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형순[미술평론가]


작가는 홀로 있는 개인이 아니다. 미술에서의 작가 역시 다르지 않다. 사회에서,역사에 대한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작가는 없다. 그러기에 나른한 데카당스와 근거 없는 보헤미안으로서의 작가를 기대하지 말자고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서 하우저는 그렇게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여기 우리의 현실을 줄기차게 말하고자 하는 작가들이 있다. 그들은 지금 백두대간의 한 가운데에서 살고 있다. 해방둥이로 태어나 작가로 살았다는 것은 광복 70년의 무게만큼이나 미술에서도 뜻 깊다. 그들이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하는, 우리의 ‘산과 함께’ 담은 ‘70년’은 어떤 것일까. 진정한 강원미술의 의미를 물어도 될 만하지 않을까.

우리는 예술이 이런 것이라고 믿는다. 온 몸을 던져 살아낸 작가의 삶이 그대로 예술이라고 믿는다. 예술이 어떤 혈통을 타고나서 귀족처럼 태어나기 전부터 예술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듯,작품이 예술성을 담아야 예술이 되는 것이다. 지금 이곳 백두대간의 한 가운데서 함께 아리랑을 노래하는 그들의 미술이,그들의 삶이 지금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기에 그것이 예술이라고 믿는다. 그 감동으로 전율하게 된다면,더 더욱 의심 없이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예술이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기에 더 독한 패러독스를 내뿜게 된다. 황효창의 인형그림이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이유다. 술독에 빠진 인형이라니 기가차기 그지없다. 인형의 입을 틀어막은 그 권력이란 참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 개명하지 못했던 시대를 그렇게 견뎌온 1970, 80년대의 그림과 같이 오늘의 인형도 우리에게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

광부화가로 이름난 작가 황재형. ‘광부의 옷’으로 중앙미술대전을 휩쓸고 ‘황지연작’을 그리던 그는 기어이 관찰자로만 기웃거릴 수 없다고 그곳에 들어가고야 만다. 30년이 넘는 작가로서의 활동기 대부분을 그곳에서 살고 있다. 이제 달라진 그곳의 현실도 계속 담아낸다. 탄광은 폐쇄되었지만 여전한 자본의 막장 극에 대해 할 말이 아직도 그곳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홍등가에 들어가 그들 삶의 현장을 담았던 사진작가 조문호도 강원의 작가가 되었다. 정선,영월,삼척의 두메산골 사람들을 담으려 정선에 터를 잡고 작업해왔다. 권용택 또한 그렇다.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가 실경을 찾아 강원을 찾았던 것처럼,강원의 산하를 담으려 정선에서 작업하고 있다.

신대엽,서숙희,백중기,김용철,김대영,길종갑이 그 세대를 이어 오늘의 리얼리티를 말하고 있다. 그것은 아름다움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아니다. 미화한 현실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니다. 거칠고 가슴 아픈 현실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이 미술(美術)이라고 오해하지 않을 일이다. 진선미,위악추가 모두 예술의 대상이고 희로애락 어느 것도 미술의 대상 아닌 것이 없다. 아름다움이란 그 예술이 빚어내는 감동의 크기에서 찾아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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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현 시국을 예술로 표현하다


동아일보 /2016,12,1 / 이인모기자


강원 예술인들 시국전 ‘순실뎐’ 열어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 중인 ‘시국전’에 전시되고 있는 황재형 작가의 작품 ‘속아 넘어가다(Buffaloed)’(왼쪽 사진).

넘어진 소를 표현하며 속이고 속는 세태를 풍자했다. 오른쪽 사진은 조문호 사진작가의 ‘광화문 시위’. ‘시국전’ 기획자 제공


강원 지역 예술인들이 암울한 현 시국을 예술적 관점에서 표현한 ‘시국전(展)’이 30일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개막돼 관심을 끌고 있다. 긴급 특별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비선에 의한 국정 농단을 개탄하며 예술가로서의 의무를 지각하고 시민들과 뜻을 함께하기 위해 마련됐다. 5일까지 엿새 동안 열릴 예정으로 전시 타이틀은 ‘순실뎐’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황효창 강원민예총회장을 비롯해 권용택, 조문호, 김진열, 황재형, 길종갑, 서숙희 씨 등 작가 1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100호 크기의 그림과 사진 1∼4점을 출품해 총 40여 점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광부 화가’ 황재형 작가는 ‘속아 넘어가다’를 풍자해 소가 넘어지는 장면을 묘사한 ‘Buffaloed’와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한 느낌을 담은 ‘징후’를 전시 중이다. 조문호 사진작가는 국민의 광화문 시위와 유진규 마임이스트의 퍼포먼스, 양혜경 무용가의 넋전춤 등 시대의 몸짓을 담은 사진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최형순 씨는 “시국선언이 쏟아질 때 우리 예술가들은 촛불 집회의 머릿수 하나를 채우는 일로는 부끄러움을 피할 수 없었다”라며 “이번 시국전은 예술가들에게 시국선언과 같은 의미”라고 밝혔다. 

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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