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에서 생선회와 복지리를 잘하는 싼 집을 만났다.

어제 예술활동지원금 결과 보고를 할 줄 몰라 불광동에 있는 스마트협동조합을 찾아갔다.

조합의 오피스아트를 빌려 쓰는 정동지도 그곳에 있었고, 장경호화백도 지원금 신청하러 와 있었다.

서인형이사장께서 자료를 찾아 잘 마무리해 주었는데, 주당 장경호씨를 만났으니 어찌 그냥 올수 있겠는가?

장화백이 알아 낸, 싸고 맛있다는 회집을 따라갔다.

손님 받는 테이블도 너 댓개 뿐인 조그만 횟집이었는데, 주방을 지키고 선 주방장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았다.

먼저 간 이사장이 모듬회와 초밥을 시켜놓았는데, 술상이 그득했다.

 

서이사장은 다른 약속이 있어 계산만 하고 먼저 일어났으나,

나중에 일을 끝낸 정동지도 왔고, 인사동에서 전시 중인 칡뫼 김구도 왔다.

술도 못 마실 놈이 술자리에 끼어 있기가 영 불편했으나, 안주로 시켜놓은 회나 축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회도 맛있지만 붙여 놓은 가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듬회 28,000, 복지리 12,000원 등 시중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일찍부터 마신 장화백은 안주는 손도대지 않고 술만 마셔 혼자 취해버렸다.

늦게 나타난 칡뫼김구 더러 타박 주기만 반복해 슬며시 일어났는데,

장화백이 정동지 먹으라고 복지리까지 포장해주었다.

 

이튿날 복지리를 조금 얻어 먹어보니 맛이 꽤 괜찮았다.

회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정동지가 좋아해 가끔 이용할 작정인데,

싸고 맛있는 집이라 우리만 알기는 너무 아까웠다.

소문나 자리가 없어 대기할 망정, 생선회를 좋아하는 분에게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주소는 은평구 진흥로1526-1, 상호는 진초밥이다.

 

그리고 개인사무실을 찾는 분은 스마트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오피스아트를 활용하시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어쩔 수 없어 치룬 아산 백암 길 사람 사는 이야기사진 설치전이 많은 분의 도움으로 잘 마무리했다.

 

바쁜 중에도 어려운 걸음 해주신 분들과 멀리서 성원해 주신 많은 분께 고마움을 전한다.

또 하나의 빚을 짊어졌지만, 백암 길에서의 만남은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모든 게 넘치면 안 되듯, 행복도 과하면 힘들었다.

 

엊저녁에는 모든 일을 마무리 하고 서울로 올라와 자고 또 잤다.

죽으면 끝없이 잘 텐데, 무슨 잠이 그리 많이 오는지 모르겠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노닥거리던 컴퓨터조차 켜기 싫었지만,

일주일 동안 찍은 분들의 안부에 등 떠밀려 좌판기를 두드린다.

 

지난 화요일에는 늦게 사 일어나 아산 갈 준비를 서둘고 있었는데,

사진가 양시영씨가 넋전 춤 양혜경씨를 모시고 아산 백암길 전시장에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다.

 

야외에 걸린 사진 보러왔다면 양해를 구하겠으나,

사방에 길을 뚫는 굿을 하러 왔다는데, 어찌 그냥 보낼 수가 있겠나?

옆에 있는 현충사부터 구경하길 부탁해 놓고, 휴게소까지 마다하며 달려갔으나,

마음은 급한데 차까지 밀려 안절부절 하게 만들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양혜경씨를 비롯하여 사진가 양시영, 박종진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양혜경씨는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이며 한국전통넋전춤연구소소장으로

긴 세월동안 용미리 무연고자 묘역의 합동 위령제를 백번이 넘도록 치룬 의인이다.

 

불쌍한 원혼들의 맺힌 한을 풀어주었으니, 그 춤이 어찌 영험하지 않겠는가?

 

함께 온 박종진씨는 얼마 전 펴낸 숙명에서 고려를 보다사진집 한권을 선물 했다.

 

김선우가 준비해 둔 음식으로 식사부터 한 후, 이야기 나눌 틈도 없이 굿판을 벌였는데,

양혜경씨 어께에 앉은 앵무새가 길조를 예언하는 듯 했다.

 

양혜경씨가 직접 오려낸 종이각시를 들고 버선발로 마당에 내려섰다.

산자와 죽은 자의 길을 터는 넋전 춤으로 사방에 길을 터는 도리뱅뱅이 굿을 시작한 것이다.

 

길을 열어 백암길사람사진관으로 사람이 몰려오기를 바라는 기원 굿이었다.

그녀의 간절한 염원이 한 자락 가을바람에 휘날렸다.

 

굿이 끝난 후, 돌아가신 심우성 선생 이야기로 꽃을 피우기도 했다.

 

힘들여 굿을 해 주셨지만, 사례는커녕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

 

저녁 무렵에는 스마트협동조합서인형 이사장과 전방위예술가 이익태선생께서 오셨다.

 

귀한 술까지 챙겨 먼 길을 오셨는데, 삼겹살을 구워 대마불사주를 대접했다.

 

장작 타는 소리를 음악 삼아 저물어가는 가을밤 정취에 빠져들었으나,

운전에 발목 잡혀 술 한 잔 마시지 못하는 서인형씨가 마음에 걸렸다.

 

마침 양평에 사는 사진가 정인숙씨가 손님을 한 분 모시고 왔는데,

그 역시 느닷없는 병마에 시달리다 술을 끊은 처지라 술도 한 잔 권할 수 없었다.

일전에 인사동에서 만날 때보다 훨씬 건강이 좋아진 것 같았다.

 

다 떠나고 난 후, 정동지와 단둘이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지나가던 마을버스 기사가 차를 세우고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다.

 

오라고 손짓하니 시동을 켜둔 채 내렸는데,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이란다.

대마불사주 한 잔 따라주었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술이 아까운 게 아니라 기사 술 먹이는 죄가 무서워 더 이상 권할 수도 없었다.

 

그 다음 날은 소설가 임헌갑씨가 친구 홍선생을 모시고 왔다.

마땅한 안주가 없어 시장에서 전어를 사와 구워 먹으면 어떨까?” 했더니.

홍선생께서 대신 갔다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무려 두 시간이 지나서야 돌아왔는데, 전어가 없어 시장을 헤매고 다닌 것 같았다.

돌고 돌아 전어를 구해 왔는데, 괜히 전어 이야기를 꺼내 홍선생만 고생시켰다.

 

그런데다 사진집까지 여러 권 구입해 주셨는데. 고맙다는 인사가 고작 성적 말장난이었다.

임헌갑씨는 해학으로 돌리지만, 죽기 전엔 고치지 못할 큰 병이다.

오래된 영화제목이 생각난다. “다정도 병이련가?”

 

자고 일어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서성이고 있었더니, 화가 류연복, 손기환, 김석환씨가 찾아왔다.

갑자기 찾아 온 손님이라 미처 준비할 겨를도 없었는데,

어제 먹다 남은 전어 세 마리를 안주로 대마불사주 한 잔 했다.

 

부안에 갈 일이 있다며 일어서고 나니 성혜선씨가 다녀가셨다.

 

기아 노동자로 일하는 사진가 황상윤씨를 비롯하여 평택에 계신 임성일씨도 오셨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거리를 둔 채 지켜보던 마을 분들의 관심이었다.

단감을 선물하는 분도 있었고, 간간히 찾아와 사진을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에서 허튼 짓은 아니었다는 위안이 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서울에서 정동지가 내려와 다 같이 쫑파티를 했다.

선우와 이현이가 준비해 온 돼지수육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으나, 다들 술은 마실 수 없었다.

식사가 끝난 후 모닥불에 둘러앉아 김창복선생의 생명사상에 관한 강의를 듣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전시 때문에 여러 사람 고생시켰지만, 다들 고맙고, 고맙습니다.

 

전시는 끝났으나 다음 전시가 이어질 봄까지 사진은 걸려 있으니, 지나치는 걸음에 보셔도 됩니다.

술이나 차 한 잔 하시려면 제가 상주하는 목요일부터 주말에 오시면 됩니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며칠 전 예술인스마트협동조합서인형이사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전시를 철수하고 가까운 녹번동 응일식당’으로 화가 칡뫼 김구, 장경호씨가 왔으니, 오라는 것이다.

 

마침 동자동으로 가려고 나서던 중이라 식당부터 먼저 들렸는데.

칡뫼 김구, 장경호씨도 직원들과 함께 작품을 철수했다고 한다.

전시 마무리를 도운 두 분에게 저녁 식사 대접하는 자리에 끼어 앉은 것이다.

 

서인형씨는 씨앗페기금마련전에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잘 마무리했다고 한다.

작품을 구매하거나 계좌로 후원해주신 분들도 고맙지만,

공연을 진행해주신 뮤지션을 비롯한 참여한 모든 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나 역시 '씨앗페' 전시를 치루는 동안 걱정을 많이 했다. 

더구나 이번 전시에 사진가도 아홉 명이나 들어가 전시 공간만 차지할 것 같았는데,

20여 점의 판매작 중 사진이 네 점이나 팔려 천만다행이었다.

두 점은 모르는 분이 샀지만, 나머지 두 점은 사진가가 사주어 더 고마웠다.

 

사진을 구입해 주신 황규태 선생은 몸이 불편해 전시장에 나올 수도 없었으나,

씨앗페” 전시 포스팅을 보시고 사진 두 점과 그림 한 점을 사겠다고 연락해 온 것이다.

가난한 예술가를 돕는 일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하셨다.

기금 마련전 덕에 모처럼 통화를 했는데, 마무리하면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말씀하셨다. 

 

정영신사진

그래서 이튿날 선생이 계신 평창동으로 정동지와 찾아간 것이다.

약속한 식당에 먼저 나와 계셨는데, 요즘은 허리 협착증으로 외출도 할 수 없다며,

부산에서 열린 개인전에도 못 가 보았다고 말씀하셨다.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는데, 픽셀 작업하느라 너무 오래 앉아 생긴 병 같았다.

하루속히 완쾌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활동하시길 바란다.

 

팔린 사진 / 정영신 / 전남, 강진 / 75x47.8cm / 1988

선생께서 작품을 구입해 주어 씨앗페기금 마련에도 보탬이 되었지만,

작가에게도 절반이 돌아가니 어려운 살림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태 사진가가 사진가의 작품을 사준 일이 흔치 않은 일이라, 그 고마움을 깊이 새겼다.

 

팔린 사진 / 라인석 / 휘어진 세계로 부터 캠밸수프머시룸1 / 50X40cm / 2021

 

씨앗페에 성원해 주신 많은 분들, 고맙고 고맙습니다.

 

사진, / 조문호

 

 

고리대금에 시달리는 가난한 예술인들을 위한 기금 마련 전 씨앗페가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

 

지난 목요일 오후 무렵, 전시 상황이 궁금해 인디프레스를 찾았더니.

서인형 이사장과 김정대 관장, 출품작가 장경호씨가 전시장을 지켰다.

 

이인철작

한가한 전시장에서 다시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 많았다.

이미 판매된 작품만도 20여 점이 되는데, 내 사진에도 빨간딱지가 붙어있었다.

 

조문호작

판화가인 류연복씨는 3, 최병수씨는 2점이 팔리기도 했는데,

더 힘이 실린 것은 그림값 비싼 신학철선생 작품도 팔렸다는 것이다.

 

민정기씨는 자기 작품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팔리도록 연결하는가 하면,

서인형 이사장 역시 주변 지인들에게 꾸준히 연락하는 등

다들 부단히 노력은 하지만, 아직 힘을 더 보태야 한다.

 

손기환작

소액 후원이라도 많은 분이 참여하여 더 이상 벼랑에 몰리는 작가가 없도록 만들자.

여러분의 손길이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큰 힘이 되오니 많은 분의 참여를 바란다.

(후원 계좌 : 기업은행 / 301-101031-04-024 / 한국스마트협동조합/ 02-764-3114)

 

김재홍작

 

(‘씨앗페출품작가)

김계환_김수길_김억_김영미_김영진_김우성_김이하_김재홍_김정헌_김준권_김진하_김현철_라인석_류연복_민정기_박생광_박성남_박성완_박야일_박은태_박항률_박향미_박흥순_배동신_백경중_백승기_서공임_서성환_손은영_신학철_연규혜_윤여걸_이수철_이익태_이인철_이채린_이태호_이택희_이홍원_이흥렬_장경호_정영신_조문호_조이락_주재환_최병수_최애경_최윤정_최은경_칡뫼김구_허진_홍선웅

 

김정헌작
김영진작

지난 24일 오후5시 무렵, 예술인상호부조대출 기금 마련을 위한 씨앗페오프닝 행사가

효자동 인디프레스에서 열렸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서 주관하는 씨드머니 조성을 위한 아티스트 페스티벌 씨앗페

예술인들이 겪는 고리대금 현실에 맞서 낮은 금리로 생활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기금 마련전이다.

가난한 예술가를 돕기 위한 씨앗페에 작은 힘이나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이 요구된다.

 

가난한 늙은이가 도울 방법은 전시에 참여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많은 분이 함께 하도록 나팔이라도 열심히 불어야겠다.

 

오프닝 행사가 있던 지난 24일, 기대 반 걱정 반 서둘러 전시장을 찾아 나섰는데,

전시장 입구에는 장경호화백과 김이하시인 등 반가운 모습이 여럿 보였다.

 

행사를 이끄는 서인형 이사장을 비롯하여 황경하 사무국장과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한쪽에선 퍼포머인 이익태, 배경애, 김희성씨를 비롯한 스탭들이  오프닝 퍼포먼스 피멍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수호, 강욱천, 안원규, 김태호, 김 구, 최석태, 김수길씨 등 반가운 분이 속속 모여 들었다.

 

 전시장에는 50명 작가가 출품한 70여점이 일 이층에 빼곡이 전시되어 예술의 정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신학철화백을 비롯하여 이인철, 김정헌, 주재환, 홍선웅, 손기환, 류연복, 김재홍, 이태호, 김 억,

김영진, 김진하, 김준권, 박흥순, 윤여걸, 이홍원, 최병수씨 등 기라성 같은 민중미술가 작품들이 즐비했고,

심지어 장경호화백의 88년도 작품 절벽까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인형이사장의 인사로 시작된 개막식에는 풀빵이수호 이사장과 민예총 강욱천 사무총장,

북서울신용협동조합 이사장등 여러 명의 격려사도 이어졌다.

 

서울민예총’ 손병휘 이사장의 노래 공연에 이은 퍼포먼스는 보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절박한 현실을 온몸으로 보여 주었는데, 얼마나 긴장의 연속인지 카메라 셔터마저 누를 수 없었다.

 

개막식에 이어 야외에서 펼쳐진 오프닝 퍼포먼스 피멍에는 이익태 작가와

배경애, 김희성씨가 나섰는데, 돈에 상처받은 군상들의 아픔을 먹물로 풀어냈다.

 

무용, 국악,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40여개 팀이 참여하는 씨앗페 공연은 28일까지 매일 열리고,

전시는 4월2일까지 이어진다. 공연 일정을 참조하여 많은 분들의 전람회장 방문을 부탁드린다.

 

'청하식당'에서 열린 뒤풀이에는 출품작가 김재홍씨를 비롯하여 장경호, 김이하, 최석태, 정영신,

안원규, 김 구, 김정대, 김수길, 서인형, 황경하, 이명신씨등 많은 분이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나서서 십시일반 술값을 걷기도 했는데, 본인 스스로 20만원을 내놓았다.

이처럼 씨앗페가 꽃 피우려면 작품 구입에 앞서 작은 돈이라도 기금에 보태야 한다.

 

예술인 상호부조대출상품 조성을 위한 '씨앗페'에 많은 분의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씨앗패 후원 계좌 : 기업은행 / 301-101031-04-024 / 한국스마트협동조합/ 02-764-3114)

 

 

사진, / 조문호

 

 

오늘은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잔 하는 날이다.

평일인데도 거리에 사람이 많은걸 보니, 코로나 퇴조에 힘입어 경기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가로수 사이에 걸린 ‘아리랑 미술제’ 현수막이 그나마 문화의 거리임을 말하지만,

화랑이나 표구점 등 인사동의 대표적 상점들은 파리만 날렸다.

 

거리에는 버스킹 나선 젊은 음악가의 바이올린 곡이 애잔하게 울려 퍼진다.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을 연주했으나 아무도 관심주지 않았다.

거리에서 공윤희, 임태종, 조준영, 김재홍씨 등 아는 분도 여럿 만났다.

 

인사동의 멋과 분위기를 맛보려면 구불구불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으로 들어가야한다.

숨 가쁜 세월 속에서도 기와를 걷어내지 않은 천장 낮은 한옥 주막이 군데군데 둥지 틀고 있다.

 

흙 뭍은 토기나 무명화가의 그림까지 너그러이 품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거친 흙벽과 창호 문살 사이로 번지는 불빛조차 포근하다.

 

아직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술집이나 찻집들이 남아있어, 인사동 고유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주막에는 지난 시절의 낭만과 향수를 한 자락씩 깔고 앉은 예술가들이 모여 인생과 예술을 노래한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동적 이미지를 연출한다.

 

안국역 6번 출구의 개구멍 같은 샛길, 벽치기 골목은 언제나 취객들로 북적댄다.

담배 피울 수 있는 장소를 찾다보니, 골목자체가 술집이 된것이다.

 

이날 모이기로 한 장소도 담배 연기 자욱한 벽치기 골목의 ‘유목민’이었다.

 모이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열명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모임을 주도하는 조준영시인을 비롯하여 전강호, 공윤희, 조해인, 김명성, 

임태종, 이명희, 김수길, 정복수씨 등이 모여앉아 술잔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조준영시인이 부지런히 연락했으나, 여러 사람이 부도냈다고 한다.

그 날 새벽녘 까지 술을 마셨다는 장경호, 김구, 임경일씨 등 몇몇은 아예 집에 드러누웠단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창예헌’ 조직도 이제 한 물 갔다.

‘창예헌’의 뿌리는 2000년 가을, 정선 만지산에서 개최한 ‘동강주민들을 위한 굿마당’이 발단이었다.

 

김명성씨가 서울에서 버스 두 대에 인사동 예술가 70여명을 태워 왔는데,

행사장인 귤암분교에는 동강 지역 주민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붐볐다.

귤암리 가는 길은 차가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때 그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사진굿당’이란 조직을 만들어

가을이 되면 ‘만지산 서낭당 축제’를 열었으나,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제반 경비문제도 있었지만, 거리가 먼 지역적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그 이후 한 동안 흐지부지하다 2013년 가을 무렵에야 새로운 조직인

‘창예헌’ 발기총회를 인사동 ‘아리랑’에서 개최한 것이다.

 

구중서, 민 영선생 등 원로작가 열여덟 분을 고문으로 모시고

150여명의 조직을 재정비한 인사동 사람들의 모태가 발족한 것이다.

 

단양 사인암과 전북 완주에서 가을축제를 열기도 했고,

인사동에서 천상병시인을 추억하는 ‘인사동 백년을 걷자’ 축제도 열었다.

 

그러나 이사장을 맡은 김명성씨 사비에 의지해 모든 것이 이루어지다보니, 조직 결집력은 떨어졌다.

결국 김명성씨가 운영하는 ‘아라아트’가 중국자본에 넘어가자 ‘창예헌’ 조직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 정기적인 인사동 모임이 없어, 조준영시인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모든 술값을 김명성씨가 부담하던 것에서 벗어나, 참여한 분에게 만원씩 거두기로 한 것이다.

 

그 돈으로 술값 내기란 턱없이 부족하지만, 참여의식을 높이기 위한 조준영씨의 고육지책이었다.

긴 세월 김명성씨가 부담해온 탓에 다들 공짜에 길들었을까?

 

이 날도 십여명에게 받은 돈으로 43만원을 계산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조준영씨가 떠 안았다.

술 자리가 파할 즈음에야 이인섭선생도 나타났고, 지방 촬영 갔던 정영신씨도 나타났다.

'인디프레스' 개막식에 가서 술이 그나하게 취한 서인형씨와 최석태씨도 나타났고,

노광래씨 까지 등장했으나 모자라는 술값 정산에는 도움되지 않았다.

 

인사동 모임에 활력이 생기려면 젊은 피가 수혈되어야 하는데, 다들 너무 늙어 버렸다.

연락하는 조준영씨도 환갑을 지난지가 한참 지났고,

여자라고는 씻고 벗고 하나 뿐이라는 연극배우 이명희도 벌써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도 노래 부른 대폿집 주모역은 결국 하지 못할 팔자인 것 같다.

 

대폿집  마담이 아니라 대폿집 할멈이면 어떤가?

인사동 술꾼들 바가지 씌우려면 아무래도 할멈이 제격이지 않겠는가?

나 역시 힘이 딸려 벽치기 골목에서 벽치기도 못 칠것 같다.

어즈버 가는 세월 누가 잡을 수 있겠나?

 

사진, 글 / 조문호

 

며칠 전 정동지 따라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 갔다.

예술인 지원금 타는 일 도움받으러 갔는데, 최석태씨도 왔더라.

 

지원금 신청은 서인형이사장이 처리해 주었는데,

얼마나 과정이 복잡한지 성질 급한 놈은 받지도 않겠더라.

주기 위해 지원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안 주려고 만든 것 같더라.

고맙게도, 담당자 전화까지 알아내어 묻고 물어 처리해 주었다.

이 보리흉년에 백만원이 어디냐?

 

일이 끝나고 나니 뉴스아트편집회의를 한다지만,

편집회의가 아니라 고정 필진으로 참여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서인형이사장과 이명신 편집장, 최석태, 정영신씨가 둘러앉았는데,

최석태씨가 여러 가지 자문을 해 주었다.

 

최석태씨는 '한국근대미술사를 연재해주기로 했고

정영신씨는 '정영신의 시간자르기'를 연재하기로 했다.

, '전시리뷰'를 부탁받았다.

 

이틀 뒤에는 뭔 일인지도 모른 채, 응일식당에 따라 갔더니

서인형 이사장과 장경호씨가 한 잔하고 있었다.

아마 장경호씨도 원고청탁을 받은 것 같더라.

 

그런데, 원고 마감일도 모른 채 늦장 부리다,

찍어 둔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이미 아트뉴스가 나와버렸네.

 

스마트 협동조합의 인터넷신문 '뉴스아트' (news-art.co.kr)

많은 예술가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예술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며,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진, / 조문호

 

 

지난 30일은 예술인 '스마트협동조합' 정기총회 날이었다.

대의원은 아니지만, 술 냄새를 맡아 달라 붙은 것이다.

 

그날이 바로 코로나 감옥에서 해방된 날이 아니던가?

총회 끝날 시간에 맞추어 뒤풀이 집에 갔더니, 반가운 분들이 많았다.

 

서인형 이사장, 황경하 사무국장, 박권주, 김성은, 송수아씨 등

상근하는 분 외에도 최석태, 장경호, 김이하, 정영신, 민정기,

박태종, 이미경, 김은엽, 이영경, 이명신씨 등 많은 분 들이

총회를 끝내고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다들 몸 사리는 코로나 시국임에도 40명이나 참석했다고 한다.

전체 조합원 십 분의 일이 참석했다면 많이 나온 편이다.

 

스마트협동조합은 창립 삼 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음악연습실 운영 등 사업도 확대되었지만, 조합원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나 역시 가난한 예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여러 지원을 받았는데,

코로나로 힘 들어 하는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여태 예총이나 민예총’같은 예술단체 어디에서도 회원들 생계를 위해

도움 준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도움은커녕 회원들 갉아먹는 구조가 아니던가?

 

빈손으로 시작한 '스마트협동조합'이 불과 삼 년 만에 자리 잡은 것은

조합원들의 협력도 따랐지만, 서인형 이사장의 기획력과

황경하 국장의 추진력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찰떡궁합이었다.

 

올해는 음반 사업에 이어 출판 사업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마트협동조합' 인터넷신문도 창간 준비 중이란다.

 성장하는 '스마트협동조합'을 보니 마음이 든든했다.

 

아직 가입하지 못한 예술가들도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가자.

예술인들의 권익을 지키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가난한 예술가들이 의지할 곳이 생겼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오늘 쪽방 격리에서 해방된 날인데, 이게 얼마 만이던가?

 

귀는 어두운데다 목소리까지 막혀 통하지도 않지만,

못난 사람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더라.

 

그런데 소주가 달달한 게 술술 넘어갔다.

술잔 주고받을 것도 없이 혼자 홀짝홀짝 마시며

사진 찍고 놀다 결국 맛이 가고 말았다.

 

성악하는 민정기, 박태종씨는 쩌렁쩌렁 좌중을 압도했고,

김이하 시인은 구수하게 축가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는 판에

감히 어찌 끼어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서너 개 남은 이빨 사이로 튜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목구멍은 막혀 파리 방귀 소리보다 작은 주제에 말이다.

술이 취하면 간이 커진다는 말이 딱 맞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이란 구겨진 첫 구절부터 슬프게 만들었다.

아마 그건 노래가 아니라 벙어리 몸부림에 가깝다.

조지 피면 가치 웃고 조지 지면 가치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마지막 대목에서 결국 눈물을 짤아내고 말았다.

 

그 이쁜 처자들 많은 자리에서, 팔릴것도 없는 쪽을 다 판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오바 하지 않으려고 다짐에 다짐을 해도 술만 취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지 버릇 개 못 준다. 아마 죽어야 철들 것 같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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