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피해자 통해 한국전쟁의 후유증과 아픔 다뤄 

여수신문 / 박성태 기자 | yeosunews@hanmail.net

 

 

                                올해의 온빛사진상 임재홍(왼쪽)사진가와 올해의 온빛사진가상 이상엽 사진가./photo by 곽명우

올해의 ‘2014온빛사진상금지된 땅, 영식이의 하루를 발표한 임재홍 사진가가 선정됐다.

온빛사진상은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주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상으로 올해 4회째를 맞고 있다.

 

2
일 온빛 다큐멘터리 운영위원회는 지뢰 피해자로 살아가는 한 인간을 통해 한국 전쟁의 참담함과 전쟁의 후유증을 휴머니즘적 시각으로 기록한 임재홍(36) 작가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사는 최종
1차 심사를 통과한 11명의 발표와 프린트 형태의 포트폴리오 소개 등을 통해 이규상(눈빛 출판사 대표), 박이찬(포토닷 발행인), 강제훈(한겨레 사진기자), 강용석(백제대학교 교수), 조대연(광주대학교 교수) 등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결정했다.

 

이규상 대표는
개인의 굴절된 삶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사진적으로 잘 표현했다제주도 소나무 벌목 현장이나 우편배달부를 다룬 휼륭한 작품들과 함께 고민한 끝에 좀 더 사회적 이슈를 폭넓게 다룬 임 작가의 사진이 최종 선정됐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임 작가는
198014살의 영식이라는 소년이 플라스틱 폭탄(M-14 발목지뢰)를 장난감으로 알고 쥐었다가 양손과 왼쪽 눈을 잃고 살아가는 모습을 밀착 취재해 끝나지 않은 전쟁의 후유증을 사진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 작가는 동경 일본대학교 예술학부에서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하고
<끝나지 않은 전쟁의 비극>, <eko국제사진전-유토피아>, <지뢰피해자>,<time space> 등의 개인전을 일본, 스위스,뉴욕 등에서 열고 현재 서울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온빛 올해의 사진가상에는 최근 사진집
최후의 언어와 개인전 변경을 연 이상엽 사진가에게 돌아갔다.
 

 

 

임재홍 금지된 땅

 

임재홍 금지된 땅

 

임재홍 금지된 땅

 

임재홍 금지된 땅

 

임재홍 금지된 땅


사진가 김지연씨 여덟 번째 개인전… 15일부터 전주 ‘서학동 사진관’서

 

 

 

김지연 씨의 작품 ‘막걸리 1병 2000원. 완주’

 

 

사진가 김지연 씨(66)의 시선은 사라져가는 것이나 낡은 것들을 고집스럽게 향해 있다. 옛것들에 대한 추억이나 감상에 그치지 않고 역사의 발자취와 민중의 삶을 기록하려는 일관된 시선을 고수한다.

그의 여덟 번째 개인전 ‘삼천 원의 식사’가 15일부터 30일까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16-17 ‘서학동 사진관’에서 열린다. 3000원 안팎에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국수 국밥 두부 찐빵 막걸리를 받쳐 든 사람들의 사진 30여 점이 걸린다.

그는 “어떤 장사꾼이든 장사를 취미나 재미로 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걸고 매일매일 삶 속에서 투쟁한다. 서민 생활의 기본적인 물가 단위가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각인되는 숫자인지, 세월이 지나면 어떤 무게로 기억될지 알고 싶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서민들의 삶의 무게며 단위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2년 ‘정미소전’을 시작으로 ‘근대화상회’ ‘시골 이장’ ‘이발소’ ‘묏동(무덤)’ ‘낡은 방’ 등 익숙하지만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진에 담아왔다.

2006년 전북 진안의 문 닫은 정미소를 사들여 꾸민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를 2012년까지 운영했다. 할머니들의 영정사진을 찍어 주고 집집마다 안방 액자에 걸린 빛바랜 가족사진과 ‘진안군 졸업사진첩’ 등을 전시해 지역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을 나누는 문화공간으로 꾸려 나갔다. 지난해 3월에는 전주교대 후문 근처 오래된 한옥을 고쳐 서학동사진관으로 개관했다. 현실에 뿌리 내린 기록성 있는 사진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공간이다.

15일 오후 5시 오픈행사 때 새로 펴낸 사진집 ‘한국사진가 10선’(눈빛출판사) 출판기념회도 연다. 063-905-2366

동아일보 /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신수진의 사진 읽기

 앨프리드 스티글리츠가 촬영한 조지아 오키프, 1918년.


미국의 예술계에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커플을 꼽으라면 사진가 앨프리드 스티글리츠(Stieglitz·1864~1946)와 화가 조지아 오키프(O'Keeffe·1887~1986)를 빼놓을 수 없을 거다. 20년이 넘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연인이며 배우자, 예술적 동반자로서 특별한 사랑을 이어갔다. 스티글리츠가 8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2만5000통에 이르는 편지가 그들이 30년간 이어온 사랑의 역사로 남았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스티글리츠는 뉴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진작가이며 기획자였고 오키프는 그의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행운을 얻은 텍사스 출신 무명 화가였다. 오키프의 독특한 작품 세계와 인간적 매력에 사로잡힌 스티글리츠는 그녀를 여성으로 느끼기 시작했고 "당신 손을 찍고 싶다"는 고백을 하기에 이른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였던 스티글리츠의 카메라 앞에서 오키프는 두려움과 설렘으로 그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잡았다. 그녀의 눈빛에선 이제 막 화가로서 이름을 가지기 시작한 오키프의 자기애와, 그녀를 통해 자신의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려 했던 스티글리츠의 욕망이 교차한다. 또한 기묘하게 얽힌 그녀의 손은 안락한 사랑의 둥지를 꿈꾸던 오키프의 철없는 기대와, 결국은 그 모든 것을 채워줄 수 없었던 이기적 예술가인 스티글리츠의 자의식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팽팽한 긴장감으로 잉태된 것이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5년 만에 오키프는 홀로 뉴욕을 떠나 뉴멕시코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를 꽃피울 만한 작품 소재와 색을 찾아냈고, 수많은 동료와 후원자를 만났으며, 다시는 스티글리츠의 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것이 사랑과 예술과 결혼을 공존시키기 위한 그녀의 유일한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신수진 / 사진심리학자



많은 사람들은 흔히 사진은 매체적으로 회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상호비교를 한다. 하지만 본인은 사진의 궁극적인 성격은 회화보다는 오히려 조각과 더 흡사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줄곧 해 왔다.

물론 전통적인 조각은 쇠나 돌, 혹은 나무와 같은 물성을 물리적으로 자르고 붙이고 다듬는 매체로서 최종적인 결과물은 사진과 판이하게 보인다. 하지만 사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연속적으로 존재하는 시공간을 카메라와 저장매체를 통해 ‘현재를 과거로 단절’하고 ‘추상적인 공간을 기억의 정체성의 장소로 변이’시킨다. 즉 사진은 이미지라는 평면을 이용해서 ‘시간과 공간을 다시금 재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작가의 시점을 만드는 극도의 개념적인 조각 매체의 성격을 지닌다. 카메라를 통해 재현된 시간과 공간은 사실의 기록인 동시에 가장 사실 같이 보이는 허구인 이유 또한 이 때문인 것이다.

본인의 버킷리스트의 1, 2 순위였던 북극권과 남극권을 최근 사진과 비디오 작업의 목적으로 두 곳 모두 다녀올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있었다. 평소 본인이 가졌던 이 두 곳의 특별한 관심사는 극지방에서 보여지는 대자연의 장엄함과 그 이면에 숨어있는 역사와 현실의 간극 때문이다.

흔히, 우리들에게 남극과 북극의 이미지는 극한의 추위와 함께 눈과 얼음으로만 황량하게 뒤덮여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고정된 극지의 이미지는 우리가 어려서 읽었던 위인전이나 동화책에 삽화와 함께 서술된 북극과 남극의 정복에 대한 고난과 역경에 대한 기억에서 파생되었을 것이다.

 

 

Antarctic TACET 10, 2014, Archival Pigment Print, 122cm x 178cm

 

Arctic TACET 7, 2013, Archival Pigment Print, 122cm x 187cm


하지만 북극은 16세기 네덜란드 탐험가 바렌츠가 스발바르제도를 발견한 후 이곳에서는 바다 전체가 핏빛으로 물들 만큼의 수많은 고래가 살육되었고, 마침내 씨가 마르기 시작하였다. 결국 18세기에 제임스 쿡 선장이 남극을 발견한 후 북반부의 수많은 고래 사냥꾼들이 몰려와 전세계 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남극의 마스코트인 펭귄과 물개들까지 수십만 마리가 도살되었던 역사가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도살된 수 많은 극지의 동물들은 식용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패션산업, 윤활유 등의 인간들의 편리를 위해 사용되었다. 심지어 석유나 전기가 우리 생활의 필수적인 에너지원이 되기 전인 17, 18세기에는 고래 기름으로 만든 등잔과 양초는 물론 등대와 가로등의 불을 밝히는 기름으로 사용함으로써 어둠으로의 해방과 동시에 산업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20세기 북극에서 발견된 어마한 양의 석탄은 극한의 동토의 땅에 광산 개발의 붐이 일어났고, 최근에 이르러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드러나는 북극과 남극에 매장된 수천억 배럴의 석유는 메이저 정유 회사들의 유정(油井) 개발을 위해 마치 미국 서부시대의 ‘골드러시’와 흡사하게도 수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자되고 있다. 끝없는 부와 에너지를 위한 탐험의 욕망들이 잠재적으로 투사되어 있는 극지의 모습은 과거 역사에서 돈과 명예를 위해 극지 탐험을 나섰던 욕망의 기억도 함께 중첩된다.

혹독한 추위와 미지의 위험을 극복해야만 갈 수 있는 ‘금단의 영역’이었던 극지는 과거 역사의 고래잡이, 광산 개발, 극점 정복을 위한 선구자들의 혹독한 대 자연과 맞선 도전과 투쟁, 심지어는 숭고한 희생까지 감수했었던 그들의 노력을 통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되었다. 이를 통해 21세기의 극지는 더 이상 우리의 상상 속에만 머무는 공간이 아닌 개인들에게는 자그만한 용기를 가지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숭고한 자연풍경을 지닌 매력의 장소이며 국가 간에는 자원과 에너지 개발을 위한 치열한 투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처럼 대자연의 숭고미로 보여지던 극지 풍경의 이면에는 과거 기억과 흔적의 충돌 및 접점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이다.

대자연의 숭고로 대표되는 극지방의 풍경 속의 이면에는 역사적 기억과 현실의 흔적이 잠재되어 있고, 사진과 영상의 재현을 통해 ‘시간이 변이’되고 ‘공간이 단절’된 이미지로 우리들과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 한성필(1972- ) 중앙대 사진학과, 영국 킹스톤대 및 런던디자인미술관 공동 석사(MA)과정 프로그램 - 큐레이팅 컨템포러리 디자인 졸업. 현실과 복제, 그리고 재현의 관계를 보여주는 파사드 프로젝트(Façade Project)로 국내외 주요 미술관, 공공프로젝트, 비엔날레 등 전시 참여.

[스크랩/ 김달진미술연구소]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세바스치앙 살가두 ‘GENESIS’전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세바스치앙 살가두가 지구의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생명체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준

‘창세기’전이 16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와우라족의 모습은 브라질에서 촬영했다.

ⓒphoto by Sebastiao Salgado/Amazonas images

 

흑백사진에 담긴 풍경과 인물들이 순식간에 우리를 지구별의 아주 오래된 과거로 데려간다. 브라질 북부의 조에족은 자연 그대로의 맨몸으로 생활한다. 우루쿰이란 붉은 열매로 전라의 몸을 물들이는 여인들 모습은 초현실적이면서 평화롭다. 거대한 추상회화 같은 남극의 빙하와 아프리카의 사막에는 숨 막힐 듯한 적막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갈라파고스의 바다이구아나, 사우스샌드위치제도의 턱 끈 펭귄 등 각양각색 생명체에서도 눈길을 뗄 수 없다.

이 시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최고 거장으로 꼽히는 브라질 태생 세바스치앙 살가두(70)의 대표작들이 한국에 온다. 16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리는 ‘제네시스(GENESIS·창세기)’전. 2010년 경기 아람미술관에서 열린 살가두의 ‘아프리카’전 이후 4년 만의 재회다. 그가 2004년부터 8년 동안 우리가 몸담은 행성을 샅샅이 뒤져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과 생명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기록한 흑백사진들이 5개 섹션 245점으로 선보인다. 사진애호가들에겐 다큐멘터리 사진 미학의 절정을, 일반 관객들에겐 태고의 세상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즐거움을 준다. 지난해 런던에서 출발한 세계 순회전이다.

○ 지구에 보내는 러브레터

살가두의 ‘제네시스’ 연작은 인간의 노동에 경의를 표한 ‘Workers’, 자연 재앙과 무력 충돌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고단한 집단 이주를 기록한 ‘Migration’ 시리즈에 이은 대규모 작업이다. 평생의 작업이 늘 그랬듯이, 문명의 손때를 타지 않은 시공간으로 떠났던 이번 여정도 녹록지 않았다. 카누와 열기구 등 온갖 이동수단을 이용하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더위와 추위도 이겨내며 지구의 원초적 속살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결실로 수확한 사진들은 그가 지구에 보내는 러브레터이면서, 인류의 기원을 빛으로 그려낸 위대한 서사시의 울림을 전한다.

북극에서 남극까지 샅샅이 훑어 내린 32차례 여행에서 길어 올린 ‘제네시스’ 연작은 파괴의 속도를 멈추라는 지구의 경고 메시지를 대신 들려준다. 작가는 “이 행성의 46% 정도는 아직도 창세기 시간 속에 있는 듯하다”고 강조한다. 기나긴 고난의 여정에서 자신이 누렸던 “끝없이 순환하는 삶을 감상하는 특권”을 세상 속으로 내보내며 살가두는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오래된 삶의 방식을 다시 돌아보자고 외친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멘타나이 부족.

 

 

○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헌사

인류의 역사는 곧 공동체의 역사인데 현대인들이 그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 살가두의 고민이다. “우리는 자연과 타자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공동체에서 단절되어 있다. 나는 심히 걱정된다. 기술이란 기술은 대개 다 우리를 소외시키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원시부족으로 남아 있든 오지에 살든 존엄성을 잃지 않고 공동체를 지키며 살아가는 인간들을 향해 이미지의 헌사를 바친다. 사랑과 행복 등 삶에서 소중한 가치를 생각하는 마음은 문명과 격리된 사회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묵직한 메시지와 더불어 거장의 사진이 뿜어내는 미학적 감동 역시 만만치 않다. 흑과 백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회색의 스펙트럼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빈곤 폭력 생태 등 무엇을 찍든 살가두 작품에선 영적 울림이 느껴진다. 바로 작가의 진정성이 만들어낸 공감이다.
 


:: 세바스치앙 살가두는… ::

1944년 브라질의 작은 농장주의 아들로 태어나 상파울루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투쟁에 참여한 그는 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건너갔다. 소르본대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치고 국제커피기구에 취직했으나 아프리카 출장이 그의 인생 행로를 바꿔놓았다. 29세 때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프리랜서 사진가로 변신한 이후 오늘날까지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살리는 일에 매달렸다. 브라질 금광 등 생생한 노동의 현장, 굶주림과의 싸움, 무력분쟁, 환경 등을 주제로 인류애의 존엄한 가치를 증언하는 기록을 남겼다. 사진뿐 아니라 환경운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1994년 고향에 인스티투트 테라를 설립해 파괴된 숲을 되살려냈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동아일보 스크랩

 

 

윤범모 미술시평 / 올해의 작가상과 사진가 노순택


국립현대미술관은 SBS문화재단과 공동주최로 ‘올해의 작가상’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창작지원금을 받고 ‘공동 개인전’을 개최한 작가는 구동희, 김신일, 노순택, 장지아 4명이다. 이들은 내일의 한국미술을 이끌고 갈 유망주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하기야 국립미술관 전시장까지 진출하기 위해 이들의 노고는 얼마나 컸을까. 올해의 작가상은 2년 임기의 운영위원회에서 관리한다. 운영위원회는 작가추천위원회를 관리하고, 여기서 추천된 후보작가들의 명단을 작성한다. 이번에도 10명의 후보작가 명단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선순위에 오른 후보작가라 하여 모두가 작가상의 전시장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전시의 성격이 ‘경쟁’구도라는 점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미술계에서 성장하고 있는 작가의 입장에서 당락을 결정 받아야 하는 경쟁체제는 정말 부담이지 않을 수 없다. 금년에도 몇몇 후보 작가들은 전시 참여를 거절했다. 4명의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심사위원단 구성과 전시 개최 이후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하는 경쟁구도,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전시방식의 어려움을 절감하기도 했다.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시상식이 있던 날, 예고했던 행사시간이 넘어가도 심사는 끝나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참여한 심사위원들끼리의 견해 차이가 매우 컸기 때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이미 각 작가의 작업장을 방문했고, 미술관 전시장을 살펴보았고, 또 각 작가마다의 작품설명회도 청취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과정의 치열한 논쟁은 이 상의 엄격성을 반증한다. 과연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이같은 질문에 정답은 있기나 한가. 시각에 따라 작가에 대한 평가기준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점은 담론 생산의 가능성을 꼽고 싶다. 올해의 작가상은 우여곡절 끝에 노순택 작가가 선정되었다. 이 상을 제정한 이래 사진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노순택 전시장의 제목이다. 뭐? 무능한 풍경? 게다가, 젊은 뱀? 이는 무엇인가.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무능한 풍경은 한국사회의 갈등과 비극의 현장에서 기인한다. 오랜 시간동안 노순택은 사회적 쟁점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갈등의 현장, 그곳은 평택 대추리의 미군기지, 용산 재개발 지역의 참사, 쌍용차 살인해고, 밀양 송전탑 건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사태, 그리고 세월호 참사 현장 등이다. 분쟁과 갈등의 현장에서 노순택은 살아 있는 ‘현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진작품 속에 고정되어 있는 장면은 언뜻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목숨이 왔다갔다는 현장에서의 기록사진치고는 현장 분위기와 거리가 있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경우 사진은 과연 진실인가. 어쩌면 ‘무능한 풍경’이지 않은가. ‘젊은 뱀’은 카메라를 의미한다. 사진기 발명 170여 년, 미술사에서 사진은 매우 짧은 장르의 하나이다. 오늘날 카메라 성능은 발달되어 누구나 손쉽게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촬영행위는 더 이상 예술일 수만은 없다. ‘젊은 뱀’이 지니고 있는 특성, 과연 무엇인가.

노순택은 카메라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그의 작품에 담았다. 그래서 그랬을까. 심사평에 의거하면, 노순택은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 카메라의 본질과 사진작가로서의 존재 의미를 고민하고 성취도 높은 현장의 격렬함에도 불구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순택,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P-XIII050101, 2013, Pigment on fine art paper, 100×75.5cm


 

노순택의 사진은 사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분쟁의 현장이라는 특성 이외 카메라라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한다. 이 점이 올해의 작가상이 주는 과외의 소득이다. 노순택이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가로 결정된 직후, 어디에선가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어쩌면 나의 착각일지 모른다. 현장 중심으로 작업하는 작가가 수상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우려감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그동안 ‘국립’ 현대미술관은 현실과 거리가 먼 작품 중심으로 전시사업을 펼쳐왔다. 사람은 현장에서 산다. 현실을 배제하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노순택의 수상은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수상작가에게 축하를 보낸다.


 

민병헌展 / MINBYUNGHUN / 閔丙憲 / photography
2014_0913 ▶ 2014_1214 / 월요일 휴관

 

 

민병헌_DeadPlants_젤라틴 실버 프린트_1996~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317d | 민병헌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4_0920_토요일_03:00pm

관람료 / 5,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 행사 일정에 따라 휴관하거나 관람 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니방문 전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MIMESIS ART MUSEUM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Tel. +82.31.955.4100

mimesisart.co.kr

 

 

온전히 자유롭게 사물을 바라볼 때 사물은 보여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나에게 사진은「다른 눈目」이다. (민병헌 작가 인터뷰 中) 민병헌은 어느날 우연히 동생이 Nikon F3 카메라 한 대를 건네받아 사진작가의 삶을 1984년 시작한다. 35mm Lens를 끼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도시의 변두리를 빈둥거리며 뒷골목의 전봇대나 불도저가 쓸고 지나간 자리를 찍어대곤 했다. 이 시기 발표한 「별거 아닌 풍경」과 「잡초」 연작에 대해 작가는 ‘하루 종일 라면 한 그릇 먹고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다닌 시절이 있었다. 현실적 곤란과 불확실한 미래, 내 재능에 대한 불안감. 그 불편과 불안이 살아 있는 꽃이 아닌 죽은 풀들에 투사된다’고 말한다.

 

민병헌_SKY_젤라틴 실버 프린트_1994~8

 

 

땅바닥만 쳐다보던 그가 하늘로 렌즈를 돌린다. 허공을 바라보듯 회색빛 하늘을 담으며, 그의 사진은 사색하기 시작한다. 사진 속 하늘은 깊은 잠에 빠진 듯 적막감이 에워싼다. 하늘을 떠도는 공기의 어떤 분위기 또는 결을 미세하게 인화한다. 이미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옅은 회색의 고른 톤은 다름 아닌 카메라의 피사체가 남긴 빛의 잔해일 뿐이다. 그의 풍경 사진은 거의 추상에 가깝게 변화한다. 그것은 멋지고 미묘한 흑색과 회색이 거의 단색조로 전개된 평면이다. 불현듯 나타나는 한 점의 빛, 나무 잎새 혹은 파도의 가장자리, 다리, 제방, 언덕 위의 경계선 등이 풍경의 추상적 면을 구성한다. 새벽의 안개 속에 잠겨버린 풍경을 응시하노라면 그것이 가리고 있는 세계의 저편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하늘과 인화지가 감당할 수 있는 백색의 극한을 실험하는 듯하다. 민병헌의 사진은 관념적이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마음이고 생각이며 감성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정지한 것이거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과정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움직이고 변화한다. 회화적 사유를 한다. 사진적 추상이다. 그 사진 속의 형식은 무엇인가 보여준다는 도해적 의미에서 추상되어, 즉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산만하고 습한 빛들로 가득 차 있는 새벽녁, 반투명의 하늘은 빛과 그림자의 차이를 줄이고 공간을 부드러운 밝은 빛으로 균일하게 번져 나가게 한다.

 

민병헌_강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2
 
 

그의 이미지를 보면 우리는 사진과 사진의 관념을 망각하는 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이미지 속에 잠긴다. 마치 깊은 사색에 빠지듯. 그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안개 속에 쌓인 세계의 비밀에 살짝 다가선 듯 말이다. 사진 속 세계는 단지 침묵하고 있음에도 결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의 사진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무언가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마치 구도자처럼 아주 내밀한 길을 따라 나아간다. 구도자에게 세계는 아주 조금씩 자신의 비밀을 풀어놓는다. 민병헌의 사진은 명상하는 자의 내면 풍경이다. 인화지 위엔 언제나 하얗게 바래진 사념의 앙상한 절대만이 가까스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지워지고 생명 현상의 실존만이 처연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민병헌_Snowland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0
 
 

사진이 사실 진술과 기록의 기능을 멀리 벗어나 전혀 다른 세계로 진입하지 오래되었다. 기술과 예술의 해묵의 논란도 아주 오래전 일이다. 사진은 현대의 예술을 특징하는 미적 주제로 다뤄진다. 아마도 우리 시대의 가장 섬세한 사진술을 민병헌에게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 젤라틴 실버프린트Gelatin Silver Print는 휘발성 있는 디지털 인화 사진과는 차별되는 은염을 이용한 전통적 사진 인화 방식이다. 민병헌은 젤라틴 실버프린트 작업은 늘 절제되고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작가만의 조형성을 자랑한다. 이와 함께 극단적으로 밝은 톤으로 연회색의 농담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반대로 진한 회색 혹은 갈색 톤으로 일관함으로써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촉각성을 자아내는 그 미묘한 계조의 프린트는 그만의 독특한 미학이 되었다. 그가 담아내는 회색조의 풍경들은 원경과 근경 모두 다양한 시각이지만 하나같이 절제된 언어와 균형미를 갖고 있다.

 

민병헌_mg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0

 

 

먼 곳 풍경이나 풍경 속 사물들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 속의 많은 피사체들과 달리, 민병헌의 「mg」 연작은 대체로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심지어 극단적인 접사에 가까운 신체의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완벽하게 질감이 재현된 모델의 살결과 체모들, 노출된 성기의 적나라함은 시선과 욕망의 위치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민병헌_Wall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04
 
 

이번 전시에서는 관념적 사진, 회화적 사진이라는 민병헌적 사진에서 벗어나 콘트라스트가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들이 함께 소개된다. 미발표작이었던 「Wall」연작은 2003-4년 제작되었다. 재개발을 위해 철거되는 잠실 시영아파트. 건설 당시인 80년대의 벽지 패턴이 주는 시각적 재미, 장롱 자리를 뺀 나머지 벽에만 벽지를 발랐던 삶의 흔적 따위가「Wall」연작에, 동일한 구도로 담긴다. 이 15점의 연작 옆에는 한 장의 사진이 함께 전시된다. 이 벽들이 찍힌 시영아파트 한 동이다. 이 건물은 폐허 속에 마지막 한 동으로 우두커니 서있다. 사회적 메시지가 강할 수 있는 이 사진 연작을 작가는 동일한 구도로 아름다운 회색 톤의 미묘한 변화들로 포착한다. 철거를 기다리는 아파트의 빈 벽을 차지하는 빛바랜 꽃무늬 벽지, 그리고 꽃이라는 자연이 인간의 삶과 어우러진 소재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현되고 있다.

 

민병헌_군산_젤라틴 실버 프린트_2014

 

 

내가 50년대 태어나고 자란 서울의 모습들이 군산에는 현존한다. 일제강점기의 건축물에 60-70년대 난개발 문화가 더해진, 시간 멈춰버린 풍경은 언제나 나를 매료시킨다. 사진을 처음 배웠을 때로 돌아가, 군산의 다큐멘터리로 내 사진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민병헌 작가 인터뷰中) 이번 전시는 올해 작업을 시작한 「군산」연작 40점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20여년의 양수리 작업실을 정리하고 군산으로 이전한 민병헌은 오래된 소도시의 독특한 매력에 한껏 매료되어 있다. 텅 빈 화면, 고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명상적인 느낌으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자연에 대한 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렌즈를 대상에 적극 투입시켜 촬영한 콘트라스트가 강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소개한다.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광의 향연과함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빛으로 미술관」으로, 계절에 따라 관람 시간이 변합니다.

 

 


 

                                                                                                         문순우 (사진가)

'인사동 정보 > 인사동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송숙 (시인)  (0) 2014.10.14
이현옥 (국악인)  (0) 2014.10.07
박일환 (변호사)  (0) 2014.08.09
정선모 (여행작가)  (0) 2014.08.05
전민조 (사진가)  (0) 2014.07.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