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삶과 마을의 역사를 기록한 사진집들이 몇 달 동안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인간관계를 이어가며 마을의 역사를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숨은 노력의 결과다.

 

대표적인 사진집으로 수몰을 앞두고 찍은 마동욱씨의 ‘아! 물에 잠긴 내 고향’이다.

20여년 전 장흥다목적댐 건설로 수몰된 장흥군 유치면 일대

수몰지역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집이다

 

정들었던 집이 포클레인으로 부서지는 장면과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주민들의 

눈물이 담긴 장면 장면들이 2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세상에 나온 것이다.

 

수몰지역 주민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 얼마나 그립고 반가웠겠나?

그건 누가 시켜 한 것이 아니라 한 사진가의 고향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사진을 기록한 마동욱씨는 수몰지역 외에도 탐진강을 비롯하여 장흥, 영암, 강진, 보성 등지를

기록하여 여러 권의 사진집을 펴낸바있는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이번에 출판된 마동욱씨의 ‘아! 물에 잠긴 내 고향’ 사진집 (가격12,000원)은

눈빛출판사의 '눈빛사진가선 065'로 발행되었다.

출판기념전이 장흥읍 평장리 새마을 창고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두 번째는 한센인 정착촌인 강원도 대명원 만종마을 주민들이 직접 찍은

‘만종' 사진집도 나왔다.

 

사진가 노은향씨를 주축으로 결성된 '좋은 사진 모임 포트인' 회원들의 지도와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김동한, 김연태, 김정희, 신순재, 전석권, 제갈귀자, 이종애, 윤순심, 허정자씨 등

아홉 명의 주민이 직접 기록한 의미있는 사진집이다.

 

절망에서 희망의 삶으로 바꾸게 된 만종마을 주민 뒤에는

노은향씨를 비롯한 사진가들의 따뜻하고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외부와 단절되어 소외된 삶을 살아온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열기가 그리 쉬웠겠는가?

 

지난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인사동 ‘마루아트’에서

‘만종, 60년만의 외출’이란 제목의 전람회도 개최한 바 있다.

 

사진 기록에 참여한 주민들이 인사동에서 열린 전시 개막식에 나오는 성황을 이루었는데,

그동안의 노력과 보람에 따른 고마움에 눈물짓는 정겨움도 볼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서울 이화마을을 기록한 사진가들이 ‘낙산 아랫동네 이야기’ 사진집을 펴냈다.

 

재개발에 의해 서울의 골목이 하나 둘 사라지고

오래된 집이 허물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진가들의 노력에 의해서다.

 김수길씨가 주축이 되어 이대형, 이정은, 이용민, 최재현씨가 나선 것이다.

 

서울시가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진행한 ‘낙산공공미술 프로젝트’에

김수길씨를 비롯한 사진가들이 합류하며 시작되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십년 간의 기록이 집대성되었다는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쉼 없이 기록해 온 사진이라 그 가치가 더 큰 것이다.

 

그동안 해마다 동내에서 빨래줄 전시를 열어 주민들과 함께하는 자리도 만들어 왔다.

동내 관광화에 따른 주민들과의 갈등을 풀어가며 이룬 성과라 그 의미도 남다르다.

 

네 번째 사진집은 사진가 양시영씨 지도로 난곡 주민들이 직접 기록한 ‘난곡난향‘ 별별 사진책이다.

 

2018년부터 양시영씨를 비롯하여 김미숙, 김숙희, 박우인, 서민경, 오순환, 유순덕, 유현만,

이양자, 전영석씨등 열 명의 주민이 참여하여 난곡 난향마을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난곡난향 도시재생사업에 힘을 얻기는 했지만,

사진가 양시영의 마을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을 정경과 마을사람의 삶의 무늬를 담아낸 난곡난향 사진집에는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사랑과 사진기록에 대한 자부심도 담겨있었다.

지속적으로 이어 간다면 먼 훗날 난곡마을의 소중한 사료집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로 개인주의가 극에 달한 세태에 나온

마을 공동체 사진집이라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번에 출간된 마을 사진집 외에도 '구룡마을', '동자동' 등 소외지역을 기록하는 사진가도 있다.

이웃 사랑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노력과 성과에 뜨거운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글 / 조문호

 

‘낙산 아랫동네 이야기’ 사진집에서

‘만종, 60년만의 외출’ 사진집에서

코로나로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즈음,

인사동에서 사람냄새 진득한 아름다운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3시 인사동 마루아트 ‘갤러리 아지트’에서 개막된

‘만종’ 60년만의 외출이다.

 

한센인 정착촌인 강원도 대명원 만종마을 주민들이 직접 찍은 풍경들이다.

그 사진 사진에는 60년 동안 죄인처럼 소외받고 살아 온 절절한 아픔이 눈처럼 녹아 있었다.

 

절망에서 희망의 삶으로 바꾸게 된 뒤에는 사진가들의 숨은 노력이 따랐다.

노은향씨를 주축으로 한 '좋은 사진 모임 포트인' 맴버 들이다.

기록 앞에 사람이 먼저라는 사람 사랑이 이루어 낸 결실이었다.

 

더구나 만종 주민들과 함께 이룩한 전시라 더욱 빛났다.

‘만종’의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 그들 외에 누가 있겠는가?

외지인이 보는 시각과 당사자가 보는 시각에서 누가 더 진실에 가깝겠는가?

기술적인 요령이나 말하는 방법을 참여 사진가들이 교육시킨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진 속에 찍은 이의 아픈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서툴지만 솔직하고, 어눌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사진이라 보고 또 보았다.

몇 년 후엔 그들 사진이 어떻게 변할까? 하는 가능성이 점쳐졌다.

상처의 기억들이 사진사에 남을 일이 생기지 않을까도 기대된다.

 

요즘은 전시장이나 사람 모이는 곳은 잘 가지 않지만, 이 전시는 안 갈수가 없었다.

만종에서 온 작가나 주민들도 목숨 걸고 왔는데, 어찌 죽는 것이 두렵겠는가?

모임을 기피할 때라 걱정스러웠으나, 생각보다 많이 참석했다.

각지에서 보내온 축하 화환은 리본만 걸렸다. 

 

개막식이 열리는 인사동 ‘마루아트’2층 행사장의 레드카펫은

만종에서 온 작가들과 주민들이 장식했다.

주민 작가로는 김동한, 김연태, 김정희, 신순재, 전석권, 제갈귀자,

이종애, 윤순심, 허정자씨 등 아홉명이었다,

 

80대 작가들이 나란히 꽃다발을 들고 앉은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행사를 진행하는 몇몇 외에는 아는 분이 별로 보이지 않았는데,

복면의 시대라 모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축가를 불렀는데, 맞은편에 사진 찍는 곽명우씨가 눈에 띄었다.

이어 '좋은 사진 모임 포트인' 회장인 노은향씨의 인사가 있었는데,

‘만종’ 어르신들을 말하는 대목에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기야! 3년 동안 어울려 정든 세월이 어찌 눈물겹지 않겠는가?

자식처럼 반겨준 그동안의 고마움에 눈시울 붉혔겠지만,

사회와 단절된 그들의 마음을 돌이키는 일이 어디 쉬웠겠는가?

중요한 것은 사진이 주민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동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외지인과의 접촉과 노출에 배타적이던 만종 사람들 마음의 문을 열어 지역 문화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고향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한 60년의 한(恨)을 예술로 승화한 경사였다.

 

사회자 김선식씨가 참여 작가들을 한 분 한 분 소개했는데, 대견스러웠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지 모른다"는 말도 있듯이, 열심히 기록을 이어갈 것 같았다.

신진 노작가들의 새로운 도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만종’의 노작가들과 ‘포트인’ 젊은 작가들이 협력한

가슴 따뜻한 일상의 기록은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장에서 '만종' 사진집과 2021년 캘린더도 판매한다.

 

이 전시를 준비한 '좋은 사진 모임 포트인' 운영진은 다음과 같다.

노은향, 김선식, 윤남중, 신민각, 김동욱, 이호남, 이응석, 이우영, 허윤정

 

사진, 글 / 조문호

 



요즘, 토요일의 광화문엔 많은 시민들이 몰려나와 거대한 예술 축제를 만들어 간다.

성탄절과 연결된 9차 시민촛불 집회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60만의 시민들이 몰려나와 세상을 바꾸려는 캐럴송을 부르고, 구호를 외쳐댔다.

가족과 연인, 친구끼리 몰려나와 전쟁터가 아닌 촛불의 축제장으로 만든 것이다.



 


강화에서 23일 동안의 작업을 서둘러 끝내고 광화문으로 나왔으나, 이미 세시가 지나 버렸다.

김준권씨의 차벽공략 '미술행동'은 어디에서 하는지 보이지 않았고,

유진규씨가 벌이는 퍼포먼스 행진이 시작되고 있었다.

옆에는 궁핍현대미술광장이라 이름 붙인 천막전시장도 문을 열었더라.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사진가 노은향씨를 만났다. 반가웠으나 퍼포먼스 행진에 따라 붙어야 했다.

헌법재판소까지 갔다 오니, 미대사관 앞에서 차벽 프로젝트를 끝낸 김준권씨 일행들이 촛불탑에 모여들고 있었다.

김진하, 이인철 내외를 비롯하여 이강군, 성효숙, 장경호씨 등 여러 명을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 날, 김재동씨를 비롯한 연예인들은 광화문 열기를 끌어 올렸고, 예술가들의 행위예술은 시민들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유진규씨가 네 번째로 보여 준 퍼포먼스에다, 판화가 김준권, 류연복씨가 주동이 된 미술행동도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광하문광장에서 펼친 시국퍼포먼스는 까도까도 끝이 없다양파였다.

등에 짊어 진 양철 판이 땅에 끌리는 소리가 광화문과 헌법재판소 길을 울렸다. 나팔소리와 냄비 두드리는 소리도 거들었다.

그 지축을 울리는 굉음에 틀어막은 박근혜의 귀가 뚫렸을 것이다.



 


그리고, ‘미술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준권, 류연복씨가 누구인가?

바로 긴 세월 독재 권력과 싸워 온 역전의 용사들이다.

거기다 김진하, 여태명, 정고암, 이철수, 김봉준, 김성장, 이인철, 장경호, 성효숙, 박은태씨등 기라성 같이 많은 예술가들이 힘을 합쳤다.


    

 



광화문 미술행동첫 번째 프로젝트인 차벽공략,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40여 미터에 달하는 천에 그린

낙서그림을 경찰차벽에다 붙여 철통같은 차벽을 재미있는 그림판으로 바꾸어 놓았다.

국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행복한 나라에 살고 싶다’, 자식보기 부끄럽다등 갖가지 구호들이 그림판에 새겨졌다.

외치고 행하는 자체가 시민들의 예술행위였다.


    

 



한 해를 떠나 보내는 31일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몰려나와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예술축제를 펼칠 것이다. 

오후 2시부터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 옆엔 '옳'시국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세종대왕상 뒤편에는 '미술행동'이 진행된다.

차벽공략 프로젝트인 촛불이 국민의 명령이다에서는 여태명씨의 서예 퍼포먼스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의 예측을 불허하는 즉흥적인 예술행위들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날, 우리나라 예술인이라면 모두가 광화문으로 몰려나가자,

올바른 세상을 향한, 이 거룩한 시민혁명의 선봉에 서자.


이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하여 싸우는 모든 국민이 예술가다.

 

사진, / 조문호









































































 

 

 





충무로 ‘브레송갤러리‘에서 전시한 ’사람이다‘전에 반가운 분이 찾아 오셨더라.


‘포토 트래블 인’의 노은향씨 였는데, 쪽방촌 사람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내의 스물 한 벌과 양말 네 박스를 가져오셨다.

일전에 빈민들을 돕고 싶다는 전화는 받았으나, 전시장 오는 김에 직접 가져 오신 것이다.


전시가 끝난 후, 동자동으로 옮겨 놓았으나 하루라도 빨리 전해주고 싶었다, 

방을 차지한 짐도 짐이지만, 추위에 떠는 주민들을 생각해서다.
‘서울역 쪽방촌상담소’나 ‘동자동 사랑방’같은 단체에 넘겨 줄 수도 있었으나 많은 량이 아닌데다,

사이즈가 대개 커서 체형에 맞는 분들을 찾아, 직접 전해 주고 싶어서다.






'홈리스추모제'가 열린 지난 21일, 배낭에 몇 개 들어가지 않아 두 차례나 짐을 옮겼으나, 약간은 조심스러웠다.

누군 주고, 누군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체형이 맞는 분들을 불러내어 전달했는데, 다들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다.

이제 남아 있는 여섯벌은 외부 출입을 잘 하지 않고, 은둔하는 분들을 찾아 주고 싶었다.



그런데, 마을에 뜻밖의 잔치가 열린 것이다.

동자동에 사는 다섯 쌍의 합동결혼식이 지난 25일 오후4시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있었다.

다들 노숙에서 탈출하여 함께 살고 있으나, 여지 것 결혼식을 못 올린 늙은 부부들이다.

박소영 신부는 지난 번 전해주었지만, 내의가 모자라 세 쌍은 한 벌씩 밖에 전해주지 못했다.

대신 신혼여행 같다오면, 멋진 결혼사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들 얼굴은 모르지만, 노은향씨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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