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강을 끼고 있는 귤암리의 가을은 다른 곳처럼 울긋불긋 화려하진 않지만,

정숙한 여인네 콧대처럼 은근히 아름답다.

언제나 그렇듯, 강변길만 들어서면 일단 마음부터 편해진다.



 


지난 14, 별 거둘 작물도 없는 가을걷이 차 만지산에 들렸다.

항상 만지산 집만 가면, 세상살이 지친 마음 감싸 듯 편하게 하지만,

팔자에 역마살이 끼었는지, 한 곳에 찐득하게 있지를 못한다



 

 


그런데, 귤암리에 평소 보지 못한 카페가 만들어져 있었다.

지붕위에 자전거가 올라 있는 것으로 보아 자전거 여행객들을 위한 쉼터 같았다.



 


윗만지산 오르는 길 옆의 김익수씨 고추는 병이 들었는지 말라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맛도 없는 땡감이 날 잡아잡수하듯 반겼다.

거둘 작물이래야, 한 단도 안 되는 정구지와 간신히 살아남은 고추 조금이다.



 


오후에 어머니 산소에 들렸더니, 최연규씨네 들깨 밭에서 타작을 하고 있었다.

쌍놈 발 떡이라고, 참 먹는데 끼어 앉아 탁배기 한 잔 얻어 마셨다.



 


다들 만나면 한숨이 깊다.

고추농사를 망쳐, 죽도록 일만하고 빚만 더 짊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배운 게 농사 뿐인데, 그만 두지도 못한다.





내심 땅이라도 팔리길 바라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오나 가나, 사는 게 만만찮다.

 

사진, / 조문호





















 









'동강할미꽃보존연구회'가 주최한 제10회 동강할미꽃 축제가

지난 4월1일부터 3일까지 정선, 귤암리 ‘동강생태체험학습장’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행사장에는 서덕웅 보존회장을 비롯하여 전정환 정선군수, 차주영 정선군의회의장,

한종수 정선읍장, 김수복 정선군 문화예술과장 등 많은 인사들과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높은 벼랑에 핀 동강할미꽃의 처연한 자태를 감상하며 정선의 봄을 맞이했다.

이제 동강할미꽃축제는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축제로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동강할미꽃들과 함께 열리는 사생대회나 백일장이 크게 기여한 듯 했다.

이 날 떡메 치는 재미도 솔솔 했지만, 어디 이웃과 함께하는 재미에 비할소냐.

귤암리 부녀회에서 마련한 음식과 막걸리를 마시며 봄의 여흥을 마음껏 즐긴 것이다.

이처럼 마을축제란 주민들이 화합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잘 안 된다.

농사철에 접어들면 쉴 겨를이 없지만, 이 날 만큼은 만사를 재쳐두고 나와야 했다.

그리고 정선 문화예술인들이 그렇게 많지만, 모습을 드러낸 분은 김우영씨 한 분 뿐이었다.

예술한다는 사람들이 그러니, 농사일에 바쁜 주민들만 탓할 일도 아닌듯 싶다.

내가 사는 만지골은 지하수를 둘러싼 원주민들과 이주민의 분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하수 펌프나 배관을 보수하는데 따른 비용분담으로 발생한 사건이란다.
축제장에서 만난  전정환 군수께 지하수 관리비용을 군에서 부담할 수 없냐고 물었더니,
즉석에서 한종수 읍장을 불러 해결방법을 모색하자며 걱정해주셨다.

한종수 읍장은 앞으로의 유지보수비를 주민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문제는 그 갈등의 골이 한계를 넘어 버렸다는 점이다.

이웃 간에 내용증명이 오가는 등 소송까지 불사할 감정싸움으로 비화해, 손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의 분쟁은 이제 귤암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오래 전부터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이들이 산골로 몰려들며 생긴 일인데,

대개들 '가까히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거였다.

도심에서 이웃과 교류 없이 살아 온 이들이 동네 주민들과 어울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축제라도 나와 얼굴을 부딪쳐야 하는 것 아닌가?

더욱이 강원도 정선지역은 예로부터 산골에 갇혀 살아,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습성이 몸에 배어있다.

난, 정선 들어온 지 20년차지만 외지에 나돌아다녀 그런지, 아직까지 데리고 온 서자 취급이다.

그렇지만 함께 어울려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마을의 정서보다 원칙을 따지는 분들이 늘어나며 이런 분쟁이 터진 것이다.

싸우는 양측에서 서로 협력을 요구해 더욱 난처하게 만든다.

이미 내집에 대한 관리와 의결권은 이웃 최종대씨에게 위임한 상태라 뒤늦게 개입할 문제도 아니지만,

편 가르기로 비화된 흙탕물에 휘말리기는 더 더욱 싫기 때문이다.

부디 서로 양보하여 평화로운 마을이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사진,글 / 조문호






































































 

정선군 귤암리는 인심좋은 산골마을로 장수마을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동강할미꽃마을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산 좋고 물 좋은 천혜의 비경에 파묻혀 있다.
그런 자연환경과 더불어 순박하게 살았으니 모두들 장수할 수밖에...

지난 25일, 아랫만지골의 최연규씨 모친 유명철(94)씨께서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27일 만지산으로 오른 상여 행렬은 전통적인 장례문화를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선소리꾼의 어허넘차 소리, 그리고 땅 다질 때 부르는 달구소리 등 전통장례문화 전반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귤암리는 산과 강에 둘러싸인 산골마을이라 상여 나가는 주변 풍경들이 한 폭의 그림이다.

그리고 모든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잔치 한마당이었다.
구성진 선소리꾼의 달구소리 한 구절이 잠시 인생무상을 깨우쳤다.

오허어 달구요~ 오허 달구여~


인간백세 산다 해도, 오허 달구여~
잠든 날과 병든 날과, 오허 달구여~
걱정 근심 하는 날과, 오허 달구여~
종사지액 다 제하면, 오허 달구여~
인간 사십 살길 없네. 오허 달구여~

사진,글 / 조문호

 

 

 

 

 

 

 

 

 

 

 

장수마을 정선 귤암리의 전통장례문화 복원을 제안 한다.

 

 

장수마을로 지정된 정선 귤암리는 산과 강에 둘러싸인 청정마을이라 상여 나가는 주변 풍경들이 너무 아름답다.

 

규격화된 장례식장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화장하는 것이 대세인 요즘,

상을 당한 정선 귤암리의 최정규, 최연규씨 댁 전통 장례식은 각박한 삶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이제 그러한 상여길은 민속축제장이나 가야 볼 수 있다.

 

전통문화는 박제화된 형식을 잇는 것보다 실생활에 활용될 때 더 가치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특정지역을 지정해 전통문화를 생활에 이어가는 곳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정선 귤암리를 전국 유일의 전통장례문화 보존지역으로 정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7-8년전 귤암리 '동강할미꽃 축제'에서 상여놀이를 재현한 적 있으나 아쉽게 단발행사로 끝나고 말았는데,

이젠 축제의 부대 행사로서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이어가자는 것이다.

귤암리에 거주하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신청 받아 그 분이 돌아가시면

예전의 풍습대로 마을에서 장례를 치러 주자는 것이다.

 

상두계도 조직하고 상여를 보관하는 상여집도 마련해 귤암리만의 전통장례문화를 복원하자는 것이다.

사실 옛날 시골의 초상집은 잔치집이나 마찬가지였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망자의 명복을 빌며 어울리고 단합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요즘은 전국적으로 각양각색의 중복된 축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축제 홍수 속에 산다.

불필요한 예산낭비라는 지탄으로 축제를 없애는 지역은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도 생겨났다.

그래서 이젠 귤암리의 최씨상가처럼 실질적인 축제성 전통민속들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더 논의되어야겠지만, 일단 신청자가 사망하면 부고를 '정선군청' 홍보실로 보낸다.

행정관서에서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배포해 전통장례문화를 홍보하자는 것이다.

일반인은 물론 전통문화를 연구하는 학자 또는 사진작가들이 찾아와 기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되는데,

장례비용의 증가에 따른 일정부분을 군에서 지원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예산은 지역 홍보에 기여하는데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일단 귤암리 마을 원로회의에서 먼저 협의돼야 할 사안이지만, 정선군의 긍정적인 검토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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