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인사동 나들이를 했다.


동자동으로 시집 온 다섯 달 동안 밤에 술자리나 불려 다녔지, 낮 시간에는 좀처럼 나갈 일이 없었다.

나간다 해도 안국역에서 내려 바로 술집골목으로 들어 가버리니 큰 길은 만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치 배신당한 애인처럼 등 돌리고 살았는데, 지난 3일은 오찬모임으로 오랜만에 인사동 큰길을 돌아다닌 것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신파극 제목처럼, 다시 한 번 고개 돌려 보았는데, 얼핏 낯설어 보였다.


거리에 관광객들도 붐비지 않았고 낯 선 건물들이 많이 들어 서 있었다.

작년 가을에 공사하던 건물들은 다시 크게 지어 단장해 놓았고, 인사동19길에 있던 폐지 창고는 사라져버렸다.

인사동 20길에 있던 돌마당은 호텔 짓는 가리개로 가려져 있었고,

인사동5길 에 있던 수갤러리가 사라지고 대신 근사한 가방매장이 들어섰더라.


문제는 신축으로 점포는 많이 늘어났지만, 들어 올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건물 지어면서 입주자들이 다 정해졌으나,

빈 점포 주인 구하는 글들이 굶주린 늑대 아가리 벌리듯 건물에 쓰여 있었다.

인사동의 봄 날은 간 것인지 온 것인지 헷갈린다.


이제 인사동 정취가  살아 남은 곳은 골목 뿐이다.

골목길에서 인사동 사람들 만나 대포나 한 잔하자.


사진, / 조문호




































김준호의 ‘애오개’ 사진전이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다.

전시된 사진들은 마치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잔해더미 같았다.

집들은 폭격 맡은 것처럼 산산히 부서져 버렸고, 유령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틴 것도 있었다.

멀리 버티고 있는 아파트 숲은 마치 점령군 무리처럼 보였다.






이미 전쟁의 판세는 정해졌으며, 앞으로도 백전백패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문명의 속성을 어쩌겠는가마는,

최소한 흔적마저 지워버리는 무차별적이라는데,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 옛 것을 허물고 새로 만들기는 쉽지만, 옛 것을 보전하고 그 것을 다시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기억하고 보존할 역사가 없거나 지워버리는 국가는 미래 역시 오래가지 않는 법이라 했다.






김준호가 찍은 ‘애오개’사진은 속삭임이 아니라 아우성에 가까웠다.

대개 사진가들이 즐겨찾는 그리움에 대한 향수보다 사회비판적인 시각이 앞서 있었다.

세월의 변화를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분노가 곳곳에 똬리 틀고 있었다.

지금 애오개는 재개발에 의해 모든 것이 사라졌다.

김준호의 사진 속에서만 잔재가 남아 그렇게 사라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애오개’는 아현동과 만리재 사이에 있는 작은 고개로,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 지역이었다.
아기고개에서 유래되었다는 애오개 일대는 마포에서 청량리를 잇던 전철이 지나가던 지역이었다.

자그마한 집들이 모여있는 고개 마루의 달동내로 서민들의 진득한 삶의 애환이 담긴 곳이다.





옛 것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향상을 내세우는 재개발은 동전의 앞뒤 같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라진 후에는 항상 그리워하기 마련이지만, 돈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몇몇은 철거되기 이전의 모습도 남아 있었다.

빗물이 새지 않도록 천막을 뒤덮어 놓은 지붕, 행여 바람에 날아갈까 돌이나 기왓장을 올려놓은 궁상맞은 풍경들,

가파른 골목 계단과  터져 나온 시멘트벽들이 마치 복잡한 우리네 인생처럼 굽이져 있었다.

그 속에서 일어났던 사연 또한 얼마나 많겠는가?

그 곳에 살았던 사람이면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사연들이 다 있을 것이다.

옆집 순이와 연애 걸며 가슴조린 사연에서 친구와 코가 깨지도록 싸웠던 이야기까지 다들 절절할 것이다.





잘 모르는 재개발지역을 촬영하는 것과 자신이 어릴 적 살아 온 마을의 흔적을 찍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래서 김준호의 비판적 시각 속에 보이지 않는 그리움이 차곡차곡 녹아 있는 것이다.


“그리움은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고, 서러움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다”는 싯귀가 떠오르는 그런 쓸쓸한 풍경이었다.

그렇게 사라지는 사물처럼, 사람 또한 차례차례 사라질 것이다.





“이미지는 자신이 의미하고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언어가 그것이 의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미지는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에게 낯설게 남아 있어야 한다.

매체로서 비춰지지 말아야하고, 하나의 이미지로 이해되지 말아야 한다.

그 자체가 하나의 허구로, 우화로 남아야 하고, 그럼으로써 사건이라는 풀리지 않는 허구에 공명해야 한다,

자기 고유의 덫에 잡히지 말아야 하고, 이미지의 이미지의 이미지로 한 없이 이어지는 이미지재생 속에 갇히지도 말아야 한다.”는

장 보드리야르의 ‘사라짐에 대하여’ 한 단락을 여기 옮겨본다.



전시와 함께 ‘눈밫사진가선’ 38호 ‘애오개’ 김준호사진집(12,000원)도 발간되었다.



전시개막식에서는 주인공 김준호씨를 비롯하여 ‘브레송’ 김남진관장, ‘눈빛출판사’의 이규상대표,

엄상빈, 김문호, 곽윤섭, 정영신, 남 준, 김 원, 제이안, 나떠구씨 등 여러 사진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사진, 글 / 조문호











































▲ 눈빛사진가선 037 '포항송도'안성용사진집 책표지



우리는 허구가 현실을 압도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사진은 허구와 현실이 공존하는 두 세계 속에 섞여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지난 3일 대안공간 ‘스페이스 22’에서 포항의 사진가 안성용의 ‘포항 – 송도’사진전이 열리며 눈빛사진가선 사진집도 출판했다.

이번 전시는 아날로그 작업으로 젤라틴 실버 프린트 작품 50여점이 전시됐다.

그는 1990년부터 송도를 찍기 시작해 26년 동안 포항송도를 주목하고 있으며,

요즘도 날씨가 좋지 않는 날만 찾아 다르게 해석된 송도를 카메라 렌즈에 담는다고 한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행복하다는 안성용작가



그는 “작업을 할 때 세 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첫째로는 산업사회에 대한 반성이고,

두 번째는 회고와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예술과 비예술사이의 경계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세상을 읽어내는 도구로 역사의 목격자처럼 우리사회의 증언이고 얼굴이다.

안성용의 시선은 송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보여준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역사의 한 부분을 오늘과 내일, 그리고 미래의 시간으로 숙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 눈빛사진가선 '포항송도' 안성용사진집 14페이지 '포항송도 2005'


또한 포항송도는 그의 카메라 앞에서 철저하게 해체 당한다.

처절한 현실의 세계를 사진예술이라는 상상의 도구를 통해 송도를 찾는 관광객과

그곳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사는 사람들의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는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가 뒤엉킨 포항송도를 총체적으로 100년 넘게 기록함으로써,

인류학적인 시선이 나온다” 며 후배들에게 포항 송도를 계속 촬영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눈빛사진가선 '포항송도' 안성용사진집에서


예술을 향하는 사진은 한 시대를 사실대로 기록하는 현실성에 앞서 작가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또 다른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오랜 기억과 미래의 가상공간까지 겹쳐 을씨년스러운 바다풍경이나

아이러니하게도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들을 포착하고 있다.


사진 곳곳에는 현실비판적인 시각이 묻어난다. 상상에 의한 허구일지 모르지만,

거짓이 포함된 진실마저 그 시대의 또 한 모습을 반영하고 있기에 의의가 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바라봄을 넘어 책의 행간을 읽어내듯 사진읽기에 들어가야 그 괴리감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그리고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미지를 통해 오늘의 현실을 각성하게 한다.



▲ 눈빛사진가선 '포항송도' 안성용사진집에서


포항이라는 거대한 산업사회의 현실너머에 송도해수욕장이라는 허구의 공간이 펼쳐져 있다. 관광객이 가족사진을 찍는가하면,

그곳에 사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가하면, 또한 스님의 기도도량이 되어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끊임없는 풍경의 변화를 자기경험으로 해석함으로써 지극히 사적인 예술적 색체를 띤다.


송도해수욕장은 포스코라는 산업시설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질로 인해 해수욕장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작가로서는 상당한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마저도 산업사회의 희생양이 되어 망가질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남아있는 송도를 미치도록 찍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날의 송도를 추억하며...



대안공간 스페이스 22 '포항송도' 전시장모습



다큐멘터리 사진의 힘은 현실기록과 함께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사진가 안성용은 “생각의 표현으로서의 예술의 의미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것뿐만 아니라 특별하고 사실에 기반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해설을 쓴 철학자 박이문 선생은 “예술적 아름다움은 그것을 구성하는 지적, 정시적, 삼각적, 논리적 다양한 개별적 요소들과 그것들의 각기 가치들 간에 존재하는 구성적 관계의 신선하고도 긴장된 구조적 조화이다. 이런 점에서 안성용의 사진들은 보면 볼수록 아름다우며, 그 아름다움은 부와 권력 그리고 인간의 자연 지배를 상징하는 포항제철의 높은 굴뚝의 숲과 그러한 존재들의 그늘에서 물질적으로 소외된 가난한 해녀들 혹은 지적으로 낙후된 사람들과 조화로운 긴장된 대립을 축으로 한 사진작품의 미학이 구현된다” 고 밝혔다.


안성용작가는 예술은 생각들을 표현하기 때문에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이 사진전은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스크랩 : 서울문화투데이 / 정영신기자]






‘광화문미술행동’에서는 정월대보름날의 맞은 지난 11일, 촛불 시와 사진으로 ‘Open Air 갤러리’를 장식했다. 

 “촛불의 함성은 멈추지 않는다.”, “100만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등

22명 시인의 시가 국민들의 탄핵 열망을 담아 깃발처럼 펄럭였다.

천만 촛불은 즐겁다!

촛불은 평화의 꽃이다.
촛불은 축제의 별이다.

촛불은 정치혁명이다.
촛불은 시민혁명이다.

촛불은 민주공화국이다.

촛불이 노래한다
전진하라 천만 촛불이여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 광화문미술행동]


참여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소속으로 고 은, 공광규, 권위상, 김이하, 김정원, 김주대, 김창규, 김형효, 박노해, 박재웅,

백무산, 서안나, 신경림, 양문규, 유순예, 임성용, 정기석, 정세훈, 정수자, 정철훈, 정희성, 최종천 시인이 각각 한 점씩 내걸었다.
사진은 정영신, 권홍씨의 사진이고, 디자인은 김진하씨가 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월3일 강남사거리의 미진프라자 22층에 자리한 ‘스페이스22’(02-3469-0822)를 찾았다.

좀 늦어 열림식은 끝난 후였고,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거나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주인공 안성용씨를 비롯하여 정진호, 이규상, 엄상빈, 김문호, 성남훈, 이갑철, 고정남, 조성기, 이 민,

곽윤섭, 신현림, 이주영, 안미숙, 정영신, 이은숙, 오윤택, 차재훈, 손진국씨 등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난 안성용씨를 잘 모른다. 단지 그 말 많던 최민식사진상 때문에 이름 석자를 알게 된 것이다,

사진도 인터넷에 뜬 두 사진가의 출품사진만 보았을 뿐이다.

수상자 최광호씨의 사진과 밀려난 안성용의 사진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흥분 했던 것은

최민식선생의 인간을 향한 철학이 상의 기준에 배제되었다는 점과 고질적인 갑질에 대한 분노였다,

여지 것 끼리끼리 나누어 먹어 온 사진판의 상이란 게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지만,

아직까지 사진계의 더러운 풍토가 변하지 않고, 젊은 사진가들의 앞길을 막는 걸, 그냥 볼 수 없었다.






나에게 카메라를 들게 했던 최민식선생을 우습게 보는 모멸감도 작용했겠지만,

사진판의 더러운 갑 질을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상이 주는 명예보다, 삼천만원이나 되는 상금에 다들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다큐사진가들의 삶이란 하나같이 빈궁하기 그지없으니, 누군들 거금을 탐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돈을 걸고 작품 가치를 판단한다는 것도 캐캐 묵은 일이지만,

얄팍한 논리를 앞 세워 칼을 휘두르는 꼴 자체가 웃기는 짜장면이었다.

사진의 우열에서 게임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은, 한 작가가 그 곳에 집착해 온 세월의 두께였다.

더구나 공모한 사진이 다큐멘터리사진이 아니던가. 잘 찍고 못 찍은 문제는 그 다음의 문제였다.

행사장에 몇 번 들려 찍은 사진과 4반세기를 지켜 본 사진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안성용씨는 특정지역을 찍었지만, 그 곳에 사람이 없었다면 긴 세월동안 찍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다큐멘터리사진은 사람이 우선이 아니던가?

단지 따뜻한 정감이 감도는 인간애는 배제되었지만, 사진에 드러난 사람을 통해 뒤틀린 삶의 반성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안성용씨는 산업사회에 대한 문명비판이라거나 철학적 성찰,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라는 점을 작업노트에 밝혔지만,

그 보다는 그 지역에 대한 각별한 연정을 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한 지역에 그토록 집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찍어놓은 포항 송도 사진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 많은 사진 속에 선택된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을씨년스러운 바다풍경이거나 아이러니하게 긴장감이 감도는 사진만 골라냈다.

마치 사실과 허구, 사진과 예술의 경계점을 보는 듯하다.






그의 사진에는 변해가는 포항 송도에 대한 깊은 연민의 정이 베어있었다.

아마 인간성 상실을 비판하는 것 같다.

이 전시는 24일까지 열리고, 10일 오후4시에는 작가와의 만남도 있다.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눈빛사진가선 안성용의 '포항 송도'시진집도 출판되었다.
가격은 12,000원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이정환 (사진가)

'인사동 정보 > 인사동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 창 (화가)  (0) 2017.08.29
김남선 (사회운동가)  (0) 2017.02.16
최병수 (환경미술가)  (0) 2017.01.16
김문호 (사진가)  (0) 2017.01.07
류충렬 (화가)  (0) 2017.01.07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2016년 1월23일

▲ 조문호 사진가



사자성어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 (甘呑苦吐)’란 말이 있다.

입에 발린 칭찬이나 좋아하며 건전한 비판도 수용하지 못하는 오늘의 세상을 말하는 것 같다.

국회청문회나 특검에 나온 피의자들이 좋은 질문에만 답하고 불편한 질문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오늘의 상황도 ‘감탄고토’의 전형이다.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 또한 정치판은 물론이고, 사회전반에 널리 퍼져있는 현상이다.

건전한 비판이라면 스스로를 반성하며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도대체 받아들이려 하지를 않는다.

고질적인 이러한 풍토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지만, 새삼스레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진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저지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추태를 탓하기 위해서다.

말썽을 일으킨 사진가는 강원도 최북단 저도어장(猪島漁場)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장공순씨다.

그가 지난 5일, 서울 강남에 있는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문제의 발단은 본지에 정영신기자의 전시리뷰가 소개되며 일어났다.

더구나 전시리뷰를 쓴 기자는 30여 년 동안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온 사진가이고,

전시작가보다 한 참 선배이기에 작가를 위한 충언에서 비판을 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시작가가 이를 수용하여 재도약의 기회를 삼기는커녕 기사를 삭제하라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이다.

3일간의 집요한 요구에 못 이겨 기사를 내렸다지만, 그건 아니다 싶다.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당사자의 가슴에 상처로 남을 것이 안쓰러워 내렸다지만,

전시를 열었다는 자체는 작가 개인의 일이기에 앞서, 전시를 관람하게 될 독자들에게 제대로 소개할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다.

전시된 ‘저도어장’은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남북군사분계선과 접하고 있어 평소에는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다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만 고성지역 어민들에게만 개방되는 곳이다.

작가는 단순히 저도의장의 풍경을 담은 것이 아니라, 납북어부들이 많았던 비극의 바다였고 애환의 바다라며

바다의 풍요로움과 희망, 분단의 생채기를 함께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작업노트에 적고 있다.

그러나 전시된 사진에는 어민들의 애환을 담기보다는 일반적인 바다풍경이나 어부들의 어로작업이 담긴

전형적인 아마추어 사진인의 시각이었다.

정영신 기자는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생채기 ‘저도어장(猪島漁場)’전‘이란 제목의 전시리뷰에서 ‘작가의 작업노트와는 달리

전시된 작품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다풍경과 해녀, 어망 작업사진이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차라리 최북단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살려 실향민들에 대한 애환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전시였다“며

솔직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비단 정영신기자 뿐 아니라 많은 사진전문가들의 공통된 아쉬움이고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작가로서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앞으로의 작업에 참고하여 재도약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으나,

자기도취에 빠져 비판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진집까지 출판하며 전시를 갖는 우월감에, 행여 자신의 입지에 누가 될까 안절부절 한 것이다.

평생을 배워도 모자라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이고, 머나먼 창작의 길인데,

그러한 자만이 도사리고 있는 한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자만에 의한 안하무인의 작가가 어디 한 두 사람이겠냐 마는 어떻게 기자가 쓴 전시 리뷰를 지우라고 할 수 있는지 상식 밖의 일이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이런 사례는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구나 작가는 오래전 일이지만, 지방지인 ‘고성신문’의 기자로 일한 적도 있다고 한다.

언론의 역할이나 기자의 책무를 잘 아는 자가 행한 일이라, 그 뻔뻔스러움에 더 어안이 막히는 것이다.

현재 ‘수협’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어 사회적 지위로서도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위치에 있다.

이제, 이런 이기주의적이고 사리분별 못하는 자들은 더 이상 발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

달콤한 말은 독이요. 쓴 말은 약이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 바란다.




이 삭막하고 추운 세상에, 따스한 봄 내 살살 풍기는 사진전 하나 열리고 있다.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는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다.







지난 16일 사진전 열림식에 갔는데, 전시장을 마치 화사한 신방처럼 꾸며놓았더라.
양승우씨가 직접 나서, 연분홍 빛깔로 전시장을 다시 단장 했단다.
전시장 입구 사진에는 아내를 알고 처음으로 벚꽃이 아름답게 보였다는
사진가 양승우의 청춘고백도 적혀 있었다.







찍은 사람도 좋지만,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사랑, 사랑, 사랑, 쉼 없이 말들은 하지만, 이보다 구체적인 사랑은 없다.
백 마디의 미사여구나 수많은 사랑의 시들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랑의 장난기가 하나도 정제되지 않은 채, 살아 날 것으로 꿈틀거렸다.
계산하지 않고, 그냥 둘이서 사랑하며 놀며 찍은 것이다.







사진으로 남기는 기록은 놀이에 가깝다는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의 글을 옮겨왔다.


“지금 하는 이 전시는 바로 신혼 생활 첫 3년 핑크빛 나날에 대한 기록이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건 기록이 아니고 놀이의 흔적이다.

사랑놀이,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가슴 떨리고 가슴 저미는 그 사랑놀이 말이다.

사진은 이런 게 좋다. 글같이 무겁지 않아, 가벼워서 좋다.

굳이 예술의 창의성을 쥐어짜면서 작품의 경지에 올라간 것들도 있으나

이렇게 둘이 놀면서 가볍게 찍다가 예술의 경지에 올라간 것도 있다.

이건 사진으로만 닿을 수 있는 작품의 경지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놀면서 안고 만지고 찍어주는 것 이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이 과연 있을까?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사진가 김문호씨는 전시를 보고나서 가슴 한켠에 늘 남아있는 그리움을 뒤챘다며,

“수채화로 그려낸 쌉싸름한 단편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

잘 다듬어진 일본의 하이쿠 한 수를 읽는 것 같은 담백함..”이라 적고 있다.







이런 저런 가식 없이 살아가는 해맑은 모습 속에 눈에 띄는 풍경 사진 한 장 있었다.
담장 밖으로 붉은 꽃들이 떨어진 장면인데, 많은 이야기가 담긴 담백한 시처럼 느껴졌다.

양승우는 “결혼을 하면서 동시에 인생의 꽃은 다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진 한 장으로 사랑을 다 담았으니, 이게 시가 아니고 뭐겠는가?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에서 찾은 가치라 여운이 길었다.






그날 열림식에 너무 늦게 갔더니, 전시장에는 양승우, 마오 부부를 비롯하여

김남진관장과 정영신, 곽명우씨 등 몇 분만 남아 있어, 사진들은 꼼꼼히 볼 수 있었다.





뒤풀이에서 눈빛출판사 이규상, 사진비평가 이광수, 사진가 김문호, 김보섭, 엄상빈, 정진호,

이정환, 석재현, 성남훈, 박찬호, 고정남, 남 준, 한금선, 최근모, 박신흥, 안세홍, 안해룡씨 등

많은 사진인들을 만나 두 내외의 알콩달콩 깨 쏟아지는 사진전을 축하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이 사진전은 25일까지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린다.
‘눈빛출판사’에서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일기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사진집(156쪽 / 값 23,000원)도 출판되었다





사진가 양승우 마오부부 /사진 정영신






























































사진 / 김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