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일부 유명작가의 사진집이야 다른 곳에서도 나왔겠지만, 많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작품들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뿐 했다.

그것은 한국사진 역사이기 전에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니던가?



 


사진관련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눈빛출판사가 태어 난지가 올해로 30주년이 되었다.

창립 30주년 기념전 및 북 페어가 지난 7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지하철 강남역 일번출구에 있는 미진프라자 빌딩 스페이스 22’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그동안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 책과 사진가들의 작품, 그리고 눈빛아카이브가 컬렉션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격동의 한국 50년을 기록한 구와바라 시세이, 이한열 열사의 주검을 포착한 정태원, 아바이마을을 찍은 엄상빈,

서울을 기록한 전민조씨 등 눈빛사진집 표지로 쓰인 20인의 사진과 대표작 1점씩이 전시되고,

미군정기의 외국인이 찍은 코다크롬 컬러사진 10점도 전시되었다



 

 


특히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지금까지의 사진-한국사진의 작은 역사 1945-2018’ (이규상 엮음·사진)도 펴냈다.

한국사진사에 대한 개요조차 없었던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80여 명의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며,

한국 현대사진의 경향과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발행한 책이다.



    

 

눈빛출판사는 그동안 700여권의 사진관련 서적을 펴냈다.

2014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58종을 발행한 '눈빛사진가선'은 기성, 신인 구분 없이 사진 완성도 중심으로 제작된

한국사진의 오늘을 보여주는 대표 사진집 시리즈다.






그리고 '눈빛아카이브'로는 격동한국50’, ‘개화기와 대한제국’, ‘골목안 풍경전집, ‘꿈의 공장‘, ’내 마음 속의 한국‘,

노무라 리포트 청계천변 판자촌 사람들‘, ’미군정 3년사‘, ’북아메리카 인디언‘, ’사진이 다 말해주었다‘. ’신동삼 컬렉션‘,

일제 강점기‘,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 ’판문점과 비무장지대‘, ’한국의 보도사진‘, ’한국의 장터‘, ’한국전쟁‘,

휴먼선집 최민식사진집등이 있다.

   


 



출판된 책들은 대부분 팔리지 않고 제작비만 많이 들어가는 사진집이다.

그것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다큐멘터리 사진집 중심으로 책을 만들어 왔는데, 이규상씨가 돈 많은 독지가도 아니다.

3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했으나, 아직까지 조그만 사무실에서 월급 주는 직원이라고는 성윤미씨 한 사람 뿐이다.

그의 아내인 편집장 안미숙씨와 딸 이솔 양이 직원의 전부다.

거의 가내공업 수준에서 평균 한 달에 두 권의 책을 만들어 왔다는 것은 소명의식에 의한 투지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사진에 맥락을 부여해 세상에 소개하는 보람으로 견뎌낸 것 같다.



 


그것도 내달라고 기다리는 사진이 아니라, 숨어있는 사진을 일일이 찾아내어 사진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역시 가정을 꾸려가며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한 권 만들어 팔면 다음 책에 몽땅 쏟아 부었으니, 사는 형편이야 보나 마나다.

책 낼 돈이 없어 장인께 가계수표를 빌렸다는 이규상씨 회고담은 듣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팔리지 않는 줄을 알면서도 좋은 사진만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하는 그의 열정과 집념이 이루어 낸 억척스러운 결과다.

창고에 쌓여있는 사진집 보관료도 여간 아닐 것이다.



 


돈 많은 사진가들이야 자비로 책을 만들 수도 있겠으나, 가난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어찌 사진집을 만들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눈빛출판사가 없었다면 이름 없이 사라졌을 사진가들은 물론, 쓰레기로 태워진 필름도 수두룩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이야 그렇다치고 사진인 조차 사진집을 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끔 사진가들의 서재를 들여다보면, 외국사진가들의 수입 서적은 잔뜩 꽂혀 있으나,

국내에서 출판된 사진집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자칫 우리사진보다 외국 사진을 더 좋아하는 사대주의로 비칠 수도 있는데, 우리를 모르고 어찌 남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사진의 정체성을 잃고, 외국 사진 흉내나 내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이규상 대표의 청년시절은 문창과를 나온 문학도 였다는데, 출판도 중요하다는 선생의 말에 따라 열화당에 들어갔다고 한다.

미술서적을 많이 내던 그곳에서 서서히 시각예술에 눈을 뜨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조세희의 사진 산문집 침묵의 뿌리도 한 몫 했다고 한다.

한국 사진이 아름다운 풍경이나 찾아다니던 시기에, 삶의 어둠을 조명하는 사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열화당을 그만 둔 이규상씨가 정진국, 여균동, 이영준 씨와 어울려, 1988년 무렵 광화문에 출판사를 차렸는데,

 첫 출판물이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가 기록한 '북녘 사람들' 사진집이었다.

이어 미군정기,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분단문제 등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기록한 국내외 사진을 발굴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이경모, 성두경, 이형록, 김천길, 김기찬, 최민식, 황규태씨'눈빛'을 거치지 않은 국내 사진가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창립 30주년 기념전 및 북페어가 개막된 지난 7일에는 김지연씨의 사회에 따라 구와바라 시세이, 윤주영, 정태원, 박현수씨가

차례대로 나와 축사를 했고, ‘눈빛출판사안미숙 편집장과 이규상대표도 인사말을 했다.

마지막에 나온 엄상빈씨가 출품작가의 양해를 받아 냈다며, 전시된 작품 일체를 눈빛출판사에 기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날 참석한 분은 전민조, 오상조, 김보섭, 김남진, 성남훈, 구본창, 김문호, 안해룡, 강제훈, 김봉규, 이주영, 아레아 박, 이한구,

박종우, 이순심, 한금선, 정영신, 이재갑, 장 숙, 이규철, 제이안 리, 김영호, 정진호, 이은숙, 박성태, 마동욱, 곽명우, 하지권, 남 준,

김 헌, 한선영, 곽대원, 김경수, 정명식, 김유리씨 등 이름도 알 수 없는 많은 사진인 들이 '눈빛출판사'의 창립30주년을 축하했다.


    

 



그러나 사정이 있어 참석치 못한 분도 있겠지만보이지 않는 사진가들이 너무 많았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도, 잘 못되어가는 사진계를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마음 꼬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원로 분들까지 눈치만 보며, 아무도 탓하지 않으니, 어찌 그냥 볼 수 있었겠는가?



 


이 날은 사정상 뒤풀이를 생략한다고 밝혔으나, 어찌 그냥 헤어질 수 있겠는가?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나, 한 사람 두 사람 술집 북촌으로 모여 들었다.

"부어라~ 마시어라~ 눈빛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사진, / 조문호



 


눈빛출판사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북 페어는 한국 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사진집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다,

최고50%에서 20%까지 활인 판매가 되고 있으니 사진집을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리고 아래는 전시기간 중 대안미술 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강연 일정이오니,

많은 사진인 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1110()

오후 2- 330/ '대항매체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 / 김성민 경주대 교수

오후 4- 530/ 내가 바라본 격동한국 반세기 /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1113()

오후 4- 450/ 나와 아바이 마을 30/ 사진가 엄상빈

오후 5- 550/ 세계 속의 한국 사진 / 사진평론가 최연하

 

1115()

오후 4- 420/ AP통신 사진기자 김천길선생 추모행사

오후 430- 520/ 역사의 현장에 선 사진가 / 사진가 정태원

오후 530- 620/ 오늘의 기념사진 / 사진가 전민조

 

1117()

오후 2- 330/ 눈빛과 한국현대사진 30/ 사진평론가 진동선

오후 4- 530/ 인문학으로서의 한국사진의 지평 / 사진평론가 이광수

































































































정영신사진


























 

 





제13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홍대 주차장거리에서 열렸다.
지난 일요일 모처럼 정영신씨와 데이트 약속을 했는데, 느닷없이 홍대로 가잖다.

북페스티벌에 구경 가자는데, 책을 좋아하는 정영신씨라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돈이 없어 사주지는 못할망정 포터 역할이라도 충실히 해 주어야 하니까..






마침, 축제 마지막 날이었는데, 많은 부스들이 6개동으로 나누어져, 홍대 주차장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참여한 출판사도 많았지만, 책도 다양했다. 그 종류만 제대로 살펴보아도 하루가 더 걸릴 것 같았다.

사진집 출판사로 유일한 ‘눈빛출판사’ 부스부터 찾아보았다. 책보다 성윤미씨의 복스러운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전시된 사진집들은 대부분 이미 본 사진집이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이라 ‘눈빛사진가선’시리즈에서 없는 책을 찿았다.

책값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정영신씨가 50여권 발행된 시리즈를 교본처럼 모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오백원 짜리 동전 하나로 행운의 책을 받는 부스도 있었다.
처음에 뽑은 노란 공안에는 뇌 과학과 철학의 유쾌한 만남이란 부제가 달린 폴 새가드의 ‘뇌와 삶의 의미‘가 적혀 있었다.

정영신씨 입이 쩍 벌어졌다. 관심 있는 책인지라 욕심까지 불러 일으켰다.

나에게 오백원을 얻어 다시 집어넣었는데, 이번엔 의외의 책이 나왔다.

’고흐 아저씨와 함께 떠나는 색칠여행‘이라는 어린이용 미술책이었다.

아쉬웠지만, 애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기도 했다.





뒤늦게 ‘눈빛’ 안미숙 편집장과 딸 이소리 양이 전시 부스에 나왔다.
정영신씨와 커피숍에서 이야기 나누는 동안, 의자에 앉아 사진집을 꼼꼼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사진집들은 그동안 연이 닿지 않아 못 보았던 궁금한 사진이기도 했는데,

바로 손대광의 “광민탕‘과 박성태의 ’비린내‘였다.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한 권은 비릿한 바닷가 비린내로 서민들의 삶을 우려내고 있었고,

한 권에서는 목욕탕이란 특정 공간에서 펼쳐지는 서민들의 애환이 아무런 가식 없이 펼쳐 있었다.

단 돈 이만 원으로 사진다운 사진을 보며 갖는 행복감을 가진자들이 알지 모르겠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음악과 신나는 랩은 늙은이까지 흥겹게 만들었다.






난, 자판기스타일이라 커피숍에 가지 않았는데, 정영신씨가 나를 불렀다.

커피도 안마시는 주제에 염치불구하고 끼여 앉았는데, 눈빛 내외분의 책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래전 ‘눈빛출판사’ 사무실이 전시중인 주차장 부근에 있었던 것이 생각나 어디쯤 되냐고 물었더니,

안미숙씨는 홍대에서만 세 번을 옮겼다고 했다.

무거운 책을 옮겨가며 힘들게 살았지만, 책이 좋아 평생을 함께 했던 지난 세월에 감회가 묻어났다.

통장에 남은 돈은 없지만, 쌓인 책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며 한 평생 하고 싶은 일하며 사는 것도 큰 축복이라며, 스스로 고단한 삶을 위안했다.






그렇다. 돈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사진사가 ‘눈빛’에 다 모여 있으니, 어찌 큰 보람이 아니겠는가?
그 위업에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5월16일은 군사 구테타가 일어 난 날이다.
그 끔찍한 날, '눈빛출판사'의 윤미양이 시집간다는 것이다.
더러운 세상 바꾸려고, 명표군과 윤미양이 구테타 작심을 했나보다.

따뜻한 봄날, 들뜬 마음으로 아내 정영신과 함께 결혼식장에 갔다.
그 곳에는 눈빛출판사 이규상, 안미숙 내외를 비롯하여
박 도선생과 전민조, 엄상빈, 최경자씨 등 아는 분들이 많았다.

그 날 주례는 원주에서 오신 박 도선생께서 서셨다.
박 도 선생께서 주례 선 커플은 여지 것 이혼한 사람이 없다고 하니,
머리가 파 뿌리되도록 ​행복하게 잘 살기 바란다.

그러나 '눈빛출판사' 일을 생각하니 은근히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 곳은 이규상, 안미숙씨 두 내외와 윤미씨가 꾸려가는
가내 수공업 수준인데, 이젠 두 내외가 도맡아야 할 형편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 처럼 어떻게 되겠지..

동갑내기 친구라는 인연으로 시작되어 연인과 부부로 바뀌어 간
홍명표군과 성윤미양의 행복한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세상일이나 사랑이나 모두 한결 같아야 하는 것이니라.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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