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장

피란민들이 옷·떡 팔던 장터…새단장해도 난장 여전

한국 전쟁 이후 자연스럽게 형성
명물로 자리잡은 감나무 가로수
탑처럼 쌓아놓은 포도상자 ‘눈길’


 

 

 

여화자 할머니(75)는 강과 산이 많아 농사가 잘된다는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 산다.

시골 늙은이의 세상살이가 고단할 것 같아도 농사를 짓다 보면 밭에서 커가는 작물 보는 재미가 있단다.

 “농사꾼은 여름이 좋지유. 텃밭에 나가면 오이와 가지가 주렁주렁 달려 있쥬,

고추밭에는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쥬. 땡볕에 야물게 익어가는 호박은 내 엉덩이만 혀유.

비 한번 와봐유. 고것들이 쑥쑥 자라 날 보고 있어 꼭 자식 키우는 것 같아유.”

 호박잎과 오이, 고구마순 등을 보자기 위에 펼쳐놓고 부채로 더위를 쫒는 여씨 할머니는 사람들도 보고 싶고

이웃 동네 소식도 듣고 싶을 때 텃밭에 있는 것들을 갖고 장에 나온다고 한다.

 영동장(충북 영동군 영동읍 계산리)은 한국전쟁 이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몰려들어 옷과 떡을 팔았던 ‘영동 피난민시장’이 그것이다.

지금 영동장은 아케이드 지붕으로 새 단장을 했지만 아직도 골목골목 난장이 펼쳐져 있다.

 영동장을 처음 만났던 20여년 전의 흔적을 새롭게 변한 장터 속에서 숨은 그림 찾듯 더듬어본다.

무거운 분뇨통을 짊어지고 돌아다니던 할아버지 모습이나, 곰방대를 물고 작은 몸을 번개처럼 움직이며

반평생 채소를 팔아온 할머니 모습은 이제 추억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변하지 않고 영동장을 지키고 있는 것은 감나무 가로수다.

이 감나무들은 1970년대부터 영동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매년 가을 ‘궁중 음악의 대가’ 박연을 기리는 영동난계국악축제(올해는 10월3~7일에 열린다)가 끝난 후

영동군에서 수확일을 정해주면 누구나 이 감나무에서 감을 딸 수 있다고 한다.

 영동의 오지마을인 상촌면 임산리에서 왔다는 양씨 아주머니(68)는 길가에 늙은 오이를 펼쳐놓았다.

 “우리 동네가 깊은 산골이어도 장날만 되면 시끌벅적해유. 장에 가자며 부르는 소리에 개들도 따라나선대니께유.

깊고 깊은 골에서 기른 오이 한번 잡숴봐유. 더위가 달아날 것이구먼유.”

 양씨 아주머니는 팔뚝만 한 늙은 오이를 깎아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준다.

오이 한쪽을 받아든 박씨 아주머니(70)가 발이 삐어 병원에 나왔다며 인사를 건넨다.

양씨 아주머니가 대뜸 “옛날에는 삔 곳에 고구마 갈아서 붙였지유” 한다.

 요즘처럼 병원에 쉽게 다닐 수 없었을 때는 단방약을 써서 치료를 했다며 사람들이 하나둘 옛날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이 고장 사람들은 오른쪽 눈에 다래끼가 나면 왼쪽 엄지손톱에 바늘로 열십자를 긋고,

왼쪽 눈에 다래끼가 생기면 반대로 오른손 엄지손톱에 그었다.

또 벌에 쏘이면 된장을 바르고, 닭고기 먹고 체하면 수숫대를 삶아 먹었다고 한다.

지금도 깊은 산중에서 할머니들이 쓰고 있는 처방법이란다.

 영동은 자연환경이 청정한 데다 일조량이 풍부해 과일 맛과 향이 좋기로 유명하다.

포도 상자를 탑처럼 쌓아놓은 이씨(48)는 “노지 포도가 나오기 시작하면 영동포도축제가 열리는데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차별화된 축제”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포도초콜릿 만들기와 포도 밟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외국인들까지 찾아온다는 것.

 상촌면에서 온 전씨 할머니(81)는 아들이 땅콩을 좋아해 땅콩농사를 짓는다며 햇땅콩 한되를 갖고 나왔다.

전씨 할머니는 충청ㆍ전라ㆍ경상 삼도가 만나는 삼도봉이 있는 동네에 사는데, 온 동네가 호두나무와 감나무 천지라고 한다.

 머잖아 감 익는 색깔까지 할머니를 따라 나올 이곳 장터의 가을 풍경이 벌써부터 보고 싶어진다.

 영동은 국악ㆍ과일ㆍ자연의 이미지를 일곱가지 무지개 빛깔로 형상화해 ‘레인보우 영동’이라 이름 붙였다.

아름다운 무지개의 고장 영동에서 열리는 영동장(4ㆍ9일)은 인삼ㆍ담배ㆍ호두ㆍ포도ㆍ사과ㆍ감으로 유명하며, 곶감과 표고는 특산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밖에도 사과ㆍ감ㆍ복숭아ㆍ포도가 많이 나오는 용산장(5ㆍ10일). 포도ㆍ호두가 많고 담배와 표고가 유명한 황간장(2ㆍ7일),

호두가 많이 생산되는 임산장(1ㆍ6일)이 있다.

 

가조장 / 권창수 / 80세

 

경주 건천장 / 한순남 / 80세

 

고흥 녹동장 / 박순아 / 80세

 

 

곡성장 / 전순례 /79세

 

광양 옥곡장 / 오미자 / 74세

 

 남원 인월장 / 정구식 / 63세

 

부산 노포장 / 박술련 / 70세

 

대산장 / 유묘연 / 65세

 

대천장 / 김점순 / 68세

 

성주장 / 조소연 / 80세

 

 

영암장 / 문 전 / 73세

 

예산장 / 장정환(68세) 방희열(65세)부부

 

 

진해 웅천장 / 이숙희 / 60세

 

월내장 / 김천숙 / 86세

 

의령장 / 박말남 / 83세

 

 제주 한림장 / 조대옥 /68세

 

제주장 / 박점례 / 82세

 

 

김해 진례장 / 안상환 / 56세

 

진천장 / 박동환 (74세) 이수남 (71세) 부부

 

차황장 / 이월순 / 81세

 

청도장 / 양귀분 / 80세

 

  청양장 / 임호남 / 62세

 

청원 부용장 / 김정자 / 78세

 

칠원장 / 김석곤 / 74세

 

태안장 / 정귀숙 / 65세

 

 

 

논산장 / 백필순 / 8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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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끝났지만 언론사 등살에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판매된 작품들 배송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오늘은 방송국과 신문사를 오가며 매니져 역활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여의도에 가서 KBS '월드비젼' 문화공감 프로에 출연하느라 1시간,

MBC의 '성경섭이 만난 사람'에서 1시간,

인터뷰 요청으로 소공동 한국일보 사옥을 오가느라 시간을 보냈고,

내일은 목동의 기독교방송 출연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모두들 필요한 일들이지만 빨리 마무리하고 정선으로 훌쩍 떠나고 싶습니다.

 

2012.8.23


 

지난 9월 2일 KBS월드 문화공감 '이광용의 색깔있는 만남'에 소개된 정영신씨의 장터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스페인어,프랑스어, 독일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남어 등 11개 언어 국제방송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주소를 크릭하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orld.kbs.co.kr/korean/program/program_fieldinterview.htm

 

지난 21일 오후, 한정식선생님 사무실에 모아 두었던 정영신의 장터사진들을
챙겨 상암동에 있는 '눈빛'출판사를 찾았다.

아내는'25년동안 키워 온 자식을 출가시키는 기분이 이럴까?'라고 물었다.
작업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본인으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었다.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의 시골장터를 300여곳 넘게 촬영한 사진들은
한 작가의 작품이기 앞서 한국 장터의 역사다.

그동안 이규상(눈빛 출판사 대표)씨와 장터사진집 출판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차례 오갔으나 출판사에서 장터사진들을 직접 본 것은 몇일 전이 처음이었다.
사진작품들과 방대한 자료들을 본 이규상씨가 서둘러, 출판 계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동안 좀 더 일해 5권으로 묶자는 한정식선생님의 권유로 지연되어 왔는데,
출판을 서둘러야 하는 사정을 듣고서야 감수를 맡은 한교수님도 허락하게 된 것이다.
전체 장터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집 부터 먼저 출판한 후,
년차적으로 다양한 사진집을 출판하자는 출판사 의견에 동의한 것이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저녁식사하는 자리에서 이규상씨가 계약금이라며
두툼한 봉투를 내 놓아 나를 놀라게 했다.
원고를 넘기면 계약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지껏 사진집들은 예외였다.
사진집은 제작비가 많은데 비해 판매률이 낮아 유명작가들의 사진집을 만들어도
출판 후 사진집으로 인세를 주는게 통례였다.
계약금을 받으며 놀란 건 출판에 대한 시장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좌우지간 기분 좋은 일이였다.
이렇게 기분 좋은데 어찌 술이 따르지 않을소냐?

201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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