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송 기획전,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아홉 번째 강제욱이 지난 21갤러리 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김남진 관장이 기획한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우리 시대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해  8월 양승우씨를 그 첫 번째 사진가로 내세우며 시작되었다.

 

사진비평가 이광수 교수가 작가론을 쓴 본 기획전에는 양승우씨를 비롯하여 강재구, 김동진, 김은주, 서준영, 최치권, 모지웅, 박찬호, 강제욱씨 등 모두 아홉 명이 선정되었다. 매월 한 차례씩 한 작가의 지난 사진에서 부터 현재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체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시대의 목격자로서 인간 중심이라는 기본적인 정신을 계승하며 사회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분노할 줄 아는 사진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지막 작가로 참여한 강제욱씨는 ‘The Lost Land’, ’‘민국(民國) 100’, ‘The Wall’,  ‘The Planet’, ‘Thinguniverse’ 20여 년 동안의 작업을 주제별로 보여주었다.

 

사진가 김영호씨의 사회로 시작된 강제욱개막식에는 부산에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의 시원한 사진비평이 있었다.

 

강제욱은 역사를 우주의 시간 속에서 찾는다. 이성과 논리가 아닌 우연과 감성의 시간 속에서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 버린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사진의 시간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명쾌한 이교수의 강의는 귀머거리에 가까운 내 귀에도 속속 들어왔다.

 

강의가 끝날 무렵, 사진가 김문호씨가 이번 기획전에 대한 전체 평가를 물었더니,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을 점검할 좋은 기회였다며,

사진이 너무 자극적이고 독한 사진이 많았다고 한다. 관객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변사가 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바탕 웃고 넘어갔으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밋밋한 화면에 변화를 주어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이겠으나, 마치 유행처럼 너도 나도 어둡고 자극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만의 어법에 고민하며, 진정성 있는 접근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이어 강제욱 작가가 작업에 대한 과정과 앞으로의 지향점을 들려주었고, 기획전을 마무리하는 김남진 관장의 소회도 들었다.

 

아무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기획전은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사진의 얼개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었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두루 돌아보는 좋은 전시였다.

내가 보기로는 첫 전시였던 양승우론과 두번째 강재구론, 그리고 마지막 전시인 강제욱론이 인상적이었다. 

이 전시는 4월30일까지 열리니, 시간나면 한 번 가보시라.

 

전시를 추진한 김남진 관장의 노고야 말할 것도 없지만, 시종일관 작가론을 써가며 먼 길을 오간  이광수 교수의 노고와 열의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열정적인 분으로 우리나라 사진계에 보석 같은 존재다.

 

지난 2016년에는 매달 두 차례씩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국내 주요 사진가를 인터뷰하여 작가론을 쓰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듬해 결과물로 한국현대사진가 열두 명의 작가론을 묶은 카메라는 칼이다눈빛출판사에 펴내기도 했다.

 

카메라는 칼이다1부는 시대와 시간을 기록하다로 강정효, 권 철, 신동필, 최영진이 참여했고, 2사람과 역사를 바라보다는 김문호, 김보섭, 문진우, 이재갑, 이영욱, 조문호가, 3부인 파인아트 에는 고정남, 이수철의 사진을 논했다.

 

그 외에도 인도 사진가 일곱 명과 최민식선생을 비롯한 한영수, 김기찬, 이주용, 이재갑, 노순택, 조문호 등 국내 사진가 일곱 명의 논문을 마무리하여, 곧 두 권의 논문집도 출판한단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제대로 된 국내 사진가론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진학자들이 잘 알려진 외국 사진가들만 반복해가며 짜깁기하지만, 정작 국내 사진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대주의에 빠지지 않았다면, 밑천이 짧아 그런걸까?

 

이광수씨는 부산외국어대학에서 인도사를 연구하는 교수로 정년을 일 년 가까이 남겨두고 있다. 전공인 인도사는 물론 정치평론에서 사진 비평에 이르기까지 팔방미인인데, 사진으로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진 비평에 힘을 쏟고 있다.

그의 그침 없는 바른 말에 주눅 들어, 이단아처럼 기피하는 기득권 세력도 있다. 끼리끼리 사진판을 좌지우지해 온 그 자들의 짓거리가 더 웃긴다.

 

강제욱론 전시 개막식에 함께한 사진가는 김문호씨를 비롯하여 이윤기, 정영신, 김영호, 정윤배, 나인석, 김동진, 서준영, 모지웅, 최치권, 오철민, 고옥룡씨 등 많은 분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이광수씨는 인도사 유튜브 강의 동영상을 찍기 위해 일찍부터 왔다는데, 일이 끝난 후 나에게 페북 메시지를 보내왔으나, 또 뒷북을 쳤다.

페북은 컴퓨터에서만 볼 수 있어 밖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뒤풀이는 충무로 김삼보에서 했는데, 모처럼 반갑고 즐거운 술자리가 되었다.

이교주의 통쾌한 구라에 술이 술술 넘어갔다.

 

술자리에서 최민식선생 아카이빙을 위한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 주었다.

모처럼 최민식 선생의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번에 마무리한 내 사진 논문은 철학자 니체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했다.

니체라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거나 신은 죽었다정도밖에 모를 정도로 무식한데,

어떻게 관련 있는지 공부 좀 해야겠다.

무려 2년에 걸쳐 논문을 썼다는데, 이 원수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밤 열시 무렵에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몇몇은 맥주집으로 이차를 간단다.

매번 아무런 대가도 없이 먼 길을 달려와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안 서러웠다.

 

술이 취해 집으로 돌아와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열어보니, 페북에 글이 올라왔다.

부산 가면서 취중에 올린 글 걑은데, 진짜 내가 오래 살아야 한다.”란 열한 자가 적혀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맞는 말이다. 그가 없으면 한국 사진의 미래는 없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지난 삼일절엔 동자동 사진 찍느라 고향에서 열리는 '영산삼일민속문화제'는 커녕 '탑골공원'도 못갔다.

봄바람에 치마가 날리는 게 아니라 게양대에 걸린 태극기만 휘날렸다.

 

그 이튿날은 만사를 제쳐두고 정동지와 전시 보러 나섰다.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는 김동진의 ‘나의 살던 고향’ 부터 들렸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전시장은 조용했다.

 

전시작들은 작가의 고향인 만덕동의 오래전 모습을 살벌한 도심풍경에 빗대어 그리워했다.

자연과 주변 환경만 바뀐 게 아니라 인간의 정신까지 바뀌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사라져버린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진가의 고향노래였다.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물질문명 속에 살아가며,

고향이란 말조차 잊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추억의 서사다.

 

이 전시는 3월 12일까지 열린다.

 

두 번째는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김인규씨의 ‘산 넘어 남촌'을 찾아 인사동으로 넘어갔다.

이 전시 역시 고향에 대한 향수로, 전시장 입구에는 ‘갤러리의 봄’이란 또 다른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봄은 실감할 수 없으나, 전시장은 온통 고향을 그리는 봄 노래였다.

 

‘나무화랑’으로 올라가니 전시 작가는 보이지 않고, 김진하관장을 비롯하여 정복수, 김 구, 장경호씨가 있었다.

 

작품들은 고향의 봄을 연상케 하는 소담한 풍경이었다.

화사한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감이나 초가집과 구릉들이 나열된 공간구성.

거기에 평면적인 입체감을 두리 뭉실하게 드러내어 꿈인지 현실인지 아리송한 풍경으로 끌어갔다.

 

단조로운 내용이 오히려 눈길을 끌게 만들었다.

일체의 기교로부터 탈피한 그리기의 원형을 보여 주는듯한 소박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원초적 미감의 봄바람 같은 분위기였다.

 

포근하고 아늑한 화면은 조선 민화 같은 담백한 맛을 내는데,

마치 동화를 보는듯한 유치찬란함 그 자체였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전시로, 13일까지 열린다.

 

화가 정복수씨의 술 마시러 가자는 꼬임에 끌려 장경호, 김구씨와 ‘사랑채’로 내려왔다.

운전 때문에 막걸리 한 잔만 마시기로 했으나, 한 잔으로 끝내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웠다.

모시고 가야할 차주 눈치 보느라 술인지 맹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개마서원’의 장의균씨 내외와 안원규씨도 합류했다.

 

아직 보아야 할 전시가 남아 있어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갤러리담’에서 열리는 한상진씨의 ‘무경계’를 찾아 가다 거리에서 춤평론가 이만주씨를 만나기도 했다.

 

‘갤러리담’에는 전시작가 한상진씨를 비롯하여 최석태씨, '스마트협동조합' 서인형이사장 등 반가운 분도 여럿 있었다.

 

전시된 주요 작품은 먹 드로잉이었다.

작업실 주변이나 길에서 만난 하잘 것 없는 사물들을 형상화했다.

풀포기에서부터 하늘에 떠있는 구름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경계 없이 먹으로 그렸다.

 

본래의 의미로부터 벗어나 버린, 버려진 사물에 대한 애착의 발로였다.

변해가는 사물이나 풍경처럼 세월을 멈출 수 없는 현대인의 고뇌를 담은 것 같았다.

무미건조하고 불안한 일상의 파편에 다름 아니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 말로는 지난 전시보다 훨씬 단단해진 미감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 전시는 3월21일까지 열린다.

 

재미 사진가 김인태선생의 ‘선율’전이 열리는갤러리인사1010’으로 발길을 돌렸다.

 

15년 만에 찾은 김인태씨의 귀국 초대전은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미국 대자연의 풍광을 보여주었다.

80년대 중반에 발표한 광활한 사구의 기하학적 구성을 드러낸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선율' 전에 나오는 작품들은 때로 사색에 빠져들게도 만들었다.

특히 시들어가는 꽃송이를 크로즈업 한 사진은 명상적이고 철학적인 사유가 담겨있다.

 

김인태의 ‘선율’전은 14일까지 열린다.

 

마지막으로 박진흥전시를 보러 '갤러리 더원'에 들렸다.

박진흥씨는 박수근화백의 손자이고 박성남화백의 장남이다.

삼대째 그림을 그리지만, 박진흥 작품은 한번도 보지 못해 작정하고 나선 것이다.

 

박진흥의 '흙결의 시간, 그리고 목련'

박진흥씨의 ‘흙결의 시간, 그리고 목련’이 열리는 ‘갤러리 더원’은 문이 잠겨 있었다.

전시도 보지 못한 채 뒤풀이 장소인 ‘마중’으로 가야 했다.

 

'마중'에서 전시 작가인 박진흥씨는 물론, 부친 박성남화백도 만났다.

오랜 만에 만나 반갑기 그지없으나, 박성남씨의 능글능글한 농담은 변함 없었다.

 

작가의 흙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얼마나 진지한지, 다시 인사동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 전시는 13일까지 열리니, 인사동 봄바람 맞으며 전시보러 가자.

 

사진, 글 / 조문호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그 세 번째 기획전인 김동진 사진전이 오는 30일까지 충무로 ‘브레송갤러리’에서 열린다.
 
김남진 관장이 기획하고, 사진비평가 이광수 교수가 작가론을 쓰는 본 기획전은 '우리시대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시대의 목격자로서 인간 중심이라는 기본적인 정신을 계승하며 사회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분노할 줄 아는 작가에 주목한다. 선정된 작가는 지난 사진과 현재 작업을 보여주며, 한 사진가의 작품세계를 재 조명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어둠의 현장을 치열하게 기록한 양승우 사진으로 막을 올렸다. 리얼한 사진에 담긴 서사의 힘은 진한 인간애를 자아냈다. 두 번째로 보여 준 강재구는 입영 전의 민간인에서부터 머리를 깎은 군인에 이르기까지 징병제에 따른 군인 시리즈를 20여 년 동안 기록해 온 사진가다. 군인의 몰개성과 획일성을 비판한 전시였다.
 
이번에 전시한 김동진은 정상이 비정상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소외나 박탈 등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기이한 형상으로 표현했다. 이 역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전시여서, 다음 작가가 더욱 궁금해지는 기획전이다.
매월 ‘월간 사진’에 전시작과 사진가론 전문이 실리니, 많은 관심 바란다.
 
아래 내용은 김동진 전시 팜프렛을 복사했다.
이광수교수의 김동진론 ‘사진 스토리텔링이 향하는 곳’ 전문과 작가노트, 그리고 작품을 소개한다.
 

 

 

앞 UP 2021

갤러리 그리다 기획공모展 

2022_0316 ▶ 2022_0413 / 월요일 휴관

 

 

1부 / 2022_0316 ▶ 2022_0327

2부 / 2022_0401 ▶ 2022_0413

 

참여작가1부 / 김동진_박세린_석정인

2부 / 노의정_임혜지_정유하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그리다

GALLERY GRID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2길 21(창성동 108-12번지) B1

Tel. +82.(0)2.720.6167

www.gallerygrida.com

 

지난 2021년으로 아홉 번째 진행된 갤러리 그리다의 신진작가 공모전은 석정인(에어로졸, 5월 28일-6월9일), 박세린(회화적 리듬, 9월3일-15일), 김동진(얕은 숨, 10월20일-31일), 정유하(흔한 사선, 11월3일-11월14일), 임혜지(현재과거형, 11월19일-12월1일), 노의정(공생, 12월3일-12월15일)의 순으로 개인전이 진행되었습니다. 개인전이 개별적인 작가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이번의 전시는 그들의 단체전으로 2021년 공모전을 총괄하는 형태로 모두를 일별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전시 공간의 특성상 전시는 1,2부로 진행합니다.

 

김동진_composition_캔버스에 유채_91×91cm_2017

폐기물 처리장이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꺼려지는 장소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세계를 가장 잘 일깨워 주는 배움터일수도 있습니다. 김동진 작가의 작업을 통해 그들은 문명과 시대를 증언합니다.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쳤던 낯익은, 때로는 낯선 사물들은 유령처럼 그곳에 있습니다. 폐기된 사물은 그들이 도약해 얻은 교환가치를 가진 상품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연물과 같은 입장으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그들의 존재를 자연이 긍정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깨어진 유리병 조각이 물결에 다듬어져 알록달록한 돌멩이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며 어쩌면 인류가 만들어내는 의미를 상실한 폐기물들이 실은 지구가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박세린_Blooming Garden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20

꽃이나 정원 같은 소재를 말한다면 각각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 생각의 개별성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공통된 감성이나 이미지는 있을 것입니다. 거기서 사람들의 기대를 미묘하게 배반하는 형태의 작업이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구체적 경험을 지향하는 비환원적인 추상'이라고 말하는 박세린 작가의 작업은 언뜻 '끝을 알 수 없는 반복과 미묘함을 띄는 변주로 창조되는 하나의 세계'로 설명되는 미니멀 음악을 떠올리게 합니다. 화면상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고 변주되어 나타나는 리드미컬한 이미지들은 확실히 실제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보다도 단순히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가 그들과 접촉하며 온 몸으로 겪은 느낌과 경험을 충실하게 재현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석정인_불특정 공간 24-1_장지에 먹, 동양화 물감_91×65cm_2021

풍경이라는 것은 명백한 실체를 갖고 있는 객관적 사실이지만, 그려진 풍경은 개별적인 작가의 심상이나 경험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에어로졸이란 결국은 미세먼지로, 인체에는 그다지 유익하지 않지만 뜻밖에 지구온난화에는 이로운 현상입니다.에어로졸의 시각적 현상에 착안한 석정인 작가의 작업은 과거에 경험했던 공간의 기억을 되살려내며 재현하고 있습니다. 화면 속의 공간, 풍경들은 실체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기억을 통하여 재구성된 이미지는 필연적으로 흐릿하고 모호한 공간으로 형상화되며, 생략되어진 단락들을 통해 작가 자신의 내밀한 심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노의정_도처춘풍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227.3cm_2021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는 숱하게 언급되는 것으로 다소 식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명되지 않더라도 꽃은 꽃이며 무의미한 사물에서 유의미한 존재로 변화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의 인식 속에서 벌어질 뿐이라는 냉소적인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시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유효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노의정 작가가 그려내는 작업은 인간에게 호명되며 의미 있는 존재로의 도약을 기다리는 주변의 자연과 생물들입니다. 작가는 그들이 무엇으로 기억되는가를 결정짓고자 합니다. 평면적인 화면에 실루엣으로만 드러나는 형상으로 만들어진 풍경은 그들이 무의미에서 의미로 넘어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임혜지_이야기가 되는 조각들_캔버스에 유채_33.5×24cm_2021

이미지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색다른 자극을 주고자 한다면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익숙한 스냅 사진들처럼 일상의 한 풍경을 캔버스에 포착해내는 것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체의 일부, 때로는 소소한 사물의 일부, 어떤 경우 일상생활의 일부를 과감하게 도려내어 형상화된 개별의 작업물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마치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파편화된 이미지들을 무작위로 나열해나가는 임혜지 작가의 작업은 일견 낯설어 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맥락을 찾는 과정을 남겨 두어 세계와 소통하고 사람들에게 인지되며 새롭게 의미를 확장해 가고자 합니다.

 

정유하_한강둔치_종이에 연필_72.8×103.5cm_2021

산책로와 길목 등 우리 주변 일상의 풍경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종종 볼 수 있는 작업일 것입니다. 그러나 풍경 속에 묻혀 있는, 언뜻 보면 무의미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소소한 소재를 포착하는 것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어쩌면 이것은 어린 시절 가끔 경험해야 했던 보물찾기와 유사한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점이 두근거림이라면 다른 점은 규칙으로 지정된 정답이 없다는 것이겠지요. 정유하 작가가 찾아낸 정답을 관객은 즐겁게 채점하면 됩니다. 사생이 아니라 촬영된 이미지를 통해 재구성하는 작업방식을 통해 재발견된, 트리밍된 풍경. 그곳에서 일부 단락을 끌어내어 화면에 표출하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예술가들에게 주어진 특권임이 분명한 일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특권을 잘 향유하고 있습니다. ■

 

 

Vol.20220316c | 앞 UP 2021-갤러리 그리다 기획공모展



얼마 전 독방에 갇혀 있을 때, 다짐한 것이 여럿 있었다,
휴대폰과 페북에서 해방되는 것과 전시장을 멀리 하는 것 등인데,
쓸데없는 일에 끌려 다니지 않고, 내 일만 열심히하며 재미있게 살기위해서다.

그 중 유일하게 페북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은 중독성이 강하기도 하지만,
그 마저 없다면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될 것 같아 하루에 한 차례만 접속하기로 했다.
그리고 습관처럼 들락거리던 전시장 출입을 삼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며칠 전에는 파주 헤이리에 간적이 있었다.
정영신씨 따라 잘 아는 분 전시에 갔는데, 나만 들리지 않고 차에서 기다린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멀리까지 와서 안 볼 일은 아니었다.


전시장에 들리면 전시리뷰 쓰는 버릇 때문인데, 보아도 안 쓰면 될 것 아닌가?
전시 작가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성질이 모질지 못해 하던 일은 쉽게 끊지 못한다.
더구나 인사동에서 열리는 좋은 전시는 알려야 한다는 부담 같은 것도 따른다.




문제는 열심히 취재해 소개해주어도, 칭찬은커녕 욕이 바가지라는 점이다.
속된 말로 국 쏟고 뭐 데이는 격이라 진즉부터 그만두고 싶었던 일이다.
대개 작품에 대한 칭찬은 좋아하지만, 쓴 소리는 원수되기 십상이다.

사실 평론가도 아닌 주제에 비판할 자격도, 할 필요도 없다.
작업노트나 서문 등의 보도자료에 근거하거나 직접 인터뷰하여 쓸 수는 있다.
그렇지만, 월급 받는 기자도 아니면서, 입에 발린 소리는 하기 싫은 것이다.
이제 글을 쓰더라도 보도자료 대로 소개할 뿐 사견은 달지 않기로 했지만,

청탁에 의한 글이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김동진씨 전시가 열리는 것은 페북을 보고 알았지만,
정선에서 농사 준비하느라, 전시가 끝나는 지난 토요일에야 부랴부랴 찾아갔다.
그것도 급하게 오느라  정선 집에 가방을 두고 와 빈털터리가 되어버렸다.
그의 치매수준이지만, 그 먼 길을 다시 갈 수야 없지 않은가?
오월 초순 모종 심으러 갈 때 가져올 생각으로 돈과 카메라를 빌려야 했다.



김동진씨 전시작품이 궁금하여 구경만 할 작정으로 갔으나, 습관차럼 글을 쓰게 된다.

이미 전시는 끝났으나, 안내 글이라기 보다 그동안의 일기에 불과하다.


'갤러리 브레송'으로 가다 전시장 입구에서 사진가 김영호씨를 만나기도 했다.
전시작가 김동진씨가 반갑게 맞아 주었으나, 작품은 일찍 철수해 버렸더라. 

포장하던 작품을 다시 한 장 한 장 꺼내 보여주었는데,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비린내 물씬한 인간들의 광기어린 욕망이 꿈틀대는 사진이었다.
‘눈빛사진가선’ 63호로 출판된 김동진 ‘해운대’사진집이 잘 말해 준다.


-눈빛사진가선63 / 김동진사진집 / 해운대 / 가격12,000원-


시인 김수우씨가 쓴 사진집 서문 일부로 대신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태어난 해운대는 몸의 중력으로 가득했다. 바다는 근원을 묻지만, 현대인은 근원에 익숙하지 않다. 근원에 익숙하지 않는 현대인에게 ‘정체성’이란 정말 애매한 개념이다. 작가의 사진 속 몸의 실재들도 애매했다. 그 불투명과 애매함은 곧 통증이었다. 통증은 어디선가 투명한 진실이 긴 발톱을 내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다 앞에선 누구나 쉽게 벗고 쉽게 맨발이 된다. 제 몸뚱이를 항상 날것으로 내놓는 물결 때문일까. 옷이라는 중력을 벗으면서 원래 자기가 되었다고 착각한다. 벗는 방식도 살아온 방식만큼이나 비슷하지만 다양하다. 닮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다르고 싶지도 않은 현대인은 자기분열로 인한 갈등의 몸을 가지고 있다. 그 몸을 던지기도, 눕히기도 하면서 모래알처럼 데리고 놀다가 날아오르듯 물결 속으로 뛰어든다. 몸이 근원적인 자연일까. 벗은 몸이 자신의 본래일까. 문제는 그것이다.”




그런데, 기념사진이라도 몇 장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었으나, 빌려 온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마치 전시장은 들리지 않는다는 초심을 지키라는 저항 같았다.




작가 김동진씨를 비롯하여 김남진관장, 김영호, 류현동씨와 함께 ‘사랑방’이라는 백숙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축배를 들며 전시를 마무리했는데, 좌우지간 술만 들어가면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여 큰일이다.

요즘 술상에 자주 오르는 오거돈시장 덕분에 색깔 섞인 이야기가 튀어 나왔는데, 자나 깨나 입조심해야 한다.


좋은 시간 만들어준 김동진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다시 한 번 전시를 축하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1일부터 '갤러리 브레송'에서 김동진의 ‘Another City 2’ 사진전이 열렸다.




김동진의 ‘또 다른 도시’는 인간성이 상실되고 개인주의로 치닫는 심각성을 비판하며 고발하고 있다.




정상보다 비정상이 판치는 세상을 살아가지만, 때로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마저 혼란스럽다.

삶의 구조가 비정상으로 치닫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비정상이 정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그 구분 자체가 인간이 규정해 길들어 온 것이겠지만, 그 기준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인간성일 것이다. 




소외와 박탈, 욕망, 갈등 등 현대인들의 심리적 불안상태와 비정한 도시의 단면을 형상화하여,

앞만 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개막식에는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를 비롯하여 김남진관장, 사진가 김문호, 이수철, 이윤기,

김영호, 정영신, 함인선, 하춘근, 이세연씨 등 20여명이 참석했지만,

같은 시간대에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개막된 중국사진가 왕칭송 전시에는 200여명이 참석하였단다.

너무 대조적이다. 그 전시는 3개월이나 열린다는데...




이수철, 이광수, 김문호, 김남진씨가 차례대로 나와 사진에 대한 감상평과 격려의 말을 전해 주었고,

작가 김동진씨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서로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전시작이 작년에 전시된 사진보다 더 좋아진 것은 틀림없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사진 평을 해 주신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사진비평가 이광수씨의 표현으로는 사진이 더 독해졌다고 말했고, 김문호씨는 사진이 진득하게 찰지다고 표현했다.


 

난, 김동진씨가 주제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되었다.

비정상으로 돌아가는 세상인지라 모든 게 찍을 대상이 아니겠는가?

사진가 김문호씨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작업도 비틀어진 사회상의 기록이지만, 그 사진과는 사뭇 다르다.

주제는 비슷하나 김문호씨의 사진이 동적인 편이라면 김동진씨 사진은 정적이다.




개막식이 끝난 후, 다들 충무 해물탕 집에 몰려 가 뒤풀이를 했다.
전시작가 김동진씨도 부산사람이지만, 이광수씨도 부산서 올라 와 더 반가웠는데,

이광수교수의 시원시원한 입담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오기로 한 이규상씨가 빠져 다들 아쉬워했다.

바쁜 분이 후배들 사진전을 위해 마음 써주는 것이 고맙기 그지없는데, 다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김남진관장이 이차로 안내한 곳은 후미진 골목 안쪽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의 통행이 없는 골목인데, 분위기가 오붓해 좋았다.

더구나 술 마시며 담배까지 피울 수 있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격이었다.




뒤늦게 사진가 고정남씨도 찾아 왔는데, 술 마시다 사진 촬영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초상권 문제로 사람은 물론 거리스냅도 어려운 실정이 아니던가?

김문호씨는 카메라 파인더를 보지 않고 찍는 노 파인더 기법을 많이 활용한다고 했다.

이젠 숙련되어 대부분 의도한 화각을 얻어낼 수 있단다.




가로등이 조는 어두컴컴한 골목 풍경도 김문호씨가 놓칠 리 없었지만,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사랑 놀음하는 남녀가 타깃이 되기도 했다.




그 날 김동진씨가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자리했었는데, 결혼하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남편 될 김동진씨의 사진 작업에 매력을 느낀다니, 찰떡궁합인 것 같았다.

다들 축하하는 자리가 되었다.




그런데, 김남진관장과 김동진씨가 나란히 앉았는데, 찬찬이 살펴보니 너무 닮았더라.

이름까지 비슷한데, 혹시 숨겨 논 아들이나 동생은 아닐까?




다들 술이 취했으나 삼차로 호프집을 찾았다.
김남진 관장이 앞으로 추진할 사진기획을 말했는데, 이광수교수도 흔쾌히 돕겠다고 했다.



헤어지기 아쉬워 계속 마시다 보니, 자정이 가까워 전철이 끊어 질 시간이었다.

부산사람들은 여관을 잡아 놓았으나, 멀리 가야할 김문호씨가 걱정이었다.

택시비로 주머니 좀 털렸을 거다.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다




이 전시는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10일까지 열린다,
안 보면 손해다.

사진, 글 / 조문호

































































28일까지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려...    




['오마이뉴스'에서 스크랩]

노회찬의원 장례식장에서 침통한 표정의 심상정의원 옆에 유시민씨가 오열하고 있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전시리뷰를 작성하려 컴퓨터를 열어보니, 노회찬의원 자살 소식이 떴다.

눈을 의심했으나,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사실이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이 과연 있었더냐?

 

지난 일요일엔 여야 원내대표 다섯 명을 싸잡아 욕하기도 했다.

미국을 방문한 원내대표들이 워싱턴DC 의사당 앞에서

연예인들처럼 뜀박질하는 사진을 보았기 때문이다.

연출시킨 사진기자 탓으로 여기며, 잘 다녀오기를 바랬는데,

어찌 이런 일이 생겼더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온 종일 밖에 나가 공원을 싸돌아다녔으나

도저히 슬픔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어찌 좋은 사람은 먼저 데려가고, 나쁜 놈들이 잘 살게 할 수 있는가?

세상을 원망하며 분노했으나, 아무 소용없었다.

 

난 노무현 전대통령이나 노회찬씨를 정치인으로 보지 않고 지도자로 본다.

정치를하는 장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기에,

인간적으로 가슴이 따뜻한 분들은 그러질 못한다.

 

이제 그 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

이 기회에 정치자금법의 대수술과 함께 정치개혁을 이루어 내야 한.

슬픔은 뒤로하고, 우리모두 냉정을 되찾자.




당신이 추구해온 가치가 꼭 실현되길 바라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산사견록'에 참여한 사진가 / 좌로부터 정남준, 문진우, 김동진씨



부산 사()견록전이 지난 20일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부산의 중견 사진가 김동준, 문진우, 정남준씨 등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생각의 시선으로 바라 본 부산이다.

 



김동진의 '해운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범5동 매축지의 골목풍경을 찍은 문진우의 매축지

마치 죽음의 그림자처럼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정남준의 영도 수리조선소조선소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노동의 의미을 일깨운다.

삶의 본질을 비틀지 않고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김동진의 해운대는 소외, 외면, 박탈, 욕망, 갈등 등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자기만의 목소리로 기록했다.

각기 다른 삼색의 부산사견록갤러리 브레송’ 3-3시리즈 두 번째 기획전이다.



문진우의 매축지



부산사견록이란 제목 차체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추진한 '부산참견록'을 떠올리게 한다.

'부산참견록'은 매년 중견사진가 한 명을 선정해 부산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개인적 친분에 의한 작가선정으로 결과가 들죽 날 죽 할 수 밖에 없었다.

거기서 태어나고 자란 부산의 사진가가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는 사실은 지역작가들의 소외감을 살 수도 있지만,

자칫 뿌리 없는 사진일 수도 있다.



정남준의 노동자



때로는 외지인의 낯선 시선이 필요할지 모르나, 바닥에 뿌리내린 자의 익숙한 눈빛에 따르지 못한다.

문진우의 매축지의 소시민들과 해변에서 잡아 낸 김동진의 부조리한 장면,

정남준이 찍은 조선소 노동자 정면사진은 또 다른 부산의 모습이다.

각기 사진들이 갖는 의미나 우열은 풀이하는 바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일단은 부산참견록을 의식한 전시라는 느낌도 든다.

전시 기획자는 사견록의 자가 생각 사()자라 했다.

생각하고 보고 기록한다는 의미로 세 사람의 작품 성격을 한 마디로 나타내고 있다.

    


김동진의 '해운대'



문진우의 사진은 부산의 아주 오래된 마을, 아직도 그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매축지라는 장소를 기록한 것이다. 문진우가 기록한 그 장소성은 사람이 이 땅에서 추방되어야 하는 슬픔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그림자 안에 있거나 온전치 않은 형태로 나타난다. 사진가의 슬픔이 배어 있으니 슬픔으로 읽어내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그 읽기는 과학적 읽기가 아닌 문학적 읽기다.


정남준은 노동자의 삶을 담았다. 인간은 일 하는 기계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임을 말하는 전형적인 사회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노동이 정당하게 인정되지 않은 이 세상에서 사는 노동자의 모습을 어둡게 그리지 않은 것은 역설적이거나 그들이 세계의 주체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김동진의 사진은 역사 인식이 강한 사진이다. 세상은 일반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게 아니고 개별적으로 보인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보편이란 과학성을 숭모하다 보니 사람이 소외되고 세계가 비정상이 되어 감을 말하고자 한다. 그래서 다른 이들은 세계를 그렇게 보지만 나는 세계를 이렇게 본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그의 사진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진의 문법으로부터 벗어나 있음은 바로 그런 그의 역사 인식 때문이다.”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가 서문에 적고 있다.




문진우의 매축지



지난 20일 오후630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김동진, 문진우, 정남준씨 등

부산에서 상경한 사진가들을 비롯하여 많은 서울 사진가들이 함께 어울린 사진축제의 자리였다.

김남진 관장을 비롯하여 사진가 김문호, 안해룡, Area Park, 강제욱, 고정남, 권 홍, 임종선, 노은향, 오현경

이동준, 권병준, 신락선, 이수철, 박춘화, 김 헌, 남 준, 최인기, 곽명우, 곽윤섭, 이규철, 석재현씨 등이

충무로 조방낙지로 알려진 해물탕집에서 마셨고, 이차는 해나루’에서 보냈.




정남준의 영도 수리조선소



이 전시는 28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린다.

 

 

사진, / 조문호

 






















































































오는 14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려 
2018년 04월 09일 (월) 18:24:41 조문호 기자/사진가 sctoday@hanmail.net  
 

김동진의 ‘또 다른 도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김동진의 사진은 현대인들의 편견을 말하고 있다.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면면을 찾아 기록한 사진 자체도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는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험상 굳게 생긴 사람이나 삐뚤어진 화면, 목이 잘린 여인 등 하나같이 낮 선 풍경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정상과 비정상으로 규정된 고정관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김동진 作, 2016 부산, 구포동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갑자기 보호자에게 떠밀려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치자.

보호자는 그의 정신상태가 ‘비정상’이기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끌려 온 환자는 스스로가 정상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의사라도 서로가 주장하는 바가 다를 때 ‘비정상’과 ‘정상’을 명확하게 구분 짖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동진 作, 2017 서울, 금곡동


규정해놓은 정치나 법이나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도 마찬가지다.

거리에 나와 태극기를 휘날리며 시위를 벌이는 극렬 보수단체를 대개가 비정상으로 보지만,

그들은 지극히 정상으로 생각한다.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자체가 다수의 판단으로 규정지어놓은 것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구속하는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김동진 作, 2016 서울, 광화문 광장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 모든 가치기준을 뛰어넘는 가장 중요하고도 추상적인 개념은 '유토피아'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정신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통합되어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는 상태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즉 '나 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정상적인 인간일 것이다.



▲김동진 作, 2016 서울, 영등포동


정상이 비정상을 지배하는 구조로 인한 소외, 외면, 박탈, 욕망, 갈등 등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비추려 한

김동진의 사진들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인의 불안과 광기와 욕망을 그만의 어법으로 담아내고 있다.

급박한 현대화로 인간성이 상실되고 급기야는 개인주의로 치닫는 오늘의 슬픈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것이 다큐멘터리사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니겠는가.



▲김동진 作, 2016 부산, 남포동


부산 경성대에서 사진학 석사학위를 받아 ‘버스 희망공간’ 등 몇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는 사진가 김동진씨의 전시 변을 들어보자.

“나는 버스와 지하철, 열차 등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며, 도시와 시장, 해변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앞모습에 가려진 피에로처럼 포장되어 살아가는 사회의 감추어진 얼굴을 드러내고 싶었다.

가려지고 소외되고 상처 입은 세상을 비추는 작업으로 사회에 전염병처럼 만연해 있는

비정상의 모습에 관심을 두면서 정상이라고 말하는 세상의 이면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전시작 앞에 선 사진가 김동진 ⓒ조문호


전시는 14일까지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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