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예술인스마트협동조합서인형이사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전시를 철수하고 가까운 녹번동 응일식당’으로 화가 칡뫼 김구, 장경호씨가 왔으니, 오라는 것이다.

 

마침 동자동으로 가려고 나서던 중이라 식당부터 먼저 들렸는데.

칡뫼 김구, 장경호씨도 직원들과 함께 작품을 철수했다고 한다.

전시 마무리를 도운 두 분에게 저녁 식사 대접하는 자리에 끼어 앉은 것이다.

 

서인형씨는 씨앗페기금마련전에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잘 마무리했다고 한다.

작품을 구매하거나 계좌로 후원해주신 분들도 고맙지만,

공연을 진행해주신 뮤지션을 비롯한 참여한 모든 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나 역시 '씨앗페' 전시를 치루는 동안 걱정을 많이 했다. 

더구나 이번 전시에 사진가도 아홉 명이나 들어가 전시 공간만 차지할 것 같았는데,

20여 점의 판매작 중 사진이 네 점이나 팔려 천만다행이었다.

두 점은 모르는 분이 샀지만, 나머지 두 점은 사진가가 사주어 더 고마웠다.

 

사진을 구입해 주신 황규태 선생은 몸이 불편해 전시장에 나올 수도 없었으나,

씨앗페” 전시 포스팅을 보시고 사진 두 점과 그림 한 점을 사겠다고 연락해 온 것이다.

가난한 예술가를 돕는 일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하셨다.

기금 마련전 덕에 모처럼 통화를 했는데, 마무리하면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말씀하셨다. 

 

정영신사진

그래서 이튿날 선생이 계신 평창동으로 정동지와 찾아간 것이다.

약속한 식당에 먼저 나와 계셨는데, 요즘은 허리 협착증으로 외출도 할 수 없다며,

부산에서 열린 개인전에도 못 가 보았다고 말씀하셨다.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는데, 픽셀 작업하느라 너무 오래 앉아 생긴 병 같았다.

하루속히 완쾌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활동하시길 바란다.

 

팔린 사진 / 정영신 / 전남, 강진 / 75x47.8cm / 1988

선생께서 작품을 구입해 주어 씨앗페기금 마련에도 보탬이 되었지만,

작가에게도 절반이 돌아가니 어려운 살림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태 사진가가 사진가의 작품을 사준 일이 흔치 않은 일이라, 그 고마움을 깊이 새겼다.

 

팔린 사진 / 라인석 / 휘어진 세계로 부터 캠밸수프머시룸1 / 50X40cm / 2021

 

씨앗페에 성원해 주신 많은 분들, 고맙고 고맙습니다.

 

사진, / 조문호

 

 

고리대금에 시달리는 가난한 예술인들을 위한 기금 마련 전 씨앗페가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

 

지난 목요일 오후 무렵, 전시 상황이 궁금해 인디프레스를 찾았더니.

서인형 이사장과 김정대 관장, 출품작가 장경호씨가 전시장을 지켰다.

 

이인철작

한가한 전시장에서 다시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 많았다.

이미 판매된 작품만도 20여 점이 되는데, 내 사진에도 빨간딱지가 붙어있었다.

 

조문호작

판화가인 류연복씨는 3, 최병수씨는 2점이 팔리기도 했는데,

더 힘이 실린 것은 그림값 비싼 신학철선생 작품도 팔렸다는 것이다.

 

민정기씨는 자기 작품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팔리도록 연결하는가 하면,

서인형 이사장 역시 주변 지인들에게 꾸준히 연락하는 등

다들 부단히 노력은 하지만, 아직 힘을 더 보태야 한다.

 

손기환작

소액 후원이라도 많은 분이 참여하여 더 이상 벼랑에 몰리는 작가가 없도록 만들자.

여러분의 손길이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큰 힘이 되오니 많은 분의 참여를 바란다.

(후원 계좌 : 기업은행 / 301-101031-04-024 / 한국스마트협동조합/ 02-764-3114)

 

김재홍작

 

(‘씨앗페출품작가)

김계환_김수길_김억_김영미_김영진_김우성_김이하_김재홍_김정헌_김준권_김진하_김현철_라인석_류연복_민정기_박생광_박성남_박성완_박야일_박은태_박항률_박향미_박흥순_배동신_백경중_백승기_서공임_서성환_손은영_신학철_연규혜_윤여걸_이수철_이익태_이인철_이채린_이태호_이택희_이홍원_이흥렬_장경호_정영신_조문호_조이락_주재환_최병수_최애경_최윤정_최은경_칡뫼김구_허진_홍선웅

 

김정헌작
김영진작

지난 24일 오후5시 무렵, 예술인상호부조대출 기금 마련을 위한 씨앗페오프닝 행사가

효자동 인디프레스에서 열렸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서 주관하는 씨드머니 조성을 위한 아티스트 페스티벌 씨앗페

예술인들이 겪는 고리대금 현실에 맞서 낮은 금리로 생활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기금 마련전이다.

가난한 예술가를 돕기 위한 씨앗페에 작은 힘이나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이 요구된다.

 

가난한 늙은이가 도울 방법은 전시에 참여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많은 분이 함께 하도록 나팔이라도 열심히 불어야겠다.

 

오프닝 행사가 있던 지난 24일, 기대 반 걱정 반 서둘러 전시장을 찾아 나섰는데,

전시장 입구에는 장경호화백과 김이하시인 등 반가운 모습이 여럿 보였다.

 

행사를 이끄는 서인형 이사장을 비롯하여 황경하 사무국장과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한쪽에선 퍼포머인 이익태, 배경애, 김희성씨를 비롯한 스탭들이  오프닝 퍼포먼스 피멍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수호, 강욱천, 안원규, 김태호, 김 구, 최석태, 김수길씨 등 반가운 분이 속속 모여 들었다.

 

 전시장에는 50명 작가가 출품한 70여점이 일 이층에 빼곡이 전시되어 예술의 정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신학철화백을 비롯하여 이인철, 김정헌, 주재환, 홍선웅, 손기환, 류연복, 김재홍, 이태호, 김 억,

김영진, 김진하, 김준권, 박흥순, 윤여걸, 이홍원, 최병수씨 등 기라성 같은 민중미술가 작품들이 즐비했고,

심지어 장경호화백의 88년도 작품 절벽까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인형이사장의 인사로 시작된 개막식에는 풀빵이수호 이사장과 민예총 강욱천 사무총장,

북서울신용협동조합 이사장등 여러 명의 격려사도 이어졌다.

 

서울민예총’ 손병휘 이사장의 노래 공연에 이은 퍼포먼스는 보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절박한 현실을 온몸으로 보여 주었는데, 얼마나 긴장의 연속인지 카메라 셔터마저 누를 수 없었다.

 

개막식에 이어 야외에서 펼쳐진 오프닝 퍼포먼스 피멍에는 이익태 작가와

배경애, 김희성씨가 나섰는데, 돈에 상처받은 군상들의 아픔을 먹물로 풀어냈다.

 

무용, 국악,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40여개 팀이 참여하는 씨앗페 공연은 28일까지 매일 열리고,

전시는 4월2일까지 이어진다. 공연 일정을 참조하여 많은 분들의 전람회장 방문을 부탁드린다.

 

'청하식당'에서 열린 뒤풀이에는 출품작가 김재홍씨를 비롯하여 장경호, 김이하, 최석태, 정영신,

안원규, 김 구, 김정대, 김수길, 서인형, 황경하, 이명신씨등 많은 분이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나서서 십시일반 술값을 걷기도 했는데, 본인 스스로 20만원을 내놓았다.

이처럼 씨앗페가 꽃 피우려면 작품 구입에 앞서 작은 돈이라도 기금에 보태야 한다.

 

예술인 상호부조대출상품 조성을 위한 '씨앗페'에 많은 분의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씨앗패 후원 계좌 : 기업은행 / 301-101031-04-024 / 한국스마트협동조합/ 02-764-3114)

 

 

사진, / 조문호

 

 

오늘은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잔 하는 날이다.

평일인데도 거리에 사람이 많은걸 보니, 코로나 퇴조에 힘입어 경기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가로수 사이에 걸린 ‘아리랑 미술제’ 현수막이 그나마 문화의 거리임을 말하지만,

화랑이나 표구점 등 인사동의 대표적 상점들은 파리만 날렸다.

 

거리에는 버스킹 나선 젊은 음악가의 바이올린 곡이 애잔하게 울려 퍼진다.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을 연주했으나 아무도 관심주지 않았다.

거리에서 공윤희, 임태종, 조준영, 김재홍씨 등 아는 분도 여럿 만났다.

 

인사동의 멋과 분위기를 맛보려면 구불구불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으로 들어가야한다.

숨 가쁜 세월 속에서도 기와를 걷어내지 않은 천장 낮은 한옥 주막이 군데군데 둥지 틀고 있다.

 

흙 뭍은 토기나 무명화가의 그림까지 너그러이 품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거친 흙벽과 창호 문살 사이로 번지는 불빛조차 포근하다.

 

아직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술집이나 찻집들이 남아있어, 인사동 고유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주막에는 지난 시절의 낭만과 향수를 한 자락씩 깔고 앉은 예술가들이 모여 인생과 예술을 노래한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동적 이미지를 연출한다.

 

안국역 6번 출구의 개구멍 같은 샛길, 벽치기 골목은 언제나 취객들로 북적댄다.

담배 피울 수 있는 장소를 찾다보니, 골목자체가 술집이 된것이다.

 

이날 모이기로 한 장소도 담배 연기 자욱한 벽치기 골목의 ‘유목민’이었다.

 모이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열명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모임을 주도하는 조준영시인을 비롯하여 전강호, 공윤희, 조해인, 김명성, 

임태종, 이명희, 김수길, 정복수씨 등이 모여앉아 술잔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조준영시인이 부지런히 연락했으나, 여러 사람이 부도냈다고 한다.

그 날 새벽녘 까지 술을 마셨다는 장경호, 김구, 임경일씨 등 몇몇은 아예 집에 드러누웠단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창예헌’ 조직도 이제 한 물 갔다.

‘창예헌’의 뿌리는 2000년 가을, 정선 만지산에서 개최한 ‘동강주민들을 위한 굿마당’이 발단이었다.

 

김명성씨가 서울에서 버스 두 대에 인사동 예술가 70여명을 태워 왔는데,

행사장인 귤암분교에는 동강 지역 주민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붐볐다.

귤암리 가는 길은 차가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때 그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사진굿당’이란 조직을 만들어

가을이 되면 ‘만지산 서낭당 축제’를 열었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제반 경비문제도 있었지만, 거리가 먼 지역적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그 이후 한 동안 흐지부지하다 2013년 가을 무렵에야 새로운 조직인

‘창예헌’ 발기총회를 인사동 ‘아리랑’에서 개최한 것이다.

 

구중서, 민 영선생 등 원로작가 열여덟 분을 고문으로 모시고

150여명의 조직을 재정비한 인사동 사람들의 모태가 발족한 것이다.

 

단양 사인암과 전북 완주에서 가을축제를 열기도 했고,

인사동에서 천상병시인을 추억하는 ‘인사동 백년을 걷자’ 축제도 열었다.

 

그러나 이사장을 맡은 김명성씨 사비에 의지해 모든 것이 이루어지다보니, 조직 결집력은 떨어졌다.

결국 김명성씨가 운영하는 ‘아라아트’가 중국자본에 넘어가자 ‘창예헌’ 조직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 정기적인 인사동 모임이 없어, 조준영시인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모든 술값을 김명성씨가 부담하던 것에서 벗어나, 참여한 분에게 만원씩 거두기로 한 것이다.

 

그 돈으로 술값 내기란 턱없이 부족하지만, 참여의식을 높이기 위한 조준영씨의 고육지책이었다.

긴 세월 김명성씨가 부담해온 탓에 다들 공짜에 길들었을까?

 

이 날도 십여명에게 받은 돈으로 43만원을 계산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조준영씨가 떠 안았다.

술 자리가 파할 즈음에야 이인섭선생도 나타났고, 지방 촬영 갔던 정영신씨도 나타났다.

'인디프레스' 개막식에 가서 술이 그나하게 취한 서인형씨와 최석태씨도 나타났고,

노광래씨 까지 등장했으나 모자라는 술값 정산에는 도움되지 않았다.

 

인사동 모임에 활력이 생기려면 젊은 피가 수혈되어야 하는데, 다들 너무 늙어 버렸다.

연락하는 조준영씨도 환갑을 지난지가 한참 지났고,

여자라고는 씻고 벗고 하나 뿐이라는 연극배우 이명희도 벌써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도 노래 부른 대폿집 주모역은 결국 하지 못할 팔자인 것 같다.

 

대폿집  마담이 아니라 대폿집 할멈이면 어떤가?

인사동 술꾼들 바가지 씌우려면 아무래도 할멈이 제격이지 않겠는가?

나 역시 힘이 딸려 벽치기 골목에서 벽치기도 못 칠것 같다.

어즈버 가는 세월 누가 잡을 수 있겠나?

 

사진, 글 / 조문호

 

며칠 전 정동지 따라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 갔다.

예술인 지원금 타는 일 도움받으러 갔는데, 최석태씨도 왔더라.

 

지원금 신청은 서인형이사장이 처리해 주었는데,

얼마나 과정이 복잡한지 성질 급한 놈은 받지도 않겠더라.

주기 위해 지원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안 주려고 만든 것 같더라.

고맙게도, 담당자 전화까지 알아내어 묻고 물어 처리해 주었다.

이 보리흉년에 백만원이 어디냐?

 

일이 끝나고 나니 뉴스아트편집회의를 한다지만,

편집회의가 아니라 고정 필진으로 참여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서인형이사장과 이명신 편집장, 최석태, 정영신씨가 둘러앉았는데,

최석태씨가 여러 가지 자문을 해 주었다.

 

최석태씨는 '한국근대미술사를 연재해주기로 했고

정영신씨는 '정영신의 시간자르기'를 연재하기로 했다.

, '전시리뷰'를 부탁받았다.

 

이틀 뒤에는 뭔 일인지도 모른 채, 응일식당에 따라 갔더니

서인형 이사장과 장경호씨가 한 잔하고 있었다.

아마 장경호씨도 원고청탁을 받은 것 같더라.

 

그런데, 원고 마감일도 모른 채 늦장 부리다,

찍어 둔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이미 아트뉴스가 나와버렸네.

 

스마트 협동조합의 인터넷신문 '뉴스아트' (news-art.co.kr)

많은 예술가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예술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며,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진, / 조문호

 

 

지난 30일은 예술인 '스마트협동조합' 정기총회 날이었다.

대의원은 아니지만, 술 냄새를 맡아 달라 붙은 것이다.

 

그날이 바로 코로나 감옥에서 해방된 날이 아니던가?

총회 끝날 시간에 맞추어 뒤풀이 집에 갔더니, 반가운 분들이 많았다.

 

서인형 이사장, 황경하 사무국장, 박권주, 김성은, 송수아씨 등

상근하는 분 외에도 최석태, 장경호, 김이하, 정영신, 민정기,

박태종, 이미경, 김은엽, 이영경, 이명신씨 등 많은 분 들이

총회를 끝내고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다들 몸 사리는 코로나 시국임에도 40명이나 참석했다고 한다.

전체 조합원 십 분의 일이 참석했다면 많이 나온 편이다.

 

스마트협동조합은 창립 삼 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음악연습실 운영 등 사업도 확대되었지만, 조합원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나 역시 가난한 예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여러 지원을 받았는데,

코로나로 힘 들어 하는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여태 예총이나 민예총’같은 예술단체 어디에서도 회원들 생계를 위해

도움 준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도움은커녕 회원들 갉아먹는 구조가 아니던가?

 

빈손으로 시작한 '스마트협동조합'이 불과 삼 년 만에 자리 잡은 것은

조합원들의 협력도 따랐지만, 서인형 이사장의 기획력과

황경하 국장의 추진력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찰떡궁합이었다.

 

올해는 음반 사업에 이어 출판 사업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마트협동조합' 인터넷신문도 창간 준비 중이란다.

 성장하는 '스마트협동조합'을 보니 마음이 든든했다.

 

아직 가입하지 못한 예술가들도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가자.

예술인들의 권익을 지키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가난한 예술가들이 의지할 곳이 생겼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오늘 쪽방 격리에서 해방된 날인데, 이게 얼마 만이던가?

 

귀는 어두운데다 목소리까지 막혀 통하지도 않지만,

못난 사람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더라.

 

그런데 소주가 달달한 게 술술 넘어갔다.

술잔 주고받을 것도 없이 혼자 홀짝홀짝 마시며

사진 찍고 놀다 결국 맛이 가고 말았다.

 

성악하는 민정기, 박태종씨는 쩌렁쩌렁 좌중을 압도했고,

김이하 시인은 구수하게 축가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는 판에

감히 어찌 끼어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서너 개 남은 이빨 사이로 튜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목구멍은 막혀 파리 방귀 소리보다 작은 주제에 말이다.

술이 취하면 간이 커진다는 말이 딱 맞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이란 구겨진 첫 구절부터 슬프게 만들었다.

아마 그건 노래가 아니라 벙어리 몸부림에 가깝다.

조지 피면 가치 웃고 조지 지면 가치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마지막 대목에서 결국 눈물을 짤아내고 말았다.

 

그 이쁜 처자들 많은 자리에서, 팔릴것도 없는 쪽을 다 판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오바 하지 않으려고 다짐에 다짐을 해도 술만 취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지 버릇 개 못 준다. 아마 죽어야 철들 것 같다.

 

사진, / 조문호

 

 

 

 

해만 바뀌면 정동지가 선물타령을 해댄다.

해 바뀌는데 선물도 없나?"

씰대 없는 소리라며 깔아 뭉갠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가끔은 선물공세로 알랑방귀라도 뀌면

밥 한 술 얻어먹기가 훨씬 편할텐데, 그게 잘 안 된다.

요즘 같은 여인 천하에 살아남은 것만도 용타싶다.

 

지난 년말에는 진흥마켓에서 회 한 팩 사오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오는 길에 이층 다이소에서 선물도 하나 사란다.

다이소에서 뭘 사지?매장을 몇 번이나 돌았으나 살게 없었다.

"그래 선물 좋아하는 어린애니 장난감이나 사자"며

이천 원짜리 모형 카메라를 샀다.

덤으로 초록색 사과 양초까지 샀다.

송년회에 촛불로 분위기를 잡고 싶어서다.

 

정동지 입이 째졌다.

일단 카메라작전은 성공이었다.

앙증맞은 카메라가 액자 밑에 제자리를 잡았는데,

사과양초까지 따라 붙었다.

 

선물 택배도 연이었다.

떡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대전의 박순규씨와 아산의 김선우씨가 떡을 보내왔다,

난리가 나도 굶어 죽을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공유공간 마임'의 선우가 보낸 연하장에는 그림 같은 집이 튀어 올랐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으라는 메시지다.

건축가 임태종씨는 인사동 사진을 사겠다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도 주었다.

 

그것도 백만원짜리 큰 사진을 사람이라고는 개미새끼 한마리 없는 사진만 골랐다.

난, 사람찍는 찍사가 아니던가?

  사람 없는 사진만 고르는 것을 보니, 이제 사람 장사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새해에는 불 난 집터에 조그만 집도 짓고 보내 준 떡도 잘 먹을게요.

다들 고맙습니다.

 

둘 만의 송년회에 앞서 먼저 들릴 곳도 있었다

'스마트협동조합'에서 맛있는 홍어를 준비했단다.

서인형, 최석태, 정영신씨와 사무실 모퉁이에 끼어 앉았는데,

홍어 애 맛이 애간장을 녹이더라.

 

그동안 어려운 예술가들 돕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

아무 단체에서도 못한 일을 창립한지 삼년밖에 안 된 '스마트협동조합'에서 해 낸 것이다.

더 큰 발전을 위해 다 같이 건배를 들었다.

 

녹번동 아지트에서 가진 둘 만의 송년회는 신년회로 이어지는 연속상영이었다.

내시와 광대 역할을 두루 섞은 십구금 퍼포먼스는 웃음없이 볼 수 없는 순정의 드라마였다.

눈물나도록 웃었는데, 통쾌하게 웃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있겠나?

 새해에는 즐겁고 재미있는 일 많이 만들기를 바랍니다.

 

사진, / 조문호

 

 

가끔 인터넷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찾아본다.

띠별로 몇 줄 적어 논 운세를 믿지는 않으나 재미로 보는 것이다.

운세가 나쁘면 그만이지만, 행여 좋은 운세라도 나오면 괜히 기분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 날은 "좋은 일은 있으나 끝이 좋지 않다"는 좋다 마는 김빠지는 운세였다.

 

지난 주말은 녹번동 정동지 집에서 개겼는데, 뜻밖에 손녀 하랑이가 찾아왔다.

아들 햇님에 안겨 온 손녀 하랑이가 그 날따라 사진 포즈는커녕 눈 맞추기도 싫어했다.

땡초 처럼 머리를 빡빡 민 할애비가 낯설기도 하지만, 무서웠던 것 같았다.

그러다 이내 잠들어 버렸다.

 

잠든 손녀의 천진한 모습에 빠져 행복감에 젖었는데,

손녀 빰에는 하랑이라 적힌 스탬프 도장이 찍혀 있었다.

 

며칠 전 페이스북에 아들이 올린 하랑이 춤추는 사진을 보아

춤추는 멋진 손녀 사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결국 자리가 파할 때 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잠자는 손녀를 안고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닭 쫓던 개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들 내외가 가고 좀 있으니,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찾아왔다.

요즘 고 김용태씨 DMZ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미군부대 주변 사진관에서 수집한 기념사진들을

스캔 받는 작업을 정영신씨와 같이 해 녹번동에서 술 한 잔 할 기회가 잦다.

 

그 날은 정영신씨의 장터 기획전에 대한 반가운 소식을 물고 와 스캔 받는 일은 뒷전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야사에 대한 강의가 한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비단 미술계뿐 아니라 잘 알려진 정사보다 뒷이야기인 야사가 더 흥미로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눈이 번쩍 뜨일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그런 내용을 책으로 묶는다면 대박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스마트협동조합서인형 이사장과의 약속시간이 되어 그만 일어나야 했다.

 

스마트협동조합가까이 있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푸짐한 안주에다 사무실에서 공수해 온 보드카로 술자리가 걸판졌다.

그러나 독주가 목구멍에 들어가니 금방 돌아버렸다.

 

평소에 마시는 진로를 주량에 맞추어 천천히 마셔야 하는데,

좋은 술이라며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제풀에 간 것이다.

술이 취해 할 말과 안할 말을 가리지 못하고 콩팔 칠팔 지껄인 것은 물론

술집 주인아주머니에게 큰절을 올리는 추태까지 부린 것이다.

 

내 딴에는 만들어 준 술안주도 좋았지만,

가져 온 술을 영업집에서 마신데 따른 죄송함의 큰절이었으나

그만 몸매에 대한 칭찬까지 곁들이는 오버를 해버린 것이다.

절 받는 분의 마음이 결코 편치 않았던 것 같았다.

 

뒤늦게 정동지로부터 이야기 들어 알았지만,

필름이 끊겨 중간 중간 기억 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제 버릇 개주지 못한다는 정동지의 푸념에 감 잡을 뿐이었다.

 

다 같이 녹번동 집으로 돌아와서 손님들 앞에 대마불사주를 꺼내놓고 잠자리 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찍힌 사진을 보니 같이 앉아 이야기 나누는 사진도 있었다.

그 이튿날 정동지에게 물어보니, 내복차림으로 한참 주접 떨다 잤단다.

 

아이쿠! 고려장 할 나이에 이 무슨 추태던가?

그 날 아침에 본 오늘의 운세가 딱 들어맞았다.

 

"좋은 일은 있으나 끝이 좋지 않다"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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