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볼만한 전시-

 

이건희컬렉션전: 이중섭/ 2022.8.12.-2023.4,23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최우람전/ 2022.9.9.-2023.2,26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임옥상전 여기 일어서는 땅’/ 2022.10.21.-2023.3.12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문 신전/ 2022.9.1.-2023.1,29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2022.11.1-2023.3.19/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최 민 컬렉션/ 2022.12.8.-2023.5.7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강석호전 / 2022.12.15-2023.3.19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마우리치오 카텔란전 / 2022.1.31-2023.7. 16 / 리움미술관

홍승혜전 / 2023.2.9.-2023,3.19 / 국제갤러리

의금상경/ 2023.1.18.-2023.2.25 / 학고재

성태훈전 선유도 왈츠‘ / 2023,2.15-2.28 / 성곡미술관 2

정주영전 / 2023,2.15-3.26 / 갤러리 현대

허미자전 / 2023,2.17-2.26 / 갤러리 내일

최소리전 / 2023,2.1-2.28 / 아트인동산 은하갤러리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 / 2022.12.21.-2023.4.16. / 뮤지엄 한미삼청

눈빛출판사 아카이브전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2023,1.11-2.13 / 갤러리인덱스

재미 사진가 김인태 선율’/ 2023,2.22-3.14 / 갤러리인사 1010

박상훈 사진전 / 2023,2.1-2.26 / 통인화랑 5

마이클 케나 사진전 / 2023,1.28-2.25 / 공근혜갤러리

김순철 About wish golden age / 2023,2.8-2.23 / 희수갤러리

안소현전 공기도시’ / 2023.2.1-2023.2.10 / 갤러리 브레송

'무장지대'/ 2023. 2. 6 - 2. 16 / 나무아트

 

[스크랩 : 서울아트가이드 20232월호]

 

35년 동안 사진 책만 만들어 온 ‘눈빛출판사’가 인사동에 사진 전문 갤러리 ‘인덱스’를 개관했다.

 

서인사주차장으로 가는 인사동11길 옆에 위치한 '갤러리인덱스'

지난 11일 오후3시 무렵, 인사동에 있는 전시장을 찾아 나섰다.

전 날 마신 술에다 감기까지 걸려, 술자리를 피하고 싶어 차를 끌고 나간 것이다.

옛 '수희제' 자리인 '도채비도 반한 찻집'을 거쳐가는 32계단의 사진산책이었다.

 

전시장에는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를 비롯하여 ‘인덱스갤러리’ 안미숙관장

아트디렉터 김지연씨, 사진가 김보섭, 엄상빈, 정영신, 이은숙, 임재천씨도 있었다.

 

좌로부터 안미숙 관장과 김지연 아트디렉터 / 전민조사진

개관 첫 전시로 걸린 사진은 어느 미군병사의 눈에 포착된 1948년 겨울의 서울이었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란 제목처럼 애잔한 그리움이 몰려오는 정겨운 풍정이었다.

 

그때는 한반도에 소련군과 미군이 주둔해, 민족분단의 서막이 오를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그 겨울이 지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남과 북은 갈라지고 말았다.

 

전시된 사진들은 75년의 세월을 되돌린 소중한 기록이었다. 

설빔 입은 아이들의 옷 색깔이 한층 아름다운 것은, 그 때 사진들은 흑백으로 밖에 볼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기개 넘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는 한 가닥 희망도 엿보였다.

 

‘눈빛아카이브’가 소장한  슬라이드 필름은 촬영한 사람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사진에 미군정 관계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미군에 의해 촬영된 것으로 추정 된다,

 

미국으로 건너간 원판이 어떤 경로를 통해 경매에 흘러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75년 전의 사진이라면 내가 태어난 이듬해다.

사진 속의 어린이들이 살아 있다면 팔순이 넘었을텐데, 전시된 사진을 본다면 알아볼까?

 

그리고 전시된 사진 외에도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사진서적도 700여종이나 진열되어 사진의 진가를 골고루 찾아 볼 수 있었다.

 

이형록 사진집에 게재된 1959년도작품, '강화도아이들'

둘 곳도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지만, 사진 책만 보면 욕심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12년 전에 펴낸 이형록선생 작품집을 정동지 책 사는데 꼽사리 끼어 한 권 구입한 것이다.

오래전 부터 사고 싶었지만, 다른 책에 밀려 번번히 사지 못했던 원을 기어이 풀었다.

책 속의 보지 못한 사진 한 장만으로도, 스스로 준 새해 선물로는 최고였다.

 

많은 사진 중에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개관전에 내놓은 것도 시사 하는바가 크다.

유명작가의 내용 없는 작품보다 무명작가의 시대적 기록이 더 소중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아래는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의 글이다.

“내용 없는 사진 홍수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혼란스러웠던가. 또 우리가 제 것을 버리고 남의 것을 얼마나 탐해왔는가를 오히려 미군정기 틈입자의 시선을 통해 확인해보고자 한다. 식민과 전쟁(태평양전쟁)을 겪은 조선인들이 이방인의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당당하고 의젓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은 또 얼마나 발랄한가. 그해 겨울 ‘종이거울’ 속의 사람들은 나라를 잃었어도 기개를 버리지 않았고 가난해도 비굴하지 않았으며 혹한 속에서도 그 어떤 생명력으로 충만해 있었다고 사진은 전한다.”

 

이 전시는 2월13일까지 이어진다.

 

 어쩌면 '눈빛출판사'와 '인덱스갤러리'의 융합은 시대적 요구인지도 모른다.

사진 소장자가 점차 늘어나는 현실이기도 하지만, 출판과 전시는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던가?

단지 불경기란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다.

솔직히 말해, 사진인의 한사람으로서 ‘눈빛출판사’에 대한 부채의식도 지울 수 없다.

 

‘눈빛’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소중한 기록, 아니 우리나라의 역사가 이렇게 남아 있겠는가?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 보는 사진책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진의 가치 이전에 장인정신의 귀결이다.

다들 시간 내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전시도 보고, 진귀한 사진집도 구입하자.

전시된 작품과 함께 한국사진을 골고루 살펴 볼 수 있으니 '도랑치고 게잡는 일' 아니겠는가?

 

아무튼, 인사동 눈빛사진산책 ‘인덱스갤러리’가 우리나라 기록사진의 전당이 되길 축원한다.

 

사진, 글 / 조문호

 

 

나무 그늘의 시간 Time in the tree shade

김은강展 / KIMEUNKANG / 金垠岡 / sculpture 

2023_0103 ▶ 2023_0115 / 월요일 휴관

김은강_Trace2201_줄무늬 호랑이_세라믹_22×17×10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가온갤러리

Gaon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5나길 91(삼청동 35-190번지) 302호

Tel. +82.(0)10.2880.0862

 

Trace (흔적) 시리즈 ● 이번 전시 "나무 그늘의 시간"은 시간과 자연을 중심축으로 하는 Trace (흔적) 시리즈의 네 번째 전시이다. 시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된 Trace 시리즈는 보이지 않는 시간을 가시화하려는 실험이다. 2017년 [Trace] 展과 2020년 [Trace of the hours] 展은 작품 표면에 새겨진 흔적과 자연을 닮은 형상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가시화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재현되는 시간은 시계나 달력에서 숫자로 표시되는 순차적 시간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불안한 것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Trace' 프로젝트에서의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엄격한 시간의 법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재구성된 시간이다

 

김은강_Trace2202_붉은 호랑이와 코끼리_세라믹_40×23×25cm_2022
김은강_Trace2203_파란 말과 코끼리_세라믹_40×37×25cm_2022

집합된 존재 (Assembled Presence) ● 집합된 존재는 루이스 브루주아주(Louise Bourgeois)의 첫 번째 조각 설치 작품 'Personages'에서 영감받은 것이다. 회화를 버리고 조각을 택한 브르주아주는 나무를 깎아 하나하나의 조각을 만들고 나열함으로 이별과 상실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스스로 위로받았다. 예술 작업을 통해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했던 브루주아즈처럼 예술가가 작업을 하는 것은 우선 자신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경험을 전시로 보여줄 때 관람하는 사람들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관람객들은 작품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각도에서 서로 다른 개체들을 감상하고 관계와 이야기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내가 만든 작품을 보는 것 같지만 결국 자기 경험에 비추어 보기 마련이므로 상징적인 형태는 더 많은 소통을 유도할 수 있다.

 

김은강_Trace2204_검은 코끼리와 무스_세라믹_60×23×30cm_2022
김은강_Trace2205_얼룩말과 파란 코끼리_세라믹_40×31×25cm_2022
김은강_Trace2208_미표한 차이_세라믹_40×40×5cm_2022

나무그늘의 시간 (Time in the Tree Shade) ● "나무 그늘의 시간"은 들판의 동물들이 뜨거운 태양을 피해 나무 그늘로 모여드는 휴식의 시간이다. 초원이 아무리 넓어도 한낮의 동물들은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우리 사회에도 뜨거운 햇살을 피할 시원한 나무 그늘이 필요하다면 예술이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 또한 "나무 그늘의 시간" 展에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 사회의 관계를 자연으로부터 도출된 동물이나 식물 이미지를 자유롭고 단순한 형태의 컷아웃을 통하여 새롭게 재결합한 '집합된 존재(Assembled Presence)'를 통해 재구성하고자 한다. 코끼리 엉덩이에 붙은 나비와 같이 우연히 만난 듯하지만 단단하게 결합한 '집합된 존재'는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 삶의 유쾌한 은유이다. 불분명하고 어리숙한 행태들이 겹친 형상 속에 코끼리나 얼룩말의 모습을 찾아낼 때 사람들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어눌한 표현과 따뜻한 서사를 품은 작업을 통해 모두의 상상력과 소통하고 불안과 소외감에서 벗어나는 나무 그늘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 김은강

 

Vol.20230103b | 김은강展 / KIMEUNKANG / 金垠岡 / sculpture

눈, 바람, 고요 Eyes, Wind, Stillness

안소희展 / AHNSOHEE / 安昭熙 / painting 

2022_1214 ▶ 2023_0108 / 월,화요일,12월 22일 휴관

 

안소희_Autumn Wind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페이지룸8

관람시간 / 01:00pm~06:30pm 

 

 

페이지룸8

PAGEROOM8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73-10 1층

Tel. +82.(0)2.732.3088

www.pageroom8.com

 

담아내고 비워내는 '눈' 눈은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알 수 있는 개인의 표지이자 세상 모든 것들을 투영할 수도 있는 창이다. 그러기에 한 인간이 지닌 신체 기관인 동시에 거대한 우주이기도 한 '눈'을 바라본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안소희 작가의 개인전 『눈, 바람, 고요(Eyes, Wind, Stillness)』(페이지룸8, 2022.12.14.-2023.1.8.)은 작품 속 인물의 '눈'에 주목한다. 이 눈은 단순한 눈이라고 여기기에는 한번 보면 뇌리에 남아 잊히기가 힘들다. 형이상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창구라는 관념적인 표현을 쓰기에는 더욱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안소희 작가의 '눈'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안소희_물렁한 사과_캔버스에 유채_100×65.1cm_2022
안소희_Boy in the Morning_캔버스에 유채_90.9×65.1cm_2022

이번 안소희 작가의 회화는 큰 눈이 특징인 인물화와 바람, 동·식물, 과일 등의 소재가 인물과 함께 등장하여 분위기가 조성되는 작품으로 구분된다. 안소희 작가의 눈은 1인칭 시점에서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주시하는 눈일 수도 있지만, 이 눈을 바라보는 상대의 심리적인 자극과 내면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눈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의 눈빛이나 표정에서 어떤 호소력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저 커다랗게 텅 비어있는 듯한 눈은 역설적으로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다. 그래서 인물의 눈에서 시작되는 궁금증은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안소희_Braid Hair_캔버스에 유채_72.7×53cm_2022
안소희_막연한 풍경2(Wave 2)_캔버스에 유채_80.3×130.3cm_2022

드러나면 금세 알아차리기 쉬운 눈의 표정은 식물이 담긴 유리 화병에 가려보아도 굴절되어 더 크게 '응시'하듯 보일 뿐이다.[작품 「응시」] 고정되지 않은 시선에 '물렁한 사과'를 쥔 손은 애꿎은 사과에 대한 감정 표현인지 사과와 함께 무른 시간을 보낸 건지는 알 수 없다.[작품 「물렁한 사과」] 목이 드러난 니트를 입은 인물은 '땋은 머리'를 목에 두른 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작품 「Braid Hair」] 이렇게 눈에서 표정을 읽으려는 노력은 결국 무력화되며 보는 이들의 감정이 인물에 적극적으로 이입되고 만다. 반면, 바람에 납작한 머릿 묶음이 날리는 인물의 눈은 이미 가을 풍경 자체로 보이기도 하고[작품 「Autumn Wind」], 파랑새의 작은 터치에 번지듯 물든 하늘색 머리카락은 졸음을 귀엽게 쫓아주는 요정 같다.[작품 「Boy in the Morning」]

 

안소희_물렁한사과_종이에 수채_38.7×31cm_2022
안소희_Sprout_종이에 수채, 색연필_38.7×31cm_2022

작업 방식에 있어서 캔버스 작품과 색연필 드로잉은 선후 관계를 떠나 비슷한 형태로 스케치하되, 유화와 색연필 특유의 질감과 필치를 살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막연한 풍경(Wave)' 수채화 시리즈는 한 번의 붓질로 가지런히 선을 쌓아 추상적인 풍경을 완성함으로써 수행적 개념의 드로잉이다. 작품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머릿결 같은 억새밭 풍경 또한 인물을 지지하고 있는 대지로서 존재하는데, 제주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작가의 환경을 떠올리게 된다. 단, 이 모든 조화는 결국 장소성과 시간성 그리고 원근감 등을 특정 지을 수 없고, 무엇보다 인물의 큰 눈으로 인해 초현실적인 상황과 상상력을 발휘하게 한다. ● 작품 속 인물은 어쩐지 처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커다란 눈을 통해 살아있음을 생생히 증명함으로써 보는 이들의 내면에 있는 고독이라는 연대를 슬며시 꺼내게 한다. 그렇게 안소희 작가의 '눈'은 끊임없이 담아내고 비워내며, 마주하는 모든 생(生)을 고요한 가운데 증언하고 있다.

 

안소희_응시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22
안소희_Wave Hair_캔버스에 유채_65.1×30cm_2022

p.s. ● 안소희 작가의 작품은 처음 보게 된 건 2021년 7월, 제주 새탕라움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계단의 아이』에서였다. 주택의 방 구조와 나무 계단이 남아있는 무인 전시 공간에 우연히 마주한 작품 속 아우라에 한참을 전시장에 머물렀다. 당시 머리카락 같은 카펫?에 억새같은 머릿결을 휘날리며 걷는 뒷모습이 있는 작품, 「걸음(Walk)」에 매료되어 2층으로 올라가니 보송보송한 억새밭이 펼쳐진다. 작가의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눈이 독특했던 「탈색」 작품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가감 없이 솔직하게 표현한 부부 드로잉에 웃음이 터진 채 전시장을 나왔다. 서울에 도착해서 등을 톡톡 치며 아는 척하고 싶게 만든 「걸음」의 뒷모습과 큰 눈망울을 지녔지만 정확히 어떤 감정선인지 읽을 수 없었던 「탈색」 인물이 교차되어 문득문득 그리고 자주 생각이 났다. 그래서 제주에 있는 작가님에게 결국 DM을 보냈다. ■ 박정원

 

안소희_막연한풍경-드로잉04_종이에 수채_22×28cm_2022
안소희_막연한풍경-드로잉05_종이에 수채_26.8×22cm_2022

An eye is a front cover of an individual indicating their mood or feelings, as well as a window that can reflect everything in the world. Thus, it is a unique experience to look into an 'eye', as it is not only a bodily organ of a person but also a vast universe. Sohee Ahn's solo exhibition, 『Eyes, Wind, Stillness』(Pageroom8, 12.14. 2022-1.8. 2023.), focuses on the 'eyes' of the figures in her work. These 'eyes' are too unforgettable to be regarded as mere eyes. It feels even more inadequate to use abstract expressions like 'they are the window to the metaphysical world'. That is why we can't help but keep thinking about the 'eyes' depicted by Sohee Ahn. ● Sohee Ahn's paintings in this exhibition fall into two divisions: those with human figures characterized by big eyes and those setting the scene using human figures along with animals, plants, and fruits. Though the eyes of Sohee Ahn may seem to be observing a person or an object from the first-person perspective, they are designed to give psychological stimuli to the viewers looking into the eyes and arouse inner feelings in them. However, it is not the case that the figures' looks or facial expressions have a powerful appeal. The eyes are big and empty, which ironically allows them to be a vessel for anything. So, the curiosity sparked by the figure's eyes triggers a chain reaction. ● The expression of an eye that can be easily read when unmasked is refracted when occluded by a glass vase with plants, which only makes the stare look even more wide-eyed [「Gaze」]. It is unclear whether unfocused eyes and a hand holding a 'soft apple' portray the expression of emotions towards the guiltless apple or show that they have spent soft time with the soft apple [「A Soft Apple」]. A figure wearing a knitted sweater that exposes her neck exudes a peculiar atmosphere with 'braid hair' wrapped around their bare neck [「Braid Hair」]. The paintings neutralize the viewers' effort to read facial cues in the depicted eyes, which causes them to actively project their own emotions onto the figures. On the other hand, the eyes of a figure with flat, tied hair flying in the wind already look as if they are the autumn landscape itself [「Autumn Wind」]. Hair dyed blue by a delicate touch of a bluebird takes after that of a fairy that sweetly drives drowsiness away [「Boy in the Morning」]. ● As for art techniques, canvas paintings and colored pencil drawings are sketched in similar forms regardless of the order of procedures. They are distinguished but intimately connected, as they demonstrate the unique textures and strokes of oil paint and colored pencils respectively. 'Wave', a series of watercolors first introduced in this exhibition, is a performative drawing that portrays an abstract landscape with a stroke of paint neatly stacked. The scenery of a silver grass field that resembles hair texture appears throughout the series as a stage for a figure, reflecting the surroundings of the artist who made her home in Jeju. But the harmony of the landscapes cannot be characterized by spatiality, temporality, or perspective. The big eyes of the figures create a surrealistic atmosphere and arouse viewers' curiosity. ● The figures in Sohee Ahn's works may strike viewers as sorrowful. However, their big eyes vividly show their aliveness; it gently brings out a sense of solidarity in viewers regarding their loneliness. The 'eyes' of Sohee Ahn constantly fill and empty themselves, testifying for all lives while remaining silent.

P.S. ● I first saw the work of Sohee Ahn in July of 2021, at her solo exhibition 『A Girl on the Staircase』held in Saetangnaum, Jeju. I stumbled upon her work in an unmanned exhibition hall, where the structure and wooden staircase of the original house were preserved, and the aura of her art kept me there for a long time. I was first mesmerized by 「Walk」, a portrayal of a back of a person walking on a hair-like carpet with her grass-like hair billowing out. It led me upstairs and a wide field of fluffy sliver grass welcomed me. I paused in front of 「Bleaching」, which depicted a figure with distinctive eyes whom I presumed to be the artist herself, and I laughed at an honest, straightforward drawing of a couple before leaving the exhibition. After arriving in Seoul, the image of the back of the figure from 「Walk」 whom I wanted to tap and acknowledge mingled with that of the unreadable face with big eyes from 「Bleaching」 kept coming back to my mind suddenly and frequently. I ended up sending a DM to the artist in Jeju. ■ Jungwon Park

 서울디자인페스티벌-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드로잉 어텐션    페이지룸8 부스 CG101- 참여작가: 안소희, 문정- 2022년 12월 20일 ~ 23일 / 서울 코엑스 C홀

 

Vol.20221214d | 안소희展 / AHNSOHEE / 安昭熙 / painting

 

녹색 불을 다루는 법

최나무展 / CHOINAMU / 崔나무 / painting 

2022_1227 ▶ 2023_0108

최나무_How to Handle with Fire_캔버스에 유채_116.7×91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1월8일_12:00p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안국동 7-1번지)

Tel. +82.(0)2.738.2745

www.gallerydam.com

 

도쿄에서 작업중인 최나무 작가의 국내 전시를 기획하였다. [녹색 불을 다루는 법]이라는 전시제목에서 힌트를 받을 수 있듯이 작가는 심드렁하고 힘들어진 현실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게 되는데 이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때로는 식물의 줄기 속에 작가 자신이 정령이 되어 숨어 있기도 하다. ● 작가의 글을 읽어보면 식물의 형태와 색, 그 안쪽을 파고들어 가다 보면, 직면하는 것은 바로 나의 마음의 모양이다. 식물의 힘, 그것은 식물을 통해 나 자신을 관찰하고 키워내게 하는 힘이다. ● 식물을 키우면서 보는 것이 스스로의 마음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마음을 보면서 식물로부터 새로운 에너지도 얻으면서 새로운 작업에 몰입할 수 있다고 한다. ● 최나무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하였으며 지금은 도쿄에서 거주하면서 작업중이다. 이번이 열 일곱 번째 개인전에서 작가가 말하는 식물의 치유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위로의 시간이 되리라 본다. ■ 갤러리 담

 

최나무_Milk Bush 03_캔버스에 유채_65.3×80.4cm_2022
최나무_Light a Tree 01_캔버스에 유채_72.9×50.2cm_2022

무기력을 극복하는 법 ● 작업을 이어 나가는 와중에 한 시리즈를 마무리 짓거나 전시를 마치고 나면 으레 찾아오는 슬럼프가 있다. 번아웃이라고 하기엔 그 정도로 활활 불태우진 않았다는 죄책감이 밀려오지만, 쉼없이 나아갈 기력은 쇠한 상태. 선하나 긋기도 어려운 시간들은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 어깨를 짓누른다. 팬데믹상황이 어느정도 진정되고 난 시점에 무기력증이 강하게 찾아왔다. 모두들 조금씩 활력을 찾고 밖으로 나설 때 난 여전히 안으로 숨어들고 있어서일까. 방치한 정원에서 말라 죽어 있는 화초들이 꼭 나와 같았다. ● 집안에서 키우던 게발선인장이 시들어가는 것을 보고 측은한 마음에 분갈이를 해주고 돌보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생기를 회복하는 것을 보고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식물 키우기에 몰입하게 되었는데 새순이 돋고 뿌리가 자라나고 꽃을 피우는 식물의 에너지가 무기력한 나를 움직이게 해주었다. ● 식물을 관찰하고 마음에 남는 모습을 그림으로 옮겼다. 그렇게 다시 붓을 잡을 수 있었다.

 

최나무_Hide and Seek-Yellow Sky_캔버스에 유채_50.1×72.9cm_2022

식물의 힘 ● 화원에서 "우유 덤불"(Milk Bush)이라는 식물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가늘지만 단단한 줄기는 카오스상태로 사방으로 뻗어 있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고 아름다웠다. 줄기 속에 품고 있는 하얀 수액때문에 '우유 덤불'이라는 이름이 생겼다지만 그 액체가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독을 품은 엉킨 덤불은 그 자체가 나와 같았고, 혹은 그 안에 숨어 마음껏 소리를 질러도 아늑한 방어막이 되어 줄 것 같았다. ● 식물의 형태와 색, 그 안쪽을 파고들어 가다 보면, 직면하는 것은 바로 나의 마음의 모양이다. 식물의 힘, 그것은 식물을 통해 나 자신을 관찰하고 키워내게 하는 힘이다.

 

최나무_Hide and Seek-Hill with a Red Tree_캔버스에 유채_91×60.7cm_2022

불과 물, 마음의 모양 ● 그림에 등장하는 식물들은 내가 되어 살아있다. 혼란한 감정들을 빠른 붓질로 그어낸다. 그 모양은 숲을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불과 물이 되기도 한다. '불을 지르는' 행위는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까딱 잘못하면 모든 것을 앗아간다. 하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의미의 불은 다양한 모양새를 가질 수 있다. 최근 작업에 등장하는 불은 출렁이는 녹색의 나무와 닮았다. 뜨겁게 타오르되,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닌, 자라나게 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일렁이는 태양빛, 쏟아지는 별똥별의 불꽃에서도 생기를 얻는다. ● 흘러내리거나 고인 물 웅덩이도 살아 숨쉰다. 식물의 잎과 뿌리를 키워내고 썩은 부분을 흘려 보내며 다시 새로운 생명을 품는다.

 

최나무_Green Fire 02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45.6×45.6cm_2022

최나무_Leave Your Worries There 02_캔버스에 유채_27.3×27.3cm_2022

당신의 오늘이 생기 있길 바라요 ● 뉴스를 보는 것이 참으로 꺼려지는 날들이다. 좋은 일보다 마음 아프고 화가 나는 일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방향을 잃은 분노와 슬픔은 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할까. 빗소리에 숨거나 양파 썰기를 핑계로 울어도 본다. 그리고 매일매일 조금씩 모양을 달리하는 식물을 바라본다. 식멍이라고 이름 붙인, 별 거 아닌 듯한 행위가 일상 속에 큰 힘을 발휘한다. 식멍을 하듯, 나의 그림을 보시는 분들이 잠시나마 쉬어 가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적어도 그림 속에선 뭐든 할 수 있으니까. ● "붓 털이 다 휘어지도록 물감을 척척 끼얹으며 선도 그어보고, 색의 숲 안으로 들어가 함께 숨바꼭질을 하면 어때요? 마음 안에 녹색의 불을 당겨보아요. 당신의 오늘이 생기 있길 바라요!" ■ 최나무

 

Vol.20221227a | 최나무展 / CHOINAMU / 崔나무 / painting

더 이상 거기에 없는 풍경The Landscape that is no more There

이만나展 / LEEMANNA / 李만나 / painting 

2022_1125 ▶ 2022_1224 / 일요일 휴관

 

이만나_더 이상 거기에 없는 풍경_캔버스에 유채_194×259cm_2020

 

초대일시 / 2022_1125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선화랑

SU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8(인사동 184번지)

Tel. +82.(0)2.734.0458

www.sungallery.co.kr

 

뒷산 위로 신기루처럼 신축 아파트가 솟아오르면, 어릴 적 기억 속에 길을 잃을 정도로 깊숙했던, 나름 마을의 영산(靈山)이라 여겼던 그 산은 한낱 언덕이 되어버린다. ● 도로를 만들기 위해 절개된 산자락, 아름다운 숲이나 평야 사이로 불쑥불쑥 솟아 있는 고층 아파트들. 언제나 건설적인 이곳의 속도감은 위협적이지만, 우리에겐 지극히 익숙하고 평온한 풍경이기도 하다. 이런 상충된 감정과 이질성의 묘한 조화가 바로 우리의 현재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이런 과도적 풍경을 이른바 'Korean Beauty'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 터널 위에 위태롭게 집들이 자리잡은 그 풍경을 처음 보았을 때, 나에겐 그 모습이 마그리트의 그림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물론 그곳의 풍경이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산 자락에 얼기설기 자리잡은 판잣집이 몇 차례 도시정비를 거쳐 그렇게 전형적인 한국식 주택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을 테고, 198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든든한 터전이었던 발 밑에 거대한 동공(洞空)이 뚫리게 된 것이다. 이런 낯선 인상조차 어느새 정감 있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익숙해질 무렵, 돌연 푸른 천막이 집들의 자리를 대체하고 신축 아파트의 구조물이 솟아오르는 모습은 가히 초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가을이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만나_첫 봄 밤_캔버스에 유채_60.6×291cm_2020~1
이만나_작은 숲_캔버스에 유채_100×80cm_2022
이만나_숲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22
이만나_동산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22
이만나_강변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27cm_2022
이만나_강변 1_캔버스에 유채_24×41cm_2020
이만나_벽 앞 3, acrylic_캔버스에 유채_41×24cm_2022
이만나_벽 앞 1_캔버스에 유채_40×40cm_2020
이만나_벽 앞 2_캔버스에 유채_40×40cm_2020
이만나_깊이 없는 풍경_캔버스에 유채_97×130cm_2020
이만나_5월_캔버스에 유채_89.4×145.5cm_2021

마치 회화가 그러하듯, 그런 아름다움은 애써 붙잡으면 이내 사라져버리거나 때로는 채 다가가기도 전에 이미 거기에 없다. ● 국립현대미술관 뒤편에 있던 낡은 담벼락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그러했다. 담 뒤편으로 가림막이 쳐지고 공사가 진행되더니, 2013년 미술관 개관 전에 완전히 철거되어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 벽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알고 난 후에야 그곳을 소재로 5 점의 벽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우연히 그곳을 발견하고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당시만 해도 그들의 운명을 짐작하진 못했지만, 그날 뜬금없이 잘 알지도 못하는 골목길로 나의 발길을 이끈 건 사라져가는 것들의 어떤 끌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그곳의 역사와 기후와 시간을 켜켜이 간직하고 있던 것들을 긴 호흡으로 되살린다.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에, 지켜주지 못하는 것들에 따뜻한 시선이나마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으로. ● 이번 전시는 그렇게 여전히 이행(移行) 중이어서 낯선, 영속적이지 않아서 아름다운 우리의 풍경을 위한 헌시이다. ■ 이만나

 

Vol.20221126c | 이만나展 / LEEMANNA / 李만나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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