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빛사진가선 037 '포항송도'안성용사진집 책표지



우리는 허구가 현실을 압도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사진은 허구와 현실이 공존하는 두 세계 속에 섞여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지난 3일 대안공간 ‘스페이스 22’에서 포항의 사진가 안성용의 ‘포항 – 송도’사진전이 열리며 눈빛사진가선 사진집도 출판했다.

이번 전시는 아날로그 작업으로 젤라틴 실버 프린트 작품 50여점이 전시됐다.

그는 1990년부터 송도를 찍기 시작해 26년 동안 포항송도를 주목하고 있으며,

요즘도 날씨가 좋지 않는 날만 찾아 다르게 해석된 송도를 카메라 렌즈에 담는다고 한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행복하다는 안성용작가



그는 “작업을 할 때 세 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첫째로는 산업사회에 대한 반성이고,

두 번째는 회고와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예술과 비예술사이의 경계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세상을 읽어내는 도구로 역사의 목격자처럼 우리사회의 증언이고 얼굴이다.

안성용의 시선은 송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보여준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역사의 한 부분을 오늘과 내일, 그리고 미래의 시간으로 숙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 눈빛사진가선 '포항송도' 안성용사진집 14페이지 '포항송도 2005'


또한 포항송도는 그의 카메라 앞에서 철저하게 해체 당한다.

처절한 현실의 세계를 사진예술이라는 상상의 도구를 통해 송도를 찾는 관광객과

그곳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사는 사람들의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는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가 뒤엉킨 포항송도를 총체적으로 100년 넘게 기록함으로써,

인류학적인 시선이 나온다” 며 후배들에게 포항 송도를 계속 촬영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눈빛사진가선 '포항송도' 안성용사진집에서


예술을 향하는 사진은 한 시대를 사실대로 기록하는 현실성에 앞서 작가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또 다른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오랜 기억과 미래의 가상공간까지 겹쳐 을씨년스러운 바다풍경이나

아이러니하게도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들을 포착하고 있다.


사진 곳곳에는 현실비판적인 시각이 묻어난다. 상상에 의한 허구일지 모르지만,

거짓이 포함된 진실마저 그 시대의 또 한 모습을 반영하고 있기에 의의가 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바라봄을 넘어 책의 행간을 읽어내듯 사진읽기에 들어가야 그 괴리감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그리고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미지를 통해 오늘의 현실을 각성하게 한다.



▲ 눈빛사진가선 '포항송도' 안성용사진집에서


포항이라는 거대한 산업사회의 현실너머에 송도해수욕장이라는 허구의 공간이 펼쳐져 있다. 관광객이 가족사진을 찍는가하면,

그곳에 사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가하면, 또한 스님의 기도도량이 되어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끊임없는 풍경의 변화를 자기경험으로 해석함으로써 지극히 사적인 예술적 색체를 띤다.


송도해수욕장은 포스코라는 산업시설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질로 인해 해수욕장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작가로서는 상당한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마저도 산업사회의 희생양이 되어 망가질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남아있는 송도를 미치도록 찍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날의 송도를 추억하며...



대안공간 스페이스 22 '포항송도' 전시장모습



다큐멘터리 사진의 힘은 현실기록과 함께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사진가 안성용은 “생각의 표현으로서의 예술의 의미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것뿐만 아니라 특별하고 사실에 기반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해설을 쓴 철학자 박이문 선생은 “예술적 아름다움은 그것을 구성하는 지적, 정시적, 삼각적, 논리적 다양한 개별적 요소들과 그것들의 각기 가치들 간에 존재하는 구성적 관계의 신선하고도 긴장된 구조적 조화이다. 이런 점에서 안성용의 사진들은 보면 볼수록 아름다우며, 그 아름다움은 부와 권력 그리고 인간의 자연 지배를 상징하는 포항제철의 높은 굴뚝의 숲과 그러한 존재들의 그늘에서 물질적으로 소외된 가난한 해녀들 혹은 지적으로 낙후된 사람들과 조화로운 긴장된 대립을 축으로 한 사진작품의 미학이 구현된다” 고 밝혔다.


안성용작가는 예술은 생각들을 표현하기 때문에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이 사진전은 오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스크랩 : 서울문화투데이 / 정영신기자]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2016년 1월23일

▲ 조문호 사진가



사자성어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 (甘呑苦吐)’란 말이 있다.

입에 발린 칭찬이나 좋아하며 건전한 비판도 수용하지 못하는 오늘의 세상을 말하는 것 같다.

국회청문회나 특검에 나온 피의자들이 좋은 질문에만 답하고 불편한 질문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오늘의 상황도 ‘감탄고토’의 전형이다.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 또한 정치판은 물론이고, 사회전반에 널리 퍼져있는 현상이다.

건전한 비판이라면 스스로를 반성하며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도대체 받아들이려 하지를 않는다.

고질적인 이러한 풍토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지만, 새삼스레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진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저지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추태를 탓하기 위해서다.

말썽을 일으킨 사진가는 강원도 최북단 저도어장(猪島漁場)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장공순씨다.

그가 지난 5일, 서울 강남에 있는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문제의 발단은 본지에 정영신기자의 전시리뷰가 소개되며 일어났다.

더구나 전시리뷰를 쓴 기자는 30여 년 동안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온 사진가이고,

전시작가보다 한 참 선배이기에 작가를 위한 충언에서 비판을 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시작가가 이를 수용하여 재도약의 기회를 삼기는커녕 기사를 삭제하라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이다.

3일간의 집요한 요구에 못 이겨 기사를 내렸다지만, 그건 아니다 싶다.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당사자의 가슴에 상처로 남을 것이 안쓰러워 내렸다지만,

전시를 열었다는 자체는 작가 개인의 일이기에 앞서, 전시를 관람하게 될 독자들에게 제대로 소개할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다.

전시된 ‘저도어장’은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남북군사분계선과 접하고 있어 평소에는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다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만 고성지역 어민들에게만 개방되는 곳이다.

작가는 단순히 저도의장의 풍경을 담은 것이 아니라, 납북어부들이 많았던 비극의 바다였고 애환의 바다라며

바다의 풍요로움과 희망, 분단의 생채기를 함께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작업노트에 적고 있다.

그러나 전시된 사진에는 어민들의 애환을 담기보다는 일반적인 바다풍경이나 어부들의 어로작업이 담긴

전형적인 아마추어 사진인의 시각이었다.

정영신 기자는 ‘세계 유일 분단국가의 생채기 ‘저도어장(猪島漁場)’전‘이란 제목의 전시리뷰에서 ‘작가의 작업노트와는 달리

전시된 작품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다풍경과 해녀, 어망 작업사진이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차라리 최북단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살려 실향민들에 대한 애환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전시였다“며

솔직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비단 정영신기자 뿐 아니라 많은 사진전문가들의 공통된 아쉬움이고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작가로서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앞으로의 작업에 참고하여 재도약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으나,

자기도취에 빠져 비판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진집까지 출판하며 전시를 갖는 우월감에, 행여 자신의 입지에 누가 될까 안절부절 한 것이다.

평생을 배워도 모자라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이고, 머나먼 창작의 길인데,

그러한 자만이 도사리고 있는 한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자만에 의한 안하무인의 작가가 어디 한 두 사람이겠냐 마는 어떻게 기자가 쓴 전시 리뷰를 지우라고 할 수 있는지 상식 밖의 일이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로, 이런 사례는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더구나 작가는 오래전 일이지만, 지방지인 ‘고성신문’의 기자로 일한 적도 있다고 한다.

언론의 역할이나 기자의 책무를 잘 아는 자가 행한 일이라, 그 뻔뻔스러움에 더 어안이 막히는 것이다.

현재 ‘수협’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어 사회적 지위로서도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위치에 있다.

이제, 이런 이기주의적이고 사리분별 못하는 자들은 더 이상 발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

달콤한 말은 독이요. 쓴 말은 약이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기 바란다.

자신의 삶보다 찍고자 하는 대상의 삶속으로 들어가 ...20일까지 갤러리 브레송 

 

 

조문호의 ‘사람이다’ 전이 오는 2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리고 있다.

 

 브레송 기획전 ‘사진인을 찾아서’ 열두 번째 마지막 작가로 열린 조문호의 ‘사람이다’기획전은 ‘장르도 초월하고, 경계도 허물고, 패거리도 없고 갑과 을의 관계도 없는 대동의 사진 세계에서 이 땅의 숨겨진 고수를 찾는 놀이’였다.

 

 

 
▲ 사진가 조문호

1년 동안 김남진(갤러리 브레송) 관장의 기획아래 사진비평가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 교수가 작가론을 쓰고, 결과물을 눈빛출판사에서 펴내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고정남의 ‘불친절한 사진?’를 시작으로 최영진의 ‘있는 그대로 그렇게, 그 모태를 재현하다’, 이영욱의 ‘사진으로 사진에 대한 신화를 깨다’, 김보섭의 ‘인물과 오브제로 기록하는 감성적 민족지, 이재갑의 '아픈 역사를 이면과 기억으로 엮는 서사시’, 제주도에서 국화빵 CEO로 나선 권철의 ‘독대(獨對), 문진우의 ’당신이 보지 못했던 부산의 모든 것, 신동필의 ‘부르지 못한 노래’, 이수철의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레퀴엠, 강정효의 ’제주의 풍경, 민속 그리고 역사‘, 김문호의 ’사진 문법‘ 에 대한 도전, 마지막으로 조문호의 ’사람이다‘로 대미를 장식했다.

 

‘사진인을 찾아서’는 사진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 전시란 생각이 든다. 20년 전에 사진 유학파들이 만든 ‘한국사진 수평전’이 한국에 등장해, 만드는 사진이 한 때 유행했었다. 사진이 사진논리에 묻혀가는 것을 경계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많은 사진인들이 서양의 사조에 골몰하고 있을 때, 우리사진은 제대로 숨도 못 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진인을 찿아서’ 프로젝트는 한국 사진사를 다시 쓰는 의미 있는 기획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열린 조문호의 사진 세계를 조명하는 사진들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의 초창기 사진에서부터, ‘87 민주항쟁’, ‘전농동 588번지’, ‘인사동 사람들’, ‘장터 사람들’과 현재 찍고 있는 ‘동자동 사람들’ 에 이르기까지 한 주제에 10여점씩 묶어 선보이고 있다.

 

 

두메산골 사람들

 산이나 불교상징 이미지 등 생업과 관련된 사진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일관되었다. 그 사진들은 지나치며 찍은 것이 아니라 찍고자 하는 대상과 함께 살며 찍은 사진이다. 한 때는 인사동 예술가들을 찍기 위해 인사동의 허름한 건물 옥탑 방을 얻어 살았고, 성노동자들을 찍기 위해 윤락가로 들어갔으며, 두메산골 사람들을 찍으려 정선 굴암리로 이주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의 삶을 체험하지 않고는 제대로 찍을 수 없다’고 말했다.

좋은 사진은 사진가와 대상의 교감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순간적 찰나보다 사진가와 대상의 교감이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그들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전농동 588번지

한 때는 ‘동강’ 탐사에 참여하다 동강 주변에 사는 산골 사람들을 찍기도 했다. 당시는 동강 댐 논란으로 동강의 자연생태가 사회적 이슈였으나, 그보다는 그 곳에서 평생 살아 온 두메산골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87민주항쟁 사진들도 그 현장에 있는 사람에 집중되어 있다. 방독면을 쓴 청소부아저씨, 최루가스를 못 견뎌 종이로 코를 막은 수녀님, 십자가를 들고 눈물을 흘리는 박종철 열사 어머니 모습 등 슬프면서도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87 민주항쟁

  그의 사진들은 대부분 카메라를 쳐다 본 입상들이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눈동자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고자 했던 것이다. 애잔한 슬픔과 그리움을 머금은 사진의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 짙게 깔려있다. 그는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을 섬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진가다. 또한 사진의 생명력은 널리 공유되고 소통되는데 쓰여야 한다고 믿는 실용주의자이기도 했다.

 

인사동 사람들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널리 하는 내러티브 만들기 같은 것을 그리 중요하게 신경 쓰지 않는다. 원경도 잡고, 중경도 잡고 근경도 잡으면서 중간 중간에 이야기를 연결시켜주는 오브제 같은 것도 집어넣는 것이 대개들 하는 방식인데 그는 그런 방식에 별로 집중하지 않는다.  조문호 작가론을 쓴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가 인물 사진(portrait)을 주로 찍는 것은 사진 찍는 일을 실존적으로 행위 하는 결과다.  -중략-

 

 

노숙인

오로지 꽂히는 것은 인물뿐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극(劇)이 아니고 사실(事實)이기 때문이다. 농부가 도리깨질을 하고 있으면 그냥 그 도리깨질 하는 그 자리를 찍어 보여주면 될 일이다. 화전민이 밭을 태우면 그냥 그 불 탄 밭에서 그를 찍을 뿐이다. 방도 부엌도 마루도 모두 있는 그대로다.

   
▲ 2013 장터 사람들

  그곳에서 일하며 사는 사람들 모습만 보여주면 되지, 굳이 사진가가 어떤 이야기를 일부러 만들 필요가 없다. 더 보태거나 뺄 필요도 없고, 순서를 짤 필요도 없다. 기록자로서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자 해서이기도 하고, 사진가의 존재보다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그들 개개를 존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존중하며 찍어 온 대상들은 하나같이 권력과 재력에 밀려 난 서민들이다. 자신의 몸을 파는 성노동자, 첩첩산골에 사는 농민들, 이 장 저 장 떠돌아다니는 장돌뱅이, 인사동의 가난한 예술가들, 동자동 빈민들 등 모두가 사회적 약자뿐이다.

 

   
▲ 2016 동자동 사람들

일부러 사회적 약자들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더 순수하고 인정이 많았다고 한다. 이제 칠순의 나이에 동자동 쪽방 촌으로 들어가 빈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데, 사람에 대한 그의 집념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자신의 삶보다 찍고자하는 대상의 삶이 더 우선인 것 같다.

  “나의 사진은 고고한 예술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회의 한 기록으로 충실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족하면 그만이다. 이 약자들의 작은 기록도 보석처럼 빛나는 세월이 분명 올 것이다“고 그는 말했다.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2016년 12월12일 / 정영신기자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2016년 12월1일

▲ 조문호 사진가


지난 주말(26일)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촛불집회는 눈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90만에 이르는 인파가 전국을 메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 많은 국민들이 들고 나와 곳곳이 북새통이 됐지만, 단 한 건의 탈도 없이 평화롭게 잘 마무리 되었다. 정의와 인정이 살아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성숙한 문화 국민들의 자랑스러운 시위였다.

그러나 정작 국민을 그토록 분노하게 만든 당사자는 막가파처럼 그냥 청와대에 버티고 앉았다. 국정을 농단한 죄가 명명백백한데도 검찰수사까지 거부한 채, 나라를 막장으로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늑대 같은 전두환은 결단력이나 깡패 같은 의리 하나라도 있었고, 여우같은 이명박은 눈치라도 볼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무능한 박근혜는 결단력은 물론 눈치코치도 없다. 아예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 같다. 아니 인간이 아닌 것 같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는 대통령 복이 없는지 모르겠다. 뛰는 국민에, 기는 대통령인 꼴인데, 오늘 따라 노무현 같은 국민을 위하는 진정한 지도자가 그립다.

더구나 박근혜는 아랫도리 이야기로 국민들을 더 쪽 팔리게 만든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먹고 자는 것처럼, 섹스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면 놀아도 어느 정도의 도덕성을 바탕으로 놀아야 한다.

과거 한 커뮤니티에 올라 온 ‘박씨 일가의 엽기적인 사생활’이라는 제목의 글은 ‘당시 20대였던 박근혜가 아버지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최태민과 놀아난 것은 박정희의 엽색 행각만큼이나 엽기적이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여성의 말에 따르면 박근혜와 최태민이 놀았던 다음날 아침의 침실은 피임기구들과 변태적 성기구들이 널려있어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박근혜가 ’7인회‘란 늙은이들에게 집착하는 것도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최태민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말까지도 떠돈다.

속담처럼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마는, 온통 섹스 스캔들로 세상을 추접스럽게 만들고 있으니, 속이 시끄럽다. 그러한 소문을 입증할 근거가 하나 둘 밝혀지는데도, 당사자는 사과나 해명은커녕 꿀 먹은 벙어리처럼 모르쇠다.

그가 2010년에만 강남지역의 호텔을 무려 백번이나 들렸다고 한다. 처음엔 사흘에 한 번씩 서울시내 호텔에서 외부인사와 면담을 가졌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많다.

또한 비아그라를 고산병 치료목적으로 구입했다는 청와대의 발표와는 달리, 한 매체는 비아그라를 구매했던 시기에 고산병 전문 치료제도 별도로 구입했다고 보도해 비아그라 구입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그리고 비아그라 의혹에 이어 프로포폴을 사용했다는 등 입에 담기도 창피한 이야기까지 줄줄이 나온다. 약물의 등장은 국정을 뒤흔들어버린 ‘박근혜 게이트’를 순식간에 ‘관음증’ 수준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면 사생활까지 다 까발려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커녕, 인간의 자격도 없는 무능한 대통령을 뽑은 국민의 책임 또한 크다. 그래서 국민들이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그 권력을 환수한다고 내려오라고 외쳐대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짓밟은 박근혜와 달리 평화로운 촛불시위로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니, 아마 깔보는 것 같다. 오히려 폭력을 불러들여 상항을 바꾸려는 명분을 기다리는 것 같지만, 이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그 날 청계광장에서 열린 ‘물러나라 쇼’에서는 가수 안치환이 나와 자신의 히트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로 바꾸어 부르기도 했고, 광화문에서는 가수 양희은이 나와 ‘상록수’를 불러 노랫말의 의미로 시민들을 울리기도 했다. "근혜는 아니다~ 근혜는 아니다~"란 노랫소리가 북한산에 울려 퍼졌고, 시위에 나선 빈민들도 “박근혜 방 빼~, 박근혜 방 빼~”란 구호를 리듬에 맞추어 외치기도 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딱딱한 구호대신 재치와 해학이 담긴 깃발도 곳곳에 등장했다. 비아그라를 풍자한 “비우그라‘,”하야그라’가 등장했고, 청와대가 고산병 예방약으로 샀다는 해명에서 따온 ‘한국고산지 발기부전 연구회’라는 단체 이름도 생겨났다.

아무튼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성숙한 축제를 만들어 응어리 진 한을 풀게 해준 공로는 인정하지만, 이 추운 날씨에 더 이상 국민들을 힘들게 하지마라. 하루빨리 이성을 찾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하야하라. 더 이상 지체하면 나라 망한다.





묵향 그윽한 인사동이 그립다.
예스러운 멋을 간직했던 인사동이 바람난 여자처럼 화냥기를 풀풀 풍긴다.

인사동만의 고풍스러움이나 전통성이 하나 둘 사라지더니, 이제 먹거리마저 따로 놀고 있다.

가게서 파는 우리 물건까지 중국산이라니, 차이나타운이나 다를 바 없다.

인사동을 아끼고 사랑했던 분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자기류의 특이한 서예글씨를 인사동 여기저기 뿌리고 다닌 거리의 철학자 민병산 선생,

“문디 자슥, 문디 자슥”을 연발하던 ‘귀천’의 천상병시인, 민화를 한국 주요 전통문화로 드러낸 조자용 선생,

백자와 전통문화를 품위 있게 누린 ‘아자방’ 김상옥시인, ‘통문관’의 이겸로 선생 등 많은 분들이 그리워진다.

아직까지는 송상욱 시인 방 하나가 인사동에 꿀단지처럼 박혀 있으나, 그마저 머지않을 것 같다.

인사동의 변절을 안타까워하는 분이야 많지만, 인사동에 유령처럼 떠돌며, 마음 바뀐 여인네 치맛자락 잡듯

안절 부절 하는 분으로는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과 강민 시인을 꼽을 수 있다.


바람난 여인네를 다시 돌려 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누구를 탓하랴? 다 돈이 유죄다.

마지막 소원이라면, ‘이율곡 집터‘에 남은 하회나무 고목을 서낭처럼 모시고,

경인미술관을 정원 삼아, 골목이라도 지켰으면 좋겠다.

그리고 골목골목의 정취어린 주청에서 반가운 님 만나, 옛 추억이라도 되세기고 싶다.

“인사동아~”
미워도 다시 한 번 불러본다. 사랑했으니까...



사진, 글 / 조문호




사진은 블랙리스트덕에 술 마신 지난 18일 찍은 거리풍경이다.

인사동에 낯선 빌딩도 들어섰더라.

이사 온지 얼마 안 된 서울문화투데이사무실에 들려 이은영씨와 임동현기자도 만났고, ’사동집에 들려 송점순여사도 만났다.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2016년 8월19일

▲ 조문호 기자/사진가


미술품거래가 꽁꽁 얼어붙은 현실 속에 한 가닥 신선한 바람이 인다.

바로, 다큐멘터리 사진이 서서히 뜨고 있다는 것이다.

조영남 그림 대작과 이우환 위작 사건에다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디자인 표절 의혹, 그리고 전직 문체부 간부의 도둑질에, 그 것도 모자라 엉터리 그림을 비싸게 강매한 짜증나는 뉴스가 넘쳐나는 시국이라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요즘 들어 예술을 사기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예술은 사기가 아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이야기는 예술가들이 갖고 있던 권위와 기존 방식만 옳다는 선입견을 말한 것이지, 창작 행위 그 자체를 말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살 수 없다지만, 예술을 사기로 여기고, 예술가를 유린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돈이 최고라는 지금의 황금만능주의는 헤르만 헤세의 명언을 무색케 한다.

‘독제에 저항한 침묵의 언어’라는 한국단색화 계열 화가들의 궤변도 민망하고, 단색화열풍이 시들하니, 돈 가진 그림 장사들의 민중미술 띄우기도 속보인다. 아무리 바람 잡으려 하지만 도무지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다. 가진 자들은 가진 자대로 돈 단속하고, 없는 자들은 없는 자대로 눈 돌릴 겨를이 없으니, 오로지 작가들만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 아닌 복더위에 한 가닥 봄바람이 일고 있다.

그것도 여태껏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 사진 중에서도 설움을 가장 많이 받은 다큐멘터리사진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것이다. 더 고마운 것은 기득권자들의 돈 늘리기 놀음이 아니라, 대중들의 순수한 바람이라 더 눈물겹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제사 사진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채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이 사기의 허울에서 헤매면 헤맬수록 기록의 가치에 대한 진실성은 더욱 더 빛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일먼저 빛을 본 사진가는 우리나라 국토를 기록하는 다큐사진가 임재천씨다. 삼 년 전 제주도를 시작으로 강원도와 부산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에 매년 후원자들이 나서 그의 작업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다. 한 지역이 끝나는 전시에서는 후원자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서로 나누어 갖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예술 나눔 프로젝트다.

지난달의 강원도 전시를 성공적으로 끝내며, 다시 부산 작업에 대한 후원자를 모집했는데, 몇일 전 후원자 50명이 모두 성원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세 차례의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SNS의 위력이었다.

두 번째 성공적으로 전시를 하고 있는 다큐사진가는 성남훈씨다. 오는 23일까지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성남훈의 초창기 빈티지 시리즈 ‘꿈은 시간을 모른다’전은 전시가 중반에 이르렀으나 벌써 많은 작품들이 팔려나가는 이변을 보이고 있다. '스페이스22'에서 선정한 작품을 일반인들이 소장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이 아트마켓 프로젝트인 '셀렉션 앤 컬렉션‘은 우리나라 사진시장의 숨통을 터서 전업 작가들을 지원하려는 시도였다. 집시사진을 포함한 많은 사진들을 구분해, 10장씩 묶은 소장용 시리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전에 힘입어 인사동 ‘아라아트’에서도 다큐기획전이 준비되고 있다. 30년 동안 전국 오일장 600여개를 기록한 여성다큐사진가 정영신의 ‘장날’은, 80년대 기록된 향수어린 장날 사진이라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이 기획전의 후원자를 모집해 우리나라 오일장과 함께하려는 나눔의 미덕까지 갖춘 프로젝트다.

허구보다 진실이 앞서고, 돈의 논리보다 삶의 가치가 앞서고, 욕심보다 인정이 앞서는, 이 반가운 현상에 한 가닥 희망을 건다.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12일까지 열려

붓 대신 조각도를 들고 전국 팔도강산을 떠도는 김억(61세)은 가히 이 시대의 김정호라 할 만한 목판화가다.

그의 ‘남도풍색’ 목판화전이 오는 12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린다.

김 억은 그동안 우리의 땅과 산, 바다를 30여 년 동안 목판에 담아왔다.


▲남도풍색, 부분도


서양화의 원근법과는 달리 멀던 가깝던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의 목판화는 한 폭의 산수화 같기도 하고, 마치 공중에서 내려다 본 도면 같기도 하다.


‘남도풍색’이란 자연풍경만이 아니라 대기와 기운, 그리고 그 곳에 사는 민초들의 문화적 풍모와 질긴 생명력까지 아우르는 말이다.


전시작은 “남도풍색‘을 비롯하여 만덕사의 다산초당, 백련사, 해남 땅 끝 마을, 덕룡산, 월출산, 보길도 등 10여점을 내놓았다.


특히 ’나무화랑‘ 전시장 한 쪽 벽면을 가득 메운 10미터에 달하는 대작 ’남도풍색‘은 압권이었다. 남도 300리를 새긴 이 작품은 장쾌하고도 섬세하며 유장하다. 남도의 정서가 압축된 거대한 서사라 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역사와 삶의 문화, 그리고 정신까지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남도풍색, 한지에 목판화 60x959cm


다들 드럼으로 찍은 부감사진 같은 세밀화 작업을 어떻게 해냈을까 궁금해 하지만, 그는 오로지 걷고 걸어 국토미술의 독보성을 개척해 낸 사람이다. 그의 작업은 한마디로 '걸어 다니는 미술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문명의 편의성에 대한 유혹을 철저하게 물리쳤다고 한다.


자동차는 풍경 바깥까지는 운반 수단이 될지언정, 일단 풍경 안으로 들어서면 기어이 자연경제시대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 길'이란 유행가 가사처럼, 억척스레 걷고 또 걸으며 발품을 팔아가며 칼로 새겨낸 것이다.



▲남도풍색, 부분도


‘국토’를 소재로 진경(眞景) 목판 지리지 작업에 전념해 온 그의 작업은 바로 국토의 재발견이자 국토미술의 재발견이다. 그는 국토를 주유천하하며 무위를 관조하였다. 그러다 보면 마음의 그릇이 가득 채워지는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끝 간 데 없는 산봉우리와 굽이치는 물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감동으로 물들이게 마련이다. 어느 시대나 예술가란 ‘여기’서 ‘저 너머’를 내다보는 몽상적인 존재들이 아니던가.



▲해남 땅끝마을외, 한지에 목판 릴리프 136,5x59,5


하이데거가 장소는 인간의 깊이를 위치시켜 준다 하였듯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지형적 공간과 사유를 통해 그것을 이해하고 체득한다. 달나라에 진짜 토끼가 있을까라는 어릴 적 호기심 같은 것이 상상력을 키워 예술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초월의 계기도 되는 것이다.


김억의 국토미술 목판화는 분명 새로운 패러다임이고 새로운 로드맵이다. 그의 목판화는 이 땅의 문화 예술인들의 게으름을 나무라고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도대체 그 동안 국토에서 무슨 짓거리를 벌여온 것이냐고 꾸짖는 새로운 질문이고 메시지였다.



▲덕룡산외, 한지에 목판 릴리프 136,5x55cm


김억은 작업노트에 이렇게 적고 있다.

“목판 위의 산계(山系)와 수계(水系)들은 하나의 실감으로 명증한 형태를 드러내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의 발원지와 경유지, 산맥의 뻗어가고 이어짐, 옛길과 도로들, 촌락들에 구체적 존재감을 불어넣는 일이다.


목판 위에서 풍부한 사실감과 존재감을 뿜어내는 자연 경관들은 그냥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다. 그것은 실존의 의미 있는 사건들이 이어지는 장소이며, 우리의 도덕적, 지적, 정신적 토대가 만들어지는 근원적 자리이다.


▲만덕산외, 한지에 목판 릴리프 136,5x59cm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는 지리를 보고, 생리(生利)를 얻으며 인심과 산수가 수려함을 살만한 곳의 으뜸이라 논하고 있다. 풍경은 마음속의 근원적인 형상과 상호 조응한다.”


작가 김억은 홍익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주로 작업에 전념해 왔다. 우리 국토를 발로 따라가며 마음에 담아온 뒤 나무판을 촘촘히 깎고 그림을 찍어낸다.


▲월출산외, 한지에 목판 릴리프 136,5x57cm



1985년 관훈미술관에서 가진 ‘여름,가을,겨울,봄’이란 한국화전을 시작으로 수원화성, 한강 등 열여덟 차례의 개인 국토전을 가졌고,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기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인사동 ‘나무화랑’(02-722-7760)


[서울문화투데이 / 조문호기자/사진가]





지난 28일 조준영시인과의 약속으로 인사동에 나갔다.
강민 선생을 모시는 오찬 모임을 마련한 것이다.
정오 무렵, ‘포도나무집’에는 강민시인을 비롯하여
이행자, 조준영, 김상현씨가 나와 있었다.

뒤늦게 장경호씨도 나왔으나, 주문한 음식들이 형편없었다.
주인이 없으니, 제대로 된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 인사동에 갈 만한 음식점이 별로 없다.
몇 군데 있긴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그렇지 않으면 손님이 많아 자리가 없는 것이다.






대충 허기를 메우고 ‘예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민선생의 순례 코스이기도 하지만, 그 곳은 땅콩이 무제한 제공되는데다, 한적해서 좋다.

좀 있으니, 신경림 선생도 오셨으나, 자리가 편하지 않았던지 슬그머니 나가셨다.
강민 선생도 몸이 편치 않아, 먼저 가겠다고 일어나셨다.







그 때부터 김상현씨의 노래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처음 듣는 신곡이 많았으나, 그의 음색에 잘 맞는 곡이었다.









그 무렵, '경기도미술관장' 지낸 최효준씨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모처럼의 인사동 나들이라 근황이 궁금했는데,
어디 갔다 오는지, 큰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다.

좋은 술이 있다며 배낭에서 술 한 병을 꺼내 주었는데, 감로주였다.

알콜 도수가 40도나 되어 그 자리에서 비우기는 좀 그랬다.
맥주로 이런 저런 소식들을 나누었으나, 오래 지체할 수 없었다.







일행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옮겼더니, 모두들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조준영씨는 신학철선생 계신 서울대병원으로 떠나고,
장경호씨는 전시 중인 ‘인디프레스’로 떠나며, 나중에 ‘유목민’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마침, 다음 달 12일까지 연장 전시된 김억의 목판화전이 생각났다.
‘나무화랑’으로 올라가니, 작가는 보이지 않고, 김진하관장과 정복수화백이 있었다.
좋은 작품에다, 반가운 분을 만났으니, 어찌 술병이 고개를 쳐들지 않겠는가?
감노주를 꺼내 마셨는데, 전주가 있어 그런지 금방 올랐다.
전시장에서 내려왔으나, 더 이상 지체할 수 가 없었다.













저녁 약속으로 다시 나와야 하지만, 집으로 들어가야했다.
몸도 피곤하지만, 아침일찍 일터에 나가던 아내가 부탁한 게 있어서다.
집에 들어와 숨도 고르기도 전에, 빨리 나오라는 전화가 이어졌다.






‘유목민’으로 나갔더니, 일터에서 곧장 온 아내도 와 있었고,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편집국장과 임동현기자도 와 있었다.

그리고 마산에서 올라 온 변형주씨와 조준영, 장경호, 공윤희씨 등 여러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은영씨는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신문이라며 신문을 보여 주었다.

술 취한 분들이 신문을 무시하는 말을 한 것 같으나,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돈 안 되는 문화예술계 소식만 다루는 유일한 신문이 아니던가?

잘 못된 부분이 있으면 정확히 지적하여 시정하도록 해야지,

신문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만든 신문에 시비를 건단 말인가?

난, 어렵게 운영되는 신문을 아끼는 마음에서 원고료도 없이 글을 보내주고 있다.











옆 자리에는 마산의 변형주씨가 장성한 아들을 데려 왔는데, 음악을 공부한다더라.
기타를 연주하였으나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위키리의 ‘눈물을 감추고’란 노래가 흘러 나왔다.
얼마 전, 부친 상을 당한 이은영씨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제일 좋아하던 노래라며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술이 취해, 결국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눈물을 감추고, 눈물을 감추우고, 이슬비 맞으며 나 홀로 걷는 밤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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