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정선 옆집에서 난 불이 옮겨 붙어 집은 물론 모든 걸 태웠습니다. 집이야 다시 지으면 되겠지만 40여 년 기록해 온 필름과 소중한 자료까지 모두 사라져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한 동안 방구석에 처 박혀 자다 깨다만 반복하며 의욕을 잃었지만, 세월이 약이라 듯 시간이 지나가니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가끔 정선 집이 불탄 것도 잊고 일할 것을 생각하다 뒤늦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힘이 빠지기도 했으나, 하늘의 뜻이라며 스스로 위안했습니다.

 

 

 

그런데, 페북에 올린 화재 내용을 화가 박 건씨가 보고는 페친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린 것입니다. 더 난처한 것은 지난 번 ‘나무아트’ 전시 때 알게 된 정영신씨 계좌번호까지 공개하여 여러 사람이 돈을 보내 왔습니다. 호의를 무시하고 돌려 드릴 수도 없고, 그냥 둘 수도 없어 난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공개적으로 구걸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주변 분들의 고마운 뜻을 받아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우선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임시 숙소 겸 일할 수 있는 농기구라도 보관할 수 있는 컨테이너 박스 부터 한 채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도와주신 분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집이 아니라 본래의 모습대로 환경 친화적인 공간을 만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도움 주신분과 함께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협의하여 서둘지 않고 차근차근 진행하겠습니다.

 

 

 

후원금을 보내 주신 분들을 밝혀 일일이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 마땅하나 행여 온정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분도 계실 것 같아 성함 중 한자를 생략하였으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화가는 가운데 이름자를 생략했고, 사진가는 성을 생략했고, 마지막 이름 자를 생략한 분은 문인을 비롯하여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입니다. 

 

 

 

-후원금 보내 주신 분 명단-

 

이*엽 5만원, 이*민 10만원, 나*희 20만원, 정*엽 10만원, 김*홍 10만원, 류*복, 10만원, 강*구 100만원, 

두*영 5만원, 정*수 10만원, 안*홍 100만원, 박*동20만원, 김*구 10만원, 박*태10만원, 이*구5만원, 이*정3만원,

 천*석5만원, 김*열10만원, 한*진10만원, 김*하 20만원, 이*열10만원, 이*철 20만원, 주* 20만원, 최*영 50만원

 

*정균 30만원, *진호 20만원, *은향20만원, *제훈50만원, *광수10만원, *순철10만원, 

*용만200만원, *영환5만원, *시영20만원, *채원10만원, *명석20만원, *문호10만원, 

*남진10만원, *동욱 10만원, *연화10만원, *재갑10만원, *수길10만원, *보섭50만원

 

조준*30만원, 서정*20만원, 장봉*5만원, 김명*20만원, 김명*10만원, 조해* 10만원, 이대* 10만원, 

김영*5만원, 하태*10만원. 유진*10만원, 김선*10만원, 김* 10만원, 양햇*10만원, 민화*5만원, 

 조경*10만원, 박지* 10만원, 범현* 10만원, 윤은* 10만원, 미경* 10만원, 박영*10만원, 

 힘내세요 3만원, 김강* 5만원, 천이*10만원, 귤암리 노인회 20원, 해선스님20만원, 김상*10만원,

전활*10만원, 홍영*10만원

 

합계 1,291만원

 

 

고맙고 고맙습니다. 이 삭막한 세상에 받은 온정이라 너무 마음이 따뜻합니다.

잊지 않고 보답하겠습니다.

 

조문호 올림

 

 

후원해 주신 분들에게 보 잘 것 없지만, 저의 사진 한 점(규격 42cmx 29,7cm)씩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기념의 뜻으로 받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래 견본 사진 다섯 장 중 선택한 번호와 보내 드릴 주소를 아래 핸드폰에 찍어 주시길 부탁합니다. (010-7662-6144 조문호)

 

 

1번 / 만지산1
2번 / 만지산2

3번 / 만지산3

 

4번 / 두메산골 사람들2
5번 / 서울역 노숙인




조양강을 끼고 있는 귤암리의 가을은 다른 곳처럼 울긋불긋 화려하진 않지만,

정숙한 여인네 콧대처럼 은근히 아름답다.

언제나 그렇듯, 강변길만 들어서면 일단 마음부터 편해진다.



 


지난 14, 별 거둘 작물도 없는 가을걷이 차 만지산에 들렸다.

항상 만지산 집만 가면, 세상살이 지친 마음 감싸 듯 편하게 하지만,

팔자에 역마살이 끼었는지, 한 곳에 찐득하게 있지를 못한다



 

 


그런데, 귤암리에 평소 보지 못한 카페가 만들어져 있었다.

지붕위에 자전거가 올라 있는 것으로 보아 자전거 여행객들을 위한 쉼터 같았다.



 


윗만지산 오르는 길 옆의 김익수씨 고추는 병이 들었는지 말라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맛도 없는 땡감이 날 잡아잡수하듯 반겼다.

거둘 작물이래야, 한 단도 안 되는 정구지와 간신히 살아남은 고추 조금이다.



 


오후에 어머니 산소에 들렸더니, 최연규씨네 들깨 밭에서 타작을 하고 있었다.

쌍놈 발 떡이라고, 참 먹는데 끼어 앉아 탁배기 한 잔 얻어 마셨다.



 


다들 만나면 한숨이 깊다.

고추농사를 망쳐, 죽도록 일만하고 빚만 더 짊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배운 게 농사 뿐인데, 그만 두지도 못한다.





내심 땅이라도 팔리길 바라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오나 가나, 사는 게 만만찮다.

 

사진, / 조문호





















 








강원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획전이 25일부터 시작되지만, 아직 사진 프린트도 못했다.
매번 그렇지만,  눈앞에 닥쳐야 허급지급 난리를 친다.
어제 마누라 따라 충청도 영동의 용산장을 비롯하여 청원 내수장에서 부강장까지 다니느라

온 몸의 삭신이 쑤시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침부터, 프린트해야 할 마누라 꽁지 잡고 늘어졌다.
배분된 전시 면적을 생각하니 작은 사진으로는 어려워 롤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액자 없이 걸려니 두터운 종이를 사용해야 할 것 같아 거친 파인아트지를 선택했다.

사진은 ‘두메산골 사람들’중 네 장이 이미 선정되어 있었고,

용지는 미리 한 롤 준비해 두었기에 걱정할 것 없었지만, 잉크가 문제였다.
두 가지 색이 바닥을 보이고 있지만, 일요일이라 주문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한 장이라도 실패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마누라 협박에 잔득 주눅 들었다.
드디어 프린트가 시작되었다. 프린트기 돌아가는 소리에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는데,
프린트농도는 적당했지만 사방의 여백이 일정치 않았으나, 그냥 밀어붙였다.

좁은 작업실에 대형 사진이 나오니 제대로 운신할 틈도 없지만, 하늘이 도와주었다.
30센티미터 쯤 나온 걸, 다시 프린트 한 것 외에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잘 못 나와도 빼도 박도 못할 처지였지만, 한 장도 실수하지 않고 제대로 나왔다.
너무 좋았다. 마누라 프린트 솜씨가 신의 경지까지 갔다며, 추켜세웠다.

사진 네 장이 방 하나를 가득 메웠는데, 의외의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여지 것 풍경 같은 다른 사진들은 롤지 규격대로 뽑아 보았지만,

‘두메산골 사람들‘은 1미터를 초과한 적이 없었으나 만족스러웠다.

다섯 점만 프린트 할 수 있는, 이 사진의 에디션넘버를 적은 노트를 뒤적여보니,

하나같이 3번까지 남의 손에 넘어가, 두 장밖에 뽑을 수 없는 사진들이었다.
한 장은 남겨두어야 하니, 이번 프린트가 마지막이나 다름없었다.

그 다음 문제는 사진의 디스플레이였다.

액자 없이 큰 사진을 전시하려면 사방을 고정하는 핀이 그에 걸맞게 육중해야 되기 때문이다.

내일 청계천에 가서 육중한 볼트를 구해 침을 용접할 작정인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신이시여! 제발 쪽팔리지 않게 도와주소서!


사진.글  / 조문호






 

얼마나 천했으면 개망초란 이름을 붙였겠는가?
한 여름, 잠간만 집을 비워도 지천이 개망초 밭으로 변해 버린다.
메밀꽃처럼 하얗게 무리 진 개망초 꽃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빈집의 상징’이라는 주변 충고에 시들 때까지 기다려 주지도 못한다.
그래도 못난 늙은이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며, 내 년에 사용할 퇴비로 기꺼이 죽어준다.

 

윗 사진은 17년 전 찍은 삼척 도계읍 차구리의 김지석(당시83세)씨로 ‘두메산골 사람들'사진집에서 옮겼다.

아래 사진은 8년 전 정영신씨가 찍은 사진으로 가족사진첩에서 옮겼다.

 

 

 

 

 

 

 

 

 

 

 

 

 

 

 

 

 

 

 

 

 

 


삼척시 도계읍 차구리 김지석(83세)

정선읍 귤암리 최돈연 (82)

정선읍 귤암리 최종대(51세), 이선녀(48세)

정선읍 신월리 김춘자(78세)

삼척시 도계읍 차구리 이순자(69세)

삼척시 도계읍 늑구리 함윤호(69세), 김종옥(69세)

삼척시 도계읍 산기리 김은규(64세)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 홍건표(69세)

삼척시 도계읍 산기리 김명규(61세)

정선군 북면 구절리 정용석(62세)

정선군 임계면 고양리 진학선(72세)

정선읍 신월리 최덕남 (85세)

삼척시 하장면 갈전리 남극준(64세)

평창군 미탄면 백운리 엄장섭 (72세)

정선읍 귤암리 유춘식(5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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