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씨의 "정미소, 그리고 10년"사진전이 지난 4월16일 "류가헌"에서 개막되었다.

김지연씨는 10여년전에 사라져가는 시골 정미소들을 찾아 다니며 기록한 사진가이다.

이번에는 10년전에 촬영했던 장소를 다시 찾아, 정미소 자리의 변한 모습을 찍어 보여주었다.

간간히 퇴락한 모습을 지키고 있는 정미소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른 건물이 들어서거나 사라지고 없었다.

기록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각인케하는 소중한 전시였다.

눈빛아카이브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 사진집도 출판되었는데, 이 전시는 21일까지 계속된다.

 

개막식에는 김지연씨를 비롯하여 이규상, 전민조, 엄상빈, 조문호, 정영신, 노순택, 이재갑, 이경률,

안미숙, 송윤미, 곽명우, 양철모, 김지연씨 등 30여명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하고, 4.16사진선언에 함께했다.

만찬장에서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는 살롱화한 한국사진계를 향한 4.16선언문을 발표하였고,

총진군을 위한 다짐의 시간을 가졌다.

 

2013.4.17

 

 

 

4·16 사진선언

 

한국사진(韓國寫眞)은 한국인이 자신들의 삶의 흔적을 거울처럼 반영한 사진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사진은 형식주의와 외래 사진풍조에 매달려 우리의 삶과 이 땅의 역사를 끈질기게 외면해 왔다. 따라서 한국의 사진계는 21세기 영상시대의 주역은커녕 한낱 거대한 소비집단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모든 분야가 사진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이 가공할 이미지의 시대에 한국사단(韓國寫壇)은 오히려 역행과 퇴보를 거듭한 끝에 몇몇 사진가들만의 살롱이 되어 장기 침체의 늪을 걸어왔으며, 젊고 유능한 사진가들의 출입마저 제한해 버린 지 오래다. 사진이론의 물꼬를 트고 사진교육을 전담해야 할 대학은 커리큘럼에도 없는 비정규직 커피 바리스타나 양성하는 직업학교로 전락해 버렸고, 서점의 서가에는 독자 없는 사진출판물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뿐이다. 오호 통재로다! 애재로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는 절망의 대지에서 피어오르는 희망의 아지랑이를 본다. 한국의 정치사가 번번이 놓쳐 버린 대변혁을 사진이 가져올 가능성을 본다. 탐욕스런 살롱의 사진가들이 그렇게 애써 지우고 평가절하하려고 했던 사진가들의 그 숨겨진 사진에서, 카메라를 메고 장터와 정미소와 조선인학교를 찾아 떠난 여성 사진가들의 그 가련한 어깨에서, 사진을 사진으로 온전히 받아들인 발흥하는 아마추어들의 사진에서 우리는 사진문화혁명의 단초를 읽는다. 김수영 식으로 이야기하면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그러니 오해 말라. 사진은 흔적이고 추억이며 기억이다. ‘우리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우리는 영원하고, 사진 또한 그럴 것이다.

 

사진이 발명된 지 17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우리는, 발원지에서 저 머나먼 동방의 이 땅에 사진이 비로소 토착화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 땅에 뿌려지는 사진의 새로운 씨앗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건너온 저 탐욕스러운 블루 킬과 배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 애절한 조국 산천의 일급수에서 은인자중하던 산천어와 쉬리 같은 사진가들의 자생적 발아라는 데 그 깊은 사진사(寫眞史)적 사회문화사(社會文化史)적 의의가 있다. 그것은 가히 경이로운 일이다. 한국사진사(韓國寫眞史)가 송두리째 다시 쓰일 대변혁이다. 우리는 그것을 ‘혁명’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1. 우리의 혁명은 한국사진의 구조적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한 절대적인 저항이다.

 

1. 우리의 혁명은 사진의 다양성과 사진가의 탄생을 억압하고 제지해 온

한국사단(韓國寫壇)의 그 교조적, 전제적 억압에 대한 반기이다.

 

1. 우리의 혁명은 한국사진이 끈질기게 외면해 온 한국인의 삶의 흔적 그리고 그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대한 치열한 자각이다.

 

1. 우리의 혁명은 천박한 문화자본에 사진혼(寫眞魂)마저 팔아버린 우리 시대의 탕아들에 대한 준엄한 반역이며 도전이다.

 

2013. 4. 16

 

눈빛출판사 이규상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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