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과 유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병맛 만화가 귀귀 개인전이

오는 31일까지 인사동 관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세태를 풍자한 다양한 파격들이 참신하기도 황당하기도 허망하기도 했다.

전시의 주인공 귀귀는 화가가 아니라 웹툰 바닥에서 병맛 만화의 계보를 따르는

만화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작가였다.

1980년생 김성환으로 소개된 귀귀란 정체불명의 신비감과 함께

기존 병맛 만화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논쟁적 표현을 쏟아내고 있었다.

 

웹툰 독자들에게 귀귀는 이미 익숙한 이름이지만 나에겐 생소한 이름일 뿐인데,

그동안 드라곤볼’, ‘정열맨’, ‘열혈초등학교’, ‘전학생은 외계인등의 웹툰을 통해

독보적인 작품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특히 기존 웹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성과 연출로 폭넓은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귀귀 개인전에 전시된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는 의도한 포인트를 잡기 어려웠다.

불투명한 단색조로 구성된 그림들의 완성도를 따지기 어려운 것은 

해당 만화를 본 관객만이 전시된 그림의 맥락을 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시적인 외형이 아닌 전체 줄거리의 흐름을 알아야만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미술과 웹툰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로 구분되지만,

웹툰 작가 귀귀의 전시는 그의 만화와 교류하고 지지를 보낸

마니아층에게만 호환될 수 있는 비대중적 전시회였다.

 

기존의 시각예술과는 다른 귀귀 만화의 돌발적 표현들은

집단적 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가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전체주의 그늘의 한 시절엔 공권력이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언제부턴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표현물을 발표해도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군중이 전체주의의 주범으로 떠 오른 것이다.

 

귀귀의 웹툰과 전시회는 선의의 이름으로 기본권을 제약하는

이 시대의 병리현상이 만든 반작용이자 해방구라 할 수도 있겠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 준 파격은 만화가의 전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술계의 관습을 무시한 파격이 전시에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이 전시의 놀라운 점은 한 둘이 아니었다.

전시장에 들어가려니 입장료를 만원 내라고 했다.

인사동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입장료를 내 본 적도 없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대형 전시보다 더 비쌌다.

그러나 전시 입장료가 비싸 보지 못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자존심 문제였다.

더 놀라운 것은 입장료가 비싼데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시된 그림 하단에 붙여놓은 가격표는 장난 같았다.

천만원대를 포함해 어떤 작품에는 일억원이라 적혀 있었는데,

작품 완성도와는 별개로 작가의 지명도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미술시장의 거품 문화를 풍자한 것 같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블록버스터 전시처럼 관훈갤러리특관에서는

'귀귀' 작품의 굿즈들로 구성된 아트숍이 있었고

세계 최대의 NFT 거래소인 오픈씨를 통해 온라인으로 판매되는데, 

전시장 한쪽엔 구매용 온라인 사이트까지 개설해 놓았다.

이러한 색다른 구성 때문인지 '귀귀 개인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웹툰 독자들에게 귀귀는 이미 익숙한 이름이었다.

귀귀는 드라곤볼’, ‘정열맨’, ‘열혈초등학교’, ‘전학생은 외계인등의

웹툰을 통해 독보적인 작품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특히 기존 웹툰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성과 연출로

광범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어쩌면 문화적 위계라는 말은 식상한 것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대중문화가 본격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하며,

각자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특정 이미지를 예술로 선별해 감상하게 되었다.

한 가지 문화를 선호하는 일은 오늘의 독특한 현상 같기도 하고,

자아를 형성하고 타인과 구별 짓는 불가결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일부 예술만을 가치 있는 예술로 치부하고

특권화 하는 문화 권력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문화가 정말로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면 만화를 보는 일과

전시를 보는 일이 동일한 인식을 주어야 함에도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한 컷의 가치를 갖지 않는 웹툰에 비해, 한 점에 비싸게 팔리는

유화를 겹쳐 놓는 이 전시는 이미지의 외적 관계뿐 아니라

문화의 가치 체계를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


사진,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