 거친 입체감에 살아 꿈틀거리는 듯했다.

그림에 고된 삶과 노동의 현장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표현재료를 확장시켜 온 작가의 창의력에 앞서, 인간에 대한 짙은 애정에 더 감복한 것이다.



그의 작가적 역량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으나, 빤짝는 창의력이나 끈질긴 도전력은 아무도 따를 자가 없다.


 

황재형씨가 탄광촌에 들어가 광부들과 함께하며

그 가족의 고단한 삶의 여정을 담아 온지가 어언 30년이 되었다.



작가가 작업에 꽂혀 한 곳에 눌러 살수야 있지만,

그의 작업이 남다른 것은 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언제나 현실과 하나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가 작업에 사용하는 재료 또한 물감에 그치지 않고

흙과 석탄을 비롯하여 머리카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었는데,

자연적 재질보다 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일 수 있겠는가?


 

5년 전부터 구상했다는 이 기상천외한 머리카락 작업은 기존 상식을 벗어나고 있었다.

격렬한 명암대비에서부터 고도의 감정 표현까지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붓으로 그릴 땐 의도대로 선이 그어지지만 머리카락은 자체의 독자적인 곡선이 있다,

머리카락이 지닌 힘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으려면 몇 배의 인내가 필요했을 것이다.

얼마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집중했으면 눈에 실핏줄이 터졌을까?


 

그 집념어린 투지에 의해 머리카락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웃의 숨결로 다시 태어 난 것이다.

붓과 물감을 이용한 작업보다 더 강한 표현력을 드러내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존재감을 제시하였다.


 

작가 황재형의 첫인상은 그림에서나 본 듯한 임꺽정처럼 체구도 크고 얼굴은 수염으로 뒤 덥혀 무시무시하게 느껴지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여리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인간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일지라도 마음이 따뜻하지 않고

사람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리고 작업에 임하는 열정 또한 아무도 따를 수 없다.

작년 오월 민족 시원에서 강원까지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바이칼 호수를 함께 다녀 온 적이 있었다.

현장에 다녀와서 두 달 후에 전시가 열렸는데, 그가 내놓은 작품의 규모나 작품 수에 깜짝 놀란 것이다.

바이칼을 소재로 한 작품이래야 다들 한두 점에 불과 했는데, 그는 상상을 초월했다.

당면한 작업에 힘을 쏟아 붇는 그의 열정을 재확인한 것이다.


 

작가 황재형은 갱도매몰사고로 죽은 광부의 작업복을 극사실 기법으로 그린

황지330’이란 작품으로 중앙미술대전에 입상하며, 1981년 두각을 드러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야학교사, 공장 등을 전전하다 돌연 태백에 들어간 것이다.



태백 탄광촌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로 살았지만, 그는 화가였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낸 작품들은 그를 '광부 화가'로 등극시킨 것이다.



초창기에는 임술년(壬戌年)’ 창립동인으로 활동하며 모순된 사회현실에 저항한 민중미술운동의 핵심작가였다

시커먼 광부의 초상인 한 숟가락의 의미는 경외감을 전하며 새로운 '민중미술'의 길을 텄다.

초지일관 실천주의 예술가로 살아온 리얼리즘의 대표주자다.


 

그가 탄광촌 사람에 대한 작가의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을 뒤늦게 고백했다.

탄광에 들어간 그가 선탄부 아낙들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려다 크게 깨우친 적이 있다고 했다.

비눗물에 검은 석탄가루가 섞여 흐르는 아낙들의 몸을 증거하고 싶었지만,

이런 장면까지 팔아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 고민하다 울면서 포기하였다고 한다.



타인의 불행으로 나의 행복을 구축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고 십 수년째 삭혀지지 않은 부끄러움이 남아있었다고 했다

또한 오랫동안 작업 해 오며 그들의 참된 삶을 온전히 담을 수 없어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고 한다.

영혼이 담긴 머리카락 작업으로 미안한 감정은 다소 덜었지만, 작가 자신에게도 큰 위안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머리카락에 깃든 '평등의 미학'을 말했다

“10만 개의 머리카락'이란 사람의 머리에 나는 모발의 평균 숫자입니다.

그 많은 머리칼이지만 한날 한시에 태어나는 머리칼도 없고, 한꺼번에 다 빠지는 탈모도 없습니다.

그토록 평등을 이야기하면서도 불평등이 체화된 인간의 몸뚱이에서 어떻게 이처럼 평등한 머리카락이 태어났죠.

왜 인간은 자기가 소유한 머리카락처럼 살지 못하나요?

머리카락은 우리네 현실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는 징표이자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선물입니다.”


 

이 전시는 내년 128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02-720-1020)에서 열린다.

 

사진, / 조문호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 정영신기자


▲ ‘쓴 맛이 사는 맛'으로 인사동 작가전을 연 채현국 선생 Ⓒ정영신


인사동을 사랑하는 작가 60여명 참가,. 수익금은 생활 어려운 작가들에게 

‘쓴맛이 사는 맛’이라는 이름을 내 건 이색적인 전시가 지난 15일 오후5시 ‘인사아트프라자’ 3층에서 개막됐다.

'쓴맛에 생각도 하고, 쓴맛에 괴로웠고 아팠지만, 그 쓴맛에 사람이 깊어진다'는 '건달'할배' 채현국'선생의 말씀에 따라, 회화, 사진, 조각, 서예, 도예, 새김아트, 금속공예, 섬유공예 등 인사동을 사랑하는 작가 60여명이 뭉친 것이다.


 

개막식에는 참여작가 외에도 이부영, 임재경, 이애주, 유홍준씨 등 2백여명의 문화계 인사들이 모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이 모인 전시가 쉽지 않은데, 바로 이것이 채현국 선생의 저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 전시 축하를 위해 참석해주신 이애주,이부영,임재경,채현국선생(왼쪽부터) Ⓒ정영신


건달할배 채현국 선생은 인사말에서 같이 어울리고 함께 살자는 의미로 이번 전시를 열게 되었는데, 전시회 수익으로 생활이 어려운 문화예술인들을 돕는다고 했다. 욕심을 부린다면 참여 작가들과 함께 남북을 걸어서 가보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 방혜자선생의 '생명의 숨결' 15호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는 질타로 이시대의 어른으로 추앙받는 채현국 선생은 현재 경남 양산에 있는 효암학원 이사장이다. ‘쓴맛이 사는 맛’으로 세상에 쓴 소리를 거침없이 하는 선생의 시원시원한 입담에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어른이기도 하다.


  

▲ 주재환선생의 '이곳과 저곳' 캔버스에 유화 90.5x90.5cm,2008


시인 신경림 선생은 ‘쓴맛이 사는 맛’ 전시에 부쳐 “그는 거인이다. 키는 작지만 생각이 크고 시원시원하다/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고 큰 것을 향해 성큼성큼 발도 빠르다/ 그는 젊다/ 나이를 먹으면서도 전혀 늙지 않는다/ 그래서 늘 거침이 없고 늘 싱싱하다/ 게다가 그는 부자다. 돈은 없으면서도 늘 남을 도울 것을 생각하고/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이웃과 친구들이 다 잘 살길을 찾느라 늘 바쁘다/ 가장 크고 가장 젊고 가장 부자인 그는/ 그래서 이 나라에서 가장 바쁜 늙은이다.”라고 썼다.

이 헌시(獻詩)에 채현국 선생의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 김정헌작가의 '이승과 저승-시원소주' 캔버스에 아크릴과 종이꼴라쥬,91x91cm


채현국 선생의 부름에 놓았던 붓을 다시 들어 그림을 완성했다는 화가도 있었다. 박재동 화백은 개구쟁이 같은 채현국 선생의 초상화를 선보였고, 단색화의 대표작가인 이우환 선생의 작품 등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이 출품한 작품으로 전시장은 가득 메워졌다.



  
▲ 민정기작가의 '우리섬 독도 삼형제 굴바위' 105x107cm oil on canvas,2015

이번 전시에 참여한 많은 작가 중 1980년대 이후 민중미술을 대표해온 작가 신학철 선생은 캔버스 위에 포토몽타주, 포토리얼리즘 기법으로 시대정신에 보다 더 가까이 접근함으로써 역사를 관념이 아닌 구체적 실체로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 ‘모내기’ 그림은 1989년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당국에 압수되었고, 3개월 동안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판문점 풍경으로 분단의 아픔을 형상화했다.


  

▲ 신학철 선생의 '가야할 길' 116x81cm,2017


조절된 에너지와 침묵의 힘을 빛의 순간으로 보여주는 방혜자 선생은 ‘생명의 숨결’을 내놓았고, 시계가 멈춘 탄광촌의 삶을 그로테스크한 질감으로 그려내는 황재형 작가는 ‘Bus’를 출품했다.


  

▲ 황재형화가의 'Bus'53ㅌ72.7cm, 캔버스에 유채,1993


비닐과 골판지, 폐품과 종이 등을 재활용해 발랄하고 통통 튀는 작품으로 블랙유머를 시대정신으로 재현하는 주재환 선생의 ‘이곳과 저곳',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비판적 리얼리즘 작가이자 문화운동가인 김정헌 선생의 ‘이승과 저승-시원소주’, 인사동 그림판의 마당발 화가 장경호의 ‘묵시’는 삶에 지친 인간의 초상으로 오늘의 시대정신을 말하고 있다.


  

▲ 장경화화가의 '묵시' 72.7x90.9cm Oil on canvas,2011


조각가 박상희씨는 예수를 안고 있는 부처를 통해 세상의 다툼과 분리에 저항하는 ‘삐에타’를 선보였다. 우주의 근원적 생명과 사랑을 표현하는 화가강찬모는 ‘빛의사랑’을, 키치화풍의 전형성을 재창출하여 미학적 엄숙주의에 빠져있는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민정기화백은 우리시대 삶의 풍경인 ‘우리섬 독도 삼형제 굴바위’작품을 내놓았다.


  

▲ 박상희조각가의 '삐에타' 67x53x94cm, mixed media,2012


이번에 작품을 내놓은 대부분의 작가들은 채현국선생과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이다. 채현국 선생은 인사동 허름한 술집을 찾아다니며 가난한 작가들의 술값을 말없이 내주고, 힘들어하는 작가에게는 슬그머니 지폐를 호주머니에 넣어주기도 했다. 호탕한 웃음을 날리며 이 술집 저 술집을 떠돌며 주머니가 텅텅 빌 때 까지 사람 만나기를 계속해 온 구세주 같은 분이었다.


  

▲ 박재동 화백의 '채현국선생' 종이에먹,2017


작가들은 오랫동안 채현국 선생에게 빚진 술값을 갚기라도 하듯, 전시 소식에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작품을 내놓았다. 어려운 예술가들을 돕기 위한 자선바자회지만, 잘 알고 지낸 작가들이 함께 어울리는 이러한 전시는 단발성으로 끝내는 것보다 해마다 했으면 하는 작가들이 의외로 많았다.


  

▲ 강찬모화백의 '빛의사랑' 53x72cm, 한지에 한국전통채색기법및안료,2017


참여 작가인 조문호 사진가는 오래전 인사동을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인 ‘창예헌’ 사람들이 다시 뭉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2008년 창립되어 몇 년 전부터 흐지부지된 ‘창예헌’은 인사동을 사랑하는 예술가 200여명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기능을 상실한 오늘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다시 부활시키자는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채현국 선생은 돈이나 권력은 마술 같아서 아무리 작은 것도 휘두르기 시작하면 썩기 때문에 빈털터리가 되어야 인생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진다고 말씀하셨다. 선생이야 말로 염치를 아는 이시대의 진정한 어른이 아닌가 싶다.


  

▲ ‘쓴 맛이 사는 맛'전을 위해 모인 문화예술인들 Ⓒ정영신


건달 할배 채현국과 함께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전 ‘쓴 맛이 사는 맛’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3층에서 열리고, 다음달 12일부터 25일까지는 유카리화랑에서 이어진다. 전시작품을 판매한 수익금은 생활이 어려운 작가들을 위해 쓰인다.

5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려


권용택작 '촛불이 햇불되어'


암울한 시국을 예술로 저항하는 ‘순실뎐’이 지난30일 오후 5시에 개막되어 오는 12월5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강원도 리얼리즘 성향의 예술가들이 마련한 이 전시는 서울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병신무란 하야제’에 이은 두 번째 시국 전이다.



황재형작 '소가 넘어간다'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하는 예술가들의 저항전은 광주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형순(미술평론가)씨는 “시국선언이 쏟아질 때 우리 예술가들은 촛불의 머릿수 하나를 채우는

일만으로는 부끄러움을 피할 수 없었다.



황효창작 '웃기는 세상'


시국선언과 같은 시국 전시회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리얼리즘 작가로서의 ‘책임’이라는 데 뜻이 모였다”고 말했다.


“속아 넘어가다”를 풍자한 황재형씨의 작품 ‘소가 넘어가다’는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 되는 날 그린 작품으로,

작가의 분노가 그대로 화폭에 녹아 있었다.



박종혁 작 '그래도나는부자다'


황효창 작가의 ‘웃기는 세상‘은 인형을 통해 그들을 조롱하였고,

촛불이 횃불 되어’를 선보인 권용택 작가는 춘천 지역 국회의원 김진태씨가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한 발언을 겨냥해, 촛불이 들불로 번지는 것을 형상화했다.



류정호 작가, '근본이 흔들리면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박종혁 작가의 ‘그래도 나는 부자다“는 난장판인 시국에 버텨선 밝은 가족의 모습을 통해 한 가닥 희망을 제기하였으며,

삽자루를 탁자의 다리와 받침으로 활용한 목공예가 류정호의 작품은 ’근본이 흔들리면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김진열 작 '집단 우울증'



길종갑 작가의 ’촛불집회‘는 광화문 집회현장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하였으며,

김진열의 ’집단우울증‘은 김을 붙여 진태란 글만 표기하기도 하고, 새 열 마리를 그려 ’씹새들이 좆이로구나‘며 국정농단을 힐난했다.


김용철 작 '코리안 나이트'


김용철 작가의 ‘코리안 나이트’는 권력을 감싸고 있는 돈과 잡신들로 현 시국을 비판하였으며,

사진가 조문호는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과 ‘시국 몸짓’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조문호 작 '분노의 몸짓'



김대영 작가의 ’농단-자멸‘은 뒤엉킨 시국현실을 추상적으로 암시하였으며,

침몰하는 세월호의 아픔을 의혹으로 표현한 서숙희의 ’안면수심‘은 마음이 아팠다.



김대영 작 '농단-자멸'



이 밖에도 신대엽, 이광택, 백중기, 전형근, 박은경, 박종혁 작가 등 16명이 발표한 40여점의 작품들이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신랄하게 비판, 조롱하고 있었다.



서숙희작 '안면수심'


그리고 80년대 시국 작품들도 몇 점 선보였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광혁 작 '하야기원탑'외



황재형 작가는 “비선에 의한 국정농단, 국정교과서의 파행, 예술가들의 블랙리스트 작성,

독점적 소수가 추진한 문화융성 등 현 시국이 우리를 그냥 있지 않게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암울한 시대에 / 그때도 역시 노래하게 될 것인가? / 그 때도 역시 노래하게 될 것이다 /

암울한 시대에 대해’ 혁명을 노래한 독일 시인 브레히트의 시 ‘모토’를 떠올리는 시국 특별전이다.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2016년 12월2일 / 조문호기자/사진가



30일 춘천 문예회관 전시실
도내 16명 작가 1∼4점 출품
사실주의로 시대 현실 풍자



▲ 황재형 작 ‘ Business Oligarch(닭,세월호희생자)’



암울한 시대에/그때도 역시 노래하게 될 것인가?/그때도 역시 노래하게 될 것이다/암울한 시대에 대해’

혁명을 노래한 독일 시인 브레히트(Bertolt Brecht·1892∼1956)의 시 ‘모토’를 떠올리게 하는 전시가 열린다.

도내 미술가들이 암울한 시대에 대해 노래한 ‘순실뎐’이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30일 오후 5시 개막해 내달 5일까지 이어진다.‘산과 함께,71’ 특별기획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부끄러움으로부터 시작됐다.

전시를 기획한 최형순 미술평론가는 “사회적 혼란으로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이 쏟아질 때 우리 예술가들은 광화문과 춘천 촛불의 머릿수 하나를 채우는 일로는 부끄러움을 피할 수 없었다”며 “시국선언과 같은 ‘시국展’의 필요성 또는 리얼리즘 작가들의 책임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한다.

전시에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이 시대를 살아온 작가 16명이 참여한다.작가별 100호 크기의 작품 1∼4점을 출품했다.


▲ 조문호 작 ‘유진규’



민중미술과 리얼리즘 미술의 대표 화가로 불리는 ‘광부화가’ 황재형 작가는 ‘속아 넘어가다’를 풍자한 ‘소가 넘어가다(Buffaloed)’,지난 대선 결과의 느낌을 표현한 ‘徵候(징후·Portent)’,현 상황을 빗대 그린 ‘Business Oligarch(닭,세월호희생자)’ 등을 통해 암울한 시대의 아픔을 강조한다.

조문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광화문 시위 현장과 그 현장에서 벌어진 유진규 마이미스트의 퍼포먼스,양혜경 무용가의 ‘넋전춤’ 등 ‘시국 몸짓’을 담아낸 사진작품을 전시한다.

참여 작가들은 “현실반영,리얼리즘,저항이라기엔 이미 너무 늦은 일인지도 모른다.예술가의 의무라고 하기에도 초라할 뿐”이라며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말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작가=△황효창△황재형△권용택△조문호△김진열△김대영△신대엽△서숙희△김용철△이광택△백중기△길종갑△류정호△전형근△박은경△박종혁.


[강원도민일보 : 안영옥 okisou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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