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go with

이명복/ LEEMYOUNGBOK / 李明福 / painting 

2023_1108 2023_1120 / 화요일 휴관

이명복_광란의 기억3-여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546cm_2022

 

이명복 페이스북_www.facebook.com/myoungbok.lee.54

초대일시 / 2023_110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화요일 휴관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_한국미술협회 제주지부

 

제주갤러리

JEJU GALLERY in SEOUL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B1

Tel.+82.(0)2.736.1020

@jejugallery_seoul

 

이명복-자연과 역사에 대한 서사 혹은 풍경 "그동안 우리는 왜곡된 역사를 진실인 양 배워왔다. 좌우 이념에 사로잡혀 왜곡된 역사를 교육받았던 것을 곰곰이 따져보며 진실을 바로 보는 작업을 지속하려고 한다. 이것은 한정된 지역만의 아픈 역사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역사이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바라본 한반도를 그리려고 한다. 또한 우리의 상처, 치부를 감추는 것이 아닌 다시 열어 잘 봉합하여 공동체가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미래로 향하며 인간답게 사는 세상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길 추구한다. 나의 그림이 시대를 넘어 좀 더 나은 세상, 올바르게 열리는 미래로 갈 수 있는 자그마한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이명복)

 

이명복_사라진 꿈_장지에 아크릴채색_153×208cm_2023
이명복 _ 광란의 기억 4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83×249cm_2023

 인간적 삶의 풍경 한국현대사는 정권에 의한 폭력과 저항, 개발독재와 산업화, 그리고 이의 틈바구니에서 묵묵히 연명해 온 민초들의 삶이 뒤엉킨 수많은 사실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산재 되어 있다. 이 사실들은 가공할 권력에 의해 왜곡되거나 은폐되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의가 불의로 전도되거나 진실이 거짓으로 또는 그 역으로 서술되기도 한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상을 단지 애처롭게만 볼 수 없는 화가 이명복은 이를 그림으로 기술해야 하는 소명을 스스로 선택하여 실천하고 있다.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삶과 자연에 대한 애정과 역사적 진실탐색을 위한 그의 처절한 인문정신은 자연, 인간, 역사에 대한 반추라기보다는 '정의와 진실'을 탐색해 가는 숙명적 여정으로 읽혀진다. 주지하다시피 이명복의 주된 관심사는 '사람'이다. 화가는 젊은 시절부터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조하거나 혹은 비판적 촉수를 드리우며 그려왔다. 1980년대 작가는 미군병사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면서 당시 한국사회의 현실을 냉철하게 적시했는가 하면, 90년대 노동자나 농민의 초상을 통하여 우리의 삶의 지평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삶의 진실된 부분이든 부조리한 측면이든 간에 작가는 인간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심리적 욕망은 물론, 등짐 가득한 삶의 무게를 극복해 가는 민중들의 모습을 통하여 동시대 한국사회의 지층을 파헤친 것이다. 화가는 우리가 무심코 보았던 인간의 삶의 모습을 화면에 재현해 냄으로써 새로운 각성을 유도하는가 하면 삶의 철학적 부분을 일깨우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하여 우리가 처한 삶의 역사적·사회적 가치를 탐문해 왔던 것이다. 이는 그 시대 뜻을 같이한 일군의 미술가들과 함께 이룬 한국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실천적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근래에 이르러서 이명복은 강인한 삶을 살아가는 제주의 여성과 4.3 생존 수형인들을 찾아서 그들의 초상을 화폭에 담기도 하였다. 아울러 작가는 깊은 삶의 여운이 드러나는 제주 '할망'의 모습을 통해서 한 여인의 삶의 흔적을 반추하는가 하면 노동으로 익은 인간의 모습을 통하여 현실적 삶의 가치를 숭고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는 기지를 발휘한다. 작업 중에 잠시 휴식하거나 우리를 응시하는 인물들의 표정은 만만치 않은 삶의 굴곡을 극복한 시간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노정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초극한 삶의 본질을 일깨우게 하는 것이다. 이들의 포즈는 노동의 시련과 세월의 풍상에 대응해온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며 햇빛에 그을러 강한 굴곡을 보이는 얼굴표정은 만만치 않은 삶의 도전에 당당히 맞서 온 전사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명복 _ 뿌리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12×148cm_2021
이명복 _ 남매 - 이재수와 이순옥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02×142cm_2021
이명복 _ 불길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62×130cm_2023

이명복의 '어멍'이 지닌 매력의 근원은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제주할망은 단순히 잘 그린 인물화이기 이전에 우리 어머님의 모습이자 한국적인 모성을 암암리에 드러내는데, 우리는 그 익명성 뒤에 아득하게 드러나는 제주 어멍의 형상에서 역사를 추론하고 삶을 반추하게 된다. 작가는 전체적으로 인물의 자태에 주안점을 두어 대상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임하면서 인물의 거친 매력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인다. 일하는 어멍이든 잠시 쉬고 있는 할멍이든 간에 각자의 개성과 감정이 표정에 가득 배어 살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하여 존재의 존재가치와 그 역사에 대하여 되묻고 있다. 한편 필자는 이명복의 남매라는 작품에 주목한다. 이는 '1901년 신축 제주항쟁'의 주인공 이재수와 그의 누이동생 이순옥을 그린 것이다. 천주교를 등에 업은 외세와 탐관오리에 분연히 맞섰던 이재수의 모습은 자료가 없어 상상력으로 그린 것이고, 이순옥의 초상은 그녀가 만든 '야월의 한라산-이재수 실기'에 실린 사진을 바탕으로 그렸다고 한다. 관노의 신분으로 부당한 세력을 응징한 이재수의 기개가 얼굴표정과 포즈에 잘 나타나 있고, 평생 오라버니의 복권을 위해 노력한 순옥의 당찬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이명복의 인물은 그들의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특정한 존재를 지각할 수 있을 정도로 사진을 초극하는 사실성을 추구한다. 마치 조선시대 인물화가 전신사조(傳神寫照)를 지향한 바와 같이 작가는 인물의 형상 재현을 넘어 그 주인공의 삶과 정신까지 담아내고자 하는 인문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복 _ 수상한 오후 1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3cm_2023
이명복 _ 수상한 오후 2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3cm_2023

한국현대사의 풍경 이러한 이명복의 인물은 그의 역사 인식과 결부되면 강한 힘을 획득하게 된다. 복원·구축된 '역사적 풍경'이라고 일컬을 만한 그의 '한국현대사연작'은 해방정국의 혼란과 좌우익의 대립, 4.36.25, 뒤이은 정치적 혼란과 4·19혁명, 그리고 5.16 12.12 군사 정변 등, 그 격랑 속에서 자신을 지켜야 했던 우리 민족의 처지를 극적인 장면들을 수습하여 콜라주 한 장대한 서사시이다. 그가 그린 광란의 기억연작이나 사라진 꿈과 같은 회화적 실험은 그가 화가로서 '정의와 진실'이라는 가치를 정초하기 위한 건강한 역사탐색의 중요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이명복의 광란의 기억연작에는 해방전후사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할 온갖 부조리한 측면들이 시공의 차이 없이 서술되어있다. 당시 승전국과 패전국으로 재편된 중심과 주변에 관계된 권력적 요소들은 여러 층위로 존재했는데 그중 우리나라는 이 어떤 측에도 끼지 못한 분단된 신생 독립국에 불과했다. 넓은 범주로 보자면 특정한 정체성을 지닌 지역, 혹은 집단과 그 외부에 존재하는 권력의 역학관계를 통해서 민족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것이다. 국내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이념적으로 분절된 각 집단의 권력적 형태와 개개인의 내면적 공간에서 허위와 진실, 중심과 주변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고 바른 미래로 나아가고자 권유하는 것이다.

 

이명복 _ 무죄 - 김평국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49×183cm_2022
이명복 _ 춘자삼촌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08×152cm_2022

사라진 꿈의 배경은 DMZ 안에 후삼국시대 궁예가 세운 태봉국의 흔적이 남아있는 철원평야다. 이중 상단의 인물들은 얄타회담에서의 루즈벨트, 처칠, 스탈린. 그리고 기차와 비행기 등등의 6.25의 흔적, 끌려가는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의 희생자들, 미국의 대통령들이 공간을 가르는 다양한 시각적 참조물들과 엉켜있다. 작가는 우리의 운명을 열강의 수뇌부에게 결정지울 수 밖에 없던 암울한 처지와 그 이후의 비극을 생각하면서 담담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새로운 층위에 존재하는 중심과 주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힘의 방향과 그에 따른 결과를 안타까워하면서 승전국이라는 전후 또 다른 형태로 등장한 괴물들의 패권주의가 만들어낸 폭력성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편승한 당시의 권력자들에 의해 기만과 허위는 진실이 되고 정의를 가장한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정의에 투신한 사람들은 권력의 서슬퍼런 총구에 스러져 갔다. 이 사실이 작가는 너무 가슴 아픈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당시의 무도한 권력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민족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내면서 정의를 억누르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 「뿌리는 이승만 대통령을 정점에 두고 맥락적으로 서술된 대작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에는 한국현대사의 질곡상과 연관된 장면들이 장편 서사시로 표현되어 있다. 시인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에서 착상한 이 작품은 이승만 정부 말기 4.19 혁명과 5.16 정변의 주역인 박정희와 주변 인물과 이들의 계승자인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등 익숙한 도상들이 핏기를 잃은 채 화석같은 모습으로 도열해 있다. 격랑의 한국현대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뒤섞여 아비규환을 이루고 화면 하단에는 시인 김수영이 어두운 시대의 위대한 증인으로 자리 하고 있다. 이 모든 형상들은 극적이고 암울하다. 그간 우리가 간과했던 역사적 진실들, 질곡과 폭력으로 얼룩진 한국현대사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피를 흘리고 스러져간 선조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핍박과 저항으로 점철된 민초들의 삶이 녹아있는 그의 그림에는 스치는 피냄새와 그 피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스러져간 이름모를 영혼들이 뒤엉켜 있다.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의 가해자들은 여전히 당당하게 화면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고 있다. 언제 우리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극복하고 현실역사의 참된 가치를 일깨울 수 있게 될 것인가? 이를 증언하고 극복하기에 예술의 힘은 여전히 미미할 뿐이다.

 

이명복_엄마의 바다_장지에 아크릴채색_127×194cm_2022
이명복 _ 절정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62×130cm_2022
이명복 _ 절정 2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5cm_2023

땅의 역사와 풍경 이명복은 아울러 제주의 자연을 그린다. 작가는 "제주의 풍광으로 특히 곶자왈을 사회적으로 해석한, 즉 역사와 인간을 중심에 놓고 풍경을 해석"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단색조로 표현한 그의 숲 그림은 강한 빛의 여운이 초목 곳곳에 스며들어 형태를 지지하고, 숲은 원시적 향취를 풍기며 고고한 역사적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빈 곳을 허락하지 않는 검소한 공간의식은 화면 전체를 마치 올오버페인팅을 연상시키는 추상적 기조로 가득 채우나, 이 균질적 양상들에서 초목이 생동하는가 하면 이들은 다시 긴 여운을 드러내며 화면에 몰입되곤 한다. 이명복의 곶자왈 풍경에서 우리는 숲 본래의 우거짐뿐 아니라 나무의 굴곡진 형상과 이를 휘감고 빛을 향해가는 잡목들에서 거친 풍파를 이겨내고 존재를 드러내는 기개를 본다. 곶자왈은 제주사람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지근에서 지켜보며 이들의 삶과 땅의 역사를 증언해왔다. 화면의 곳곳에 거칠게 자리잡은 교목들은 오름을 굽어보며 제주의 역사를 환기시키는가 하면, 주변의 잡풀들은 제주사람의 삶과 애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색채는 빛의 독주를 제어하는 정도로만 사용되고 각각의 형태들은 존재의 실상을 전달하는 정도로 절제된다. 큰 그림임에도 기념비적이거나 과장된 구성은 되도록 자제하면서 곶자왈의 모습을 특징적으로 포착하고 원경은 실루엣으로 처리함으로써 화면의 뉘앙스는 어떤 역사적인 차원을 제외하면 정적이다. 이 모든 것들은 제주라는 땅의 역사와 그 곳을 스쳐간 제주사람이라는 현실과 존재 사이의 시공간적 카오스에 대한 작가적 사유와 인문적 감성의 산물이다. 재현의 관점은 마치 하나의 소실점을 가진 원근법적 회화가 화면상의 모든 사물을 희미한 빛이라는 유일한 중심으로 집중시키고 조련하는 것에 비견된다. 제주의 땅과 역사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우리의 사유를 집중시키고 조직하는 것처럼, 진실()이라는 유일한 관점으로 우리의 사유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한라산 자락에서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초목들을 통하여 다시금 땅의 역사와 삶을 사유하고 있다. 이렇게 환기된 삶과 역사는 자연의 수레바퀴 속에서 순환을 거듭하나, 그의 작품 속에서 유형·무형의 형태로 존재하며 형언할 수 없는 가치를 머금은 채 신비로운 빛을 발하고 있다.  이경모

 

이명복_곶자왈_장지에 아크릴채색_152×208cm_2022
이명복 _4 월의 숲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164×260cm_2020

 Myoung bok Lee-Landscapes or Narratives about nature and history "Until now, we have been taught distorted history as if it were the truth. I plan to continue my work of seeing the truth by reflecting on the distorted history that I was taught by being caught up in left-right ideology. This is not the painful history of only a specific region, but the history of the entire Korean Peninsula. So, I am going to draw the Korean Peninsula as seen from Jeju Island. In addition, I seek to create a world where our wounds and grievances are not hidden, but reopened and sutured well, so that our community can move toward the future with the right philosophy, live like human beings, and become a peaceful world. I hope that my paintings will become a small driving force that can move beyond this era to a better world and a future that opens properly."(Myoung bok Lee)

landscapes of human life In modern Korean history, there are countless facts intertwined with the violence by the regime and resistance by the people, development dictatorship and industrialization, and the lives of the common people who have quietly survived in the midst of this situation. These facts have been distorted or concealed by formidable powers, and despite its short history, justice has been turned into injustice, or the truth has been described as lies, or vice versa. Artist Lee Myoung bok, who could not simply look at the fetters of modern Korean history in a pitiful way, chose and lived out his calling to describe them through paintings. As a natural storyteller, his love for life and nature and his desperate humanistic spirit to search for historical truth are read as a fateful journey to search for 'justice and truth' rather than a rumination on nature, humans, and history. As is well known, Myoung bok Lee's main interest is 'people.' Since his youth, the artist has been painting various people around him, either with an affectionate gaze or with a critical gaze. In the 1980s, Lee Myoung-bok looked at us through the eyes of a U.S. soldier and took a cool-headed look at the reality of Korean society at the time. This artist also reconstructed the horizon of our lives three-dimensionally through portraits of workers and farmers in the 1990s. Whether it is the true part of life or the absurd aspect, the artist has dug into the strata of contemporary Korean society through the psychological desires deep within humans as well as the people overcoming the weight of life full of burdens. The artist has induced new awakenings by reproducing aspects of human life that we have seen inadvertently, and has investigated the historical and social values of our lives through various approaches that awaken the philosophical aspects of life. This is evaluated as an important practical achievement in the history of Korean contemporary art achieved together with a group of realist artists who shared the same ideas of the time. In recent years, Myoung-bok Lee has been searching for Jeju women and survivors of the April 3 Incident, who are living strong lives, and capturing their portraits on canvas. The artist reflects on the traces of a woman's life through the image of a Jeju 'grandmother' who reveals the deep lingering effects of life. In addition, he demonstrates his wit to sublimate the value of realistic life into the realm of the sublime through the image of a human being who has become accustomed to labor. The expressions on the faces of the characters who take a break from work or stare at us clearly show the traces of time spent overcoming the formidable ups and downs of life. Nevertheless, they remind us of the essence of life that transcends reality. Their poses clearly show the history of life in response to the hardships of labor and the trends of time. The facial expression, showing strong curves tanned by the sun, still retains the appearance of a warrior who confidently faced the formidable challenges of life. The source of the charm of Lee Myoung-bok's 'Eomeong' can be found at this point. This 'beautiful' Jeju grandmother is more than just a well-drawn portrait, she is the image of our mother and implicitly reveals Korean motherhood. We infer history from the image of the Jeju female diver, who appears distantly behind her anonymity, and reflect on her life. The artist focuses on the overall appearance of the person and shows excellent talent in finding the rough charm of the person while ensuring the subject's natural movement. The artist questions the value of existence and its history by depicting living mothers, whether they are working mothers or grandmothers taking a break, with their individual personalities and emotions reflected in their expressions. Meanwhile, I pay attention to Lee Myoung bok's work called Brothers and Sisters. This work depicts Lee Jae-su, the leader of the 'Shinchuk Jeju Uprising of 1901', and his sister Lee Sun-ok. It is said that image of Lee Jae-su, who resolutely stood up to foreign powers and corrupt officials backed by the Catholic Church, was drawn from imagination because there was no data, and Lee Soon-ok's portrait was drawn based on a photo included in her book Halla Mountain in the night moon- Lee Jae-su's Practical Story. Lee Jae-su's spirit of punishing unjust forces as a government slave is clearly visible in his facial expressions and poses, and Sun-ok's steadfastness in working hard for her brother's reinstatement throughout her life is impressive. In this way, Lee Myung-bok's portraits clearly reveal the identity of the subject and pursue a realism that surpasses photography to the point where a specific being can be perceived. Just as the portrait paintings of the Joseon Dynasty aimed to follow the spirit of the whole world, the artist shows a humanistic spirit that seeks to capture the life and spirit of the protagonist beyond just reproducing the shape of the character.

Landscapes of modern Korean history Lee Myoung bok's portraits gain strong power when combined with his historical awareness. His 'Korean Modern History Series', which can be called a restored and constructed 'historical landscape', depicts the chaos of the liberation from Japanese colonial rule and the confrontation between the left and right, the 4.3 and 6.25, the subsequent political chaos and 4.19 Revolution, the 5.16 and 12.12 military coups. It is a magnificent epic that collaged with dramatic scenes of the situation of our people who had to protect themselves in these turbulent times. His pictorial experiments, such as his Frantic Memoriesseries and Lost Dreams, are also an important methodology for healthy historical exploration to establish the values of 'justice and truth' as an artist. In Lee Myoung bok's Frantic Memoriesseries, all the absurd aspects that our people have to experience in the 'Era of before and after liberation,' are described without any difference in time and space. At that time, the power elements related to the center and periphery, which were reorganized into victorious and defeated countries, existed at various levels. Among them, our country was just a newly divided independent country that could not join any of the sides. In a broad sense, the fate of the nation was determined through countries and groups with specific ideologies and the power dynamics that existed outside the country. If we look at it from a domestic perspective, we can look at the issues of falsehood and truth, center and periphery, in the form of power of each ideologically divided group and in each individual's internal worldview. In this process, the artist recommends correcting the distorted truth and moving toward a better future. The background of the work Lost Dreamsis the Cheorwon Plain, where traces of Taebongguk, founded by Gung Ye during the Later Three Kingdoms period, remain within the DMZ. Among them, the figures at the top are Roosevelt, Churchill, and Stalin at the Yalta Conference. And the traces of the Korean War, such as trains and planes, the victims of the 'Bodo Union' massacre incident being dragged away, and the presidents of the United States are intertwined with various visual references floating in space. The artist calmly paints a picture while thinking about the bleak situation in which we had no choice but to decide our fate at the hands of the leaders of the great powers, and the tragedy that followed. The painter laments the direction of power and its results in the process of forming the center and periphery that exist in a new dynamic relationship. And it is criticizing the violence created by the hegemony of monsters that emerged in another form after the war, the victorious nation. By the powerful people of our country who took advantage of this, deception and falsehood became the truth, and violence disguised as justice was rampant, and those who had devoted themselves to justice were killed by the cruel gun of power. This fact is so heartbreaking to the artist. And unfortunately, the ruthless power of that time survives to this day, suppressing justice and misleading the truth while causing deep wounds to national pride. The work Rootsis a masterpiece written in context with President Syngman Rhee at its peak. Likewise, scenes related to the fetters of modern Korean history are expressed like a full-length epic. This work, which was conceived from poet Kim Soo-young's Giant Roots, expresses the righteous people of the April 19 Revolution at the end of the Rhee Syngman administration, Park Chung-hee, the protagonist of the May 16 coup, and surrounding figures of his successors Chun Doo-hwan, Roh Tae-woo, Kim Young-sam, Lee Myung-bak, and Park Geun-hye. These familiar icons have lost their blood and are lined up like fossil-like figures. In the turbulent modern history of Korea, at the bottom of the canvas screen, where perpetrators and victims are mixed together and in chaos, poet Kim Soo-young stands as a great witness of a dark era All these images are dramatic and grim. This is because it reminds us of the historical truths that we have overlooked and the images of our ancestors who shed blood and died without being able to survive in modern Korean history marred by bondage and violence. In his paintings, which depict the lives of the common people full of persecution and resistance, the scent of passing blood and nameless souls who passed away without receiving compensation for that blood are intertwined. And the perpetrators of merciless violence still proudly stand as the protagonists of the picture. When will we be able to overcome our distorted perception of history and awaken to the true value of real history? The power of art to testify and overcome this is still weak.

landscapes of the land history Lee Myoung bok also depicts Jeju's nature. The artist is creating a work that "socially interprets the scenery of Jeju, especially Gotjawal, that is, interpreting the scenery with history and humans at the center." In his forest paintings expressed in monochromatic tones, strong lingering light seeps into various parts of the vegetation and supports the form, and the forest exudes a primitive scent and represents a archaic historical appearance. The frugal sense of space that does not allow for empty spaces fills the entire canvas with an abstract tone reminiscent of all-over painting. However, while the vegetation is vibrant in these homogeneous aspects, they often reveal a long lingering effect and become immersed in the picture. In Lee Myoung bok's Gotjawal landscape, we see not only the original lushness of the forest, but also the mettle that overcomes rough weather and reveals its existence in the curved shape of the trees and the undergrowth that wraps around them and heads towards the light. Gotjawal has closely witnessed 'the joy, anger, sorrow, and pleasure', also 'births, aging, illness, and death' of Jeju people and has testified to their lives and the history of the land. Trees roughly placed in various parts of the canvas screen overlook the Oreum(volcanic cone) and evoke Jeju's history, while the surrounding weeds seem to symbolically show the lives and joys and sorrows of Jeju people. Colors are used only to the extent of controlling the intensity of light, and each form is restrained to the extent of expressing the reality of existence. Although it is a large painting, the artist characteristically captures the appearance of Gotjawal while refraining from using monumental or exaggerated compositions, and treats the distant landscape as a silhouette. As a result, the nuance of the screen is static except for a certain historical dimension. All of these are the product of the artist's thoughts and humanistic sensibilities about the spatial and temporal chaos between the history of the Jeju territory and the reality and existence of Jeju people who passed by. The point of representation is comparable to a perspective painting with a single vanishing point that focuses and manipulates all objects on the screen into a single center called faint light. Just as we focus and organize our thoughts with a consistent perspective of Jeju's land and history, we evoke our thoughts with a unique perspective called truth (light). In this way, the artist is once again thinking about the history and life of Jeju land by painting the bushes and trees that live in support of each other on Halla Mountain. The life and history evoked in this way continue to cycle in the wheel of nature, but in his works, they exist in tangible and intangible forms and emit a mysterious light with indescribable value.  Lee Kyeongmo

 

 

이명복作, 사라진 꿈, 153 x 208cm,장지에 아크릴, 2023

‘나무아트’ 기획전 ‘무장지대’ 2부가 지난 17일 개막되었다.

 

2월 6일 부터 16일 까지 열린 1부에서는 강재구(사진),김진하(사진), 송창(설치), 이태호(입체), 임종업(대성동마을 스냅+르뽀), 정기현(영상, 설치) 작가가 참여했다.

 

김진하_망각의 한 방법-소원에 대하여_사진몽타_61×182cm_2023
강재구_private#1~3_젤라틴 실버 프린트_각 70×55cm_2002
송창_大兄-바라보기_스팽글, 필름출력_설치, 232×546cm_2020
이태호_분단풍경_여러가지 재료_100×85×168cm_2021
임종업_대성동-DMZ의 숨겨진 마을_르뽀_도서출판 소통_2021
정기현_topos_도라전망대 설치전경_2021

지난 17일 부터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2부에서는 이명복(회화), 류연복(목판화), 손기환(회화), 이동환(회화+입체),  이인철(디지털 회화) 김억(목판화) 작가가 참여한다.

 

류연복_꽃 한송이_소멸다색목판화_97×72cm_2018
손기환_DMZ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200cm_2015~21
이동환_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같은 풍경_장지에 목탄, 먹, 안료_60;134cm_2023

지난 15일 전시장에 들렸으나 아쉽게도 문이 잠겨 1부를 놓쳐버렸고, 2부는 정영신 동지와 함께 개막시간에 맞추어 찾아 간 것이다,

 

이인철_파주2_디지털 회화_2023
김억_DMZ-백령도에서 고성까지_목판화_2020

김진하관장을 비롯하여 제주의 이명복씨와 김 억, 류연복, 손기환, 이인철씨 등 참여 작가를 두루 만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이승미, 김 구, 장경호, 김은태, 강욱천, 성기준, 정기현씨 등 여러 명이 전시를 관람한 후 '산골물'에서 조촐한 뒤풀이를 가졌다.

 

손기환작

아래는 전시를 기획한 김진하관장의 ‘무장지대’ 서문이다.

 

"1953년 유엔사와 북한의 휴전 협정에 의해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 분계선과, 그 선을 기준으로 남북 2km의 남방한계선/북방한계선에 의한 비무장지대(DMZ)가 설정되었다.

 

비무장지대. 말 그대로 무장이 해제되어야만 하는 곳. 그러나 현재 동서 256Km, 남북 4Km인 이곳엔 수백 만 개의 지뢰가 설치되어 있을 거라고 전해진다. 게다가 북한 G.P는 북방한계선 남쪽 1.6Km, 남한의 G.P는 남방한계선 북쪽 1.2Km까지 진입된 곳도 있다. 그러니까 양 G.P간 실 거리는 기껏 1Km의 거리. 모두 중화기로 무장한 긴장된 상태다.

 

이인철작

일촉즉발 상태인 이곳이 어찌 비무장지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비무장지대』라는 네이밍에 근거하자면, 폭 4Km의 이 공간을 제외한 북과 남쪽 국토 전체는 역설적으로 『무장지대』란 뜻이 아닌가.

 

지난 70년 간 우리는 분단 현장 남측 『무장지대』에서 분단 정치, 분단 문화, 여타 분단 이데올로기에 의한 온갖 부조리한 현실을 온 몸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국토 어디를 가더라도 만날 수 있는 벙커, 참호, 철조망, 그리고 우리들 일상에 존재하는 군사 시설들... 뿐인가, 과거 교련을 위시한 반공과 군사 교육, 관제 행사 동원, 여타 학술과 문화 예술과 대중문화에까지 드리웠던 검열과 블랙리스트의 기억까지 소환된다.

 

김억 작

그 레드 컴플렉스의 작동은 최근에도 남북 관계를 더 경색 시키고, 한발 더 나가 전쟁 위기까지 부추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적 의제에서 한반도 분단 극복과 무장지대 탈출을 위한 지성적 담론과 사회 문화 운동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동환작

이런 현실에서, 평소 사회 역사적 주제로 작업을 하던 작가들이 정체된 분단 논의에 파문을 일으키려 함께 이 전시에 참여했다. 이 작가들이 직접 체험한 『무장지대』에 대한 예술적 발언이, 지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분단 논의에 던져 지는 짱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김진하

 

오는 2월 26일까지 열리는 '무장지대'전을 많은 관람바랍니다.

 

류연복작

.

모처럼 질퍽한 술자리가 인사동 곳곳에서 벌어졌다.

지난 수요일은 나무화랑에서 이명복의 어멍전이 시작되었고,

인사아트프라자에서는 박옥수의 시간여행이 열리는 날이었다.

 

코로나 규제까지 풀려 모처럼의 해방감에 많은 분과 어울려 바쁜 잔치 판을 오갔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항상 많이 마셔 탈이다.

 

술 취해 사진은 얼마나 찍었는지, 메모리카드가 찼더라.

요즘 몸도 비실거리지만, 하던 일도 귀찮아 게으름을 피운다.

미루고 미루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뒷북치는 것이다.

 

전시가 열리던 날, 안국역에서 가까운나무화랑부터 갔더니

작가 이명복씨를 비롯하여 김진하관장, 박흥순, 이재민, 김구, 홍성미, 김양훈, 양상철, 김성명씨 등

여러 명이 전시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주 사는 이명복씨는 4.3의 한 맺힌 응어리를 형상화하는 작가다.

전시된 어멍전에는 어머니의 초상과 일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록 한 사람의 인물을 그렸지만, 그 속에 우리 민중의 한이 서려 있었다.

 

어머니의 주름진 눈빛에서 지난한 세월의 아픔도 읽을 수 있었다.

잠시도 쉬지 않는 부지런하고 강인한 제주 어멍의 모습이었다,

어버이날을 며칠 앞둔지라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웠다

 

같은 시간에 개막된 박옥수씨의 시간여행‘ 사진전도 보러 갔다.

전시를 기획한 지승룡씨가 개막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반가운 분도 여럿 보였다. 박옥수씨 내외를 비롯하여

사진가 김문호, 김녕만, 곽명우, 정영신, 가수 장사익,

연출가 김혜련씨 등 많은 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사익씨가 축가를 구성지게 불러 분위기를 띄웠다.

 

사진들을 돌아보니, 아파트가 즐비한 배경으로 쓰러질 듯

자리를 지킨 청계천 판자촌에서 부터 물지게를 지고 가는 어린 소녀들,

창경원에서 휴대 전축을 틀어놓고 춤추는 젊은이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연이 세월을 거슬러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사진가 박옥수씨는 나보다 나이는 두 살 아래지만, 사진은 한참 선배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진 활동을 해, 전시하는 사진들도 65년부터 80년까지의 시대상이다.

사진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근현대 사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

 

그날 박옥수씨 부인도 처음 뵈었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미녀를 숨겨 둔지 미처 몰랐다.

더구나 연출가 김혜련씨와 절친이라는데, 세상은 넓고도 참 좁았다.

 

뒤풀이가 있는 사동집에도 반가운 분들이 있었다.

전시장에서 뵌 분 외에도 사진가 정장식, 심보겸, 성유나, 조명환씨를 비롯하여

김구, 김이하, 이만주, 노광래씨 등 많은 분이 어울린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사동집 주인 송점순씨가 보이지 않아 찾아보았더니, 주방에서 열심히 전을 부치고 있었다.

손님이 없어 일손을 줄여 쉴 틈도 없다며 바쁘시다.

 

안쪽 자리에는 미술평론가 유근오씨 일행이 마시고 있었다.

 

이 얼마 만에 맛보는 떼거리 술판이던가?

반가운 자리지만 다른 뒤풀이가 궁금해 급하게 마셨더니, 금세 술기운이 올랐다.

 

담배 피우러 나왔다가, 간다는 말도 없이 이명복씨 뒤풀이를 찾아갔다.

 

유목민으로 가다 보니, 길목 사랑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길가에 이명복, 장경호, 이재민, 박흥순씨가 나와 있었고,

안에는 손기환, 김진하, 김재홍, 고옥룡, 나종희, 송 창, 류연복씨 등 민중미술가들 판이었다.

 

장경호씨와 유목민‘으로 가보니, 그곳도 북적였다.

 

박성남씨를 비롯하여 임헌갑, 임동은, 이경희, 주홍수, 유준 씨 등 성함이 오락가락하는 많은 분들이 있었다.

 

뒤따라 사동집에 있던 김문호, 정장식, 정영신, 노광래, 김이하씨가 차례로 나타났고,

사랑채에 있던 이재민, 김 구, 김재홍씨도 합류했다

 

김명성, 김상현, 이상훈, 안원규씨 등 줄줄이 사탕이다.

 

! 이 얼마만의 이산가족 만남인데,

그냥 넘어갈 수 있겠냐 마는 다들 시간이 늦어 몸 사린다.

 

인사동에서 좋은 전시 있으면 작품보러 나오는 길에 자주 만나자.

 

 다시 뭉쳐 인사동에 봄바람 날리자.

 

사진, / 조문호

 

이명복 '어멍'전시장 사진 / 나무화랑

 

박옥수 '시간여행' 개막식 사진 / 인사아트프라자2층

 

박옥수 '시간여행' 뒤풀이 사진 / 사동집

 

  이명복 '어멍'전 뒤풀이 사진/ 사랑채

 

'유목민'에서 만난 사진 

 

춘자삼춘' 앞에 선 이명복작가

 

 

이 세상에 어머니란 말보다 더 편하고 정겨운 말은 없을 것이다.

어깨를 토닥이며 불러주던 자장가로 꿈꾸던 행복은 아련한 그리움으로 되살아난다.

 

이명복_겨울 배추밭_75×60cm_2021

말만 들어도 코끝이 찡해지는 어머니를 형상화한 이명복의 어멍전이 어버이날에 맞춘 지난 54일부터 17일까지 열렸다.  몇 달 전 정영신의 어머니의 땅사진전이 열렸던 나무화랑’에서 다시 그 감회에 빠져든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연 없는 이가 어디 있겠냐마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잊을 수 없는 가슴 떨리는 일부터 생각난다.

 

이명복_휴식_한지에 아크릴채색_45.5×33.4cm_2022

낙동강 전투의 최후 보루인 내 고향은 피비린내 나는 전장의 한복판이었다. 내 나이 세 살 때였으나 겁에 질려 울지도 못했다. 포화가 잠잠할 즈음,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살던 집을 찾아 나섰다. 유엔군이 진을 친 남산 아래 미나리꽝 뚝 길로 지나칠 무렵, 피 흘리며 쓰러진 군인이 , , 이라 외치며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움켜잡았고, 옆에 선 군인은 그냥 가라며 총부리로 위협했다. 겁에 질린 어머니가 간신히 군인의 손을 뿌리치기는 했으나 뒤에서 총을 쏠까 염려되어 등에 업힌 나를 가슴에 끌어안고 뛰셨는데, 어머니의 온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흘렀다. 그때 느꼈던 어머니의 거친 숨결 속의 전율감은 숱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다. 이것이 가장 잊을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오랜 기억이다.

 

이명복_밭일_한지에 아크릴채색_45.5×33.4cm_2022

이명복은 역사와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의 시대상을 그려내는 민중화가다. 제주로 간지 12년이 넘었는데,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 참혹한 과거가 묻힌 곳이 아니던가? 그곳에서 질곡의 현장을 답사하며, 민중의 한맺힌 응어리를 형상화해 왔다. 그래서 그가 그린 그림은 붓으로 새긴 역사화에 다름아니다. 비록 한 사람의 인물을 그렸지만, 그 인물 속에 한 생애가 고스란히 들어있을뿐더러, 우리 민중의 한이 서려 있는 것이다.

 

이명복_감자_한지에 아크릴채색_45.5×27.3cm_2021

이명복 작품 중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작품은 2년 전 ''전에 내놓은 해녀 옥순삼춘이었다. 마치 흑백사진 같은 리얼한 표정의 슬픈 모습인데, 웃음을 머금었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애잔한 표정이었다. 마치 민족의 한이 한 여인의 얼굴에 응축된 것 같았다. 그리고 5월9일까지 '인사아트센터' 열리는 4.3기획전 바라·'에 출품된광란의 기억도 대단한 역작이었다.

이명복의 작품은 풍경마저 보는이를 슬프게 만든다. 상처받은 역사에 암울한 현실이 더해져 또 다른 감회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이명복_해녀-춘자삼촌_92×62cm_2021

이번에 보여준 어멍전에는 어머니의 초상과 삶터에서 일하는 모습으로 압축되었다. 역사의식에 바탕 둔 현실 수용으로, 어머니의 깊게 파인 주름과 눈빛에서 지난한 세월의 아픔을 읽을 수 있다. 잠시도 쉬지 않는 근면함과 강인한 생활력을 다시 한번 인식시키며, 숭고한 생명의 꽃을 피운 것이다.

 

이명복_봄바다_한지에 아크릴채색_45.5×27.3cm_2021

회화는 그 형식적 물리적 속성으로 인해 한 작품에 작가가 원하는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바로 이 한계를, 이명복은 풍경화-인물화-역사화라는 분절된 장르를 리드미컬하게 상호 연관시킴으로 종국에는 그가 원하는 내용과 주제를 형상성으로 드러내고 극복하게 된다. 이번 나무아트의 '어멍(어머니)'전은 거대한 역사화로 이르는 이명복 회화의 출발점이자 통로라 하겠다고 김진하 미술평론가는 적었다. 

이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사진, / 조문호

 

이명복_귀로_한지에 아크릴채색_45.5×33.4cm_2022

 

어멍

 

이명복展 / LEEMYOUNGBOK / 李明福 / painting 

2022_0504 ▶ 2022_0517

 

이명복_겨울 배추밭_75×60cm_2021

 

초대일시 / 2022_050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 4층

Tel.+82.(0)2.722.7760

 

 

 

이명복 인물화는, 그가 사는 제주 사람들의 초상이나 일상에서의 모습들을 포착해서 그들의 삶의 이력을 환유하는 방식이다. 포우즈나 표정을 통해서 개별 인물의 성격을 확보함과 동시에, 그 자체로 한국근현대사의 지층을 형성하는 핵심이자 주체인 민중의 전형성을 확보한다.

 

 

이명복_춘자삼촌_한지에 아크릴채색_208×152cm_2022
이명복_통화_한지에 아크릴채색_45.5×27.3cm_2022
이명복_할망과바다_한지에 아크릴채색_45.5×27cm_2022
이명복_할망의바다_한지에 아크릴채색_41×27cm_2022

이명복의 그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진다. 제주의 역사적 현장을 그린 풍경화로부터, 제주의 이웃을 그린 인물화, 그리고 풍경과 인물을 아우르면서 거대 서사를 아우르는 역사화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는 각각 독자적이되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풍경화와 인물화라는 독립된 장르의 속성을 최대한 부각하면서도, 결국 이 둘은 역사화에서 다시 조우하며 좀 더 넓고도 심층적인 주제를 견인해내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풍경화와 인물화는 종국에 역사화를 위한 단초의 역할인 습작이자, 독립된 장르로서의 완성된 작품의 기능 모두를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명복_해녀-춘자삼촌_92×62cm_2021
이명복_휴식_한지에 아크릴채색_45.5×33.4cm_2022

이는 매우 효과적인 작업(기획)방식이다. 회화는 그 형식적 물리적 속성으로 인해 한 작품에 작가가 원하는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바로 이 한계를, 이명복은 풍경화-인물화-역사화라는 분절된 장르를 리드미컬하게 상호 연관시킴으로 종국에는 그가 원하는 내용과 주제를 형상성으로 드러내고 극복하게 된다. 최근 인사아트센터 '바라·봄'전에 출품된 「광란의 기억-2」는 이런 이명복의 공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이다. 이번 나무아트의 '어멍(어머니)'전은 거대한 역사화로 이르는 이명복 회화의 출발점이자 통로라 하겠다. ■ 나무화랑

 

Vol.20220504b | 이명복展 / LEEMYOUNGBOK / 李明福 / painting

 

‘인사아트센터’ 지하전시장에서 김수영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거대한 뿌리’전이 지난 22일 개막되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성탄절에서야 짬을 낼 수 있었으나 전시장엔 아무도 없었다.

 

조용한 전시장에서 꼼꼼하게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태호, 김정헌, 김진하, 강경구, 임옥상, 박재동, 신학철, 노원희,

박 건, 민정기, 박영균, 손기환, 이명복, 이인철, 이흥덕, 정정엽 작가 등

기라성 같은 민중미술가들과 가수 정태춘 등 30여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출품 작가마다 서사와 주제에 따른 표현이 다양했고,

김수영을 그린 초상화의 표정도 다채로웠다.

 

전시작을 돌아보며 김수영 시인의 시가 떠오르거나

생전의 모습이 생각나는 등 오로지 김수영시인만을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 전시는 27일 까지라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제주작가 이명복씨의 기획전 ‘삶’이 '인사아트센터'1,2층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중앙대 회화학과를 졸업하여 40여 년 동안 한국 사회의 시대상을 다룬 민중미술가다.
10여 년 전 제주로 옮겨 4,3의 핏빛어린 현장을 지켜보며 작업하고 있다.



지난 12일 이명복씨 ‘삶’전이 열리고 있는 ‘인사아트센터’에 들렸다.
대형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전시장은 텅 비어 있었다.
첫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대형 인물화인 해녀였다.




마치 흑백사진 같은 인물화는 온갖 풍상에 찌던 모습이었다.
해녀는 웃고 있었으나, 그 웃는 표정 속에 짙은 슬픔이 깔려 있었다.




깊게 파인 주름과 눈빛의 극사실적인 모습에서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숭고함을 읽을 수 있었다.

노동의 현장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밭일하는 아낙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그가 이번 전시에 드러낸 인물화에는 제주여인의 한 많은 생애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이명복씨의 인물작업은 회화적 형식의 극사실주의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극사실적 실체에 접근하고 있었다.




2층에 전시된 적색과 녹색으로 그려진 제주 풍경화도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워야 할 풍경마저 쓸쓸한 비애가 깔려 있었다.
제주의 자연 속에 참혹한 과거가 묻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열한 단색을 사용해 화면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는데, 한마디로 말해 불우(不遇)한 풍경이었다.




'풍경과 상처’란 제목으로 쓴 소설가 김훈씨의 아래 글이 이명복씨 작품을 잘 말해주고 있다.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




이 전시는 3월20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이명복展 / LEEMYOUNGBOK / 李明福 / painting
2020_0304 ▶︎ 2020_0320



이명복_추수_장지에 아크릴채색_227×162cm_202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80517e | 이명복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20_0304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회화의 그늘과 생명의 자국들 - 이명복 미술세계의 미학적 '날풍경'에 대하여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 (김훈, 『풍경과 상처』에서)

"우리가 갖고자 하는 시각은 이 시대의 노출된 현실이거나, 감춰진 진실이다."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에서』 창립선언문)


이명복의 회화는 붓칼로 새긴 역사화다. 회화의 주제는 머릿속을 울리는 추상같고, 표현은 과거와 현재, 역사와 현실, 시대와 삶의 세목들을 낱낱이 그린 세밀화였다. 그 세밀한 역사화의 장소는 한국이라는 모국의 국경을 넘어간 적이 없다. ● 모국의 속살로 파고 들어가 그 안에 침윤된 역사의 그늘을 지금 여기의 현실에 비추어 그린 회화는 아프다. 그늘이 풍화된 자리에서 산하의 풍경이 피어올라 대지의 무늬가 된 현실은 슬프다. 그는 지층의 깊은 바닥을 살펴서 출렁이는 현실을 필사했다. 지층의 경계들이 서로 삼투되어서 일으키는 현실의 이미지는 불우했다. 불우(不遇)의 풍경이었다. 그의 미술세계는 그 불우의 풍경을 보듬고 탄생했다. 상처는 속에 있고 풍경은 밖에 있으니, 안팎의 계면(界面)이 오래도록 마주보는 현실을 찾아다녔다. 그의 현실주의는 극사실주의와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가 뒤섞였고, 역사가 깃든 대지의 몸이 생채기로 뒤틀린 자리에서 피어났다. ● 40년 동안 새겨 온 회화의 깊이를 몇 마디 언어로 채굴하는 것은 벅찬 일이다. 김훈의 풍경론에 기대어 이명복 회화론의 뼈대를 추스르고 그것으로 미학의 한줄기를 찾아 나섰다. 그의 회화론은 깊은 '현실사유'에 있으나, 그 사유의 실체가 이 산하의 풍경이고 인물이니 '풍경과 상처'는 당간지주(幢竿支柱)의 개념어였다.



이명복_모정-춘화삼춘_장지에 아크릴채색_227×162cm_2020


이명복_봄_장지에 아크릴채색_177×227cm_2020


1. 「백산」(1993), 「회상」(1993), 「침묵」(2014) ; 역사풍경의 미학적 얼개1993년 그는 「백산(白山)」과 「회상」을 그렸다. 2010년 제주로 이주하고 4년 뒤 「침묵」을 그렸다. 「백산」과 「침묵」의 풍경은 서로 달랐으나 구조는 동일했다. 이 구조의 동일성이 이명복 회화론의 촘촘한 그물코였다. ● 전라북도 부안군 백산면 용계리 해발 47미터의 나지막한 산, 백산면에서 가장 높은 산, 동진강이 에둘러 흐르며 호남평야를 굽어보는 산, 마한의 토성과 삼국의 백산성이 있었고 1894년에는 동학농민군이 첫 지휘소 '호남창의대장소'를 설치했던 곳, 그는 세로 180센티미터 가로 260센티미터의 화폭에 그곳 백산을 새겼다. 한 손엔 죽창을, 다른 한 손은 주먹을 부르쥐고 몰려든 백성들로 인산(人山)을 이뤘던 농민군의 백산을, "사람을 죽이지 말고 가축을 잡아먹지 말라, 충효를 다하고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라, 왜놈을 몰아내고 나라의 정치를 바로잡는다, 군사를 몰아 서울로 쳐들어가 권귀(權貴)를 모두 없앤다."는 강령을 선포하고 '보국안민'이라 쓴 깃발을 든 채 진군이 시작되었던 백산을 통시(洞視)했다. 환히 꿰뚫어서 본 그 풍경은 '하늘-백산[山河]-땅 밑[地層]'의 위아래 세 얼개로 짜였다. ● 「백산」이 풍기는 첫인상은 검붉다. 하늘은 온통 어두운 핏빛이어서 백산의 산등성이와 땅 밑까지 그 빛이 스며들었다. 어스름 핏빛하늘은 비현실이다. 비현실이어서 현실을 초월해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그것을 붉은 노을이라고 할지라도 백산의 하늘이니 그냥 하늘이 아니다. 비현실과 초현실이 지금 여기의 하늘로 휘몰아쳐 왔으니 토성과 백산성과 농민군의 함성이 거기 묻어 있을 터. 죽어서도 곡(哭)이 되지 못한 눈바람이 검붉게 몰아칠 기세다.(조유리의 시 「흰 그늘 속, 검은 잠」의 마지막 행을 차용했다.) ● 그 하늘 밑 백산은 지극한 현실이다. 서늘한 겨울풍경의 산등성이에서 역사의 흔적이나 그림자를 찾는 것은 부질없다. 그는 그 풍경을 극사실로 그렸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무덤 몇 개, 바람 한 점 놓칠세라 빠짐없이 새겨 넣었다. 주관이니, 객관이니 하는 관점조차 내려놓은 그의 붓은 오롯이 풍경에만 집중했다. 그래야만 풍경의 현존을 확인시킬 수 있을 터였다. ● 땅 밑은 달랐다. 대지의 그림자 그늘이 짙게 깔려서 어둡고 음침했다. 화면의 하단을 이루는 땅 밑 풍경은 존재형상의 기립(起立)이다. 대지를, 마치 열주가 되어 받치고 선 앙상한 몸들이 나란하다. 언 듯 백산이 섬처럼 보였던 것은 짙은 그늘 때문이었으리라. 바로 그 그늘이 역사다. 역사라는 몸이요, 대지의 현신(現身)이다. 이렇게 세 얼개로 풍경을 보았기에 산하는 뚜렷한 자기 존재의 풍경으로 태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 「침묵」도 '하늘-산방산-땅 밑'의 구조다. 백산의 대들보가 동학의 역사라면 산방산의 대들보는 제주4․3의 역사다. 산방산 앞 무덤은 '일조백손지묘(一祖百孫之墓)'인데, 4․3의 주검들이 묻힌 그곳의 뼈는 한데 묻혀서 주인을 알아볼 수 없었다. 후손들은 주검의 전부를 한 조상(一祖)으로 모신다. 조상들의 흙투성이 몸이 산방산을 받치고 있다. 「회상」은 흰옷 입은 농민군들이 "일어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竹山)"이라던 설화를 너른 들녘과 죽창 하나로 상징화했다. ● 역사는 산하(山河)에 깃든다. 깊게 깃들어서 풍경의 흰 그늘을 빚는다. 백산에 마한과 삼국과 동학의 역사가 오래 쌓이지 않았다면 그 산은 한낱 용계리의 작은 뒷산에 불과했을 터이다. 오래전부터 호남평야의 요충지였고 전쟁터였으며, 그 무엇보다 동학농민전쟁/갑오농민혁명은 그곳을 성지로 뒤바꿨다. 한 산하가, 한 풍경이 성스러운 대지로 추앙되는 것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수많은 사건들이 터지고 뭉쳐서 아픈 그늘이 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 상처의 그늘이 살아올라 '날풍경'이 된 장소는 흰 그늘이다. 이명복의 많은 회화는 이처럼 날풍경의 흰 그늘이 새겨진 하나의 미학적 실체다.



이명복_부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390cm_2019


2. 1980년대 연작 「그날 이후」 ; 우리 시대의 음각화1982년부터 발표한 「그날 이후」 연작은 네거티브(negative)로 새긴 시대의 음각화다. 포지티브의 '있는 현실'을 네거티브의 '그림자 현실'로 뒤바꾼 회화는 남한사회의 부끄럽고 나약한 민낯으로 적나라하다. 그 민낯들을 그는 하나하나 세심하게 재구성해서 장면을 연출했는데, 하나의 장면은 하나의 주제로 엮어서 풀어야 하는 서사를 담았다. 그 서사는 기승전결을 갖춘 소설도 영화도 아니어서, '화면'으로만 보고 읽어야 하는 이미지 언어였다. ● 그는 그즈음 동료들과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에서』를 창립했다. 그들의 창립선언문에는 "현실에 드러난 불확실한 과도적 상황을 솔직하게 형상화할 것"이라는 미학적 격문이 박혀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의식에 바탕을 둔 현실의 수용과 가치관의 성찰, 그리고 새로운 전통의 모색이 필연적이어야 한다."고 외치면서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에서」는 '임술년'(1982)이란 시간성과 '구만팔천구백구십이'(우리나라의 총면적 수치)란 장소성, 그리고 '~에서'란 출발의 의미를 동시에 포함한다. 즉 '지금, 여기서'라는 소박한 발언"이라고 적시했다. '임술년'의 작가들이 그렇듯 이명복 또한 이 선언문에서 미학적 창조성의 형식과 내용을 수혈 받았다. ● 그가 「그날 이후」에서 형상화한 이미지 언어는, 출구를 상실한 서울 도시민의 그늘진 무표정, 부와 권력이 들러붙은 외제차, 미군과 양공주의 이태원 밤거리, 군복과 한복을 입은 남녀의 결혼선서, 검게 지운 얼굴과 성조기, 불타는 이태원에서 바주카포를 들고 나타난 람보, 해방이후 현대사의 장면을 몽타주로 표현하였다. 네거티브의 음영이 주를 이루지만 어떤 작품들은 그 음영에 채색을 가해 마치 포지티브(positive)인 것처럼 덧씌웠다. 양화(陽畵)와 음화(陰畫)를 섞어서 덧씌운 작품들은 그로테스크했고 그런 일그러진 이미지는 우리 현실이었다. 바로 그것이 생짜 민낯이었다. 그 민낯은 부조리했고, 탐욕이 넘쳤다. ●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호하고, 다의적인 존재이고, 선과 악 사이에서 환원불가능하게 분열된 존재이며, 자신의 존재 자체에 내재한 불행과 고통과 죽음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 존재라면서 "너무나 단순한 진리, 기쁠 것도 없고 슬플 것도 없지만 우리가 존중하고 복종해야 할 진리는 '진정한 인간'이 예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 진정한 인간은 그 자신의 귀함과 천함, 위대함과 비참함, 행복과 고통, 정당함과 죄업, 요컨대 그 자신의 이 모든 양가성과 분리할 수 없다"고 말한 한스 요나스(Hans Jonas/1903-1993)의 성찰은 옳았다.(한스 요나스 『책임의 원리』(1979). 고종석, 『코드 훔치기-한 저널리스트의 21세기 산책』(마음산책, 2000)에서 재인용.) ● 이명복의 「그날 이후」는 1980년대의 한국사회가 어떤 풍경 속에 처해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시대는 마르크스의 '희망의 원리'든 요나스의 '책임의 원리'든 그 무엇도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 군부독재의 독점적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환락의 유토피아, 초강대국 미국의 군대가 주둔한 채 벌이는 성욕의 유토피아, 신자유주의 밀물이 쓰나미로 몰려 온 세계화 유토피아, 강대국 사이에서 권력의 암투장을 벌이는 카르텔 유토피아 따위의 비현실적 판타지만 가득했다. 그는 80년대 내내 해방 이후의 그런 '그날'의 풍경들을 붓칼로 새겨 넣었다.



이명복_삼춘초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162cm_2020


3. 「도살」(2001), 「광란의 기억」(2018) ; 통시적 역사화의 샤먼리얼리즘이명복 미술의 통합심리학적 그물코는 「광란의 기억」에서 우물신화의 우주론적 구조로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이 회화는 좌/우, 위/아래, 근경/원경, 전경/후경의 구도를 염두에 두었다. 「그날 이후」에 새긴 시대의 음각화에서, 「침묵」에 드러난 역사풍경의 미학적 얼개까지를 하나의 화면에 구조화 한 이 작품은 4․3을 통시적으로 꿰뚫어 몽타주한 샤먼리얼리즘의 놀라운 증좌다. ● 화면의 구성과 구조를 살펴보자. 색은 흑백이다. 현실의 그림자 그늘을 표현한 것일 터. 구성은 높이 솟은 한라산(아래)과 뻥 뚫린 구멍(위) 사이에 부둥켜안은 남녀가 있고(중앙), 벌거벗은 남녀를 에둘러 둥글게 4․3 관련자들이 배치된 형국이다. 원경은 용두암과 정방폭포다. 그 풍경에 동백꽃이 휘날린다. 장면의 실재는 다음과 같다. 큰넓궤(동굴/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위), 한라산 백록담(아래), 4․3 희생자(근경), 무장대(남조선로동당 제주도당/좌․우,아래), 토벌대(제1공화국­육군­해병대­경찰­경비대­미군­미공군­서북청년단/좌․우,아래), 그리고 저 멀리 펼쳐진 제주풍경. 이 거대한 인물역사화는 동굴에 스크리닝한 무성영화의 장면들 같다. ● 화면의 위아래, 한라산 봉우리와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큰넓궤 입구는 시공간의 음양구조가 서로 맞물려 크게 회통하는 것을 상징한다. 한라산과 큰넓궤는 신화/역사가 깃든 흰 그늘일 터인데, 그 사이가 그림자 속이면서 동굴이고 또한 지나간 현실풍경일 것이다. 동굴에 펼쳐놓은 4․3사건의 필모그래피는 4․3역사를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상영한다. 이 필모그래피는 4․3의 슬픈 배꼽이다. 4․3과 이어질 수밖에 없는 탯줄의 이미지들이므로. ● 샤먼리얼리즘은 후경(後景)을 파고들어 전경(前景)의 리얼리티를 해석하는 미학이다. 「광란의 기억」은 「도살」과 「아라비안나이트」(2002)에서 이미 단편적으로 실험된 바 있는 후경의 장편서사다. 그림자 그늘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장면을 롱테이크로 편집했다. 쇼트의 하나하나 몽타주의 여러 장면들이 서로 이어지면서 「광란의 기억」은 탄생되었을 것이다. ● 후경의 시간은 직선도, 회귀를 반복하는 나선형도 아니다. 하나의 후경에는 몇 개의 직선과 곡선과 나선형이 몽타주로 펼쳐질 수밖에 없다. 고구려벽화에서 볼 수 있듯이 후경의 여러 장면들은 불일치하고 나날이 연속되지 않으며 사건들만 남아서 무질서의 파계를 이룬다.(김종길, 「굿춤의 눈물, 환희, 그 소리들-조습의 해학적 카오스와 사진미학」 참조.) 후경의 표층부는 그렇게 역사화 되지 못한 풍경들로 들끓는다. 4․3도 아직 역사화 되지 못했다. 그러니 「광란의 기억」 또한 장면이 불일치하는 무질서의 파계일 것이고, 가라앉지 못하는 표층부의 언어일 것이다. 겉도는 유령들일 것이다. 화해­상생의 언약이 완성되었을 때 그것들은 후경의 심층부로 내려가 단단한 역사의 진실로 새겨질 것이다.



이명복_수원 해녀삼춘_장지에 아크릴채색_227×177cm_2020

4. 「봄」(2020), 「옥순씨(옥순삼춘)」(2019), 「해녀삼춘」(2020) ; '사람'이라는 극사실주의이명복의 회화를 극사실주의로 분석하거나 사실정신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서출판 '각'에서 출간한 그의 화집 『Lee Myoung­Bok』(2013)의 전모를 살피면 그의 미술세계는 오히려 표현주의에 가깝고 초현실주의와 팝 아트 경향의 풍자화를 뒤섞고 있다. ● 일상의 현실을 생생하고 완벽하게 그려내지만, 주관을 극도로 배제한 채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는 극사실주의. 팝 아트와 달리 작가의 창조적 발화를 억제하고 아무런 코멘트조차 없이 현상 그대로만 그려야 하는 회화, 게다가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확대한 화면구성은 그의 미술세계가 아니다. 미국적 즉물주의가 낳은 극사실주의는 단색조에 기대었던 1970년대 말 청년작가들을 저항의 기제로 들뜨게 했으나, 역설적으로 그것은 주관적 극사실주의, 초현실적 극사실주의로 변형되어 유입되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의 한국사회를 '주관'없이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10․26(박정희 시해)–12․12(전두환 군부 쿠데타)–5․18(광주학살/광주민중항쟁)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고개 돌린 반대쪽은 초현실이었다. ● 1978년 동아미술제는 '새로운 형상성'을 취지로 출범했다. 미술평론가 김윤수는 1981년 『계간미술』여름호에 「삶의 진실에 다가서는 새구상」을 발표했다. 이 평론에서 그는 "구상화라는 말은 특수한 역사적 미술적 상황의 산물이다. 20세기라는 역사적 상황은 자연주의의 퇴장과 추상미술의 대두를 가져오는 한편 다시 추상미술에 대한 반발로써 구체적 형상의 미술이 나타나게 하였는데, 이 미술은 이미 지난날의 자연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글의 끝에 "현실은 구체적이다. 개인에 있어서나 사회적으로나 그것은 언제나 구체성을 띠고 나타난다. 구체성을 어떻게 파악하며 어떻게 관계하는가에 따라 현실은 드러나기도 하고 왜곡되거나 상실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 이명복의 인물화는 미학의 얼개를 초석에 두되 사람의 구체적 형상을 묘파하는 방식으로 그려진 것이다. 회화적 형식이 극사실주의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극사실적 실체에 주목했단 얘기다. 그가 이번 전시에 심혈을 기울인 인물화들은 한 삶의 생애가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을 표현한 것이다. ● 「옥순씨(옥순삼춘)」, 「해녀 옥순삼춘」을 보라! '머리카락 한 올 빠트리지 않고 다 그렸다'는 식의 묘사에 집중하지 말고 세월의 흔적으로 깊게 파인 주름과 눈빛을 보라. 저 환한 얼굴에서 되비치는 옴팡밭과 그 옴팡밭의 화산회토 흑색토 갈색 삼림토의 '뜬땅', '된땅'의 색채는 또 어떤가. 옥순삼춘의 얼굴은 제주의 자연이 극사실로 불어넣은 생명의 자국들로 만발하다. 이명복은 그것을 그렸다. 「해녀 삼촌」을 보라! 세로 227미터 가로 177센티미터의 저 거인의 얼굴을. 이명복은 회화의 사실성이 아니라 인물의 사실성에 압도하라고 말한다. '사람'이 곧 극사실주의라고 힘주어 주장한다. 그는 붓칼로 그런 사실성의 흔적들을 남김없이 새겼다.



이명복_해녀-옥순삼춘_장지에 아크릴채색_177×227cm_2020


5. 「4월의 숲」(2020), 「긴 겨울」(2018), 「기다리며」(2015) ; 홑동백 꽃잎의 해방해방 75주년, 6․25 70주년, 4․19 60주년, 5․18 40주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광복(光復)은 빛을 되찾았다는 뜻. 식민지 암흑에서 벗어났다는 상징. 누군가는 광복을 반일민족운동의 사상적 개념으로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1919년 3.1운동에서 비롯한 시민주체의 국권회복으로 본다. 그런 맥락에서 광복은 독립운동과 떼어놓고 설명할 수는 없을 터. ● 광복은 해방이다. 독립운동과 국권회복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의 본래적 상태가 존재성을 획득한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구속으로부터, 억압으로부터, 제국주의로부터 자유를 얻었다. 광복이 국권에 더 상징성을 둔다면, 해방은 민권을 강조하는 것일 터. ● 그런 광복과 해방의 의미가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해방은 산 사람들의 자유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잡혀가고 끌려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주검과, 살았으되 억울함이 풀리지 않은 사람들의 몫까지도 이야기해야 한다. 1945년 8월 15일의 해방은 물론, 미군정기와 분단을 거치면서 야기한 고통의 트라우마 또한 해방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광복과 해방은 75년 전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광복과 해방이어야 마땅하다. 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늘 광복을 외쳐야 하고 해방을 만끽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예비할 수 있으며 열강이 된 중국과 일본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 '긴 겨울'을 뚫고 봄의 새 빛으로 찬란할 '4월의 숲'은 해방과 함께 올 것이다. ● 「기다리며」는 우리 현대사에 대한 비념(悲念)이라 할 것이다. 이명복은 2015년 봄, 동광리 일대의 4.3 유적지를 답사했다.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의 촬영지 큰넓궤 동굴이 그 근방 중산간에 있었다. 동굴로 피신해 살았던 사람들은 붙잡혀서 정방폭포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 그는 폭포를 여명이 오기 전의 보랏빛 풍경으로 그렸다. 오묘하고 신묘한 느낌이다. 그는 폭포의 실제 풍경에 덧대어 제목이 상징하는 '기다림'의 염원을 추가했다. 겸재 정선이 박연폭포에 음양조화의 이치를 폭포수 위아래의 검은 바위로 표현했듯이 그 또한 비념의 바위를 세우고 그 위에 한 소녀를 세웠다. 천천히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화면의 모든 구조가 이 소녀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 모든 밤하늘과 폭포수와 보랏빛 풍경의 세목들이 소녀에게 쏟아져 내린다. 소녀의 비념은 큰 힘을 얻는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붉은 홑동백 꽃잎들이 소녀의 마음일 터. 그 마음이 광복의 빛, 해방의 자유일 것이다.

"이 길을 감고 푸는 동안/ 내 몸에는 실오라기 한 올 남지 않았네/ 바늘귀에 바람의 귀를 꿰어/ 길게 박음질한 신작로를 따라 걸어가는 저녁/ 몸 바깥으로 향한 솔기부터/ 올을 풀기 시작하네" (조유리, 「누란 가는 길」중에서)김종길



Vol.20200304c | 이명복展 / LEEMYOUNGBOK / 李明福 / painting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