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한 요즘의 정선시장은 따뜻한 호떡이 불티나게 팔립니다.

지나치는 사람마다 호떡으로 입을 가리고 다닌답니다.

그러나 호떡은 맛보기일 뿐, 시장 통엔 온갖 먹 거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땅콩은 솥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돌아가고,

토실토실한 찐빵은 김으로 자태를 감춰 유혹하고,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배추전은 아줌마 손놀림에 춤을 춥니다.

 

곤드레밥과 이 것 저것 사 먹느라 집집마다 사람들로 만원인데,

'메밀이야기' 골목의 '회동집'은 불난 집처럼 사람들이 몰려섰데요.

이 집 저 집 맛은 같은데, 유난히 유명세를 많이 탄 집이지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니 일단 먹고 봅시다.

다이어트란 말에 늘 주눅 들어 살지만, 옛말에 "먹는 것이 남는 것"이란 말도 있잖아요.

차만 없다면 황기막걸리 한 잔 했으면 딱 좋으련만... 

사진,글 / 조문호

 

 

 

 

 

 

 

 

 

 

 

 

 

 




예전에는 정선에 나올 때 마다 “오늘은 무얼 먹을까?”하는 고민이 늘 따랐다.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특별하게 좋아하는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손 쉽게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으나,
몇 년 전부터 정선시장에 가면 꼭 ‘곤드레밥’을 사 먹기 시작했다.

'정선아리랑시장' 블로거를 관리하면서 단골식당이 하나 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아,
여기 저기 다니며 곤드레 밥 잘 하는 집을 찾아 나선 것이다.
곤드레밥은 주재료인 나물과 쌀이 좋아야하지만, 밥을 언제 했느냐?
양념장이 제대로 되었느냐?에 따라 맛이 천지차이다.

우연히 시장 통 “메밀이야기” 먹자 골목에 산초기름 짜러 갔다가,

기름집 맡은 편의 ‘아우라지’식당에서 곤드레 밥을 시키게 된 것이다.
시장기도 일조 했겠지만, 그 날 진짜 곤드레 밥의 진수를 맛 보았다.
약간 찰기가 도는 밥도 좋았지만, 입에 씹히는 나물의 질감이나 두 가지 양념장도 좋아 

너무 맛있게 잘 먹은 것이다.

그 뒤 다시 가며, "그 날만 나물과 밥이 좋았던 게 아닐까?" 우려했으나 기우였다.
갈 때마다 금방 지은 밥처럼 찰기가 돌았고, 나물도 여전했다. 
그래서 시장 통의 ‘아우라지식당’ 단골 손님이 된 것이다. 
식당 주인인 최순자(57세)씨는 여느 가게 주인처럼 싹싹하거나 친절하진 않지만,
그냥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편하게 느껴진다. 

곤드레 밥집을 블로거에 소개하기 위해 인터뷰를 했더니, 마침 이웃동네 가탄에 산단다.
그 곳에서 직접 농사 지은 곤드레로 밥장사 한지가 십여 년이 넘었다고 한다.
최순자씨는 남편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나를 훤히 알고 있었다.

“에끼 이 사람아! 그러면 좀 아는 체하고, 손님 마시다 남은 소주라도 한 잔 권하지 그랬냐?”

 말이 입안에 맴돌지만 참았다. 천성이 그런 사람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 어머니들이 그랬다. 말은 잘 안 하지만 속에서 우러나는 정이 깊었던 것처럼...

 

 

사진,글 / 조문호

 

 

'아우라지 식당'은 정선아리랑시장 안의 '메밀이야기'먹자 길로 들어가면 막바지에 있다.

전화 033-562-0468

 

 

 



화전민이 먹던 구황음식서 참살이식품으로


 


사람 팔자 모르는 것처럼 음식 팔자도 알 수 없다. 요즘 거리음식의 대부분은 옛날 지배층이 먹던 고급음식이었다. 반면 예전에는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할 수 없이 먹던 음식들이 지금은 참살이식품이라는 이름으로 각광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가 곤드레밥이다.

곤드레밥은 강원도 산골 오지마을에서 곡식이 떨어진 화전민들이 굶주림을 면하려고 먹던 음식이다. 쌀은 진작 떨어진 데다 감자 옥수수마저 바닥나면 산나물인 곤드레를 따다 밥에 넣어 양을 부풀려 먹었다. 민요인 정선아리랑에 당시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한치 뒷산의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지/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게.’

한치 뒷산은 강원 정선군 동면에 있는 산 이름이고 곤드레, 딱죽이는 산나물 이름이다. 거친 산나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과 같아서 맛있게만 먹는다면 흉년에도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곤드레밥이 별미고 참살이식품으로 인기가 높지만 예전 산골사람들에게는 춘궁기를 굶지 않고 살아 넘길 수 있을지를 좌우하는 생명줄이었던 것이다.

지금의 곤드레밥은 쌀밥에다 곤드레나물을 넣은 후 양념장 등에 비벼 먹는다. 하지만 옛날 산골짜기 사람들이 춘궁기에 먹었던 진짜 곤드레밥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고 한다.

밥이 아니라 주로 곤드레나물에 콩나물을 잘게 잘라 섞어서 죽을 쑤어 먹었다. 그나마 곤드레나물마저 캐지 못하면 굶거나 다른 풀을 뜯어다 먹었는데 풀죽만 먹다 보니 부황이 들어 얼굴이 퉁퉁 붓는 등 고생을 했다.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화전민들이 먹었던 처절한 음식이 바로 곤드레밥이다.

곤드레밥 못지않은 음식이 또 있으니 도토리밥이다. 옛날 산간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가을이면 도토리를 따서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에 말린 도토리를 꺼내어 가루로 빻아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요즘 시각으로는 도토리로 묵을 만들면 맛도 좋고 허기도 메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배고픈 사람이 들으면 빵이 없으니 과자를 먹으라는 것과 비슷한 흰소리가 된다. 도토리를 빻아 묵을 만들면 양이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든다. 그러니 긴긴 겨울과 춘궁기 배고픔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도토리를 방아에 찧어 가루로 만든 후 콩이나 옥수수 등과 섞어서 도토리밥을 지으면 양도 푸짐한 것이 먹으면 든든해서 충분히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었다.

없이 살던 시절에는 이렇게 밥에다 다양한 나물이나 채소를 섞은 나물밥을 먹었다. 실제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나물을 넣어 짓는 밥의 종류가 적지 않다. 지금은 잘 알려진 곤드레밥을 비롯해 콩나물밥 시래기밥 김치밥이 있고 무밥에 쑥밥도 있다. 영역을 넓혀 보면 채소나 나물뿐만 아니라 감자밥 고구마밥과 도토리밥에 칡밥도 있다. 절에서는 감밥과 감잎밥도 지어 먹었다.

각종 나물이나 채소, 열매를 넣고 짓는 이런 밥은 원래는 모자란 곡식을 대신해 양을 불리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영양이 넘쳐 다이어트를 고민해야 하는 현대에는 대부분 별미가 됐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윤덕노<음식문화평론가>

 

최근 건강한 다이어트가 인기다. 건강을 고려치 않은 무리한 다이어트는 거식증과 요요현상 등과 같은 다이어트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다이어터들은 건강하게 먹으며 동시에 체중 감량도 꾀할 수 있는 음식을 찾고 있다. 이처럼 건강한 다이어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정선할매 곤드레밥의 ‘곤드레정식’을 추천한다.

고려엉겅퀴라고도 불리는 곤드레는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A 등의 영양이 풍부하다. 또한 소화가 잘 되고 부담이 없어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뿐만 아니라 열량이 낮고 섬유질이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곤드레정식의 메뉴 구성은 다음과 같다. 메인 요리인 곤드레밥을 비롯해 간장, 양념게장과 전병, 도토리묵, 된장찌개 외 12가지의 찬이 제공된다. 찬에 쓰이는 나물들은 강원도 정선에서 직접 공수해왔다고 한다. 참고로 정식은 2인 이상 주문 시 식사가 가능하다.

곤드레 나물 특유의 향이 매력적인 곤드레밥은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여기에 들기름이 어우러져 고소한 맛 또한 일품이다. 주인의 인심이 넉넉해 밥의 양도 비교적 푸짐하게 제공되는 편이다.

 

  
 

곤드레밥과 함께 제공되는 반찬들 또한 맛깔나다. 살이 실하고 짭짤한 맛이 특징인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밥도둑이란 별칭 값을 톡톡히 한다. 전병은 속의 면발이 자아내는 탄력이 훌륭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소량의 소금과 설탕으로만 간을 해 전병의 맛이 다소 싱겁다고 느낄 수 있으나 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에 부합하는 건강식으로 손색없다. 된장찌개 역시 구수한 맛을 자랑하며 입맛을 돋우는데 한몫한다.

 

정선할매 곤드레밥 ADD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29-17

TEL 02-735-2356

 MENU 곤드레정식, 딱주기정식, 만드레정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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