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볼만한 전시-

영원한 여정: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 2022.5.26.-2023.10.9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관

김구림전/ 2023.8.25.-2024.2,12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양 여성, 문밖을 나서다-일하는 여성들전 / 2023.5.5.-2023.10.3 / 서울역사박물관

에드워드 호퍼전/ 2023.4.20-2023.8.20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김범전 / 2023.7.27-2023.12.3 / 리움미술관

William Klein 사진전 / 2023.5.24.-2023.9.17 / 뮤지엄 한미삼청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 2023,8,11-11.19 / 아르코미술관

이은전 / 2023,8,18-9.10 / 성곡미술관

최남진 조각전 / 2023,8,29-9.16 / 김세중미술관

류하완‘CROSSOVER’/ 2023,7,19-8.25/ 갤러리마리

이우성전 / 2023.8.9-2023.9.9 / 학고재

황효창'인형의 노래'전 / 2023.8.16-2023.8.31 / 아트스페이스 감

김희재' 세계 유일의 붓 칼 화법의 대가'/ 2023.8.16-2023.9.15/ 일조원갤러리 원아트

박기진‘A FIELD’설치전/ 2023,8,18-9.15 / The SoSo

이중근사진전 / 2023,8,30-9.27 / 아트파크

요시다 유니 사진.영상전 / 2023,5,24-9.24 / 서울미술관

베를린에서 서울로:지평선 넘어/ 2023,7,7-8.24 / 초이앤초이갤러리

사진비평상, 그럼에도 24년 동안-구구,이삼전 / 2023,8,17-8.30 / 충무로갤러리

김인재사진전 굴뚝에 관한 보고서2’/ 2023,8.1-8.15 / 갤러리브레송

-인사동-

'사할린, 기록되지 않은 역사'사진전 / 2023.8.12.-8.21 / 갤러리인덱스

정영신 '장항선 타고 가는 장터 여행'사진전 / 2023.8.23.-9.3 / 갤러리인덱스

한지선’Resetting&Recovery’/ 2023,8.9-8.20 / 갤러리H

이진이전 / 2023,7.19-8.8 / 갤러리인사1010

초월시공/ 2023,7.19-8.15 / 갤러리그림손

온전히그림전 / 2023,7.19-9.30 / 갤러리 몬도베르

강석영전 / 2023,8.30-10.20 / 갤러리밈

양상용 '그림책 원화전'/ 2023,8,16-8.25 / 나무화랑

여성채색화가들현실과 환타지를 소요하다/ 2023,8.30-10.14 / 선화랑

나광호강원도감/ 2023,8.10-9.9 / OCI갤러리

이주영전 / 2023,8,2-8.18 / 장은선갤러리

이성복전 / 2023,8.9-8.30 / 통인화랑5

 

[스크랩 : 서울아트가이드 20238월호]

 

지난 18, 운현선 기자가 마련한 오찬 모임에 정영신 동지와 함께 갔다.

운기자가 김문경씨와 인사동에서 술 한 잔 하자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들었는데,

지하철한성대역부근에 있는 일식집 스시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며칠 전 받은 것이다.

 

운기자 만나 뵌 지도 오래되었지만, 김문경씨의 근황이 궁금했던 터라 기다려졌다.

약속한 18일에는 정동지 부터 만나기 위해 일찍부터 서둘렀다.

 

지난 주말 헤어질 때,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여름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것을 보았기에 마음이 걸렸던 터다.

 

쪽방보다 지하철이 더 시원해 30분이나 먼저 나와 지공도사 행세를 했다.

충무로역에서 기다리다 4호선으로 갈아타려는 정동지를 만났는데,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정확히 시간을 맞추어 약속 장소로 갔더니, 운현선기자를 비롯하여

큰 나무갤러리김문경대표, '실버넷 뉴스' 앵커 김석철기자 등 세 분이 와 계셨다.

 

운현선 기자는 실버넷 뉴스‘Btn news’ 등 여러 매체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는 분이다.

다들 인사동 전시장에서 뵙기도 했지만,

운기자와 김문경씨는 촬영하러 동자동 쪽방까지 방문해 준 고마운 인연이었다.

 

무슨 일로 바쁜 분들이 한자리에 뭉쳤는지 모르겠으나, 과분한 일식집이라 부담스러웠다.

운기자 이야기로는 지난 년 말 노숙인 길 위에 살다라는 영상물을 시청자미디어재단지원으로 제작했는데,

3‘KBS 열린채널에서 방영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출연료를 전해 줄 겸 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축하해 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뒤늦게 운현선기자가 기획, 연출한 노숙인 길 위에 살다를 보았는데, 어눌한 내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전국적으로 쪽팔린 일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쩌랴!

 

운현선 기자는 기획과 연출은 물론 촬영과 편집, 나레이션에 이르기까지

전 제작과정을 혼자서 해내는 팔방미인이.

 

지난 2월에는 성균관대와 실버넷뉴스의 영상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뻥튀기 아줌마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작년 10월에는 ’95세 마술사 할아버지' 영상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무튼, 과분한 오찬 모임을 만들어 준 것만도 고마운데, 출연료까지 주어 황송스럽기 그지없었다.

출연료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고 정동지 팁으로 주는 호기까지 부렸다.

 

나중에 정동지로 부터 적잖은 돈이 들었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

사진찍는 것보다 광대 짓 하는 것이 훨씬 낫겠더라.

 

덕분에 반가운 분들 만나 기분 좋게 마셨는데, 술이 너무 과한 것 같았다.

낮술에 취한 꼬락서니야 보나 마나다.

 

술 취해 커피숍까지 들렸는데, 여태 사업에 매달려 두문불출한 김문경대표가

내년부터 다른 분에게 맡기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달마 도사 같은 호쾌한 그의 웃음에 온갖 시름이 사라졌다.

 

아무튼, 반갑고 즐거운 자리를 만들어 줘 고맙습니다.

사회의 아름다운 일을 많이 발굴해, 좋은 일 많기를 바랍니다.

 

사진, / 조문호

 

 

 

개뿔도 없는 거지가 이렇게 호사를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다.

지난 달부터 일주일에 사흘(월,화,수)은 동자동서 사진 찍느라 바쁘고,

이틀(목,금)은 녹번동에 파출부로 나가고, 나머지 이틀(토,일)은 농장에 농사지으러 다닌다.

나보다 더 바쁜 사람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봐라.

 

지난 주말은 아산 농장 가기 전에 들릴 곳이 있었다.

가는 길에 강남 ‘연우갤러리’에서 열리는 오현경씨 “Rain”도 봐야 하고,

용인 ‘갤러리 위’에서 열리는 이익태씨 “Everyone Pierrot”도 봐야 했다.

거리가 멀어 미뤄 둔 전시를 하나 하나 돌아보며 아산시 인주면에 간 것이다.

 

오후 3시 무렵 도착했는데, 이번엔 반기는 식구가 많았다.

김창복, 김선우 동지를 비롯하여 양이현과 막네 김평까지 와 있었다.

평이는 2년 전 아산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시민을 위한 미술행동전’ 개막식에서 보고 처음 만났는데,

얼마나 자랐는지 엄마보다 더 컸다.

 

이현이는 햇살이의 새 이름인데, 예쁜 아가씨가 엄청 부지런하고 일을 잘 하더라.

 

지난주에 부루벨리를 따 왔으나, 다시 주렁주렁 열렸다.

이현이와 평이까지 합세해 부루벨리를 땄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잔뜩 딴 부루벨리를 모두 가져가라는데, 지난 번처럼 배달할 일이 걱정되었다.

 

고민 끝에 나누어 먹을 방법을 찾아냈다.

냉동실에 저장해 두었다가 다음 달에 열릴 정동지의 '장항선 따라가는 장터사진전'때 내놓을 작정이다.

 

선우가 차려 낸 진수성찬으로 배를 불린 후, ‘백암길미술관’에 여장을 풀었다.

미술관에서의 잠자리는 마치 신혼여행 온 기분이다.

 

이튿 날은 잡초를 뽑다보니, 텃밭에 심은 청경채를 벌레가 다 갉아 먹었더라.

농약을 사용치 않아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손으로 벌레를 잡는 수 밖에 없었다.

 

간식으로 먹기 위해 감자를 캐러 갔는데, 자색감자가 포도송이처럼 탐스럽게 달렸다.

그런데, 이현이가 감자밭에서 맹꽁이 한 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맹꽁이는 10년 전부터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보호종이 아닌가?

건설 현장에서 맹꽁이 한 마리 나오면 1억 원 날아간다는 말도 있다는데, 이곳에 맹꽁이가 엄청 많다고 한다.

 

비오면 맹꽁이들이 “맹꽁맹꽁” 합창하고, 여름밤엔 반딧불이 산채를 수놓는 보기 드문 청정지역이었다.

이십여 년 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을 고집한 김창복씨의 노력과 집념 덕분이다.

 

그리고 포장도로에서 산채까지 가는 팔백 미터가 비포장도로였다.

처음엔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으나, 이 또한 이곳만의 매력이었다.

요즘 흙길 걸을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가? 입구에 주차장만 준비된다면 산책코스로 손색이 없었다.

 

이곳에 갈 때만은 핸드폰도 버리고 아날로그의 삶으로 돌아간다.

 

올해 열 두 살인 평이는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도 보내지 않았다.

오로지 가정교육에 의지한 채, 스스로 지식을 깨우쳤으나 모르는 것이 없었다.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과도한 지식 습득이 인간성을 상실시키는 교육의 문제점을 간파한

부모 덕분에 공부에 쫓기지 않고 자유롭게 자란 것이다.

 

단 한 가지 문제점은 주변에 친구가 없어 걱정이다.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으면, 우리가 가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린단다.

다음에는 바비큐 해 먹자는 평이의 마지막 인사가 마음에 걸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3일 늦은 오후, 모처럼 인사동을 사랑한 한량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준영 시인이 비용의 많은 부분을 감당하며 두 달에 한 번씩 자리를 만들어 왔는데,

지난번 모임에는 인사동에 정나미가 떨어져 가지 않았다.

 

변해버린 인사동도 인사동이지만 싫은 사람이 생겨서다

그렇지만 재차 연락해 온 조준영씨의 전화를 깔아뭉갤 수는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미적대다 끝날 시간이 되어서야 약속 장소인 ‘바다슈퍼’로 갔는데,

양산에서 온 공윤희씨와 화가 장경호씨는 가버리고 없었다.

 

술자리엔 조준영씨를 비롯하여 전활철, 최석태, 전강호, 노광래,

정영신, 김이하, 김 구, 김수길씨 등 아홉 명이 남았는데, 고정 맴버에서 선수교체도 있었다.

 

‘바다수퍼’라는 술집은 처음 가보았는데, 손님이 제법 북적였다.

조개에 물려 조개탕은 싫어하지만, 우동사리를 안주로 소주 한잔했다.

전활철, 최석태씨 까지 일어 선 파장의 술자리라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최석태씨가 간다는 ‘흐린 세상 건너기’로 건너갔더니,

최석태씨는 물론 장경호씨와 김영진씨도 그곳에 있었다.

김영진씨는 ‘나무화랑’에서 전시 중이었으나, 가보지 못해 죄송스러웠다.

 

요즘은 인사동에 거리를 두기 시작하며 전시장 출입도 가급적 삼가한다.

‘ 인덱스’에서 열리는 중요 사진전 외에는 일체 가지 않았다.

 

전시만 보면 될 텐데, 메주 알 고주 알 올린 전시리뷰가 거슬린 모양인데,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욕까지 먹어, 뭐 대주고 뺨 맞는 격이었다.

 

이젠 나잇값도 해야 할 때라, 전시장 출입을 자제하니 일이 줄어 너무 편했다.

 밀쳐 둔 내 일에 전념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긴 세월 찍어 둔 인사동 사진들을 정리해 책도 마무리해야 하고, 오래된 필름 정리에서부터

동자동 작업 등 죽기 전에 마무리할 일이 태산 같아, 남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귀천’이 있는 인사동14길은 젊은 사람이 몰리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반가운 분들이 콩깍지처럼 끼어 있었다.

 

담배 피우러 나갔다가 옆집 ‘삼화령’ 안을 들여다보니 소리꾼 김민경씨와 배성일씨가 앉아 있었다.

너무 반가워 합류했는데, 이런 게 인사동의 매력 아니겠는가?

 

벽치기 골목 ‘유목민’을 아지트로 삼으며, 이 골목은 한동안 발길이 뜸해졌는데,

‘흐린 세상 건너기’나 ‘삼화령’은 수십 년 된 오래된 가게다.

 

정희성 시인을 비롯한 원로작가들이 가끔 들리는 곳으로, 그중 인사동의 풍류가 남은 곳이다.

 

소주를 마신데다 ‘흐린 세상 건너기’에서 내놓은 약주를 마셨더니, 속이 거북했다.

이젠 술도 아무 술이나 마시지 말라는 신호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참새방앗간 ‘유목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유목민’에서 운명철학가 신단수씨를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술을 깰 겸 콜라를 한 병 시켰는데, 콜라 값도 계산하지 않고 병 채로 들고 와 버렸네.

치매도 이런 치매는 곤란하다. 이 나이에 무전취식으로 종로경찰서 갈 수야 없잖은가?

 

사진, 글 / 조문호

 

며칠 전에는 정영신 동지의 세 자매가 어머니 계신 용인 성당묘지 간다기에 따라갔다.

갈 때마다 정동지의 동생 정주영씨와 같이 갔는데,

이번에는 미국에 체류 중인 언니 정정자씨도 함께한 귀한 자리였다.

 

인천에 사는 정정자씨는 인천에 대궐 같은 집을 두고

딸이 사는 미국에서 감옥살이한 지도 오 년이 넘었다.

미국에는 병원비가 비싸 치료차 귀국하여 병원을 오간 지가 두어 달 되었는데,

떠나기 전에 어머니께 인사라도 드린다며 어렵사리 마련한 자리다.

 

요즘은 멀리 떨어져 살면 가족도 남이나 마찬가지다.

인천 집에는 정정자씨 남편 김명구씨 혼자 살고 있는데,

오년 만에 내외가 만났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고 한다.

두 달이 넘도록 한집에 살며 밥 한 끼 같이 먹지 않았다는 걸 보니,

다들 돈이 너무 많아 탈인 것 같았다.

 

인천에서 만나 용인 천주교 성당묘지로 갔는데, 모처럼 세 자매가 모인 자리다.

성당 묘역 입구에 있는 꽃집에 잠시 내리기에, 다들 불러 세웠다.

세 자매의 마지막 기념사진이 될지도 모를 사진 한 장 찍자고 했다.

명예와 돈은 남지 않지만, 사진은 남는다고 허풍을 떨어대며...

 

다들 시골에서 상경해 힘겹게 사느라,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 한 번

돌아볼 겨를 없이 늙어 버린 것이다.

 

용인 성당 묘지를 돌고 돌아 정동지의 모친 고 김덕순여사와

둘째 언니 고 정정숙씨 유골함이 아래위로 나란히 모셔진 묘역에 섰다.

챙겨간 국화와 음식으로 안부 전하며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정영신씨는 이번에 만드는 장항성 장터여행 책 좀 팔리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언니 정정자씨의 간구에 배꼽을 잡았다.

애먹이는 영감 김명구 좀 빨리 데려가라고 부탁하더니,

동생 고 정정숙 유골에도 같은 부탁을 했다.

얼마나 미웠으면 그런 말을 할까? 늙으면 자식보다 내외가 더 좋은데...

 

뜨거운 햇살이라 오래 있을 수 없었는데, 마침 유골함 아래턱에

그늘이 생기면서 맞바람 까지 불어 엄청 시원했다.

모처럼 왔으니 빨리 가지 말라는 엄마의 배려라며 다들 입을 모았다.

세 자매가 나누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인천에서 잘한다는 사리원 냉면집을 찾아갔다.

모처럼 맛있는 함흥냉면에다 만두와 수육까지 나왔으나, 술을 마실 수 없었다.

기사의 설움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밥 값낸 정정자씨 더러 고맙다는 인사 한다는 게,

정자씨 입술 라인이 죽이네요!“라며 알랑방귀 뀌었다.

 

사진, / 조문호

 

 

강찬모 'Meditation' 초대전이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지난 31일 개막되었다.

 

전시된 히말라야 설산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운 생명의 숨결로 가득하다.

설산에서 영적 에너지가 솟는 것은 작가의 간절한 기도에 의한 것이다.

 

작가는 20여 년 전, 히말라야 설산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어 작품 세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에는 인사동 풍류객으로 살았으나, 그 이후부터 그의 기행은 전설이 되어버렸다.

스님처럼 술과 고기도 멀리하며 간절한 기도를 화폭에 옮긴다.

 

명상과 기도에 의한 설산은 차가운 한기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가 번져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사랑의 빛에 휩싸이게 만든다.

 

이 전시는 612일까지 열린다.

 

또 다른 작품도 선보였다.

 

좀 늦게 간 개막식에서 강찬모화백을 비롯하여 장경호, 이두엽, 조준영, 최유진,

방기식, 정영신, 노광래, 덕원스님, 황경애씨 등의 반가운 분을 만났다.

 

 '인사아트프라자' 5층 레스트랑에 마련한 만찬장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그 날 2차는 언론인 이두엽씨가 '흐린세상 건너기'에서 샀다.

조준영, 장경호, 정영신, 최유진씨가 함께 한 자리에서 인사동 추억몰이가 시작됐다.

"술 귀신 강찬모 오기 전에 도망가자"는 전설에서 부터,

인사동을 들락거리며 이야기거리를 만들었던 풍류객의 만행을 낱낱히 폭로했다.

이두엽씨가 인사동에 관한 추억몰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니, 다들 기대하시라~

 

 

 

사월초파일부터 시작된 비가 이틀 동안 쉼 없이 추적추적 내렸다.

연휴를 맞아 녹번동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으나, 비 올때는 담배 피우기가 지랄 같다.

비 때문에 무슨 죄 지은 사람처럼 얼굴을 우산에 가리고 피워야하니, 쪽방 생각이 절로났다.

 

담배를 피우고 집에 들어가니, 정동지가 멋진 제안을 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어제지만, 가까운 '흥국사'에 한 번 가보자”는 것이다.

 

흥국사는 녹번동에서 30분 내에 갈수 있는 절인데, 여태 한 번 밖에 못 간, 등잔 밑이 어두운 천년고찰이다.

마침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 절집 운치도 괜찮을 것 같아,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동부터 걸었다.

 

고양시 지축동, 한미산(노고산)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흥국사는 661년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아담하지만 유서 깊은 사찰이다.

조선 후기인 1707년에는 영조 임금이 자신의 생모인 숙빈 최씨 묘가 있는 ‘소령원’에 다녀오는 길에

폭설에 갇혀 이 절에서 잠시 묵었는데, 그때 절 이름을 ‘흥성암’에서 지금의 '흥국사'로 바꾸었다.

'흥국사'를 왕실의 원찰로 삼으며, 친필로 약사전 편액 글씨까지 내려주었다고 한다.

 

글의‘짜임새가 단정하고 중후한 멋을 풍기는 ’약사전’ 편액은 초파일 연등에 가려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조선 후기에는 '흥국사'에서 ‘만일염불회’를 만들어 염불 불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주문을 지나면 불이문이요. 불이문으로 들어서서 뒤돌아보면, 해탈문으로 변한다.

경내에는 약사전과 나한전, 명부전, 삼성각, 미타전 등 여러 전각이 있으나,

약발 세다는 약사전 여래좌상께 기도하며 참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주변 사람을 잃은 자책이었다.

한 때는 좋은 것이 좋다는 생각에 잘 못을 알고도 모른 체 했으나, 그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잘 못된 일을 공개적으로 지적함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찮았다.

주변부터 바꿔 보고 싶었지만, 주제넘은 짓이었다.

평생 사람이 좋아 사람 사진을 찍어 왔는데, 가족과 친구는 물론 가까운 사람들을 많이 잃었다.

심지어 쪽방 주민들마저 등 돌리는 사람이 생겨났다.

하기야! 자기 잘 못을 까발리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리고 상대방을 위해 올린 각종 리뷰도 말썽을 일으키기는 마찬가지였다.

개인적 감상문에 불과하지만, 다들 비판은 듣기 싫어했다.

같은 소리만 반복하는 앵무새 보다 말 못하는 벙어리가 나을 것 같아, 일체의 비판 글은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일을 돌아보며, 한 분 한 분 용서를 구하며 화해하기로 했다.

무슨 원한 맺힌 일은 아니니, 양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북한산 전망대 의자에 앉아 흥국사 지붕 위로 보이는 북한산 능선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는데,

나를 비웃 듯, 산봉우리마저 구름에 숨어버리네.

 

사진, 글 / 조문호

 

 

[출처] 작성자 인사동 이야기 2023,5,31]

우연히 마주친 오래된 창고 벽이 흐르는 세월에 의해 화판으로 변했다.

녹슨 양철판이나 퇴색한 페인트 자국, 그리고 시멘트벽의 균열까지 그림 아닌 것이 없었다.

세월이란 무명의 작가가 남긴 훌륭한 작품이었다.

 

지난 1일 정동지 따라 모처럼 장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장항선 따라 장터 문화를 탐방하는 프로젝트의 마지막 코스였다.

 

일 년이 넘도록 장항선 열차길 따라 혼자 돌아다녔는데, 무거운 가방 둘러메고 찾아다니느라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촬영 안 가는 날은 컴퓨터 앞에 달라붙어 얼굴 보기도 힘든데, 하필 무더운 여름에 책 내느라 혼자 바쁘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처럼, 이번에 나오는 책은 꼭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믿는다.

 

그 힘든 사정을 훤히 알면서도 ‘사서 고생한다’거나

‘장항선 철도여행이면 철도청에서 후원하냐?’는 등 염장 지르는 소리만 했다.

 

장항지역에 누락된 곳이 있어 간다기에 처음으로 따라나섰는데, 모처럼 콧바람 씌는 봄나들이였다.

 

그러나 전 날 티스토리 블로그 ‘인사동 사람들‘ 에 올렸다가 한 시간 만에 삭제당한

‘가깝고도 먼 당신(性)’이란 글이 도무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네이브 블로그 ‘인사동 이야기’도 올리고 싶지만, 원고를 돌려줄 수 없단다.

 

텍스트를 남기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다시 쓸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기저기 자료 찾느라 공을 꽤 들인 글이라, 같은 일을 반복 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더구나 고객을 흑사리 쭉지로 아는 카카오의 갑질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장항 변두리에 있는 어느 한적한 창고 옆에 차를 세워두고, 정동지 혼자 촬영을 나섰다.

같이 가면 이것저것 찍어 올리는 습성으로, 책도 나오기 전에 김 뺄 수야 없지 않은가?

 

정동지가 돌아올 때까지 차에 앉아 있으니, 카카오 갑질이 생각나 견딜 수가 없었다.

다른 곳에 신경쓰려고 차에서 내려 창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미지 사냥에 나선 것이다.

 

세월에 의해 퇴화된 벽의 흔적들은 한 폭의 추상화를 방불케 했다.

세월이란 이름의 작가보다 더 진실한 작가가 어디있겠는가?

벽화에 빠져 잠시나마 잊었지만, 카카오의 갑질은 기어이 고치고 말 것이다.

 

소명서와 함께 이의제기를 했는데, 수용되지 못한다면 법적대응할 생각이다.

갑 질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들이 망하는 날까지 저주할 것이다.

 

사진, 글 / 조문호

 

[2023.5.6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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