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강을 끼고 있는 귤암리의 가을은 다른 곳처럼 울긋불긋 화려하진 않지만,
정숙한 여인네 콧대처럼 은근히 아름답다.
언제나 그렇듯, 강변길만 들어서면 일단 마음부터 편해진다.
지난 14일, 별 거둘 작물도 없는 가을걷이 차 만지산에 들렸다.
항상 만지산 집만 가면, 세상살이 지친 마음 감싸 듯 편하게 하지만,
팔자에 역마살이 끼었는지, 한 곳에 찐득하게 있지를 못한다.
그런데, 귤암리에 평소 보지 못한 카페가 만들어져 있었다.
지붕위에 자전거가 올라 있는 것으로 보아 자전거 여행객들을 위한 쉼터 같았다.
윗만지산 오르는 길 옆의 김익수씨 고추는 병이 들었는지 말라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맛도 없는 땡감이 ‘날 잡아잡수’ 하듯 반겼다.
거둘 작물이래야, 한 단도 안 되는 정구지와 간신히 살아남은 고추 조금이다.
오후에 어머니 산소에 들렸더니, 최연규씨네 들깨 밭에서 타작을 하고 있었다.
쌍놈 발 떡이라고, 참 먹는데 끼어 앉아 탁배기 한 잔 얻어 마셨다.
다들 만나면 한숨이 깊다.
고추농사를 망쳐, 죽도록 일만하고 빚만 더 짊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배운 게 농사 뿐인데, 그만 두지도 못한다.
내심 땅이라도 팔리길 바라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오나 가나, 사는 게 만만찮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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