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토요일 오후 무렵의 인사동 거리 풍경이다.

 

연휴라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는데, 주로 가족 나들이였다.

 

이젠 마스크 쓰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복면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복면의 인파가 휩쓰는 거리는 마치 유령의 도시 같다.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때도 많을 것이다.

사람 만나기를 기피하고 얼굴까지 가리고 살아야 하니, 사는 게 말이 아니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누군가 다가 와 살갑게 인사했다.

알아보지 못해 머뭇거렸더니, '시가연’이란다.

‘시가연’ 주인이라면 김영희씨인데, 아무리 보아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벗겨 확인할 수야 없지 않은가?

 

이 날은 인사동에서 전시를 열고 있는 지인만도 여섯 분이나 되었다.

전시 작품들이 보고 싶었지만, 들릴 수가 없었다.

스스로 약속한 일이라 어딘 가고 어딘 안 갈수 없어서다.

코로나가 사라지기 전엔 사람 모이는 곳을 피할 수밖에 없다.

 

마스크 쓰면 숨이 가빠 일이십 분도 견디지 못하는 호흡기환자가

목숨 걸고, 민폐 끼쳐가며 찾아다닐 필요야 없지 않겠는가.

 

이젠 전시하는 분들이 온라인 전시도 병행했으면 좋겠다.

코로나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으니, 한 번 고려해 볼 문제다.

 

어차피, 시대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다 사랑도 온라인으로 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두렵다.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는다.

 

사진, 글 / 조문호

 

성민교회에서 쪽방주민들에게 추석선물을 나누어 주는 행사를 갖기로 했으나,

인근건물에 확진자가 생겨 취소되었다는데, 아쉽기는 하지만 다행인것 같았다.

 

동자동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약자들이 많아 줄초상 칠 수도 있는 것이다.

 

새꿈공원에는 선물 받으러 나와 허탕 친

'친절한 금자씨'가 아닌, 친절한 은자씨가 아양 떨었다.

너무해용!”

나 더러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코로나 보고 하는 말이다.

 

이남기씨와 술 마시던 한보는 '술 한 잔 사겠다'고 시비를 건다.

손에 집어 준 포도 한 알을 안주로 해장술을 마셨다.

 

정선에서 일하느라 곤죽이 되어 몸이 천근만근인데,

한보가 준 소주 덕에 몸이 풀렸다.

 

술도 마약인가?

 

사진, / 조문호

 

 

 

징그러운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 비정한 세상에 함께 어울리는 것을 거부하며 방구석으로 몰아넣는다.

세상사는 방법과 질서를 하나하나 바꾼다.

 

쪽방 사람들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들 꼼짝 하지 않으니, 사람만나기가 어렵다.

노숙인은 한결같지만,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게 낫다.

 

날씨까지 정신 나갔는지, 한 여름을 방불케 한다.

4층은 달구어진 옥상 열기에 찜질방이 되어버렸다.

다들 팬티만 입고 살아 벌써부터 십구금이다.

 

옆 방 사는 김씨는 교도소에서 지내는 게 더 편하겠단다.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 죽고 싶지만,

사람대접 한 번 받아보지 못한 게 억울해 죽을 수도 없단다.

 

사람들 발길이 줄어든 공원도 낯설기 그지없다.

거리는 담배 피우러 나온 회사원만 서성일 뿐, 한적하다.

골목 구석에서 외로움 달래는 자의 술잔만 허허롭다.

 

이제, 무료급식과 모든 지원이 줄어들어 살기도 힘들어졌다.

슈퍼마켓은 문 열었지만, 빈민들을 위한 푸드마켓은 문 닫은 지 몇 달째다.

아랫 공원은 거지들 들락거리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 잠가 버렸다.

 

코로나 핑계로 줄이고 생략해, 외롭고 배고파 못 살겠다.

 

코로나가 사람들 정신 차리게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여지 것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었으나, 코로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또 하나 신통한 것은 빈민들 줄 세우는 일도 사라졌다.

 

몇 년동안 길들이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나팔 불었지만 쇠귀에 경 읽기더니,

코로나가 ‘서울역쪽방상담소’ 직원들 버르장머리를 고쳐 버렸다.

지금처럼 하면 될 걸, 왜 그렇게 고집 부렸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 역시 쪽방에만 처박혀 있으니 할 일이 없어졌다.

별 일 없는 동자동보다 녹번동 정영신씨 집에서 개길 때가 더 많아졌다.

올 여름엔 정선에서 무너지기 직전인 집이나 수리할 작정이다.

 

녹번동에서 편한 밥 얻어먹자니, 사모님께 알랑방귀를 뀌어야 살아남는다.

청소나 설거지는 물론, 궂은 일은 모두 내 차지다.

식모 아니, 식부의 설음을 알랑가 모르겠다.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하다 그릇 깨는 일은 다 반사고,

너무 열심히 해, 할 때마다 팬티가 다 젖는다.

그보다 더 귀찮은 것은 담배 피우러 밖으로 들랑거리는 일이다.

 

누군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싸는 소리라지만,

길 잃은 사나이의 비애를 여인네들이 어찌 알겠는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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