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새꿈공원 지킴이, 황옥선(83)씨가 세상을 떠난지 얼마되지 않아

 사랑방마을협동회이사장인 김정호(62)씨도 운명하셨다.

두 분 다 약방의 감초처럼 동자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분들인데,

약속이나 한 듯 연이어 세상을 떠나 너무 허망하다.

 

황옥선씨는 연세라도 많지만, 김정호씨는 할 일이 많은 분이라 더 답답하다.

고인은 한 달 전 '주거권 행진기자회견 직전에 만나지 않았던가?

주거권 행진 출발에 앞서 편치 않은 몸으로 새꿈공원까지 나와,

기자회견과 거리 행진을 잘하라며 주민들을 격려했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 더 안타깝다.

 

두 분의 지난 사진을 돌아보며,  고인을 추모하며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글 / 조문호

 

황옥선씨는 사진찍기를 싫어하시어 사진이 몇 장 되지 않습니다.

 

 

 

 

현충일을 맞아 돌아본 동자동 쪽방촌의 살풍경이다.

곳곳에 술 취한 사람이 마치 총 맞은 병사처럼 쓰러져있었다.

먹은 것이 없어 그런지, 조금만 마셔도 몸을 가누지 못한다.

자신의 명을 술로 재촉하고 있으나, 아무도 탓하는 이가 없다.

 

이러한 알콜 중독자는 서울역보다 동자동이 더 많다.

한때는 노숙인들과 어울려 술 마시며 이야기도 들었으나,

그들의 중독 증세에 부채질하는 것 같아, 피해 다닌 지 오래다.

 

구멍가게에 담배 사러 갔다가, 우연히 유정희씨를 만났다.

이분은 오랜 노숙 생활 끝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쪽방에 입주했다.

유씨를 비롯하여 초상사진 찍기로 약속한 분이 여럿 있으나,

만날 때마다 술을 마셔 찍지 못했는데. 모처럼 정신이 또렷했다.

 

그 자리에서 초상사진부터 찍었는데, 만난 현장성에 의미를 두나,

 햇빛 때문에 건물 입구 그늘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햇빛을 비롯한 일체의 변화요인을 초상에 개입시키지 않으려는 원칙이다.

찍기 전에 항상 강조하는 것은 당당한 자긍심을 가지는 것이다.

사진은 일주일 뒤에 주기로 약속하고, 내키지 않으면 다시 찍기로 했다.

 

골목을 빠져나오니, 싸이렌 소리가 울려퍼졌다.

발걸음을 멈추어 나라를 위해 목숨 잃은 분들을 위해 묵념을 올렸다.

현충일이라 중령으로 퇴역한 이병호씨를 만나 군대 이야기나 듣고 싶었다.

 

그가 자주 머무는 공원 앞 담벼락으로 갔더니, 최정훈씨와 둘이 앉아 있었다.

그 역시 만날 때마다 술을 마셨으나, 그날따라 사진 찍기 위해 기다리는 것 같았다.

사실은 술 살 돈이 없어 물주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자부심부터 인식시킨 후 찍었더니, 정훈이도 찍어라며 눈을 깜빡였다.

정훈씨는 잘 모르는 데다, 초상사진 찍는 목적에 공감하는지도 모르겠고,

더구나 스스로 원하지 않아, 안 찍는다고 손을 내저었다. 

 

처음에는 빨리 추진하고 싶은 욕심에 무리수를 두었지만, 하등의 서둘 이유가 없었다.

원로작가지원사업으로 시작된 ‘버려진 사람들의 초상전’은 그동안 찍은 사진으로도 충분히 치를 수 있으며,

이 일은 살고 있는 동안 꾸준히 해야할 내가 짊어 질 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상사진은 상대를 제대로 알고 찍어야 한다.

 

커피를 뽑아 와 이야기를 듣고 싶었으나, 딱 한 잔 만 하자는 권유를 차마 물리칠 수 없었다.

소주 두 병과 꽈베기 한 봉지를 사 왔더니, 잠자던 녀석도 일어나고,

보이지 않던 녀석까지 나타나, 술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하는 수 없어 만원을 꺼내 주었더니, 아예 소주 됫병을 사왔더라.

결국, 그들에게 약은 주지 못할망정 독을 주고 말았다.

 

그날은 이병호씨 군대 이야기보다 더 놀라운 최정훈씨 군대 이야기를 들었다.

이북에 넘어가 죽다 살아났다는 그는, 젊은 시절 이태원에서 두 사람이나 죽인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단다.

마침 군대 장교로 근무하던 아버지가 나서서 교도소 대신 북파공작을 수행하는

UDU로 들어가게 만들었는데, 인생의 쓴맛은 그때 다 보았다고 한다.

 

보급품을 주지 않아 뱀은 물론 표창으로 온갖 산짐승을 다 잡아먹고 살았는데,

제일 맛없는 고기가 고라니라며 고라니 고자도 듣기 싫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북파되어 옆구리와 허벅지에 맞은 총탄 자국까지 보여주었다.

 

군번 없는 군인으로 살아, 죽어도 이름조차 남지 않았겠지만,

죽는 것 보다 못한 짐승 같은 나날을 보내는 현실이 더 슬펐다.

 

다들 먹은 것이 없으니, 술도 많이 마시지 못했다.

목사님이 갖다준 빵 봉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교회 단체 ‘이에수스 핸즈’에서 얻어 온

물김치 한 술 뜬것이 전부라, 한 사람 한 사람 드러눕기 시작했다.

 

동자동에서 오랫동안 노숙을 한 지경학, 유정희, 김상진 등 여러명이 수급자가 되어 쪽방에 들어갔지만,

쪽방보다 밖이 더 좋은지 허구한 날 길거리에 나 앉았거나, 노상에 쓰러져 자는 것을 더 자주 본다.

 

다들 술로 명을 재촉하고 있으나, 손 쓸 방법이 없다.

비참하게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편할지 모르겠으나, 산 목숨이다.

정부에서 알콜 중독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윤석렬 정부 취임 1주년을 맞았지만, 동자동 공공개발은 한 치의 진전도 없이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지난 해  5월 대통령직인수위는 국정과제의 열 번째로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복지 지원 안을 내 놓으며,

취약계층에 대한 안정적 주거환경 보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국토부는 연 초 보도자료를 통해 ’쪽방촌은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속도를 높이고,

쪽방촌 정비사업과 공공임대 이주지원은 조속히 추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 발표했으나.

모두 입에 발린 소리라 하나도 실행에 옮긴 것은 없다.

 

공공주택을 기다리다 지친 빈민들이 힘을 모았다.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동자동사랑방’ 등 여러 모임에서

반 빈곤 사회운동 시민단체가 모인 ‘홈리스행동’과 연대하여 거리로 몰려나왔다.

 

윤석렬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16일 오후2시, 용산 전쟁기념관 상징탑 앞에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주거권 행진’ 기자회견을 열어,

“약자 주거복지 빵점!”이라며 정부를 규탄하고,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동자동 재개발을 발표한 후로 주민들의 주거 상태는 더욱 열악해져 사람 살 곳이 아니다.

죽어 나가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라, 하루속히 주거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추진 위원회’ 김영국 위원장은 “국토부는 2021년 2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통해 공공주택 임대 1250호,

분양 200호와 민간분양주택 960호를 건설함과 동시에 임시 거주지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업 시행을 위한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의 지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자동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최갑일 이사는 “동자동 쪽방 주민은 1년에 약 50명이 죽어 가고 있는데,

최근 일부 쪽방 건물주들이 보수공사를 이유로 주민에게 퇴거를 요구하는 일도 빈번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21년 말 동자동 주민 수가 1063명에서 지난해 말 886명으로 약 17% 감소했다며,

서울시에서 조사한 실태조사를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공주택사업이 ‘멈춰진 시간’은 쪽방에서 주민들을 하나 둘 내모는 ‘퇴거의 시간’이 되고 있다.

 

이들은 국토부가 3년 전 내건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약속을 하나도 지킨 것이 없다며,

공공주택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사이 주민들은 보수도 해주지 않는 열악한 쪽방에서 ‘희망고문’을 당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동자동 공공주택 사업의 ‘첫삽’을 뜨라는 ‘첫 삽’ 증정식 퍼포먼스를 열었다.

 

‘공공주택 첫 삽 떠라’는 문구가 적힌 모형 삽을 윤석렬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실로 향했으나

경찰이 제지하며 대신 전달해 주기로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지하철 삼각지역과 한강대교를 지나, 동작구 본동에 위치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 자택까지 향하는 ‘쪽방 주민 주거권 행진’이 시작되었다.

“헌집 새집 손수레”와 손 피켓이나 현수막을 펼쳐들고 거리 행진에 나선 것이다.

 

선두에는 종이로 만든 쪽방 모형을 앞 세웠는데, 국토부장관에게 쪽방을 전달하는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연세가 많은 주민들이 많은데다, 그날따라 날씨마저 더워 사고라도 날까 걱정했으나,

악에 받쳐 그런지 쓰러지는 분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국토부장관 자택이 있는 노들역 주변의 아파트 앞에서 행진을 마무리하고,

결의대회를 열어 국토부의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재차 촉구했다.

 

동자동 주민들이 차례대로 나와, 사람 살기 어려운 여건이나 연대발언과 투쟁 결의문도 낭독했다.

 

마지막으로 ‘헌집 새집 손수레’를 국토부장관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바꾸어 ’희룡아 희룡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가사를 아래처럼 바꾸어 불렀다.

 

“야-야-야- 공공주택 어때서

발표하고 나몰라라 하-나-요

사람은 하나요. 우리도 국민인데

공공주택 약속 왜 안지키나요

눈물이 나네요, 나몰라라 하니까

공공주택사업 딱 좋은 계획인데

원희룡 장관님 집은 정말 좋군요

우리 집은 쪽방 단 한 칸, 건물주야 비켜라

우-리가 주민이다. 내 주거권 내가 지킨다“

 

아래는 그날 낭독한 투쟁결의문이다.

(투쟁결의문)

지난 5월10일, 윤석렬 정부는 취임 1년을 맞았다. 취임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의 열 번째로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복지 지원”을 내세우며 “취약계층에 대한 안정적 주거환경 보장”을 공언하였다. 그러나 우리 동자동 쪽방 주민들의 주거 상태는 더욱 더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오늘,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1년을 맞는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보도 자료를 내 “쪽방촌은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속도를 높이고, 쪽방촌 정비사업, 공공 임대 이주지원 등은 조속히 추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 하였으나,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은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만 2년이 지난 2021년 2월5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통해 동자동에 공공임대주택 1,250호를 건설함은 물론, 공사기간 중에 머물 임시 거주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당시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공공주택 건설이 시작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소유주들의 반발을 핑계 삼을 뿐, 사업 시행의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의 지정’조차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일하기를 멈춘 사이, 동자동 주민들은 낡아만 가는 쪽방에서 위태로운 삶을 부여잡고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 한 해에 수십 명의 주민들이 가난과 취약한 주거환경 속에서 세상을 등지고 있다.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1,083명, 2021년 1,063명이던 주민은 2022년 886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일부 쪽방 건물주들이 건물 공사 등을 빌미로 주민들에게 재계약 거부와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을 내몰고 부동산 개발이윤을 쌓는 일, 이것이 건물주들이 하겠다는 “아름다운 민간개발”의 본질이다.

 

우리는 오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1년을 맞아 장관의 집을 찾았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이 집이 보금자리이듯, 우리에게 동자동 쪽방과 그곳에서 일군 이웃들과의 관계들 역시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말하기 위해서다.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1년, 우리 쪽방 주민들에게는 기념할 것 없는 배제와 설움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생명과도 같은 우리의 주거권을, 부동산 개발 이익을 위한 건물주들의 탐욕에 결코 헌납하지 않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약자 주거복지 빵점 1년을 속죄하고, 동자동 쪽방 주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공공주택 사업에 당장 나서라.

 

쪽방 주민 주거권 보장, 공공주택사업으로 응답하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공공주택사업 시행하라!

2023년 5월16일

“쪽방주민 주거권 행진” 참가자 일동

사진, 글 / 조문호

 

[2023.5.23작성]

날이 갈수록 빈민들의 삶은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2020년만 해도 1,083명이던 동자동 주민이 2022년 말까지 886명으로 대폭 줄어 들었다.

건물주들의 압력에 내몰리는 사람도 있지만, 일 년에 평균 오십 여 명씩 목숨을 잃는 것이다.

 

2년 전 정부의 동자동 공공개발 발표에 마음이 들떠 죽기 전에 잠시나마 집 같은 집에서 한 번 살아 보겠다며

꿈에 부풀었으나, 아직까지 지구지정도 하지 않은 채 방치한 사이 빈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희망에서 절망감으로 변해가며, 점차 분노로 들끓기 시작했다.

 

사람답게 살아보겠다고 술을 끊었던 사람도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지병을 가진 사람은 병이 더 깊어져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상태로 몇 년 만 더 간다면 화병으로 다 죽어 나갈 것만 같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걸 바라는 걸까?

 

며칠 전에도 쪽방촌에서 또 한사람 죽어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는 시신을 두고 경찰이 들락거리더니, 구급차에 실려나갔다.

그 건물은 지난겨울 수도관이 터져 온 계단이 빙판으로 변해 신문지면을 장식했던 건물인데,

마치 귀신 나올 것 같은 건물에서 진짜 귀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외부와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86세라니 살만큼 사셨지만, 죽어서도 저승으로 바로 떠나지 못한 채,

행여 가족이 나타날까 한 달 동안 냉동실에서 기다려야 한다.

아무도 슬퍼하는 이 없고, 남긴 것 하나 없이 바람처럼 떠나 버렸다.

 

요즘 들어 부쩍 술이 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동자동 주민들을 종종 본다.

술을 많이 마셨다기 보다 기력이 없어 조금만 마셔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워버린다.

하기야! 더운 쪽방보다 바깥이 시원한데다 죽어도 빨리 알것이니, 정신 줄을 놓는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동자동 주민들의 주거권 결의대회가 열렸다.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서 국토부장관 집이 있는 동작구 노들역까지 거리행진이 있다기에

집결지인 ‘새꿈공원’으로 나갔다.

 

“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이 행진 참여자들에게 협조사항을 알리고 있었는데,

공원 한 쪽에 있던 김상진씨가 반가워하며 내 손을 부여잡았다.

 

한 동안 보이지 않던 그 분은 변두리 임대 주택으로 옮겨 간지가 좀 되었다고 했다.

산전수전 다 겪다 동자동에 들어 와 살았으나, 집 같은 집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어 떠난 것이다.

그가 뱉은 첫마디는 ‘방이 넓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일거리 없고 아는 사람하나 없는 그곳은 외딴 섬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동자동 쪽방 주민들을 내 보내려는 술수에 떠밀렸으나, 사람이 그리워 동자동을 찾은 것이다.

빈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동자동 공공주택을 하루속히 건설하는 방법뿐이다.

 

더 이상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어 주민들과 함께 기자회견 장소인 용산으로 가야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서 동작동 국토부장관 집까지 이어지는 거리행진이 걱정스러웠다.

 

난, 오래전 뺑소니차에 치어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는데, 수술을 잘 못하여 많이 걷지를 못한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파 차를 휠체어처럼 끌고 다녀야 하는데, 먼 거리라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길에 쓰러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힘든 고행의 거리행진을 무사히 끝내기는 했으나, 돌아오자마자 뻗어 버렸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당장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하라!“

 

사진, 글 / 조문호

 

[2023.5.17작성]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세면도구를 챙겨 호젓한 남산 길을 걸어 남대문사우나에 갔다.

서울시에서 나누어 준 무료 목욕권 덕에 톡톡히 호사를 한다.

예전에는 명절에나 찾았던 목욕탕이 아니던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어 눈을 지긋이 감고 있으니, 찌푸둥한 몸이 풀렸다.

 

목욕탕에서 나와 문화역서울에서 열리는 공예특별전을 보러갔다.

남대문사우나에서 서울역으로 가려면 서울로7017’ 고가가 지름길이다.

서울로7017’은 많은 원형 화분들이 놓인 휴식공간이라 남산 길보다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늘 보던 서울역도 위에서 내려다보면 제법 그럴싸하다.

와이티엔 뉴스에 가끔 등장하는 서울역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인데, 다양한 식물이 있어 가끔 찾는다.

 

비록 사는 곳은 쪽방이지만, 이렇게 좋은 환경에 산다는 자랑질이다.

 

서울역 방향으로 내려가 ‘문화역서울’로 들어가려니, 입구에서 “어떻게 왔느냐?“며 막았다.

”전시장에 전시 보러 왔지 뭐 하러 왔겠냐?”고 쏘아붙이며 들어갔다.

 

행색이 노숙인처럼 보인 모양인데, 노숙인은 전시 보면 안 되는가?

사람 차별하는 인간들 보면 간이 뒤집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공예기획전은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였.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간별로 달리 배치해 관람객이 편지의 주체이자 전시의 부분이 될 수 있도록 연출해 놓았더라.

 

7개의 주제 공간과 1개의 공예전으로 구성되었는데, 기성 작가 60명과 학생 29명이 참여한 대규모 기획전이었다.

찍은 사진이 많아 구체적인 리뷰는 천천히 올리기로 하고 이만 줄이겠다.

 

전시장을 나오니, 천국에서 지옥으로 내려 온 기분이었다.

길에 쓰러져 잠들거나, 구걸하지 않으면 술 마시는 노숙인이 곳곳에 널렸는데,

술로 사는 사람들이 편히 쉴 곳조차 없으니,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

 

쪽방사는 빈민과 노숙인들의 가깝지만 먼 차이를 새삼 절감하며, 동자동 '완도식당'으로 갔다.

하루 한 끼만은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무료식권 조차 노숙인은 받을 수 없으니, 뭔가 잘 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식당에 들어가니, 임백수씨와 젊은 친구 한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밥 먹으러 온 게 아니라 술 안주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씨가 나더러 하는 말이 아무리 얻어먹는 거지지만, 옷은 잘 입어야 한단다.

구질구질하게 다니면 반기는 곳이 없다는데, 마치 전시장에서 막는 걸 본 것 같았다.

그가 사는 방은 지저분해도 항상 옷은 말끔하게 차려입는 이유를 알겠더라.

 

임씨는 술 끊은 지 몇 개월이 되었으나, 도저히 사람구실을 할 수 없어 다시 마신다고 했다.

핑계에 불과하지만, 술친구와 어울릴 수 없어 외로워 못 살겠더라는 것이다.

당뇨가 심해 죽을 때 죽더라도 사람답게 살다 죽겠단다.

나는 살기 위해 밥을 먹고, 임씨는 죽기 위해 술을 마셨다.

 

허기진 배를 채워 쪽방으로 올라갔더니, 누군가 계단에 피를 토해 놓았다.

머지않아 또 한 사람 떠날 것 같다.

그래! 더러운 세상 오래 살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는가?

저승이 극락인데...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운영하는 ‘돌다릿골 빨래터’에서 이불세탁을 받지 않은지가 한참되었다.

겨울 내내 찌든 이불을 세탁하려고 줄을 잇는 봄철에 한 달 가까이 이불세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세탁기를 수리중 이라 말했다가, 서울시의 예산이 없다는 등 말도 되지 않는 변명만 늘어 놓는데, 이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지난 3월29일 이불을 가져가 헛걸음 친후, 그 뒤 몇 차례나 찾았으나 똑 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영업용 세탁소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할 수 있겠는가?

이젠 부피가 큰 이불은 받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더 이상 주민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하지 말고,

세탁기를 가동하지 못하는 분명한 사유를 밝히고 대책을 강구하라.

 

동자동 쪽방촌의 ‘돌다릿골 빨래터’는 2018년 여름, 서울시에서 KT의 세탁기 후원을 받아 동자동 새꿈공원 맞은편에 설치한 것이다.

당시 서울 시장이었던 박원순씨에 의해 성사된 일로, 빈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해 주어 주민들로 부터 고마움을 한 몸에 샀다.

 

쪽방에 살려면 빨래가 제일 골칫거리였으나, 덕분에 한시름 놓게 된 것이다.

박원순씨는 옥탑 방에 직접 살아 보는 등 빈민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 많은 개선을 이루어내었으나,

더러운 세상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운의 정치인이다.

서울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빈민들의 삶이 곤두박질 하니,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한 때는 세탁에 의한 소음으로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도 했으나,

지금의 ‘서울역쪽방상담소’건물이 완공됨에 따라 같이 옮겨 운영하는 것이다.

 

비좁은 쪽방은 이불장이 없어 항상 이불을 바닥에 펴놓고 살아 불결하기 짝이 없다.

작은 세탁물이라면 쪽방 화장실에서라도 세탁할 수 있겠으나, 덩치가 큰 이불은 어쩔 도리가 없다.

예전에는 때에 찌들어 시커먼 이불이 행여 얼굴에라도 닿을까 노심초사 했으나, 지금은 죽었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살지 못한다.

 

서울시와 서울역 쪽방상담소는 하루속히 '돌다릿골 빨래터'를 정상화하라.

 

사진, 글 / 조문호

 

 

마을공동체 ‘동자동사랑방’의 2023년 제14차 정기총회가 

지난 15일 오후2시부터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열렸다. 

 

2008년 결성된 ‘동자동사랑방’은 지난 15년 동안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쳐, 

삭막한 세상에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는 없어서는 안 될 마을공동체다. 

 

동자동 주민들은 대부분 가족과 연락이 끊기다 보니, 서로 도와 병원에 함께 가기도 하고, 노숙인들의 쪽방촌 안착을 돕기도 한다.

중요 활동으로는 밥상공동체인 ‘식도락’을 운영하며, 한가위나 어버이날에는 마을 잔치를 벌여 주민들을 위안한다.

이밖에도 비좁은 방에 선반을 달아주거나 정기적으로 마을 청소도 하고, 주민들에게 법률상담을 주선하기도 한다. 

그리고 쪽방에서 돌아가신 어르신을 위해 마을 장례를 치러주기도 한다. 가난하고 외롭게 살다간 망자를 기리며, 

살아 남은자의 권리를 위해 반 빈곤 연대활동을 펼치는 등 평등한 세상을 지향하는 주민모임이다.

 

다만 참여하는 주민이 일부에 불과해 안타까움을 더해 주는데,

이것은 희망을 잃은 주민과 희망을 가진 주민으로 나누어진 동자동의 뼈아픈 현실이기도 하다.

온 종일 방에서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한 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사랑방이라도 들락거리며 활동하는 분들은 건강에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므로 외로움의 고통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정기총회도 참석 회원보다 위임회원이 더 많은 것은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 매사에 의욕을 잃어가는 것이라 더 안타깝다.

 

정기총회에는 윤동주 공동대표의 인사에 이어

박승민간사의 22년 정기총회 결과보고와 활동보고 및 재정보고가 이어졌다.

 

이어 김호규 감사의 2022년 감사보고가 상세하게 보고되었다.

예산집행이나 영수증수취와 보관이 완벽하게 처리되었음을 밝혔고,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사랑방의 미래를 함께 꿈꾸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선출 안은 양정애, 윤용주 공동대표가 연임되었고,

2023년 예산안은 수입 지출 공히 65,500,000원으로 상정 가결되었으며,

선동수간사장의 총회기록보고에 이어 이원영씨 등 외부인사 소개와 인사도 이어졌다.

 

눈에 띄는 사업계획으로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치루지 못한 마을장례를 재개하여 주민들의

조문을 받을 수 있게 하거나,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대외활동에 더 힘을 모을 것을 다짐했다.

 

‘동자동 사랑방’의 발전과 주민들의 밝은 앞날을 위해 힘찬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비가 내린 지난 11일은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려 꼼짝하기도 싫었다.

무슨 도 닦는 것도 아니고, 밥 먹으러 간 시간 외에는 온종일 앉았다 눕기만 반복했으니 몸이 편할 리가 없다.

 

이튿날 아침 목욕탕에 가서 몸 좀 풀려고 내려오니, 이 층 입구에 김반장이 와 있었다.

안쪽을 들여다보니 고씨 영감 방에 사람이 왔는데, 소방대원이 고씨 영감을 들어 올리는 중이었다.

 

소변 팩을 다리에 달고, 의식이 없어 몸을 가누지 못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돌봐 줄 사람이 없어 그런 것 같았다.

독거노인의 운명이라 어쩔 수 없지만, 살아서 뵐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동자동에서는 사람이 죽거나 실려 나가는 것은 종종 본다.

그런 불상사가 잦은 것은 폐쇄적인 공간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대개 나가기 싫고, 온종일 앉았다 눕기만 반복하니 무슨 기력이 있겠는가?

그나마 쪽방 상담소에서 나누어 준 식권 날짜 지날까 하루에 한 번씩 밥 먹으러 나가는 게 유일한 외출이다.

 

지난해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로 조사된 천여 명 중에 절반이 결혼을 못한 비혼이라고 한다.

아무런 간섭받지 않고 책임질 일은 없겠으나, 외로운 병보다 더 무서운 병은 없다.

건강관리는 물론 이야기 나눌 사람까지 있는 교도소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녹번동에서 주말을 보내다 나오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때가 가끔 있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 가기 싫은 것처럼...

실소를 흘리며 오지만, 마치 저승 대기소 가는 심정이다.

늙어서는 두 내외가 오손도손 사는 것 보다 더 큰 축복은 없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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