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늦은 시간, 소설가 배평모씨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쪽방촌 사람들과 어울려 일찍부터 술이 취해, 아내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을 또닥거리고 있는데,

인사동 ‘유목민’으로 나오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택시비를 줄 테니 빨리 오라 성화지만, 난 일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뒤가 걸려 안 된다.


결국 페북에 올리고 나갔는데, 취기에 걸러지지 않은 이야기로 난리가 났다.

정영신에 의해 급히 내려지긴 했으나, 부산에서 이광수교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기까지 했다.

작업이 끝나면 꼬리 내리고 집에 들어갈 것을 자기 교수직을 걸고 장담한다는 것이다.

‘유목민’에 도착하니 배평모씨는 김수길씨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반갑기는 하지만, 참 징그러운 친구다.

30여년 전 인사동 ‘레떼’에서 처음 만나 이틀 동안 자리를 옮기지 않고 술을 마셨던 그런 친구다.

그도 나처럼 아내와 헤어져 풍기에서 소설만 쓰는데다, 기초생활수급자인지라 더욱 더 동료의식을 느낀 모양이다.

지금은 해방된 45년부터 지금까지의 한국근대사를 쓰고 있는데, 장장 열권이 넘는 대하소설인지라 잘 팔릴까 걱정스럽다.

김수길씨는 나에게 술 한 병을 선물했는데, 그 자리에서 까 버렸다.

뒤늦게 김명성씨와 서길헌, 최건모씨가 합석했으나 술이 취해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기억조차 없다.

단지 김명성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는 희소식만 머리에서 윙윙거릴 뿐이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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