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

"쉬운 노동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대부분"


미디어 오늘 / 장슬기 기자

 

와서 게임만 하다가는 손님이 있다. 다음에 또 와서 게임 하고. 요즘은 카카오톡으로 하트를 보내달라고 한다. 가끔은 여자친구 문제, 결혼 생활 상담도 한다. 또 다른 분은 와이프가 바람피우는 걸 알고는 홧김에 온 사람도 있다. 손을 부르르 떨면서 자초지종을 털어놓더니 막 운다. 마음이 약하고, 따뜻함이 필요한 사람들, 그런 분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돈을 내고 성을 사러오는 공간에는 돈으로라도 위로와 공감을 사려는 사람들도 찾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성매매를 ‘남자들이 돈을 주고 남자가 함부로 해도 되는 창녀를 사는 것’으로만 이해한다. 성매매특별법이 과연 성노동자들의 삶을 보장하는지, 성매매도 노동으로 인정해야하는지를 공론장에 올려놓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철수와영희를 위한 대자보 시리즈’ 6번째 인터뷰집인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를 펴냈다. 

 

 

▲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 밀사, 연희, 지승호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인터뷰에 참여한 밀사와 연희는 성노동을 직접 경험해봤고, 성노동의 비범죄화 등 성노동의 권리를 찾기 위해 운동하는 활동가다. 밀사는 대학에서 국문학과 여성학을 전공하다가 2010년 11월 한 달간 조건만남 후기를 ‘성노동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에 올렸고, 이듬해부터 2014년까지 성노동자 권리모임 GG의 활동가로 참여했다. 

모든 사회개혁운동이 그렇듯이 성노동자 문제에 대해 당사자들이 실천할 때 더 파급력이 크다. 당사자가 되기 위해 밀사는 성노동에 직접 참여했다. 물론 밀사가 성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자신이 원할 때 성노동에 참여했고, 또 원할 때 성노동을 그만둘 수 있는 상태에서 과연 강제로 혹은 돈 때문에 빠져나올 수 없는 성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까? 다만 밀사는 당사자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들에게 최대한 밀착해본다. 

 

연대할 상대조차 찾기 힘든 외로운 싸움

 

밀사는 성노동 후기 이후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게 됐다. 성노동 활동가들은 여성주의자나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도 가혹한 비난을 받는다. 성노동자들이 비난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성매매는 없어져야 할 대상인데 이것을 노동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인간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에 대한 지적 등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 자체를 착취당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 노동력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성노동 역시 없어져야 할 존재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밀사는 다른 노동과 성노동에 대해 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느냐고 반문한다. 노동이 착취라면 모든 노동이 사라져야 하는데 현실에서 노동이 사라질 수는 없고, 이때 성노동에 대해서만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칸트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주장했는데 과연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는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밀사는 “옳은 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성노동을 해야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한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진보는 2보도, 3보도, n+1보가 아니고, 진보는 일보”라고 표현했다. 현실에 몸을 두고 당장의 한걸음에 고민하는 밀사에겐 외면할 수도 없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지적이다. 

 

성노동을 특별 취급하지 말라

 

우리 사회에서 직업은 귀천이 없다지만 성노동을 한다고 하면 바로 낙인이 찍힌다. 사회적 약자는 폭력에도 쉽게 노출된다. 폭력과 비난은 아래를 향한다. 바에서 일하다가 돈을 벌기 위해 미아리 텍사스에서 성노동을 하게 된 연희는 “예전에는 (성노동자에 대해) 우호적인 부분이 있었다. 저 사람은 몸을 팔 정도로 어렵게 사는구나. 하지만 너도나도 먹고살기 힘들다보니 성노동자들이 외려 편하게 일한다는 생각을 하며 함부로 한다”고 털어놨다. 

 

밀사는 성노동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몸만 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성노동 역시 엄청난 감정노동이 뒤따른다. 또한 밀사는 “쉬운 노동이 나쁜건가, 누구나 쉽게 돈 벌고 싶어하는데 성노동만 이런 비난을 받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04년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 이후 성노동 운동은 더 어려워졌다. 성구매자와 성판매자를 모두 처벌하는 바람에 위험부담은 커지고 음성화됐다. 자연스레 성노동자 사이의 계층화가 진행됐다. 마치 노동자들이 대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중소기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다양한 층위로 나눠진 것과 비슷하다. 최근에는 성노동을 일시적으로 하러 오는 여성도 많고, 투잡을 뛰기 때문에 성노동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삼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 
 
성노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네덜란드처럼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것이 옳을지 스웨덴처럼 성구매자(보통 남성)만 처벌하는 것이 옳을지, 성매매여성을 성노동자라고 불러야 하는지, 성매매특별법은 보완할 점이 없는지 등 다양한 논쟁거리가 있다. 하지만 성을 금기시 하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문화적 토양에서 많은 여성주의자들에게도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이 성노동자들이다. 

 

밀사는 궁극적으로 성평등이 실현된 사회를 꿈꾼다. 성폭력에 대해서도 특별하게 바라봐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폭력에 비해 성폭력이 특별해지는 이유는 뭔가 훼손됐다고 생각해서다. 정조를 지켜야하는 사회일수록 성폭력 여성의 고통은 커지고 성이 인격으로 이해되진 않을 것이다. 성노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성 평등이 실현된 사회는 성노동, 성폭력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밀사의 주장이다.  

 

▲ 청량리 588/ 조문호 사진집/ 눈빛 펴냄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를 ‘보편적 매춘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사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몸(노동력)과 시간을 팔아 돈을 벌어 살아간다. 성노동은 매춘의 최극단에 있어 우리에게 불편함을 주는지도 모른다. 성노동에 대한 편견을 덜어내고 우리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약 15만명의 성노동자 여성들을 한번 떠올려보기 위해 이 책과 더불어 의미가 있는 사진집 한권이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조문호씨가 펴낸 <청량리 588>은 지난달 25일부터 3월 10일까지 인사동에서 열리는 사진전 작품을 모아놓았다. 조 작가는 1983년부터 1988년까지 청량리 사창가 일대에서 이곳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사진을 찍었다. 지난 1990년 전시를 했었지만 성을 선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에 실망해 사진을 숨겼다가 최근 다시 선보였다. 조 작가는 사진전을 통해 “비록 몸 파는 창녀일지라도 하나의 직업인으로 봐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 / 밀사, 연희, 지승호

발행일 / 2015년 2월 14일

펴낸곳 / 철수와 영희

가격 / 8,500원

 

해 묵은 사진들을 꺼내 보인 ‘청량리588’사진전이 끝나도록
사진 속 주인공인 정숙씨는 기어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해주기 위해 별도의 사진까지 프린트해 두었으나, 소용없었다.

하기야 삶의 패턴이 바뀐 이제 만나 무슨 말을 하랴마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고, 못 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다.

돌이 켜 생각하니 정숙씨는 시대적으로 앞서간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성노동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지만, 그 때는 그러지 못했다.
범죄란 선입견과 폐쇄적인 사회구조에 갇혀 꼼짝달삭 못할 때였다.
내 뜻을 받아들여 주변을 설득해 나간 정숙이는 분명 깨어 있는 여자임에 틀림없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성노동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폐쇄적인 나라다.
“사람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게 뭔가?” 바로 성이다.
그런데 왜 성 얘기만 나오면 거부감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사회분위기마저, 뻥긋하면 성희롱이란 올가미에 씌여 매장되기 십상이다.

전시가 막바지에 치 닿던 지난 8일, 정숙씨를 만난 듯 반가운 사람이 나타났다.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라는 대자보를 낸 연희씨와 친구 이류시연씨가 온 것이다.
연희씨는 미아리텍사스와 룸살롱을 거쳐 안마 또는 휴게텔에서 일하는 현역이다.
지난 달 나온 책을 내밀며, 미소 짓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서먹서먹해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뒤늦게 책값을 챙겨주며 기념사진을 찍었으나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그녀의 주장이나 삶의 이야기야 책속에 담겨있어 물어 볼 필요도 없겠지만,
결국 그녀와의 인간적 교류를 트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성노동자 권리모임’과 ‘용감한 여성연구소’같은 단체에 몸 담은 분이나,

성노동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며 공론화되어가는 현실에 한 가닥 희망을 가졌으나,
일반인들의 편견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았다.
성문제에 관심을 가져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조차 껄끄러워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성노동 문제를 하루속히 합법화하여,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이번 '청량리588'전시에서 비록 정숙씨는 만나지는 못했지만,
정숙씨의 생각을 이어받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큰 위안을 받았다.

 

글 / 조문호

 

 

 

 

 

 

 

 

 



'청량리588'전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시인 강 민, 이행자씨, 서양화가 김영덕, 박불똥씨, 미술평론가 박용숙씨, 무이도 예술촌장 정중근씨,

'예당국악원' 조수빈원장, 오마이뉴스 박 건 시민기자, 전통염색인 이명선씨 등 많은 분들이 다녀갔지만,

다른 개인전 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사진가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사느라 바쁘고, 일하느라 바빠,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사우들을 요즘 이산가족 만나 듯 만난다.

그동안 사는 곳은 물론 전화번호까지 몰라 연락주지 못했으나, 어떻게 알았는지 모두들 찾아 온다.

지난 7일에는 대전에 사는 이석필씨와 그의 조카 이주영씨를 비롯하여  박옥수, 양재문, 신동필,

유성준, 최영규씨를 만났고, 사진평론하는 최건수씨는 많은 아마츄어 사진인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지척에서 룩스갤러리를 인수하여 운영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늦은 시간에는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가  엄상빈, 이젬마, 김지연씨를 모시고 와 즐거운 주연을 가졌다


 

 

 

 

 

 

 

 

 

 

 

 

 

 

 

 

 

 

 

 

 


 

청량리 588’.

조문호 지음|이광수 해설|눈빛|136쪽|1만2000원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588번지. 그곳에 있던 사창가의 별칭이었다. 청량리역 주변이어서 그렇게들 불렀다.

사진작가인 저자는1984~1988년 이곳에 살면서 그곳 ‘삶’을 앵글에 담았다.

처음에는 사진기를 들이대다가 따귀도 맞았고, ‘어깨’들에게 몰매를 맞고 쫓겨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 아가씨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인간’으로 대하는 사진가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미소까지 지었다.

그렇게 한컷한컷 찍힌 사진들은 ‘사창가’ 하면 먼저 떠오르는 선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거기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전한다.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는 이렇게 해설을 붙였다.

“사진가 조문호는 사람을 일로 보지 않았고 시공간 속에 살던 사람을 보았던 것이다. 누구는 부모 잘 만나 공주로 지내던 시절, 누구는 구로공단에서 기계보다 더 기계 같은 공순이로 살고, 누구는 588에서 창녀로 살아갈 수밖에 없던 현실 속 사람을 보았다. 멀리 시골에서 돈 한 푼 없이 올라온 후 가난한 부모와 동생들 먹여 살리기 위해 별의별 일 다 해 보다가 결국 이곳으로 흘러 들어와 삶을 꾸역꾸역 이어 가는 사람들이다. 어깨 위에 놓여진 가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그 청량리역과 닮은 삶이다.”

 

▶1980년대, 아직까지 이곳은 금붕어 어항 같은 유리방이 아니었다. ‘신흥 여인숙’이란 간판 아래 나란히 앉은 여인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침침한 뒷골목, 전등 아래 다리를 꼬고 앉은 여성의 모습에서 삶의 비릿함이 느껴진다.

 

▶해가 나면 이곳도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다. 가게 일을 보는 사람, 삼삼오오 모여 잡담하는 사람, 종종걸음으로 제 갈 길을 가는 사람.

처마 밑 고드름이 밤새 추위를 말해준다.

 

▶날이 채 풀리지 않았던가 보다. 햇살은 환하지만 두 발은 연탄화덕에 바짝 다가가 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세탁소 간판이 정겹다.

 

▶까만 밤 환한 불빛 아래 원피스를 차려 입은 여성이 문 밖 행인을 향해 추파를 던진다. 이번엔 통할까.

행인이 이미 지나쳐 온 앞 가게 여성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늦은 밤 문을 연 야식 리어카 앞에서 호객이 한창이다.

저자는 “가난이 지겨워 무작정 상경해 돈을 벌려고 곳곳을 떠돌았지만, 결국 사창가까지 떠밀려 오게 되었다며

슬피 울던 정숙이의 고운 눈망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면서 “세월에 파묻혀 간,

그 시절 장면 장면들은 우리 사회사의 중요한 기록이고 증언이며 역사였다”고 썼다

 

 

'청량리588' 사진전을 준비하며, 25년 만에  다시 홍등가를 찾았다.

사 반세기가 지났으나 588의 골목과 집들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신기했다.

곳 철거 된다기에 서 너 집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단지 입구만 일률적인 샤시 문으로 교체되었고, 대기실에 앉은 여인들의 패션이 파격적일 뿐이었다.

잊었던 긴 세월을 후회하며, 남아있는 골목 풍경들을 하나 하나 기록했다.

 

전농동 588번지 일대 업소는 오히려 그때보다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업소 문은 걸려 있었고,
간혹 임대한다는 글귀가 유리창에 붙어 있기도 했다.  

 

‘아라아트’ 휴관일을 맞은 지난 2일,  ‘주간동아’의 현장 인터뷰 요청으로 다시 들렸다. 

가슴을 겨우 가린 브래지어와 엉덩이 골이 훤히 보이는 짧은 팬츠를 입고 앉은 여인들이

지나치는 이들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온 60대 초반의 아저씨가 일을 치룬 후, 아가씨의 배웅을 받기도 했고

선그라스를 놓고 나간 20대의 청년을 아가씨가 불러 세우는 등, 홍등가 풍경은 여전했다. 
 
“65층 주상복합 건물이 이 자리에 들어서면 어디로 갈 것이냐?”고
손님을 기다리던 성노동자에게 물어 보았더니,
“아저씨! 이곳은 절대 없어지지 않아요.” 우리가 끝까지 지킬 거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힘의 논리에서 버텨낼지 모르지만, 마지막 그 날까지 기록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정권 때 성매매 특별법을 시행하면서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백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성적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성적 소외자들의 해소 공간을 막아버리면, 성범죄만 더 늘어나게 된다.

'풍선효과'만 낳은 성매매 특별법 이후 성매매 수법과 장소도 더욱 교묘해졌다.

 오피스텔 걸, 안마방, 키스방 같은 변종 업소들이 더욱 성행하고 있다.

 당시 성 노동자를 강력하게 단속하던 김강자 종암경찰서장도 마지막엔 공창제를 부르짖지 않았던가.

최근 '성매매 특별법'이 헌법재판소의 도마 위에 올랐는데,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 
 

 

사진,글 / 조문호


 

 

 

 

 

 

 

 

 

 

 

 

 

 

 

 

 

 

 

 

 

 

 

 

 

 

 

 

 

 

 

 

 

 

지난 28일 오후 6시 30분, 사동집에서 조문호사진집 ‘청량리588’ 출판기념회가 조촐하게 열렸다.

최혁배변호사, 경기도미술관장 최효준씨, 만화가 박기정, 박재동선생, 가수 최백호, 시인 김신용,

조준영, 김명성씨, 서양화가 신학철, 장경호, 서길헌씨, 행위예술가 임경숙씨, 눈빛출판사 이규상, 안미숙부부,

사진가 김보섭, 곽명우, 고 헌, 정철균씨, 홍성식, 임경일, 강선화, 공윤희씨 등 50여명이 모였다.

연이은 전시라 메시지 외에는 별도의 통지를 하지 않아 50여명 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인공이 일찍부터 술이 취해 모임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출판기념회에 책도 꺼내놓지 않아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술판기념회가 되어버렸다.

 

 



지난달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전시장에서 1980년대 서울의 유명한 사창가였던 청량리 588번지의 매춘부들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조문호(68) 씨가 83년부터 88년까지 5년간 청량리 588을 드나들며 찍은 사진작품들이다.

사진 속에는 당시 청량리 588의 풍경은 물론 매춘부들의 생활 모습, 심지어 섹스하는 사진 등 쉽게 볼 수 없는 모습들이 담겨있다. 조 씨는 “다른 사진작가들이 쉽게 찍지 못하는 매춘부들의 생활과 애환을 담고 싶었다”고 사진을 찍은 이유를 설명했다.


1980년대 서울 '청량리 588'. 매춘부들이 거리에 나와 지나가는 남성에게 호객행위를 하고있다./사진=조문호(68.다큐멘터리 사진가)

 

매춘부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몰래 사진을 찍다가 깡패들에게 걸려 수차례 구타를 당했고, 찍은 필름을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깡패들에게 맞았던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됐다. 조 씨는 “하루는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을 하러 갔는데, 그곳에 자신을 때린 폭력배가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술을 권하며 내가 매춘부들의 사진을 찍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니 오히려 그가 나를 때린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게 도와주더라”고 했다. 또, 직접 사창가 안 여인숙에 들어가 5개월간 생활하며 매춘부들과 아침, 점심, 저녁을 같이 먹고 술잔도 함께 기울이며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매춘부들은 가난이 싫어 돈을 벌거나 부모의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창가에 들어온 여자 등 돈에 얽힌 사연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조 씨는 “비록 몸 파는 창녀일지라도 하나의 직업인으로 봐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량리 588' 사진전을 연 조문호(68.다큐멘터리 사진가) 씨./차재문 기자

 

사실 이번 사진전은 1990년 2월에도 열렸다. 당시 사진 속 주인공들이 조 씨의 사진작품을 보러 올 것을 약속했지만,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오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사진 속 주인공들을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청량리 588’ 사진전은 오는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2층에서 전시된다. 선정적인 사진이 많기 때문에 19세 미만은 관람불가다.

 

 

 


 '청량리 588' 조문호사진집

 

 

저자 조문호|눈빛 |2015.02.21
페이지 136|ISBN ISBN 안내 레이어 보기 9788974095611|판형 A5, 148*210mm

가격 : 12,000원

 

책소개

 

눈빛사진가선 시리즈 11권. 중견사진가 조문호가 1983년부터 1988년까지 서울 집창촌의 대명사로 불리는 ‘청량리 588’에서 작업한 사진들로 엮었다. 컬러 작업의 일부가 1985년 동아미술제에 소개되기는 하였으나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사진들은 최초로 사진집으로 엮여 공개되는 것이다. 1984년부터 청량리에서 진행된 조문호의 작업은 제5공화국이라는 우울한 시대적 상황의 사회현장에서 치열한 작가정신을 보여준다.

조문호의 청량리 588작업은 집창촌에 대한 선정성이나 호기심보다도 사회적 소수에 대한 애틋한 연민과 인간적 이해로 읽힌다. 직업인으로 보아달라는, 아니 인간으로 대해 달라는 애절한 호소가 사진 전편을 지배한다. 폭로와 저항만이 다큐멘터리 양식이 아니라 편견의 해소와 공감의 기록도 훌륭한 사진양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낮에서 밤으로의 시간 흐름과 더불어 활기를 찾아가는 집창촌, 호객을 위해 길에 나와 앉아 있는 여인들, 그리고 언뜻언뜻 비치는 군인과 청년 고객들, 추위를 피하기 위해 피어놓은 연탄난로와 빈 의자 등의 오브제를 통해 조문호는 집창촌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인생과 그들을 그곳으로 내몬 사회구조에 대해 말해 주는 듯하다.

[알라딘 제공]

 

출판사 서평

한국사진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2014년 가을, 1차분 10종을 출간한 ‘눈빛사진가선’은 한국 사진가들의 일관된 시리즈의 사진을 각계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소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사진의 역사는 발굴의 역사이며, 아직 체계를 세우지 못한 한국사진사를 사진가와 작품 위주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이 눈빛사진가선 기획의도 중의 하나이듯이 2015년부터는 매달 1-2종씩 역량 있는 사진가의 작업을 발굴해 소개할 것이다.


눈빛사진가선 제11권으로 출간한 이 책은 중견사진가 조문호가 1983년부터 1988년까지 서울 집창촌의 대명사로 불리는 ‘청량리 588’에서 작업한 사진들로 엮었다. 컬러 작업의 일부가 1985년 동아미술제에 소개되기는 하였었으나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사진들은 최초로 사진집으로 엮여 공개되는 것이다.


‘청량리 588’은 서울 집창촌의 대명사로서,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전농동 588번지에 있는 사창가를 이르는 속칭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농동 588번지 일대에 밀집되어 있으나 청량리역 주변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통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2012년 12월, 서울시는 집창촌이 밀집돼 있는 청량리 588의 재정비 촉진계획을 세웠다. 예정대로라면 2017년경에는 60층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와 주상복합 건물 4개 동이 들어서게 된다.


1980년대 중반, 한국사진은 아직 현대미술과 접맥되기 전이어서 사실성과 기록성이라는 사진의 본질에 충실한 사진들이 많이 선보였다. 몽타주와 암실기법을 이용한 사진들도 종종 선보였지만 대개의 사진은 현장성을 중요시하였다. 주명덕, 강운구, 김수남의 사진이 사라져가는 전통을 기록하는 우회적인 작업에 치우친 반면, 1984년부터 청량리에서 진행된 조문호의 작업은 제5공화국이라는 우울한 시대적 상황의 사회현장에서 치열한 작가정신을 보여준다.


조문호의 청량리 588작업은 집창촌에 대한 선정성이나 호기심보다도 사회적 소수에 대한 애틋한 연민과 인간적 이해로 읽힌다. 직업인으로 보아달라는, 아니 인간으로 대해 달라는 애절한 호소가 사진 전편을 지배한다. 폭로와 저항만이 다큐멘터리 양식이 아니라 편견의 해소와 공감의 기록도 훌륭한 사진양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낮에서 밤으로의 시간 흐름과 더불어 활기를 찾아가는 집창촌, 호객을 위해 길에 나와 앉아 있는 여인들, 그리고 언뜻언뜻 비치는 군인과 청년 고객들, 추위를 피하기 위해 피어놓은 연탄난로와 빈 의자 등의 오브제를 통해 조문호는 집창촌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인생과 그들을 그곳으로 내몬 사회구조에 대해 말해 주는 듯하다.

2015년 2월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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