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일시 :  2018년 3월2일~3월 31일

전시장소 :  G갤러리(033-563-9591)

정선군 화암면 소금강로 1029 (그림바위예술발전소)















지치고 병든 육신이 좀처럼 풀릴 낌세를 보이지 않는다.
고드름축제장의 정영신씨 장터전시 끝내며 앓게 된 몸살이 이젠 목과 가슴까지 압박한다.
부득이 병원에 끌려 갈 수밖에 없었는데, 심한 흡연도 일조한 것 같다.
죄목으론 자기신체 학대 죄라지만, 그게 내 업이라면 업인데, 어쩌겠는가?

그동안 미술감독 안애경씨 와의 ‘서서울호수공원’ 미팅 약속,
‘브레송갤러리’에서 열린 이광수교수의 사진비평집 ‘카메라는 칼이다’ 출판기념회,
‘스페이스22’에서 열린 박하선 사진전개막식, 강민시인을 비롯한 원로문인들과의 오찬 약속 등 빵구낸 일만도 수두룩하다.

다가오는 금요일은 무조건 병원을 탈출할 계획을 세워두었다.
동자동에서 해야 할 일도 한둘이 아니지만, 화암 ‘G갤러리’에서 열리는 ‘산골 사람’전에도 가보아야 한다.

전시 작가란 자가 사진들만 전해주고 전시장에 가보지 못했으니, 김형구관장 뵐 면목이 없다.
그리고 귤암리 ‘동강할미꽃축제’에도 상의할 일이 있다며 만나자고 한다.
이젠 전시 같은 가시적인 일은 만들지 말고, 즐거운 작업에만 전념하기로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다.

이번 일만도 힘겹게 벌어 병원비로 날리고 만 셈이니, 사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래부터 돈과는 연이 없었으니, 손해 볼 일은 없겠지만, 돈 때문에 병을 만들지 않았는가?
옛속담처럼 국 쏟고 뭐 데는 격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달, 정선 화암의 ‘G갤러리’ 김형구 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는 3월 2일부터 말일까지 내 사진전을 열고 싶다는 것이다.
정선에 적을 두고 있으며 귀찮다는 이유로 거절할 수 없어, 있는 사진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정선에서 하는 전시라 이 지역 사람들을 찍은 산골 사람들이 적합할 것 같았다.
이 사진은 2000년도 무렵 촬영하여, 2004년도에는 서울을 비롯하여
당사자들이 사는 산골 분교를 찾아다니며 순회전을 했으나, 정작 화암은 하지 못했다.
당시 동면 화암리에 사시는 전동욱씨도 촬영했으나 한사람 밖에 없어 못했는데, 잘 된 것 같았다.
당시 84세였으니, 아직까지 살아 계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선 집에 보관한 그 당시 사진들이 잘 보관되었는지도 궁금했다.
필요한 사진은 다시 만들어 이 곳 저 곳 출품하기도 했으나,
처음 만든 사진은 천장 위에 처박아 두어, 한 번도 꺼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14년 동안 맞바람이 통하는 천장 위에서
부엌 아궁이의 거스름까지 뒤집어썼으니 온전한지 걱정스러웠다.
고드름 축제가 끝나면 다시 오기도 힘들 것 같아 일단 G갤러리에 전해주어야 했다.






지난 17일 전시장을 정영신씨에게 맡겨두고, 사진 챙기러 만지산 집에 갔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 먼지 자욱한 액자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 청소하다 보니
온몸이 시커멓게 변해버렸다.
그런데, 먼지를 털어내고 포장을 뜯어보니, 모든 사진들이 그때 그대로였다.
단지 액자로 만든 미송나무만 색이 바랬는데, 오히려 고풍스러운 분위기였다.
분명, 만지산 산신령님이 도운 것 같았다.





30점 중에 20점을 챙겨두고, 다시 축제장에 나가려니 정영신씨 전화가 걸려왔다.
시간 되어 전시장 문을 닫았으니 ‘아우라지식당’으로 오라는 것이다.
아우라지 식당은 곤드레 밥이 맛있는 집이라, 시장기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가보니 정영신씨를 비롯하여 천연 염색하는 유재순씨와 군청 문화관광과 팀장인 전상현씨도 있었다.






전상현씨를 보니 밥보다 술이 더 땡겼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며 소주를 까다보니 정량을 초과해 버렸다.
뒤늦게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남계원씨도 나타났으나, 그 역시 술이 취해 혀가 꼬였다.
그의 술 취한 모습을 처음 보는데, 아주 위트 있는 재미난 친구였다.






나 역시 신이나 돼지 목 따는 소리로 ‘봄날은 간다’를 불렀는데,
식당 주인아주머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평소에 그토록 점잖던 분이 어떻게 저렇게 바뀔 수 있냐는 것이다.
술이란 간을 키우는 약이기도 하지만,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술자리가 끝난 후 증산에 있는 모텔까지 가야하지만, 음주운전을 할 수 없었다.
유재순씨 방에서 세 사람이 끼어 잤는데,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 녀에게 술이 취해 덮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더니 덮치면 더 좋다는 것이다.
정영신씨가 있으니 안심했겠지만, 나의 엽기적인 행각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 이틀 날은 사진전시장 옆의 눈썰매장에서 연날리기 대회가 벌어지는 날이다.
다시 만지산으로 들어 가 야외에 걸 이젤을 몇 개 챙겨오니, 전정환군수가 전시장에 와 있었다.
기념사진 찍으며 화암에서 열릴 ‘산골 사람들’전시에 초대도 했다.
별도의 오프닝 행사는 없으나, 술 마시기 좋은 날을 택해 서울과 정선의 문화예술인들을 모아
다양한 생각들을 한 번 들어보는 좌담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봄바람 휘날리는 술잔에 꽃잎 띄워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자만 확정되면 페이스 북에 올려 관심 있는 작가들을 모아 볼 작정이다.

사진. 글 / 조문호











































































































G갤러리 대표 김형구씨



정선 화암면 주변의 바위들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 기암절벽이 토해내는 자연 조각도 대단하지만, 마치 산수화 속 그림처럼, 마을 자체가 반달의 형태를 띠고 있다.

감히 예술가가 어찌 자연이 이룩한 이 웅장 미려함을 따를 수가 있겠는가?





오래 전부터 정선군에서 화암마을을 예술마을로 만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왔다.
조각가 이재욱씨가 나서, 옛 변전소자리에다 ‘그림바위예술발전소’라는 간판을 달고
야외 조각공원과 갤러리까지 만들어 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문화관광부’가 주최하는 2013년 마을미술행복프로젝트 공모에 화암면 그림바위 일대가 선정되며,

국내 최고 미술마을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반월에 비친 그림바위마을’을 내 세웠으나,

의욕에 비해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김형구작 ''



지난 달 'G갤러리' 대표로 있는 김형구씨의 전화를 받았다.

‘다색전’이란 전시를 기획하는데, 작품 두 점을 출품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난, 특정한 주제나 사전 준비 절차도 없이, 한 두 점식 모아 전시하는

아마추어 회원전 같은 전시는 딱 질색이지만,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일에 메 달려 떠 돌다보니, 정선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늘 미안한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향토문화에 작은 힘이나마 기여하지 못한다는 자책감도 있었지만,

초창기 이제욱씨가 운영할 때에는 한두 차례 출품하기도 했으나 김형구씨가 맡고 부터

전시 참여는 물론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지역작가들의 합동전이라지만, 엄밀히 말하면 난 정선주민은 아니다.

일 년 전 동자동 작업을 시작하며 그곳으로 주민등록을 옮겨버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선에 주소가 남아있는 정영신씨가 정선작가다.



홍경표작



작품반입일로 약속했던 지난 29일 오전9시경 화암면 G갤러리를 찾아 나섰다,
사진을 제작할 시간은 물론, 창고에 처박힌 사진조차 고를 시간이 없어,

방에 걸린 사진 두 점을 챙겨 갔는데, 화가 김형구씨는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G갤러리에서 ‘美親 三友展’이란 제목을 건, 화가 김형구, 김정호, 홍경표씨의 삼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세 작가가 친구이기도 하지만, 화풍이 비슷했다. 마치 한 사람의 작품 같았으나 작품들이 좋았다.

내가 정선에서 보아왔던  전시 중에는 그 중 돋보였다.



김정호작


그러나 오는 10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열리는 ‘多色展’의 전시 팜프렛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근 두 달 가까이 단풍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주요한 시기에 열리기에 더 안타까웠다.

그 것도 정선군과 공동주최하는 기획전이라는데, 쌍팔년에나 자주 볼 수 있었던

이런 동아리전 비슷한 전시가 아직까지 기획전으로 이루어진다는 게 한심했다.

지역작가들의 요청에 의한 친목을 위한 전시라면 갤러리보다 지역민들의 축제장인

‘정선아리랑제’ 한 쪽에 부스하나 만들어 즐기면 될 일이다.





이런 습작들을 모아놓고, 정선 대표작가로 알리려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었다. 정선작가들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다.
정선군은 좋은 작가들을 유치하려는 생각은 커녕, 기존의 작가마저 살지 못해 떠나는 실정이다.


그림바위마을을 예술 마을로 만들려면, 일단 관리들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화암마을 관광 온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가 아니라, 전시를 보기위해 화암마을로 몰려오게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 돈 안들이고 되는 공짜는 없다. 또한 갤러리는 작품들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작품이 팔려 나가야 한다.

컬렉터들이 모여들게 하기 위해서는 좋은 전시를 꾸준히 유치하여 갤러리의 격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훌륭한 전시 보러 와서 천혜의 그림바위 절경까지 보고 간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어디 있겠는가?

좋은 전시만 이어진다면, 등달아 지역민들의 예술을 보는 눈도 높아질 것이다.
부디 정선을 대표하는 갤러리로 육성시키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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