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한정식선생님 사무실에 모아 두었던 정영신의 장터사진들을
챙겨 상암동에 있는 '눈빛'출판사를 찾았다.

아내는'25년동안 키워 온 자식을 출가시키는 기분이 이럴까?'라고 물었다.
작업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본인으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었다.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의 시골장터를 300여곳 넘게 촬영한 사진들은
한 작가의 작품이기 앞서 한국 장터의 역사다.

그동안 이규상(눈빛 출판사 대표)씨와 장터사진집 출판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차례 오갔으나 출판사에서 장터사진들을 직접 본 것은 몇일 전이 처음이었다.
사진작품들과 방대한 자료들을 본 이규상씨가 서둘러, 출판 계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동안 좀 더 일해 5권으로 묶자는 한정식선생님의 권유로 지연되어 왔는데,
출판을 서둘러야 하는 사정을 듣고서야 감수를 맡은 한교수님도 허락하게 된 것이다.
전체 장터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집 부터 먼저 출판한 후,
년차적으로 다양한 사진집을 출판하자는 출판사 의견에 동의한 것이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저녁식사하는 자리에서 이규상씨가 계약금이라며
두툼한 봉투를 내 놓아 나를 놀라게 했다.
원고를 넘기면 계약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지껏 사진집들은 예외였다.
사진집은 제작비가 많은데 비해 판매률이 낮아 유명작가들의 사진집을 만들어도
출판 후 사진집으로 인세를 주는게 통례였다.
계약금을 받으며 놀란 건 출판에 대한 시장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좌우지간 기분 좋은 일이였다.
이렇게 기분 좋은데 어찌 술이 따르지 않을소냐?

2012.3.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