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전시장에서 1980년대 서울의 유명한 사창가였던 청량리 588번지의 매춘부들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조문호(68) 씨가 83년부터 88년까지 5년간 청량리 588을 드나들며 찍은 사진작품들이다.

사진 속에는 당시 청량리 588의 풍경은 물론 매춘부들의 생활 모습, 심지어 섹스하는 사진 등 쉽게 볼 수 없는 모습들이 담겨있다. 조 씨는 “다른 사진작가들이 쉽게 찍지 못하는 매춘부들의 생활과 애환을 담고 싶었다”고 사진을 찍은 이유를 설명했다.


1980년대 서울 '청량리 588'. 매춘부들이 거리에 나와 지나가는 남성에게 호객행위를 하고있다./사진=조문호(68.다큐멘터리 사진가)

 

매춘부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몰래 사진을 찍다가 깡패들에게 걸려 수차례 구타를 당했고, 찍은 필름을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깡패들에게 맞았던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됐다. 조 씨는 “하루는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을 하러 갔는데, 그곳에 자신을 때린 폭력배가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술을 권하며 내가 매춘부들의 사진을 찍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니 오히려 그가 나를 때린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게 도와주더라”고 했다. 또, 직접 사창가 안 여인숙에 들어가 5개월간 생활하며 매춘부들과 아침, 점심, 저녁을 같이 먹고 술잔도 함께 기울이며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매춘부들은 가난이 싫어 돈을 벌거나 부모의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창가에 들어온 여자 등 돈에 얽힌 사연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조 씨는 “비록 몸 파는 창녀일지라도 하나의 직업인으로 봐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량리 588' 사진전을 연 조문호(68.다큐멘터리 사진가) 씨./차재문 기자

 

사실 이번 사진전은 1990년 2월에도 열렸다. 당시 사진 속 주인공들이 조 씨의 사진작품을 보러 올 것을 약속했지만,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오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사진 속 주인공들을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청량리 588’ 사진전은 오는 10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2층에서 전시된다. 선정적인 사진이 많기 때문에 19세 미만은 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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