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따라 찾아 온 자선행사가 얼어붙은 동자동을 녹이고 있다.
뜸 했던 동자동 나눔 행사가 날씨 탓인지 연이어 열린 것이다.
작년에 이어 찾아 온 ‘KT임직원’들의 방한복 나눔과 ‘삼성’ 후원으로 ‘사랑의 열매’에서 주는 식료품 나눔이다.




지난 11월26일은 KT에서 방한복 나누어준다는 벽보가 나붙었다.
거지도 나름의 패션이 있어, 옷이라고 아무거나 입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옷을 줄줄이 걸어놓고, 순서대로 하나씩 골라 입게 했다.




매번 그렇지만, 여기 저기 살피고 사진 찍느라 꼬리 줄에 서기 마련인데, 작년에는 입을만한 옷이 없어 허탕 쳤다.
올해도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운이 좋은지 검은색 롱 패딩이 여러 개 남아 있었다.
눈 짐작으로 하나 골라 입었는데, 좀 무겁긴 해도 담요처럼 따뜻하며 부티까지 났다.




동자동의 많은 사내들이 같은 옷을 골라 입었는데, 똑같은 디자인의 헌옷이 모두 어디서 나왔을까?
옷 안쪽에 이름 적은 조그만 쪽지를 붙여놓은 걸 보니, 임직원에게 나누어 준 옷을 다시 수거한 것 같았다.




내가 받은 옷 주머니에는 젖어 말라붙은 휴지뭉치와 함께 오백원짜리 동전 하나가 들어 있었다.
주머니를 제대로 뒤지지 않고 넘긴 것 같으나, 보너스로 생각하고 잘 썼다.




지난 4일은 식료품 나누어 준다는 벽보가 나붙었다
이왕 줄 것이면 주민 숫자대로 주면 좋으련만 800개 선착순이라 적혀있었다.
그 부족한 200여개 때문에 또 긴 줄을 서야하지 않는가?
배분하는 쪽방상담소 담당자 머리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 날은 날씨가 추웠지만, 회원증을 바코드로 바꾸어 시간은 많이 단축되었다.
선물상자를 하나 받아 풀어보니, 쌀과 라면, 김, 통조림 등 꼭 필요한 식료품만 들어 있었다,




그리고 지난 2일에는 동사무소에서 떡값 받아 가라는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5만원이 들었는데, 명절도 아닌데 무슨 떡값일까?.
주더라도 수급비 통장에 넣어주면 될텐데,..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피차 번거롭지 않은가.




쪽방 촌에 신경 써 주는 것은 고맙기 그지없지만, 쪽방상담소의 줄세우는 관행은 여전했다.

동자동 밖의 다른 빈민들도 이처럼 줄 세워 도움 주는지 모르겠다.




옷 받는 날 서울역 지하도는 여전히 추위에 떠는 노숙자들이 많았다. 
쪽방이 없어 방한복이 더 절실한 그들은 왜 도움 받을 수 없을까?
거지도 쪽방 있는 거지와 쪽방 없는 거지를 차별 하네.




아무튼, 올 겨울 얼어 죽지 않도록 도와주어 고맙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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