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개막된 정영신의 ‘장에 가자’ 사진전이 10일간의 일정을 잘 마무리했다.

 

그동안 전시를 하면 아는 분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거나 여러 통로로 알려왔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예전과 달라 별도의 초대를 하지 않았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때라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가 있어 페이스 북으로만 알렸다.

 

그래서인지 인사동과 관련된 오래된 지인들이 많이 빠졌다.

그러나 전시 작품을 보러 오거나 책을 구입하기 위해 들리는

순수한 수요층이 많았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성과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을 찾아주시거나,

책을 구입하는 등 성원해 주신 많은 페친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덕분에 ‘장에 가자’ 책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아래 사진은 지난17일부터 전시가 마무리된 20일까지 방문한 분의 모습과 전시장 풍경이다.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전시장에 들린 분들을 모두 기록하려 했으나, 미처 빠트린 분도 많았다.

받은 것만큼 돌려 드린다는 다짐으로 꼼꼼히 챙겨왔으나 말처럼 쉽지 않았다.

 

지난 17일은 사진을 찍기 위해 뒷걸음질 치다 턱에 걸려 뒤로 넘어지는 봉변을 당했다.

넘어지며 오른 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오른 손에 잡혀있던 카메라가 바닥에 부딪혀 렌즈가 망가져 버렸다.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몸은 별로 다치지 않았다.

카메라를 놓았다면 그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 텐데, 욕심이 일을 키운 셈이다.

 

니콘AS센터에 갔더니, 단종된 카메라라 렌즈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혹시나 알 수 없어 카메라는 두고 왔으니, 이젠 사진도 찍을 수 없게 되었다.

정영신씨 카메라로 가끔 찍었지만, 총 잃은 병사에 다름아니다.

 

정오 무렵에는 ‘눈빛’의 이규상대표가 전시장을 방문하여

김남진관장과 함께 충무로 ‘뚝배기집’에서 미역국을 먹었다.

그 날 이규상씨로부터 듣게 된 따끈한 소식은 홍대부근에 개장한

‘예술산책’ 책방에다 고객을 위한 작은 갤러리를 만든단다.

그 곳에서 정영신의 ‘장에 가자’전을 다시 열자고 했다.

 

시나리오 작가 최건모씨는 불광서점에서 사인회를 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이 것 저 것 가리지 않고 책 판매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작정이다.

 

그날은 짐 때문에 차를 끌고 나와, 온 종일 주차문제에 시달려야 했다.

충무로는 타 지역보다 주차비가 비싸 전시장을 지키고 싶어도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동자동으로 이동하여 빈자리에 차를 세우고 모처럼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컴퓨터 켜기가 무섭게 예술감독 안애경씨가 전시장에 들렸다는 연락이 왔다.

 

차를 두고 지하철로 달려갔는데, 인사도 나누기 전에 차 빼 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안애경씨가 주차한 곳까지 태워 주었는데,

손님에게 굳은 일을 시키는 부담을 안기고 말았다.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오니 에니메이션감독 주흥수씨와 화가 유준씨가 전시장을 찾아왔다.

주감독과 만날 약속은 일찍부터 한 터라 저녁식사라도 함께 할 작정이었으나,

약속이 겹쳐 잔시장을 비울 수가 없었다.

 

뒤늦게 나타난 조준영교수와 저녁식사를 하러 갔으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차 때문에 술 한 잔 마실 수도 없었는데, 하루 종일 저 놈의 차가 내 발목을 잡았다.

 

전시기간 동안 동자동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 내가 없는 사이 다녀간 분도 많았다.

사진가로는 헤이리에서 ‘갤러리 움’을 운영하는 권홍, 이경희부부를 비롯하여

제이 안, 양시영, 윤성광씨가 다녀갔고, 화가 전인경씨와 전인미, 조경석, 심금숙, 심경애, 김인숙,

문금희, 박상문, 조한곤, 류순이, 강선준, 한동일, 김지욱, 이창수, 박성득, 이경애. 정진택,

박경애, 유현동, 한승훈, 김순남, 채재웅, 김욱수, 권병준, 조영기, 조용모, 정혜령씨 등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다녀갔더라.

 

그 이틀 날은 사진가 김수길씨와 이민씨를 전시장에서 만났는데,

김수길씨는 어디가 아팠는지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아마 이화마을 빨래줄 전시를 치르느라 힘들었던 모양이다.

 

늦은 시간에는 고향 후배인 사진가 하재은씨가 찾아왔다.

요즘은 페북에 통 보이질 않아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는데,

그 사이 목동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등 바쁜 일이 많았단다.

이사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던 앱숀 프린트기도 처분했다고 한다.

 

하재은씨는 한 때 외국 시장을 주제로 작업을 했으나,

지금은 고향의 사계를 집중적으로 기록한다고 했다.

그 날 드론으로 공중 촬영된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고향인 영산의 가을이 그토록 아름다운 줄은 미처 몰랐다.

 

지난 19일은 공윤희씨와 최석우씨가 찾아 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최석우씨가 전시장 바로 옆에 있는 일식집으로 가자는데, 평생 일식집은 처음이라 망설여졌다.

유별나게 일본을 싫어해 그동안 일본여행은 물론 스시집 마저 철저하게 외면했지만,

손님의 배려를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음식 값이 비싸기는 해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정영신씨 말에

한 번도 데려가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전시가 끝나는 20일은 정오 무렵에야 전시장에 나갔는데,

아들 조햇님과 ‘진인진출판사’의 김태진 대표가 와 있었다.

아마 정의당 동지로서 가까운 사이 같았다.

 

김태진씨는 ‘장에 가자’ 책 내용이 좋아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분에게

선물할 책을 여러 권 구입해 와서 서명을 받아 갔다.

많은 책을 구입해 준 것만도 고마운데, 작품까지 한 점 사주었다.

인사치레만이 아니라 고향을 그립게 하는 정감도 한 몫 한 것 같았다.

 

이번 전시의 작품판매는 곽명우씨가 사간 작품에 이어 두 번째인데, 너무 고마웠다.

여지것 살아오며 많은 전시를 치러 왔으나, 손해 보는 줄 알면서도 치루는 병중의 큰 병이다.

경제적 손실보다 그 곳에 쏟아 붓는 공력 또한 여간 아니기 때문이다.

난, 전시를 열어준다고 해도 한사코 손사래를 쳐 왔으나, 정영신씨 경우는 달랐다.

어렵사리 책을 내준 출판사 사정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진집으로 대중성을 갖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지만,

이 책은 따뜻한 이야기 거리가 담겨있어 대중성에 기대 걸만도 했다.

다행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사는 정이 그리운 때라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것 같았다.

 

출판사의 주도면밀한 접근으로 일단은 출판 몇 일만에

재판에 들어갈 정도로 잘 팔리는 책으로 낙점 되었다.

 어쩌면 이 전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뒤 이어 사진가 이동준씨와 강정효씨가 나타났는데,

제주에서 온 강정효씨는 다음에 전시할 작가였다.

남태영씨의 도움을 받아 작품 철수에 들어갔는데, 액자가 없으니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저녁에 전시를 끝낸 기념파티를 ‘뮤아트’ 김상현씨가 마련한다는데,

점염병이 기승을 부려 지인들을 마음 편히 초대할 수도 없었다.

 

아무튼, 전시를 추진한 김남진관장을 비롯하여

도움준 많은 분들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사진: 정영신 / 글: 조문호

 

'장이 가자' 책을 소개한 신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blog.daum.net/mun6144/5805

 

 

 

 

 

 

경향신문 / 문주영기자  (20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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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속 이미지] 문화의 옷을 입은 장터

 

장에 가자/정영신 글·사진/이숲/246쪽/1만 8000원 

 

게 다리를 집어들고 싱싱함을 강조하는 할머니의 표정이 활기차다. 시골 장터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온기가 아닐까 싶다.

34년간 시골 장터만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작가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한 5일장 풍경을 모았다. 담양, 예천, 영암, 청양, 순창, 남원 등 전국 22개 장터에서 찍은 흑백사진이 가득하다. 아무런 기교도 부리지 않고 특정 설정을 하지 않은 채, 그저 있는 그대로 모습을 담았을 뿐인데 작가의 따뜻한 시선까지 느껴진다. 장터 풍경, 사람들 모습뿐 아니라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본다. 오일장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함께 소개한다. 포토 에세이로, 혹은 장터 가이드북으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서울신문 /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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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정영신 글·사진.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34년 동안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이번 책은 전작들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 취재한 게 아니라 그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도 함께 돌아봤다.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로 전국 22개 장터와 그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한 것이다. 흑백사진은 물론 글 또한 향수 어린 시골의 정감이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럽게 묻어난다. 저자는 '움직이는 박물관, 시골장터'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저자는 책의 출간을 기념해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사진전을 연다. 이 전시회에서는 저자와 방문객이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숲. 248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 임형두 기자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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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정영신, 전국 장터 모습 담은 책 '장에 가자' 펴내

 

정영신, 담양장. 제공|이숲

 

사진가 정영신 작가가 시골장터의 사람내음 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책으로 담아냈다.

정영신의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다. 34년 동안 전국의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포착해낸 사진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라고 밝혔다.

이 책은 장터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문화유적과의 연관성을 살펴본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봄에는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온 풋풋한 초록 푸성귀를, 여름에는 따가운 햇볕 아래 농익은 과일과 채소를,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들판에서 익어간 곡식을 가져온 여인네들의 삶이 아름다운 색과 냄새와 맛과 소리와 함께 진열된다”고 밝혔다.

한편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을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개최한다.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한 장터난장 총 77점이 전시된다.


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202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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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문화일반

 

장터사진가·소설가 정영신 '장에 가자' 출간...사진전도 개최

 

11~20일 갤러리 브래송,  77점 전시 

 

[서울=뉴시스] 장에 가자  (사진=이숲 제공) 

 

전국 곳곳에서 열린 5일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책으로 나왔다.

34년전부터 시골장터를 다닌 장터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63)의 '장에 가자'는 작가의 전작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보고 장터가 지역의 경제뿐 아니라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한다.

저자는 지역의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의 주제를 통해 전국 장터 22곳과 지역별 문화유적을 탐방하면서 찍은 사진을 한 권에 모았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내가 이전 책들에서 다룬 적이 없었던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라며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라고 말한다.

구수한 지역 사투리가 생생히 살아 있어 맛깔 나는 글과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히 봤던 흑백의 풍경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국 장터의 특징과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소개한 이 책은 포토 에세이 작품으로, 주말 가족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제안과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다.

한편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이 11~20일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한 장터난장 총 77점이 전시된다.

34년 전 장터모습과 오늘의 장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필름작업의 흑백사진과 디지털 작업의 컬러사진을 혼용하여 오일장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물건을 파는 난장에서부터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는 모습 등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장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위축된 현실을 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준다246쪽, 이숲, 1만8000원.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202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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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영신 사진작가, 전국 5일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장에가자

 

34년간 전국 시골 5일장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 그대로
해당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도 담아
흑백의 풍경 마음 깊은 곳에 향수 불러일으켜

 

시장은 대형 마트, 백화점 등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전국각지에서 열리는 시골 5일장은 해당 지역의 인심과 푸근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34년 간 오로지 시골 장터만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정영신 사진작가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한 작품들을 모아 <장에가자>(이숲)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전국의 5일장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특히 전북의 순창장, 남원장, 정읍 샘고을 시장, 부안장, 무주 반딧불 시장, 완주 고산장, 고창장 등 전북의 5일장의 모습도 담겼다.

이 책의 도드라진 특징이 있다면, 단지 시골 오일장만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보고 장터가 지역의 경제뿐 아니라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데 있다.

작가는 그렇게 각 지역의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를 통해 전국 22개 장터와 각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했다.

무엇보다도 구수한 지역 사투리가 생생히 살아 있어 맛깔 나는 글과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히 보았던 흑백의 풍경들이 마음 깊은 곳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각 장의 특징과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소개돼 있다.


1989 순창장

2018 남원 춘향골시장

이 책은 포토 에세이 작품으로 감상해도 좋고, 주말 가족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제안과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이다.

정영신 사진작가는 19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34년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 600여 개를 모두 기록한 장돌뱅이사진가이자 소설가다. 장터에서 만난 우리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각 지역의 역사적 자취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사짓는 초기부터 유통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한국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채록해 왔다. 장마당의 풍정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장터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문화유산과 장마당을 고리지어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전북일보 / 최정규기자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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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 장터사진작가 ‘장에 가자’  출판기념 사진전 개최

 

- 대한민국 모든 5일장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아내
- 시골장터의 모습과 지역 문화유산 소개


34년 동안 우리나라의 오일장을 모두 기록한 장터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여/63세) 작가는 오는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장에 가자’ 출판기념 사진전을 개최한다.

 

1988년 진안장을 가는 모습(사진=정영신작가)


이번 사진전은 사라져 가는 시골장터와 지역 문화유산을 사진과 글로 담은 정 작가의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으로, 책에 소개된 오일장과 문화유산을 주제별 섹션별로 구성하여 총 77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2019년 담양장 모습(사진=정영신작가)

77점의 사진 속에는 34년 전의 장터모습과 오늘의 장터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필름작업의 흑백사진과 디지털 작업의 컬러사진을 혼용하여 오일장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건을 파는 난장에서부터 집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는 모습 등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장면들로 코로나19로 위축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힐링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1986년 옥천장의 모습(사진=정영신작가)

 

특히 시골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닮고 있는 오일장터의 모습과 더불어 살아온 삶의 향기와 정(情)을 담고 있다. 이러한 오일장의 모습을 통해 각박해진 현실을 장터난장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한편 정영신 작가는 19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34년째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 600여개를 모두 기록한 장돌뱅이사진가이자 소설가다. 장터에서 만난 우리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각 지역의 역사적 자취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사짓는 초기부터 유통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한국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채록해 왔다, 장마당의 풍정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장터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문화유산과 장마당을 고리지어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한국농어촌방송 / 양평호기자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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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펼쳐보는 신간

 

11월의 책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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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간 11월 2째주

 

▲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정영신 글·사진.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34년 동안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이번 책은 전작들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 취재한 게 아니라 그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도 함께 돌아봤다.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로 전국 22개 장터와 그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한 것이다. 흑백사진은 물론 글 또한 향수 어린 시골의 정감이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럽게 묻어난다. 저자는 ‘움직이는 박물관, 시골장터’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이숲. 248쪽. 1만8000원.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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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명문장] 소설가 정영신의 ‘시골장터’ 『장에 가자』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내가 어릴 적에 장(場)이 열리는 날이면 온 마을 사람들은 잔칫날처럼 들썩거렸다. 안동 아재의 소달구지가 동구 밖에 이르면 깨순이 엄마 보따리가 제일 먼저 실렸다. 뒤이어 마을 사람들 보따리가 하나둘 올라가면 사방이 초록으로 덮인 신작로 길을 빠져나갈 때까지 뒤따라가다가 돌아왔다. 봄이면 들판에 앉아 있던 자연도 덩달아 장에 나와 그 지역만의 삶의 이야기를 초록빛으로 품어냈다. 후미진 장 골목에서는 갈퀴와 도리깨, 체와 쟁기를 만들었고, 정월 보름을 앞두고 농악놀이에 쓸 짚신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팔았다.

대장간 앞에는 날이 무뎌진 호미와 낫을 벼르려고 노부부가 앉아 있었고, 텃밭에서 뜯어온 채소와 농로에서 잡은 미꾸라지를 가지고 나온 박씨 아짐은 생산자이면서 판매자였다. 또한 장터 끝 골목에는 엄마 따라온 삼식이가 새끼 돼지가 도망갈까 봐 새끼줄을 붙들고 동그마니 앉아 있었고, 털북숭이 복숭아를 머리에 이고 온 순덕이, 소금물에 우린 감을 베어 먹던 주근깨투성이 깨순이도 있었다.

이렇게 장은 자연과 흙과 나무에서 흘러나온 푸르디푸른 이야기가 살아 있어 움직이는 박물관이 됐다. 지금 장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그러나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민들이 지역 농산물로 만들어가는 농민 장터가 살아야 한다. 장은 단순히 뭔가를 사고파는 장소를 뛰어넘어 인간의 삶과 정이 생생히 살아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해석돼야 한다. 장을 통해 소통하는 백성의 삶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오일장은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34년째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장터를 장터답게 만들 계기는 무엇일까 숱하게 고민했다. 사진 한 컷 촬영하지 못하고 파장 무렵까지 장꾼들과 장에 나온 농민들과 이야기만 하다 돌아오기도 했다.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도 자신이 사는 곳에 어떤 보물이 숨어 있는지 책이나 텔레비전에 소개된 것 말고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다. (중략)

이 책은 내가 이전 책들에서 다룬 적이 없었던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여기 소개한 장 말고도 지금 작업 중인 장이 열 곳이 넘는다. 30여년 전 흑백필름으로 작업했던 예전 장터 모습과 요즘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30년 세월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으나 장에 오는 사람들이나 장에서 파는 물건들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더 크게 말하자면 장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불과 55년 전인 1965년에는 버스비가 1원이었고, 쌀 한 말 값이 360원이었다. 우리 사회가 근대화 이후 엄청나게 발전했음을 여기서도 알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장터에 가면 고향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을 느끼고 싶어 구경하러 나온 사람처럼 장을 몇 바퀴나 돌며 헤집고 다닌다. 어떤 물건이 새로 나왔는지, 난전에서 무엇을 파는지 알고 싶다. 계절 따라 파는 물건이 다르기에 사계절 모두 장에 가봐야만 그 생리를 알 수 있다.

겨울철 구례 산동장에 가면 산수유 열매로 장 안이 온통 새빨갛다. 이처럼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5~7쪽>

『장에 가자』
정영신 지음│이숲 펴냄│248쪽│18,000원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 전진호기자 / 2020년 12월2일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는 정영신의 ‘장에 가자’사진전이 이제 종반에 접어들었다.

개막 후 이틀 동안의 전시장 방문객 사진은 보여드렸으나,

그 이후부터 컴퓨터와 만날 시간이 없어 많은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포스팅은 13일부터 16일까지 방문한 분들의 모습과 전시장 풍경이다.

전시장을 비워 뵙지 못했거나,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한 분들에게는 송구스럽다.

 

지난 13일 정오 무렵에는 곽명우씨가 다시 방문했다.

첫 날 늦게 와 사진을 찍지 못한 것 같았다.

 

김남진관장과 곽명우, 정영신씨와 ‘진수성찬’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진수성찬’은 처음 가본 정식집인데,

집에서 먹는 것처럼 반찬이 정갈하고 구수한 누룽지가 일품이었다.

 

그 다음 날 정오 무렵에는 소설가 김승환선생 께서 먼저 와 계셨다.

강민 시인께서 살아계실 적엔 가끔 인사동에서 뵐 수 있었으나,

선생께서 돌아가신 후로는 전혀 뵐 수 없던 터라 반갑기 그지없었다.

 

먼 거리를 와 주신 것만도 황송한데, 선물이라며 가죽가방 하나를 꺼내 주었다.

아마 선생님께서 애용하신 가방 같은데,

이젠 외출할 일이 별로 없어 정영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고맙게 받았다.

 

그 날은 휴일이라 그런지 대개의 식당이 문을 닫았더라.

문이 열린 집이라고는 순대국밥 뿐이라 썩 내키지 않았는데,

반주에다 맛있게 드시는 걸 보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식사 후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었으나, 기어히 사양하시며 발길을 재촉하시네.

김선생님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그 뒷모습이 바로 내 모습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은 하룻밤을 지나면 한 달이 지난 것처럼 세월이 쏜살같다.

들려오는 주변 분들의 부음조차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이다.

 

난, 동자동에서 지내다 필요할 때만 나가니, 뵙지 못한 분도 많았다.

없는 시간에 다녀 간 분으로는 전활철, 한선영, 류엘리, 노연덕, 황성호, 권순광,

안옥철, 이정숙, 황인선, 최치권, 김준희, 권혜진, 김기덕, 서은화. 정명식, 김광안,

정남준, 안현수, 이세연, 노은향, 최재순, 남 준, 이태호, 이수만, 하춘근, 정주영,

김소연, 이성표, 심지윤, 김중호, 김명점, 이창수,씨 등 많은 분이 다녀갔더라.

 

지난 15일 오후에는 화가 나종희씨가 전시장을 찾았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전시할 계획은 없냐?’고 물었더니,

이 달 25일부터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연다더라.

 

마치 알고 물어 본 것 같았는데,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벌써 기다려진다.

그 날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리는 김윤수선생 2주기 추모전과 겹쳤지만,

가까운 거리라 일거양득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다음 날은 끝 날 시간이 가까운 늦은 시간에 들렸는데, 사진가 하형우씨가 와 있었다.

좀 있으니 강릉의 황지웅피디와 이승구피디가 멀리서 찾아왔다.

먼 길을 와 주신 것만도 황송스러운데, 밥 값을 계산해 버렸네.

다들 운전 때문에 술 한 잔 마시지 못했으나, 반가운 소식도 전해 들었다.

 

도시 재생을 위해 철거된 화광아파트와 광부들의 애환을 담은,

황지웅PD가 만든 '광부의 기억 화광아파트'가 방송문화진흥회가 시상하는

2020 지역프로그램대상에서 금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역방송사의 열악한 예산과 인력 탓에 휴일을 이용하여 개인적으로 취재했다고 한다.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터뷰하는 긴 과정에 아들이 조수 역할을 맡았는데,

상보다 더 값진 선물은 작업 과정을 지켜 본 아들로부터 들은 ‘자랑스러운 아빠’라는 말 한마디였다.

이 보다 더 한 보상이 어디있겠는가?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더 좋은 일 많이 만들기를 바란다.

 

지난 16일 오후에는 뮤지션 김상현씨가 동자동에 찾아 와 함께 전시장에 들렸다.

사진가 김범수씨와 판화가 류연복씨, 미술평론가 황정수씨와 오란석씨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차례대로 나타났다.

김범수씨는 인도커피를 가져 와 즉석에서 뽑아 돌렸는데, 그 맛이 귀가 막혔다고 한다.

쓴맛, 단맛, 짠맛 등 갖가지 맛이 어우러진 별난 맛이라는데, 나만 사양했다.

믹스커피나 마시는 커피 맛도 모르는 촌놈이 귀한 커피를 축낼 수야 없지 않겠는가?

 

사람 좋기로 소문난 류연복씨를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한 편으론 안스러운 생각도 든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할지 모르겠으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외롭기 때문이다.

아니면 중의 팔자를 타고났는지도 모르겠다.

 

황정수씨는 날 잡아 류연복씨 집을 방문할 생각이라고 했다.

나 역시 인근에 있는 정복수씨나 변승훈씨 작업실은 가 보았으나,

류연복씨 작업실은 가보지 못했다.

날짜만 맞으면 이참에 따라 붙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 날 황정수씨가 보여 준 이청운씨의 오래된 작품 한 점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보아왔던 작품과 달리 콩크리트 골조가 화면을 채운 현실 비판적 그림이었다.

 

난, 이청운화백을 감히 천재 작가라고 말한다.

하루속히 병석에서 일어나 머리 속에 담아 둔 이야기들을 화폭에 쏟아냈으면 좋겠다

지난 병문안 때의 활기찬 모습에 기대했는데, 다시 입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그 날 묵은지 갈비찜이 맛있는 ‘김삼보’집에서 어울려 기분좋게 술 한 잔 했다.

지하철 탄 기억도 나지 않는 걸 보니, 취하긴 취한 모양이다

요즘은 코로나에 목숨 걸고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취하는 것도 유별나다.

 

영원한 동지 정영신씨가 요즘 고생을 사서한다.

전염병으로 개막식 초대를 없애는 대신, 항시 자리를 지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쉼 없이 이어지는 손님들로 인해 마음 편히 쉴수도 없겠더라.

몇 날 몇 일을 전시장에 틀어박혀 손님만 맞았으니 몸이 견디겠는가?

 

자! 이제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장돌뱅이는 죽어도 장에서 죽어야지...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정영신의 ‘장에 가자’ 사진 산문집 출간을 기념하는 전시가 2020년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립니다.

 

전염병으로 특별한 오프닝 행사는 없지만, 전시기간동안 빠짐없이 작가가 지키고 있어 저자와 대화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많은 관람있기를 바랍니다.

 

‘경향신문’의 사람과 사람 인터뷰 기사에 이어 어제는 국악방송에서 한 시간에 걸쳐 생방송을 하는 등 정영신씨가 요즘 바쁘게 불려 다니는데, 출판된 ‘장에 가자’ 책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습니다. 출판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재판을 찍어 베스트셀러 후보군에 들 정도입니다. 아마 코로나로 대인관계가 단절되니 사람 사는 정이 그립나 봅니다.

 

장돌뱅이 사진가 정영신씨가 그동안 장터에 관한 책을 여러 권 펴낸바 있지만, 이번에 나온 책은 시골 오일장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장터와 유적을 연관시켜 장터가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하였는데, 각 지역별 역사와 인물, 특산물 등 일곱가지 주제로 분류해 전국 22개 장터를 다루었습니다. 찍어둔 기존의 장터 사진을 두고 다시 발품팔아 찍은 따끈 따근한 사진들입니다.

 

책값은 18,000원이지만 인터넷에서 구입하면 10% 활인된 16,200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 오실 때 구입한 책을 가져오시면 서명은 물론 작품사진(5X7) 1장도 증정해 드립니다.

 

네이브에 '정영신 장에 가자'를 검색하니 책에 베스트 셀러라는 빨간 딱지가 붙었네요. 

전국의 오일장 풍경 담는 ‘장돌뱅이 사진가’ 정영신씨

 

[경향신문] 문주영 기자 mooni@kyunghyang.com

 

34년간 시골장을 취재해온 사진작가 정영신씨는 “시골장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김창길 기자

 

 

희로애락 고스란히 담긴 박물관
그 매력에 빠져 ‘34년 한 우물’
지역 유산·풍속사 등 곁들여
문화관광의 허브 가능성 타진

 

담양장에는 대나무로 만든 의자부터 침대까지 100가지가 넘는 죽물(竹物)이 넘쳐난다. 김장철이면 토굴 새우젓이 유명한 홍성 광천장으로 전국에서 인파가 몰려들고, 겨울철 구례 산동장엔 산수유 열매로 장 안이 온통 새빨갛다.

스스로를 ‘장돌뱅이 사진가’라고 칭한 정영신씨(62)는 “서로 다른 모습의 시골장은 사람들의 삶을 진열하는 창”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34년간 오로지 시골장터만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작가다. 그의 발길이 닿은 전국의 장터만 640여개에 이른다. 전작 <시골 장터이야기> <한국의 장터> 등으로 주목받았던 정씨가 최근 저서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이숲)를 출간했다

 

 

<장에 가자>의 책표지.

 

 

지난 2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그는 “전작들이 시골장에 대해서만 다뤘다면 이번 책은 23곳의 시골장들을 그 지역의 문화유산·유적과 함께 소개하는 한편 장터가 문화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정씨가 오일장이라고 불리는 시골장에 매료된 것은 1986년 즈음이다. 소설가를 꿈꿨던 그는 신춘문예에 몇 차례 응모했다가 고배를 마신 뒤 인간사를 연구하고자 시골장을 찾았다.

1년간 장터를 돌아다닌 후 장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 재밌어 그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정씨는 말했다.

 

 

2011년 충남 예산장

 

 

“당시는 우리나라 경제가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장도 엄청나게 변화를 겪던 시기였어요. 장터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니 시대상의 변화가 읽혀지고 인류사의 풍경이 보였어요. 이때부터 장터의 매력에 빠져 한 우물만 팠습니다.”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그에게 시골장은 ‘그리움’과 ‘따뜻함’이었다고 한다. 어릴 적 장날이면 장에서 친구들과 고무줄놀이를 하고, 신기한 동물들을 구경하고, 밥집을 하는 친구네로 놀러가곤 했다.

전국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엄마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10여년간 알고 지낸 충북 영동장의 ‘엄마’는 2008년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더 이상 안 계셨다. 정씨는 “그날 사진 한 장 못 찍고 온종일 울다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회상했다.

 

 

2012년 경남 김해 장유장

 

 

아울러 시골장은 ‘희로애락’과 ‘숭고함’이다. 정씨는 “아흔이 넘은 할매가 아픈 남편을 리어카에 싣고 와 옆에서 간병하면서 장사하는 모습 등을 보면 삶의 위대함마저 느껴졌다”고 말했다.

시골장에서 문화유산의 흔적을 찾아보려는 시도는 공교롭게도 시골장의 쇠락 때문이다. 유통산업의 변화와 농촌사회의 고령화 등으로 시골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정씨는 “시골장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시장의 현대화 개선도 필요하지만 장터에 그 지역 문화유산과 풍속사를 곁들여서 문화의 옷을 입혀주면 장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2년 전남 곡성 옥과장

 

 

선조의 거울이자 아이들의 미래
코로나에 밀려 더 빨리 사라질까
마음도 발길도 급해집니다

 

그는 향후 기회가 되면 시골장들을 지역별로 묶어 책으로 내고 싶다고 밝혔다. 전남 강진 등 시골 농가에서 농부들과 함께 거주하면서 봄부터 가을까지 농작물이 재배돼 장터에 나오는 일련의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도 현재 진행 중이다.

“장터는 우리 선조의 거울이자 박물관이고 아이들의 미래예요. 스러져가는 시골장들이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더 빨리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어서 제 마음이 더 다급해집니다.”

 

오는 11~20일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사진전 ‘장에 가자’가 열린다. 정씨가 찍은 77점의 장터 사진들이 전시된다.


‘갤러리 브레송’에서 기획한 ‘The Last Dreamer’ 섹션2가 열리고 있다.

‘갤러리브레송’과 ‘스마트협동조합’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본 전시는 김지욱, 남영주, 모지웅, 류엘리, 변성진씨 등 젊은 사진가 다섯 명이 참여했다.

 

김동진, 김문호, 김장욱, 안명현, 최치권씨가 참여한 섹션1은

지난 10월21일부터 30일까지 열린바 있다.

 

‘The Last Dreamer’는 코로나에 주눅 들어 사는

사회현상을 형상화한 사진가들의 시각적 연대기다.

 

김남진관장은 ‘코로나 사태 전후에 새롭게 제작되거나

미발표 상태에 있던 작품들을 모아 재구성했다고 한다.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창작 활동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등

관람객들에게 코로나의 장기화에 따른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섹션1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망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려는 시도였다.

섹션2에서는 세상과 사회에 시선을 돌린 일군의 작가와는 달리

인간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불안과 우울을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이번 기획전에 대한 안내를 보아 대략의 내용은 알았으나,

요즘에는 전시장에 잘 다니지 않는다.

사람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기로 한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또 하나 이유는 나이값 좀 하라는 주위의 충고도 한 몫 했다.

전시장 사진찍어 리뷰까지 올려주는 짓을 왜 하냐는 것이다.

소개하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한다는 것을 모르냐?고 되물었다.

맞는 말이지만, 성질이 모질지 못해 끌려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2일 ‘갤러리 브레송’을 찾게 된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정영신씨와의 약속에 따라 차를 가지고 그 녀를 데리러 갔다가

입구에 서 있던 김관장에게 붙들려 버린 것이다.

그 날이 2부 개막식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갔는데,

어찌 정영신씨만 데리고 나올 수 있겠는가?

 

전시만 보고 포스팅은 하지 않기로 했으나, 습관적으로 찍은 사진 때문에 또 올리게 되었다.

전시장에는 김문호씨와 이윤기, 곽명우씨 등 잘 아는 사진가도 여럿 보였다.

전시작가인 모지웅씨로부터 사진집을 받았는데, 마음은 편치 않았다.

책은 절대 공짜로 받지 않기로 했지만, 거절하는 게 더 어려웠다.

 

전시작들을 돌아보니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벽에 걸린 이미지가 주는 불안감이었다.

 

성 소수자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지웅의 ‘More’,

자신의 불안한 모습을 드러낸 류엘리의 ‘Blue Portrait’,

대면의 자유를 갈구하는 남영주의 ‘코로나 시대의 사랑’,

욕망과 속박을 선이라는 매개를 빌려 몸에 투영한 변성진의 ‘hide & seek or YOU’,

깊은 내면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김지욱의 ‘미궁’ 등,

각기 다른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정신적으로 피로한 시기에 열린 좋은 전시였다.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The Last Dreamer’ 섹션2는 오는 10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이제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쪽방이라도 있는 사람은 걱정할 것 없으나, 길바닥에서 자는 노숙자들이 걱정이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추워진다는데, 그들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 26일은 자정이 넘도록 잠이 안와 밖에 나가 보았다.

골목매점 앞은 잘 모르는 사내가 마스크를 이마에 걸친 채 자고 있었다.

아마 술 마시다 잠든 것 같은데, 거리로 내 몰린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서울역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다들 광장 구석에서 두더지처럼 자고 있었다.

 

오래된 고참 노숙자들은 나름의 움막이라도 있어 찬바람은 피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저 정도 움막 하나 짓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것도 언제 철거될지도 모르는 움막이 아니던가?

 

두 번째는 이불 하나라도 기어이 사수하는 대개의 노숙자다.

온 몸을 이불에 돌돌 말아 잠드니 죽고 사는 문제는 하늘에 맡길 뿐이다.

 

문제는 갑자기 쫓겨 나 아무 대책 없는 초짜 노숙자들이다.

아무리 잠들고 싶지만, 추워서 잠이 오겠는가?

문제는 그 고통을 잊으려고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

 

노숙자들 중에 유독 알콜 중독자들이 많은 것은

육체적 고통은 물론 모든 걱정까지 잊어버리고 싶어서다.

 

해마다 거리에서 죽어나는 무연고자가 300명을 넘는다.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개 생활전선에서 쫓겨 난 부랑자들이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그들은 국민이 아니고, 사람도 아닌가?

 

온 세상이 다 보는 서울역 광장 상황을 정치인들이 몰라서 방치할까?

알고도 외면한다면 간접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기초생활수급자 규정을 보완하여 그들도 쪽방에서 살게 하라.

 

여러분들도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을 만나면 관심 좀 가져주세요.

하나님과 부처님께 바칠 돈 삥땅쳐서라도 그들에게 적선하세요.

하나님도 부처님도 그걸 원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직업처럼 손벌리는 앵벌이는 물론

술에 절어있는 알콜 중독자에게는 절대 돈 주지 마십시요.

알콜 중독자에게 돈을 주는 것은 빨리 죽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들은 강제 수용시켜 치료받게 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즉각 그들을 수용하여 치료하라.

 

다들 무슨 전생의 죄가 그리 많아 짐승보다 못하게 사는지 모르겠다.

신이시여! 제발 세상 조율 좀 해주세요.

 

사진, 글 / 조문호

 

낙산아랫동네와 그 곳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기록해 온 사진가들의

열 번째 전시 ‘낙산아랫동네 이야기'가 현장 빨래 줄에 걸렸다.

 

재개발에 의해 서울 골목이 하나 둘 사라지고

오래된 집들이 허물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사진가들이

낙산 아랫동네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뜻을 모은 지가 십년이 되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아니더냐.

기록 최고의 가치인 지속성의 성과였다.

 

서울시가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진행한 ‘낙산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사진가 김수길, 이대형, 이정은, 이용민, 최재현씨 등이 합류하며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제 10년의 기록을 기념하는 사진집도 출판했다고 한다.

 

그 작업은 성곽에 둘러싸인 마을의 역사성에 앞서

거미줄 같이 얽힌 골목 사랑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생각 된다

그 골목골목에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기억에서 과거를 소환하고,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작업이었다.

 

지난 27일 오후 무렵, 정영신씨와 전시가 열리는 낙산마을에 올라갔다.

호젓한 늦가을 정취도 맛볼 수 있어, 도랑치고 게 잡는 격이다.

 

골목골목 빨래 줄에 걸린 사진 외에도 갤러리 카페 ‘이화중심’에도 전시되었다.

전시된 사진에는 저 마다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낙산마을의 오늘은 물론 지난날까지 돌아 볼 수 있었는데,

더구나 마을 관광화에 따른 주민 불만으로 생긴 문화충돌 현장까지 기록했다.

 

낡은 스레트 지붕 위에 널린 운동화에서 그 곳 주민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고,

지워진 벽화에서 문화충돌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로는 십년동안 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끌어 온

사진가 김수길씨를 비롯하여 김철균, 백승호, 석덕희, 이동준, 이정숙, 이창수,

이정은씨 등 여덟 명이고, 전시는 오는 11월 7일까지 열린다.

 

늦가을의 정취를 맛보며 낙산으로 바람 쐬러 가자.

성곽 따라 걸으며, 사연으로 아롱진 낙산아랫동네 사진들을 구경하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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