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6일부터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조신호씨의 ‘일상적 DMZ'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초청하는 메시지는 진작 받았으나, 지방 다니느라 일도 밀린데다
몸도 편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못 갔는데, 전시가 연장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지난 15일은 조계사에서 ‘한국전통문화사진’ 아카이브 운영에 따른 세미나가 있었는데, 
가는 길에 ‘나무화랑’에 잠시 들렸다.  마침 전시장에 조신호씨가 있었다.






작품들을 둘러보니, 거칠고 도발적이었다.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었으나,
마치 귀신 나올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가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조신호씨에게 주제넘게도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평범한 DMZ풍경에서 은유적으로 메시지를 전해주는 반대어법은 어떨까요?”
 했더니, 지금은 많이 순화된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붉은 백일홍 위에 세 마리의 두루미가 앉은 작품을
대표작으로 내 세운 것 같았다.






험상궂은 해골에서 피어난 붉은 백일홍과 푸른 미루나무,
말라비틀어진 삭막한 나무에 걸린 달과 눈밭위에 웅크린 성난 고양이.
깃털을 세운 검은 산양과 날개를 펼친 독수리 등 하나같이 분위기가 살벌하다.
그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분노가 녹아 있다.






오래 동안 환경운동과 작품 활동을 해 오며 겪은 고충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금이야 민중미술이 뜨고 있지만, 그 것도 유명작가 몇 명에 한 할 뿐이고,
아직도 대중들이 손쉽게 벽에 내 걸 처지는 아니다.






마치 오래전의 반공포스터를 보는 것 같은
직설적이고 사실적인 표현방법이 민중미술에 의해 다소 친숙해지기는 했으나,
일반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대중성을 되돌리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작품을 돈으로 환산하는 세태야 더럽기 짝이 없지만, 어쩌겠는가?
작업을 이어가려면 작품이 팔려야 하는데...


얼마나 궁핍했으면, 액자도 없이 내 걸었겠는가?






그는 화가이기 전에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바닷가에서 살았던 그가,
간척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태가 파괴되는 현장을 보았고,
그 뒤 일어 난 태안 기름 사고가, 그를 환경운동가로 나서게 했다.






지금은 파주에서 DMZ를 오가며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장으로 있으니,
생태환경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환경미술로 그 심각성을 경고하며 저항하는 것이다.





전시가 19일까지라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 나면, 작품 구경하러 인사동에 들리자.
외롭고 힘든 작가에게 전시를 축하해 주고 격려해 주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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