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미디어 / 스크랩]
브레송 기획전 : 사진인을 찿아서 12 / 조문호
사진작가 조문호는 사진보다 사람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그 자신이 사진가로서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는 주로 아는 사람을 찍어왔다. 이런 작업이 사회 전체를 조망하기보다 개인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그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사람을 모르면 제대로 찍을 수 없다는 오래된 고정관념이 뿌리박혀 있다. 그는 찍고자 하는 대상과 함께 눌러 붙어 살며 찍어왔다. 그들을 알려면 그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서울 인사동 예술가들을 찍을 때 조문호 작가는 인사동의 허름한 건물 옥탑방을 얻어 살았다.
성노동자들을 찍을 때는 윤락가로 들어갔으며, 두메산골 사람들을 찍으려 정선 귤암리로 이주하기도 했다. 이렇게 얻은 조문호의 사진은 어떤 것일까? 사진비평가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조문호 사진이 다른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사진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 아마 이구동성으로, ‘따뜻하다’라고 하지 않을까? 《청량리 588》은 그 따뜻함이 가장 잘 드러난, 사진가 조문호의 첫 작품이자 최고의 작품이다. 《청량리 588》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83년부터 1988년까지 그곳에서 아예 눌러 붙어 살면서 작업한 서울시 전농동 홍등가에 대한 기록이다. 몸 파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인데도, 사진을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느낌이 아련해진다. 언젠가 만난 적 있었던 듯 한, 그 아련한 우리들의 과거 그 시절에 내 친구였고 내 누이였던 그 사람들이 떠오른다. 이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청량리 588 안에서 사진가 조문호는 그 여인들의 몸 파는 행위를 보지 않았고 그 시공간 속에 살던 사람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진가가 따뜻해서가 아니고 그에게 사진을 찍히는 그 대상들이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따뜻해진 것은 사진가가 그들을 사람으로 대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따뜻한 사진은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얼마나 메워지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은 돈으로도 힘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 그것밖에 없다. 그래서 사진가 조문호의 사진에는 겉모습이 찍히는 것이 아니고, 속마음이 찍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독자들은 그 마음을 보고서 감동을 받는 것이다.”
조문호 작가는 올 추석 무렵 홈리스들이 사는 서울 동자동 쪽방촌으로 들어갔다. 그가 찍는 사람들은 모두가 권력과 재력에 밀려 난 서민들뿐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일부러 사회적 약자들만 찾은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더 순수하고 인정이 많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돈이 사람을 망치는 것을 일찍부터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을 그는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스스로 택한 작업을 한 번도 힘들다거나 후회한 적은 없다. 평소 일로 생각하지 않고 놀이로 여겼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일하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또한 가장이기에 가족에게는 미안함이 남는다.
“그들의 삶을 체험하지 않고는 제대로 찍을 수 없다는 오랜 고집을 따랐지만, 한 가정을 지켜가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자신의 사진이 고고한 예술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회의 한 기록으로 충실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족하고 즐기면 그만이다. 단지 그 가치 판단은 먼 후대에 맡길 뿐이다. 이 약자들의 작은 기록이 보석처럼 빛나는 세월이 분명 올 것이라는 한 가닥 기대가 카메라를 놓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조문호 작가의 사진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린다.
2016년 1월부터 12월까지 열 두 차례에 걸쳐 전시된 ‘사진인 찾아서’ 브레송 기획전 마지막 작가로 선정된 조문호의 '人本' 사진이 “‘사람이다’ 조문호 論”이라는 제목으로 10일(토)부터 20일(화)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다. 이 사진전은 조문호 작가의 전 작품을 골고루 보여주어 그의 사진 세계를 조명한다.
“이 기획전은 장르도 초월하고, 경계도 허물고, 패거리도 없고 갑과 을의 관계도 없는 대동의 사진 세계에서 이 땅의 숨겨진 고수를 찾는 놀이이다.”
■ 전시개요
브레송 기획전 : 사진인을 찿아서 12 / 조문호
전시제목 : “사람이다” 조문호 論
전시일시 : 2016년 12월 10일(토)- 12월 20일(화)
전시장소 : 갤러리 브레송 (충무로) 02-2269-2613
개막일시 : 2016년 12월 10일(토) 오후5시
[브레인 미디어]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조문호
'조문호사진판 > 조문호 자료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문호 "사람이다" [사진예술 2017, 1월호] (0) | 2017.01.02 |
---|---|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조문호의 ‘사람이다’전 (0) | 2016.12.13 |
'人本' 조문호論 / 이광수 (0) | 2016.12.07 |
[인터뷰] 사진가 조문호-정영신 부부 "아름다운 사진보다 편안한 사진이 더 좋아" (0) | 2016.07.30 |
[강원도민일보] 광복 70년, 오늘의 강원미술, [동아일보] 암울한 현 시국을 예술로 표현하다 (0) | 2016.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