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은 하릴없이 동자동을 돌아다녔다




앰블랜스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더니, 누군가 구급차에 실려 간다,
동자동에선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게 흔한 일이라 다들 죽음조차 초연하다.
저승 대기소 같은 쪽방에서 죽을 날만 기다린다. 



 
어린이 없는 '새꿈어린이공원'은 날씨가 쌀쌀해 그런지 한산했다.
김용철, 김정호씨가 공원을 어슬렁거렸고, 한 노인은 어설프게 기타를 쳤다.
햇살을 받은 막바지 단풍이 공원을 붉게 물들였건만, 아름답고 정겨워야 할 공원이 왜 처연하게 느껴질까?




하루하루를 희망 없이 사는 사람들은 술이 약이다.
공원 앞 쓰레기터에 자리 잡은 지경학씨 노숙 텐트는 술꾼들 아지트다.
눈치 보이는 공원보다 다들 이곳으로 몰려든다. 




그 날은 윤 용, 황우현씨 등 여러 명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지경학씨는 술자리에서 물러나 의자에 앉았는데, 오랜 노숙생활에 찌들어 연신 콜록거렸다.




전기장판이라도 사용하게 어디 전기 좀 끌어올 수 없냐고 물었더니, 꿈도 못 꾼단다.

안 그래도 구청에서 빨리 철거하라는 독촉이 빗발쳐 다른 데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황교안이는 청와대 앞에서도 전기를 끌어와 전기난로까지 켰는데,
너는 왜 안 되냐?“며 염장 지르는 소리를 해댔다.
권력 있는 놈과 거지가 같을 수 있겠나? 평등이란 말은 사전에나 존재한다.




좀 있으니, 목발 짚은 이준기씨가 절뚝이며 나타났다.
나도 올 때 술을 사왔으나, 이준기씨도 사와 술이 넘쳤다.
이곳은 술 담배 인심 하나는 끝내주는 곳이다. 아무나 사고 아무나 마신다.
비둘기조차 같이 먹는다.



좀 있으니, 벌침 놓아주는 젊은이가 나타났다.
몇 년 전부터 동자동을 들락거리는 양반인데, 몸 아픈 사람에게 벌침을 놓아준다.
어디서 잡아오는지 벌을 프라스틱 통에 담아 다니며 공짜로 놓아 주지만, 난 한 번도 맞은 적이 없다.




이 날도 벌침을 한 번 맞아 보라고 권했다.
매번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정력도 좋아지냐고 물었더니 손가락 등에 맞으란다.
핀센트로 벌을 끄집어 내 한 방 놓았는데, 따끔하긴 했으나 간단이 끝났다.
이 나이에 정력이 좋아 진들 어디에 쓰랴?




술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는 군대이야기 아니면 잘 나갈 때 이야기뿐이다,
다들 시간만 보내고 사는지라 “세월이 약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 날은 황씨가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절호의 찬스가 생겼으나 놓쳤다는 것이다.
나쁜 짓이라 거절했는데, 제안만 받아들였다면 팔자가 달라졌을 것이라 했다.
생각할수록 후회스럽다며, 일생에 한 번 밖에 오지 않는 기회를 놓쳐 평생 고생한다고 했다




내가 한 마디 거들었다.
“돈과 권력은 언젠가 사라져도 가오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사진, 글 / 조문호
















외로운 쪽방 사람들을 위해 서로 짝 지어주는 일은 어떨까?

하루 종일 티브이만 보고 있는 것 보다 서로 말벗이 되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밥도 같이 해 먹으니 서로 편하지만,

아프면 도와줄 수 있어 혼자 쓸쓸히 죽는 고독사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일은 동자동 사는 김용철씨가 ‘해 뜨는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단다.
몇일 전, 김치 나누어 주는 곳에서 만났는데, 방세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며 엄청 좋아했다.






‘해 뜨는 집’은 서울시가 2013년 경, 달세 상승을 막기 위해 만든 쪽방인데,

동자동 저렴 쪽방 110개 중 절반에 가까운 51개가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러나 건물 외벽만 노란 페인트로 꾸며 놓았지, 시설은 다른 쪽방과 다를 바 없다.

한 평 남짓의 좁은 방에 공동화장실을 사용하지만, 달세가 한 달에 16만원이다.

23만원에서 30만원 정도하는 다른 쪽방에 비하면 훨씬 싸다.






그렇지만, 동자동 쪽방주민이 사는 숫자의 10분의 1정도니,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 죽어 나가야 방이 비니, 운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는 방이다.
김용철씨가 옮긴 방은 먼저 사용하던 방과 크기는 비슷하나, 한 달에 14만원을 절약할 수 있단다.

있는 사람에게는 14만원이 별것 아닐 수도 있으나,

한 달에 40만 원 정도로 살아가야 하는 쪽방 주민에게는 큰 돈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 오전 10시무렵, 이삿짐 옮겨주려 갔더니, 벌써 옮겨 놓았더라.

하기야! 짐이래야 별것 없으니 몇 번 들어 옮기면 끝이다.

김용철씨는 마지막 남은 티브이를 가지러 갔다며 없고,

옮겨 놓은 짐은 이웃의 김정심씨가 정리해 주고 있었다.

자기 살림처럼 얼마나 알뜰하게 챙겨주는지 고마웠다.





그런데 냉장고도 없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겠다.

큰 병에 담아둔 커피를 마시라며 한 잔 따라주는데, 맛을 보니 변해 있었다.

좀 있으니, 낑낑대며 티브이를 들고 오는데, 그 것도 고장 난 티브이라는 것이다.

나오지 않는 고물 티브이를 버리지, 왜 힘들게 챙겨 와 선반 위에 모셔둘까?






그런데, 여지 것 김용철씨를 비슷한 연배로 생각하고 반말을 찍찍했는데,

주민등록증을 보니 여든 네 살이었다. 무려 열두 살이나 많은 대선배였다.

겉으로 젊게 보여, 속으로 김정심씨와 같이 살면 서로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지 한 번 물어보아야 겠다.





마음만 맞다면야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둘이 살기는 좁지만, 두 사람 방세 모아 큰방으로 옮기면 될일이다.

중매를 잘하면 술이 석잔이고 잘 못하면 빰이 세대라지만,

빰 맞을 각오로 한 번 추진해 보아야 겠다.



사진, 글 / 조문호














박춘화의 "홀씨, 빛을 머금다"



지난 토요일은 근육통으로 아픈 다리를 끌고 충무로에 갔다.
한가하게 전시장 돌아다닐 처지가 아니건만, 약속을 마루는 것도 편치 않아서다.
박춘화씨의 ‘홀씨, 빛을 머금다“전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김용철의 ’추억으로 간 기차‘는 반도갤러리‘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경의선을 찍은 김용철의 ‘추억 속으로 간 기차’는 제목처럼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80년대부터 90년대 까지 10년간 한 가지 주제로 기록한 끈기도 대단하지만,

주제를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이나 전시된 사진 프린트 까지 빈틈 없었다.

세월의 무게가 실린 사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장에 가는 할머니와 연인들, 휴가 나온 군인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아득한 추억을 불러들였다.



김용철의 ’추억으로 간 기차"



대개의 다큐사진가들이 먼 훗날을 의식하며 찍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김용철씨의 사진을 둘러보며 느낀 생각은 마치 오늘을 내다 본 듯 보였다.

왜냐하면 사진 한 장 한 장에 사라짐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전을 소개하는 텍스트에 나란히 붙여놓은 승차권도 뒷 받침했다.

사진을 찍기 위했거나, 연애를 걸거나, 직장을 가거나,

기차 탈 때 구입한 승차권을 보관해 둔 것이다. 마치 역사학자처럼...

그 열차표에 찍힌 역명과 요금, 개찰 때 펀치로 찍은 승차권 구멍까지, 그 시절로 되돌렸다.

열차요금도 170원에서 250원 등 도착역에 따라 다양했다.


“그래, 좋은 사진이란 바로 이런거야! 거창한 내용이 아니라 소소한 삶을 일깨우고 잔잔한 감정을 건드리는...”


전시작을 돌아보고 나오며 한 가닥 기대도 가졌다.

"문산역에서 끈긴 경의선이 평화무드에 편승해 신의주까지 가는 날을 생전에 볼 수 있지 않을까?"



박춘화의 "홀씨, 빛을 머금다"



‘갤러리 브레송’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전시장을 지키고 있던 사진가 박춘화씨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 분과의 첫 만남은 ‘민족사진가협회’ 회원전에서 처음 만났으니, 20년은 족히 된 것 같다.


지난 해에는 ‘닿음 내림’이란 제목 처럼 다소 난해한 전시를 열었고,

이번에 보여주는 전시는 마치 민들레의 생태사진 같은 ‘홀씨, 빛을 머금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생태사진이 아니라 홀씨의 외형을 통해 작가의 종교적 사유를 담고 있었다.


김용철씨의 ‘경의선’이 객관적인 사진이라면 박춘화씨의 사진은 철저하게 주관적이다.

작업노트는 물론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아 관객에게 불친절하기도 이를 데 없다.

당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의미를 찾으라는 것이다.


작년에 보여준 작품들은 말라비틀어진 나목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허무주의로 이끌었고,

이번의 ‘홀씨’전은 또 다른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박춘화의 "홀씨, 빛을 머금다"



‘홀씨’전에 등장하는 소재는 대체로 네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즉 민들레 홀씨와 해, 그리고 십자가와 나비다.

홍순원 목사의 말처럼, 해는 하나님이요 십자가는 예수, 나비는 부활을 뜻할게다.

홀씨는 바람타고 자유로이 날아가 곳곳에 전파되는 성령이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생명을 의미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몇 장 사진으로 크게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대부분의 홀씨가 어둡게 묘사되어 있었다. 지옥도 같은 오늘의 현실을 말하는 것일까?

아무튼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사진이다.





박춘화 “홀씨, 빛을 머금다“전은 8일까지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리고,

김용철의 ”추억으로 간 기차“는 14일까지 ‘반도갤러리”에서 열린다.



그리고 ‘눈빛출판사’에서 김용철의 ‘경의선’ 사진집도 나왔다.

132쪽에 100여점 실린 사진집 가격은 20,000원이다.




 
전시장에서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 몸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일거리를 만들지 않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약속도 술만 한 잔 들어가면 사정없이 무너진다. 어떻게 술만 들어가면 그렇게 용감해 질 수 있을까?

그래서 요즘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음주사진이다.






이날 저녁에는 전시작가 박춘화씨를 비롯하여 ‘브레송’의 김남진관장, 사진가 김영호씨가 어울려

충무로 해물탕(옛 조방낙지)에서 한 잔 했다.


그 넓은 가게에 손님이라고는 우리 뿐 이었는데, 날씨가 더워 그런지 요즘 장사 되는 집이 별로없다.

그런데, 환장하겠더라. 나보다 더 잘생긴 문호가 아니라 문어가 안주로 나왔는데, 

문어 킬러 김남진씨와 김영호씨 한 테 문어 좆 돼버렸다.



사진, 글 / 조문호







5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려


권용택작 '촛불이 햇불되어'


암울한 시국을 예술로 저항하는 ‘순실뎐’이 지난30일 오후 5시에 개막되어 오는 12월5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강원도 리얼리즘 성향의 예술가들이 마련한 이 전시는 서울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병신무란 하야제’에 이은 두 번째 시국 전이다.



황재형작 '소가 넘어간다'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하는 예술가들의 저항전은 광주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형순(미술평론가)씨는 “시국선언이 쏟아질 때 우리 예술가들은 촛불의 머릿수 하나를 채우는

일만으로는 부끄러움을 피할 수 없었다.



황효창작 '웃기는 세상'


시국선언과 같은 시국 전시회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리얼리즘 작가로서의 ‘책임’이라는 데 뜻이 모였다”고 말했다.


“속아 넘어가다”를 풍자한 황재형씨의 작품 ‘소가 넘어가다’는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 되는 날 그린 작품으로,

작가의 분노가 그대로 화폭에 녹아 있었다.



박종혁 작 '그래도나는부자다'


황효창 작가의 ‘웃기는 세상‘은 인형을 통해 그들을 조롱하였고,

촛불이 횃불 되어’를 선보인 권용택 작가는 춘천 지역 국회의원 김진태씨가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한 발언을 겨냥해, 촛불이 들불로 번지는 것을 형상화했다.



류정호 작가, '근본이 흔들리면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박종혁 작가의 ‘그래도 나는 부자다“는 난장판인 시국에 버텨선 밝은 가족의 모습을 통해 한 가닥 희망을 제기하였으며,

삽자루를 탁자의 다리와 받침으로 활용한 목공예가 류정호의 작품은 ’근본이 흔들리면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김진열 작 '집단 우울증'



길종갑 작가의 ’촛불집회‘는 광화문 집회현장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하였으며,

김진열의 ’집단우울증‘은 김을 붙여 진태란 글만 표기하기도 하고, 새 열 마리를 그려 ’씹새들이 좆이로구나‘며 국정농단을 힐난했다.


김용철 작 '코리안 나이트'


김용철 작가의 ‘코리안 나이트’는 권력을 감싸고 있는 돈과 잡신들로 현 시국을 비판하였으며,

사진가 조문호는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과 ‘시국 몸짓’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조문호 작 '분노의 몸짓'



김대영 작가의 ’농단-자멸‘은 뒤엉킨 시국현실을 추상적으로 암시하였으며,

침몰하는 세월호의 아픔을 의혹으로 표현한 서숙희의 ’안면수심‘은 마음이 아팠다.



김대영 작 '농단-자멸'



이 밖에도 신대엽, 이광택, 백중기, 전형근, 박은경, 박종혁 작가 등 16명이 발표한 40여점의 작품들이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신랄하게 비판, 조롱하고 있었다.



서숙희작 '안면수심'


그리고 80년대 시국 작품들도 몇 점 선보였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광혁 작 '하야기원탑'외



황재형 작가는 “비선에 의한 국정농단, 국정교과서의 파행, 예술가들의 블랙리스트 작성,

독점적 소수가 추진한 문화융성 등 현 시국이 우리를 그냥 있지 않게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암울한 시대에 / 그때도 역시 노래하게 될 것인가? / 그 때도 역시 노래하게 될 것이다 /

암울한 시대에 대해’ 혁명을 노래한 독일 시인 브레히트의 시 ‘모토’를 떠올리는 시국 특별전이다.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2016년 12월2일 / 조문호기자/사진가



황재형작 '알혼섬' 2016 캔버스에 연필 162.2X112.1cm



‘춘천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강렬하게, 리얼하게” -바이칼에서 강원 춘천까지-가 26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난13일에는 역사학자 주재혁의 ‘바이칼과 아리랑’에 대한 강연도 있었다.
“바이칼호반 원주민 부리아드 코리족은 코리안(고려인)이란 종족이름을 가졌다, 이태리인처럼 가창력이 뛰어난 바이칼호반 코리족들은 ‘아리랑’가락이 본래 당신네 가락이 아니고 우리 가락이었다고 말했다”며 우리 민족의 뿌리였음을 강조했다.



길종갑작 '바이칼 답사기' 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
 

개막식에는 참여작가인 권용택, 김대영, 김용철, 길종갑, 서숙희, 신대엽, 이재삼, 황재형, 황효창씨를 비롯하여 미술평론가 최형순, 춘천문화재단 상임이사 이치호, 화가 함 섭, 장경호, 노용춘, 전강호, 도예가 신동여, 사진가 정영신, 하재은, 최용주, 목공예가 류정호, 시나리오작가 최근모 등 100여명이 참석했으나, 대개 모르는 분이 많았다.



권용택작 '바이칼-오대산천까지' 2016 캔버스에 아크릴, 먹 324X260.6



이 전시는 바이칼 현장답사를 해가며 우리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으려는 기획 의도는 좋았으나, 준비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그러나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민족 원형의 동질성이 작품 여기 저기 드러나 있고, 작품 곳곳에 선조들의 영혼이 떠도 는 것 같았다. 



이재삼작 '달빛' 2016 charcoal on canvas 80x194cm


 
이재삼의 작품 ‘달빛’은 ‘저 알혼섬이 영혼의 섬은 아닐까?’하는 몽환적 분위기로 끌어들였다. 물안개의 미묘한 질감 또한 이재삼의 목탄화가 아니면 아무도 살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황재형 역시 목탄으로 그린 작품이 있었다. 높은 절벽아래 이는 물빛을 담은 알혼섬’이란 작품은 대자연의 위엄 속에 마치 선조들의 혼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권용택의 작품 ‘바이칼-오대산천까지’는 바이칼에서 시작된 우리민족의 이동경로가 느껴지고 있었다. 수원화성과 오대산, 바이칼에 이르는 대서사가 한 프레임에 나누어지고 있었지만, 이질감 없는 동질성으로 응축되었다.
 


황효창작 '바이칼의 혼'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cm



인형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황효창의 ‘바이칼의 혼’은 나무에 얼 킨 오방색 천으로 우리 무속신앙의 원형을 보여주었으며, 길종갑의 작품 ‘바이칼 답사기’의 강렬한 원색적 터치는, 알혼 섬이 맑고 깊은 생동의 기운으로 넘치게 했다. 김대영의 ‘알혼섬의 사랑바위’는 그의 방식대로 오방색과 왕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바이칼을 시원의 의미를 가진 민족의 양수로 표현하고 있었다. 김용철의 ‘바이칼의 노래’는 아리랑이라는 음악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동질성을 나타냈다.



김용철작 '바이칼의 노래' 2016 한지위의 아크릴릭 250x90cm



  서숙희작 '바이칼 가는 길-샤먼을 부르는 바람' 2016 리넨에 아크릴채색 117x73cm



또한 서숙희의 ‘샤먼을 부르는 바람’이라는 작품은 바이칼에 이는 바람을 그렸는데, 그 시적 분위기가 독창적이었다. 신대엽의 ‘아무 것도 아닌, 그러나 모든 것인’이란 작품은 옛 풍속도나 신선도처럼 시간을 초월하는 묘미가 있었다. 우리민족 고유의 가락 잡힌 낙천성이 깃들어 있었다. 난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사람에서 찾았기에, 실 한 올 걸치지 않은 남자의 몸을 바이칼 호수 변에 세우기도 했다. 




 신대엽작 '아무 것도 아닌, 그러나 모든 것인' 2016 리넨에 먹과 채색 210x400cm



전시장을 메운 작품들은 텅 빈 가슴을 어루만지는 한 구절의 시, 내면에 깃든 잠재력을 일깨우는 음악, 새로운 힘이 솟게 하는 춤사위 같이 감상자들을 피안의 세계로 끌어들이며, 우리의 장대한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김대영작 '알혼섬의 사랑바위'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x130,3cm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최형순은 서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작가들이 바이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담은 아리랑으로 펼치는 우리민족의 이야기가 다채롭다. 강원도 작가들의 전국적인 유명세도 상상이상이다. 불의에 기웃대지 않는 작가적 자존심도 그 크기에 못지않다. 살아있는 땅의 역사에 살을 부비며 그 안에 깊숙이 배어있던 모습들도 그대로 들추어냈다.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려하는 진실의 태도를 거기서 배운다. 미래를 맞는 준비도 거기서 가능하다. 이들이 펼치는 그 미술 자체가 겨레의 노래이며 아리랑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글 / 조문호



조문호 작 '바이칼에서 길종갑' 2016 잉크젯프린트 110x 210cm








 


사진- 좌로부터 전시기획자 최형순씨와 참여작가 길종갑, 김대영, 서숙희, 조문호, 권용택, 신대엽, 황효창, 김용철, 황재형씨



‘춘천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강렬하게, 리얼하게” -바이칼에서 강원 춘천까지-전시가

지난 13일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개막되었다.

이 전시가 기획되며, 오월 중순경 바이칼 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만을 토로하며 망설이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바이칼 답사를 떠나는 취지는 이해되었으나 기간이 너무 임박해 자칫 중구난방의 전시가 될 확률이 높은데다,

결국 참여 작가들의 작업비를 여행경비로 소진하는 것이 가난한 작가 입장에서는 열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 웃기는 것은 내가 내놓은 남자 알몸 사진을 두고 말이 많았다는 것이다.
집행부를 향한 길종갑씨의 투덜거림으로 대충은 짐작했지만, 뒤늦게 황화백이 귀띔해 준 것이다.

‘춘천문화재단’ 관계자들의 생각인지, 미리 겁먹은 기획자 최형순씨의 생각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보수적인 안목으로 어떻게 전시를 추진하는지 걱정스러웠다.

전시장에 도착하니, 역사학자 주재혁씨의 ‘바이칼과 아리랑’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끝날 시간이 다 되어 사진만 찍고 강연은 듣지도 못했다. 그마저 멀리서 온 분들이 기다리고 있어 입구로 나와 버렸다.

화가 장경호씨를 비롯하여, 오래 전 모델에 되어주었던 도예가 신동여씨와, 화가 전강호씨가 와 준 것이다.

당사자들을 자신의 사진 앞에 세워 기념사진을 남기려는데, 갑자기 ‘우두둑 꽝’하는 굉음이 전시장을 메웠다.

돌아보니 강의 듣던 황재형화백이 뒤로 나 자빠지고 있었다.

황소 같은 황형의 무게를 프라스틱 의자가 감당하지 못해 의자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몸은 커지만 예민한 양반이라 살아남았지, 나같이 멍청한 사람이라면 뇌진탕으로 갈 뻔한 사고였다.

정말 황화백은 대단한 분이었다. 바이칼 답사 때도 사진과 동영상으로 세세히 기록하는 열성을 보이더니,

출품작 여덟 점 중 전부가 바이칼을 소재로 한 신작이었다.

불과 한 달 보름동안 그 대작들을 다 그렸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다른 분들은 한 두 점도 힘들게 마무리했다는데, 이건 꼼짝 않고 그림에만 메 달렸다는 이야기다.

그의 투철한 작가정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막시간이 가까워오자 한 사람 두 사람 몰려들기 시작했다.
'춘천문화재단' 이치호 상임이사, 화가 함 섭, 노용춘, 사진가 정영신과 하재은씨, 목공예가 류정호씨,

시나리오 작가 최근모씨, ‘아트인라이프’상임이사 최용주씨가 있었으나, 대개 모르는 분이 많았다.

미술평론가 최형순씨의 간단한 작가소개가 있은 후, 황재형, 이재삼씨가 나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작품들을 둘러보다, 참여 작가들의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모두 불러 모았다.

아내더러 사진을 찍으라고 카메라를 넘겨주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이재삼씨가 빠져있었다.

찍기 직전에 분명히 전시장에 있었는데, 어디로 빠졌을까? 귀가 막힐 노릇이었다.

어쨌든 이차까지 넘어 간 뒤풀이에서 꼴리는 대로 놀았고, 술도 어지간히 마셨다.
두 번 째 납치되어 간 곳은 어느 전망 좋은 호수 가였는데, ‘갤러리 파코도노’라 적혀 있었다.
놀란 토끼처럼 전시장을 비롯해 여기 저기 돌아다녔는데, 한 쪽에는 노래방기계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막걸리와 소주는 없을 것 같았는데, 대신 위스키가 나왔다. 누구 주머니를 터는지는 몰라도 신나 부렀다.

오랜만에 촌놈 목구멍에 때 벗기느라 바빴다, 술 마시랴! 사진 박으랴! 춤추랴! 노래 부르랴! 정신없었다.

아! 그런데 밤 열시가 되니 슬슬 불안해 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지막 전철이라도 탈 요량으로 살그머니 빠져 나와 버렸다. 재미있게 노는데, 간다면 판 깨기 십상이잖아.

그런데 그곳이 어딘지 한참을 걸어 나왔는데도, 택시는 물론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가게하나 찾아 콜택시 전화번호를 얻긴 했지만, 상봉역이 종점인 전철만 남아 있었다.

살았다 싶어 퍼져 앉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들여다 보니 장경호 전화였다.

“아이쿠! 장경호를 남겨두었구나”, 뒤늦게 사태파악을 했으나, 아니나 다를까 전화통에다 지랄 같은 욕을 퍼부어 댔다.

 미안한 마음도 잠시 뿐, 너무 열 받아 전화를 끊어 버렸다.

술이 취해 잠에 빠져들었는데, 얼마나 잤는지 승무원이 깨웠다.

택시비 적게 내려고 상봉역에서 돌고 돌아 독립문이 종착지인 3호선을 간신히 탈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한시가 넘었는데 , 일찍 온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별일 없느냐고 묻기에 장경호를 흘리고 왔다 했더니, 당신 치매아니냐며 나무랐다.

“야! 고마 자빠져 자자. 알아서 하 것지. 지가 한 두 살 묵은 아가? ”


사진,글 / 조문호





























































































































황재형작 '칸차르다흐 2016 캔버스에 유채 162.2x112.1



"강렬하게, 리얼하게"

-바이칼에서 춘천까지-


최형순 / 미술평론가







황효창



바이칼의 혼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


광화문에서 2016 캔버스에 유채 200x200


광화문에서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 / 광화문에서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




길종갑


바이칼 답사기 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


화전 2014-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7점)


화악산기 2015-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





김대영



알혼섬의 사랑바위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 x 130.3


숲길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x 97


상춘의 봉의산길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x 97




김용철



바이칼의 노래 2016 한지 위의 아크릴릭 250x90







조문호



길종갑 2016 바이칼 110x210


김의권 1991 울산 언양 110x210


전강호 2008 양주 송추 110x210





권용택



바이칼-오대산천까지 캔버스에 아크릴, 먹 324.4x 260.6


오대천의 수달 2011 캔버스에 아크릴 162x 130


산불 2000 캔버스에 아크릴  184x 73





황재형


알혼섬 2016 캔버스에 연필 162.2x 112.1


역사는 선비와 함께 흐른다 2014,7 캔버스에 목탄과 짚신 259,1x 162,1


아! 이르쿠츠크 2016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97x162.2 /  33,4x53





이재삼



달빛- moonscape- 2016 charcoal on canvas 80x 194


달빛- moonscape- 2013 charcoal on canvas 227x 543


달빛- moonscape- 2009 charcoal on canvas 259x 582






서숙희



바이칼 가는 길 - 샤먼을 부르는 바람 2016 리넨에 아크릴 채색 117x 73


바이칼 가는 길 - 샤먼을 부르는 바람 2016 리넨에 아크릴 채색 162x 97


반짝이는 나무 2016 리넨에 아크릴 채색 116x 73





신대엽


아무 것도 아닌, 그러나 모든 것인 2016 리넨에 먹과 채색 210x 400

 번개시장 2007 순지에 먹과 엷은 색 200x 250


백작도 2015 순지에 먹과 엷은 색 162x 127







김용철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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