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보는이로 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어켰던

'송현동 부지'가 지난7일 시민들에게 임시 개방되었다.

이건희 기증관 건립과 문화공원 조성에 앞서, 약 2년간 녹지광장으로 활용한단다.

 

인사동 지척에 자리잡은 송현동부지는 서울광장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규모지만,

한 세기가 넘도록 일반인은 볼 수조차 없던 금단의 땅이 아니던가?

숱한 역경을 거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기에 더 반가운 것이다.

 

이 땅은 경복궁을 감싸고 있어 조선 시대는 왕족이 흩어져 살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서며 부터

4m에 달하는 높은 담이 올라 일반인은 볼 수도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광복 후에는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이다, 1997년에야 돌려받은 곳이다.

소유권이 한국 정부에서 삼성생명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대한항공’으로 넘긴 것이다.

'삼성생명'이 미술관을 건립하려 했으나 아마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것 같다.

'대한항공'은 이곳에 7성급 한옥 호텔을 지으려했으나 그 또한 장애가 따랐다.

학교문제로 인허가에 번번이 제동이 걸리며 결국은 공공부지로 돌아오게 되었다.

 

서울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대한항공과의 3자 간 합의로 사들인 것이다.

7월 초 소유권이 대한항공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로 변경되었다는데,

서울시에서 보유한 강남구 서울의료원 남측부지와 맞교환 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방 첫 날인 지난 7일 오후 다섯 시 무렵, 열린송현을 찾아갔다.

때 마침 개장식에 맞춘 '가을달빛송현'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시장을 비롯한 300여명이 참석한다기에 서둘러 돌아보고 나왔다.

 

부지 전체를 둘러싼 4m 높이의 장벽을 철거하여 1.2m 돌담으로 낮추었고

넓은 잔디 광장 주변에는 코스모스와 백일홍 등 야생화 군락지를 조성해 놓았다.

북인사마당에서 바로 연결되는 송현광장의 접근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도심 한 복판에 이렇게 넓은 평지가 생겼다는 자체만으로 하나의 사건이었다.

 

송현동 부지가 가로막았던 경복궁과 북촌은, 지름길이 트이며 더 가까워진 것이다.

인사동에서 광장을 가로지르는 보행로 따라 가면 경복궁과 광화문광장,

청와대에서 북촌 골목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새로운 관광코스다.

 

잔디광장 중앙에는 대형 달을 형상화한 지름 5m 크기의 달 조명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작은 달이 방사형으로 펼쳐지는 조명 조형물도 설치해 놓았다.

100년 만에 열린 공간이, 달빛 쏟아지는 가을밤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라고 한다.

 

서울시는 임시개방 기간동안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한단다.

내년 5~10월에는 이곳에서 서울건축비엔날레가 열리고,

올해 처음으로 열린바 있는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내년에는 이곳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2025년 다시 문을 닫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희 기증관을 포함한 문화공원으로 재단장하여 2027년에 재개관할 예정이라는데,

가급적 건축물이나 인위적인 설치물은 배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숨 막힐듯 답답한 서울도심, 시원하게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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