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30일 오후6시부터 인사동 ‘툇마루’에서 ‘인사모’의 9월 정기모임이 있었다.

그동안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몇 차례나 빠진 터라, 하던 일을 미뤄두고 나갔다.

그 자리에는 회장이신 민건식 원로변호사를 비롯하여, 대법관 지내신 박일환 변호사, 선우영 변호사,

‘통인가게’ 김완규회장, 검찰지청장에서 이대교수로 말을 갈아탄 조균석교수, 해병대 장성출신인 윤경원씨,

하나은행 박상균 지점장, 사업가 박원식, 강윤구, 송재엽사장, 테너 이동환, 화가 류재춘씨 등 열 세 명이 자리했는데,

이 날도 저조한 참석률이었다.

막걸리 잔을 나누며, 오랜만의 회포를 푸는 중에 민회장 께서 느닷없는 인쇄물 한 장씩을 나누어 주었다.

마치, 무슨 성명서라도 발표할 듯한 의아한 분위기였는데, 읽어보니 ‘자화상’이란 늙어감에 대한 소회가 적혀 있었다.

민회장께서는 "박정희처럼 총 맞기 전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인사동을 위한 모임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다, 이미 관광지화 되어버린 인사동에 대한 미안함도 깔린 것 같았다.

다른 분으로 바꾸어 참석률이라도 높일 생각인 것 같았으나, '통인'의 김완규씨가 손사래 쳤다.

‘인사모’ 회장직은 종신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민회장님께서 쓰신 ‘자화상’이란 글은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 글에는 늙어감에 따른 안타까움이 묻어났으나, 산 다는 게 뭔지 되묻고 있었다.

‘덧없는 인생이라지만 그런대로 오래 살았구나.
그럭저럭 지나 온 나날을 돌이키면서 남은 세월은 얼마나 될지.
네 얼굴을 보라 뭐 그리 불만이 많은 가?
인간이란 본래 그런 것이야.
쓸데없는 미련과 욕망은 버렸어야지.
젊은 시절, 너나 나나 밝은 미래를 꿈꾸며 힘차게 날개 짓 했지.
빛나는 이상, 행복, 환회 등 모든 것이 영원하리라 믿었지.
(중략)
불안과 고통, 절망에서 해방되는 영원한 편안함과 행복도 있다며,
노구를 추슬러 나마지 힘겨운 여정을 이어가자는 말씀이셨다.

자리가 파한 후, 김완규, 조균석, 이동환, 송재엽씨 등 다섯명만 남아 낙원동 ‘다리밑집’으로 갔으나,

더 이상 술 마실 형편이 아니었다.

여러 차례 혼 줄 났던, '툇마루' 막걸리의 뒤늦은 취기로, 삼십육계 줄행랑 친 것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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