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사진 읽기] [1]

미국 뉴욕의 록펠러 센터 건설 현장을 찍은 이 사진은 무려 80년 전 근로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대공황 시기에 미국 내에서 실행된 유일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였던 이곳에서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얻었다. 놀라운 것은 69층 높이 공사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그들의 모습이 기이하리만치 자연스럽고 여유롭다는 점이다. 아찔한 마천루는 그들 삶의 터전이 되었다. 땅을 일구는 농부나 바다에 뛰어드는 해녀처럼 그들은 하늘을 올랐을 것이다. 사진에 담긴 그곳에서의 점심 식사는 일상적이고 평화롭다. 하지만 이러한 휴식은 잠시일 뿐이다. 이와 같은 현장에서 현기증 나는 공포나 목숨을 건 치열함을 피해갈 순 없었을 테니 말이다. 사진 속 근로자들의 모습에서 읽히는 평화는 삶을 지탱하기 위한 악전고투의 다른 얼굴인 것이다.


	,‘ 록펠러 센터 건설 중 GE빌딩 69층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근로자들’
하늘 위 식당 - 루이스 하인,‘ 록펠러 센터 건설 중 GE빌딩 69층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근로자들’, 뉴욕, 1932.

 

사진은 시간을 담는다. 찰나의 순간이 고정되면서 사진은 시대의 목격자가 되기도 하고 마음을 위로하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사진으로 다시 경험할 순 있다. 과거를 바라보는 창문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나의 현실을 반추하는 거울의 의미를 지니기도 하는 것이다.

이 사진을 찍은 루이스 하인(Lewis Hine·1874~1940)도 사진 속 근로자들처럼 직업인으로서의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람이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면서 거의 10년 동안 대학 진학을 미루고 온갖 잡역을 전전해야 했다. 이후 교육학과 사회학 공부를 계속하면서 30년 가까이 꾸준히 활동했지만, 이 사진을 찍기 전까지 생계를 이어가는 일은 그에게 고단한 짐이었다. 결국 환갑을 앞두고 찍은 '일하는 사람들' 연작을 통해 그는 사회적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불멸의 명작을 남기게 되었고 지치지 않는 열정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었다.

나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시간은 고귀하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일을 통해서 많은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가치를 공감할 수 있다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루이스 하인의 사진을 다시 보며,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고귀함과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 본다.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김지연씨의 "정미소, 그리고 10년"사진전이 지난 4월16일 "류가헌"에서 개막되었다.

김지연씨는 10여년전에 사라져가는 시골 정미소들을 찾아 다니며 기록한 사진가이다.

이번에는 10년전에 촬영했던 장소를 다시 찾아, 정미소 자리의 변한 모습을 찍어 보여주었다.

간간히 퇴락한 모습을 지키고 있는 정미소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른 건물이 들어서거나 사라지고 없었다.

기록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각인케하는 소중한 전시였다.

눈빛아카이브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 사진집도 출판되었는데, 이 전시는 21일까지 계속된다.

 

개막식에는 김지연씨를 비롯하여 이규상, 전민조, 엄상빈, 조문호, 정영신, 노순택, 이재갑, 이경률,

안미숙, 송윤미, 곽명우, 양철모, 김지연씨 등 30여명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하고, 4.16사진선언에 함께했다.

만찬장에서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는 살롱화한 한국사진계를 향한 4.16선언문을 발표하였고,

총진군을 위한 다짐의 시간을 가졌다.

 

2013.4.17

 

 

 

4·16 사진선언

 

한국사진(韓國寫眞)은 한국인이 자신들의 삶의 흔적을 거울처럼 반영한 사진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사진은 형식주의와 외래 사진풍조에 매달려 우리의 삶과 이 땅의 역사를 끈질기게 외면해 왔다. 따라서 한국의 사진계는 21세기 영상시대의 주역은커녕 한낱 거대한 소비집단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모든 분야가 사진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이 가공할 이미지의 시대에 한국사단(韓國寫壇)은 오히려 역행과 퇴보를 거듭한 끝에 몇몇 사진가들만의 살롱이 되어 장기 침체의 늪을 걸어왔으며, 젊고 유능한 사진가들의 출입마저 제한해 버린 지 오래다. 사진이론의 물꼬를 트고 사진교육을 전담해야 할 대학은 커리큘럼에도 없는 비정규직 커피 바리스타나 양성하는 직업학교로 전락해 버렸고, 서점의 서가에는 독자 없는 사진출판물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뿐이다. 오호 통재로다! 애재로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는 절망의 대지에서 피어오르는 희망의 아지랑이를 본다. 한국의 정치사가 번번이 놓쳐 버린 대변혁을 사진이 가져올 가능성을 본다. 탐욕스런 살롱의 사진가들이 그렇게 애써 지우고 평가절하하려고 했던 사진가들의 그 숨겨진 사진에서, 카메라를 메고 장터와 정미소와 조선인학교를 찾아 떠난 여성 사진가들의 그 가련한 어깨에서, 사진을 사진으로 온전히 받아들인 발흥하는 아마추어들의 사진에서 우리는 사진문화혁명의 단초를 읽는다. 김수영 식으로 이야기하면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그러니 오해 말라. 사진은 흔적이고 추억이며 기억이다. ‘우리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우리는 영원하고, 사진 또한 그럴 것이다.

 

사진이 발명된 지 17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우리는, 발원지에서 저 머나먼 동방의 이 땅에 사진이 비로소 토착화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 땅에 뿌려지는 사진의 새로운 씨앗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건너온 저 탐욕스러운 블루 킬과 배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 애절한 조국 산천의 일급수에서 은인자중하던 산천어와 쉬리 같은 사진가들의 자생적 발아라는 데 그 깊은 사진사(寫眞史)적 사회문화사(社會文化史)적 의의가 있다. 그것은 가히 경이로운 일이다. 한국사진사(韓國寫眞史)가 송두리째 다시 쓰일 대변혁이다. 우리는 그것을 ‘혁명’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1. 우리의 혁명은 한국사진의 구조적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한 절대적인 저항이다.

 

1. 우리의 혁명은 사진의 다양성과 사진가의 탄생을 억압하고 제지해 온

한국사단(韓國寫壇)의 그 교조적, 전제적 억압에 대한 반기이다.

 

1. 우리의 혁명은 한국사진이 끈질기게 외면해 온 한국인의 삶의 흔적 그리고 그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대한 치열한 자각이다.

 

1. 우리의 혁명은 천박한 문화자본에 사진혼(寫眞魂)마저 팔아버린 우리 시대의 탕아들에 대한 준엄한 반역이며 도전이다.

 

2013. 4. 16

 

눈빛출판사 이규상 작성

 

 

 

 

 

 

 

 

 

 

지난 26일 정오무렵, 한정식선생님을 모시고 사진가 전민조, 정영신, 눈빛출판사 이규상씨와 어울려 인천의 사진공간 "배다리"를 찿았다.
그 곳에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보섭씨의 "양키시장"이 전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이 고향인 작가는 오랫동안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진기록에만 전념해 올 정도로 인천에 대한 애정이 지극하였다.

점차 변모해 가는 주변환경에 안타까워하며 그동안 "인천 차이나 타운", "양키시장"등을 기록한 여덟번의 개인전을 가지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사진 자체가 재미없고 돈 않 된되는 힘든 작업이지만, 누군가는 하지않으면 않될 중요한 일이기에...

인천 금곡동(배다리시장, 헌책방길 옆)에 있는 사진공간 배다리 포토갤러리(010-5400-0897)에서 오는 4월 3일까지 전시되는

김보섭씨의 "양키시장"은 어려웠던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 올리게 하는 사물들과 그 곳에서 평생을 살아왔던 보통사람들의 꾸밈없는 모

습들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작품들을 감상한 후 머지않아 전설이 되고 말 "양키시장"도 한 번 돌아보았다.

내 사춘기 시절의 양키시장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당시 양키시장에는 우리가 접할 수 없었던 양주와 양담배, 군복과 청바지, 외국잡지를 비롯하여

없는 것이 없었다. 인천항에서, PX에서 흘러 나오는 군용물품들이 양키시장을 채웠는데, 없는 것도 구해 달라면 무엇이던 구해주던 그런 곳이었다.
한 평 남짓한 쇠락한 점포에는 스킨이나 통조림, 종합비타민 등 을 팔거나, 옷수선 등을 하면서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붙박이처럼 앉아 시장의 명맥을
지켜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현장을 보는 순간, 김보섭씨가 보여 준 전시작품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작업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쓸쓸한 양키시장 골목을 거닐며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는 시간여행에 나섬이 어떠할지?
시장 옆에 있는 전시장에서 작품들도 보시고, 김보섭 "양키시장"사진집도 구입하세요.
전시기간 중에는 20,000원짜리 사진집을 10,000원에 판매하니까요.

 

2013.3.31

 

 

 

 

 

 

 

 

 

 

 

 

 

 

 

 

 

 

 

 

 

 

 

 

 

 

 

 

 

 

 

 

 

 

 

 

 

 

 

 

 

 

 

 

원로 사진가 홍순태씨의 사진전 "오늘도 서울을 걷는다"가 지난 3월9일 오후5시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오프닝 행사에는 홍순태씨의 인사말과 한정식씨의 축사가 있었고, 한미사진미술관장 송영숙씨는 홍순태씨에게 특별제작한

사진집(한정본)을 증정하기도 했다. 참석 인사로는 홍순태씨 내외를 비롯하여 송영숙관장, 김한용, 강운구, 주명덕, 한정식,

황규태, 박영숙, 이완교, 구본창, 권태균, 이갑철, 최봉림, 김광수, 김녕만, 홍미선, 정영신, 윤세영씨등 많은 사진인들이

참석하였고, 전시는 5월19일까지 이어진다.

 

2013.3.10

원로 사진가 이명동선생을 모시는 사진가들의 오찬회가 지난 25일 12시30분경 인사동 "안동국수"에서 있었다.

이번 모임에는 이명동선생을 비롯하여 한정식, 육명심, 황규태, 김녕만, 차용부, 이완교, 최재영, 유병용,

이기명씨 등 11명이 참석하여 덕담들을 나누었는데, 올 해로 95세인 이명동선생님은 아직도 짱짱한 청춘이셨다.

가끔씩은 전에 들었던 이야기들을 재방할 때도 있지만 말씀이 재미있어 다시들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선생님 부디 건강을 지키시어 즐거운 여생을 보내십시요."

 

돌아오는 길에 "노마드"에 잠시 들렸으나, 윤옥씨의 심기가 편치않은 것 같아 일찍 자리를 떴다.

 

 

2013.2.25

 

 

 

 

 

 

 

 

 

 

 

 

 

 

 

 

 

 

 

 

 

 

 

최민석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전갈을 받고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부산 남포동에서 '한마당'이란 대폿집 할 때 처음 만났으니, 그 인연도 30년이 넘었다.

단골이었던 최민식선생께서 내민 ‘휴먼’ 사진집이 아니었다면 내 신세가 이렇게 고달프지는 않았을 것이란 원망도 했지만,

돈은 없지만 사진으로 마음 부자를 만들어준데 대한 고마움이 더 앞선다.

한 때는 부산에서 사진학원 차리자는 선생님의 제안에 혹해, 민태영씨가 운영하던 파고다 공원 옆의

“서울사진학원” 수강생이 되어 사진공부보다 학원 운영을 염탐하던 시절도 있었다.

“어차피 죽으면 아무 것도 없어요. 사진이라도 많이 남기라”던 선생님의 말씀이나,

때로는 덜 논리적인 예술과 철학을 논하시던 그 때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여지껏 선생님이 추구하는 인간애를 바탕에 둔 사회기록이라는 사진의 기본은 잘 따라왔으나

선생님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찍지는 못했다. 여자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고, 노는 것 좋아하다 보니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정영신씨를 만나 장터사람들에 푹 빠져 살지만...

 

 

어제 밤에 뜻밖의 꿈을 꾸었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내가 신문사 사진부에 신입으로 들어간 것이다.

지금은 퇴직한 구자호씨가 부장으로 있었고 그 외는 잘 모르는 젊은 친구들뿐이었다.

위에서는 회장댁 사모님이 돌아가셨으니 사진찍으러 가라하고, 구부장은 사건현장에 가라고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망설이든 차에 갑자기 최민식선생께서 오래전 하셨던 말씀이 떠 올랐다.

"죽은 사람 껍데기 찍지말고 산 사람 찍어라"던 생각이 떠올라 구부장의 말을 따랐다.

 

그 이틑 날, '눈빛'의 이규상사장으로 부터 "최민식선생께서 소천하셨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그 꿈이 신통하기도 했지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치열한 작가정신에 대한 충고였고, 마지막 가르침이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가십시오.

죽기 전에 얼마나 더 많은 것을 기록할진 모르지만 더욱 더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일하겠습니다.“

 

 

20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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