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빛나는 Slow and shiny
하인선展 / HAINSUN / 河仁善 / painting
2023_1107 ▶ 2023_1118 / 일요일 휴관
하인선 인스타그램_@1nsunha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월_01: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 결
SPACE KYEOL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19-30
Tel. +82.(0)2.720.2838
www.spacekyeol.com
@spacekyeol
느리고 빛나는 ● 이번 작업들은 일상에서 만난 사람, 사물에 대한 감동을 칠을 한 한지에다 연필로 느리고 길게 그린 것이다. 어느 날 실수로 종이 위에 떨어뜨린 칠을 보고 난 후 의도적으로 얼룩을 만들기 시작했다. 칠을 한 한지는 얼룩덜룩하게 흔적들이 생기곤 하는데 이 얼룩들은 많은 이미지를 상상하게 한다. 얼룩이 생긴 종이는 오랜 시간을 지나온 것 같다. ● 한지는 매끈한 표면이 아니어서 연필로 선을 그려 나가기에는 거칠고 저항이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긋고, 지우고, 문지르고 비비면 어느새 먹먹한 색을 띄고 있다. 한지는 이러한 느리고 긴 과정을 묵묵히 받아준다. 겹겹이 선을 긋고 문지르다 보면 이미지의 분명한 형태를 가르는 선보다는 윤곽이 또렷하지 않은, 이것과 저것의 경계가 흐려지게 되는데 대체로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난다. ● 세상은 끝없는 그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물의 이음새마다 빛나는 구슬이 박혀 있어서 그 구슬들이 서로를 비추고 비추어 주며, 하나의 구슬은 다른 구슬들 전부를 비추어 준다고 한다. 일상의 그물에서 만나는 나의 보배 같은 구슬들, 가족, 친구, 산책, 엄마의 호박, 호랑이 콩, 긴 산행, 나무 그림자... 느리고 길게 서로에게 빛을 보내고 받으며 나를 이루는 별이 된다.
꿈꾸는 콩 ● 1997년에 작업했던 씨앗 연작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린 것이다. 그땐 육아에 바빠 가장 손쉽고 편하게 그릴 수 있는 게 연필이었다. 지금까지도 연필은 칼칼하고도 담백한 맛이 매력적이다. 콩마다 다른 얼룩에는 하늘의 구름, 일렁이는 물결, 별빛도 있다. 콩은 생의 기운이 똘똘 뭉친 생명체로 느껴진다.
웃고 있는 구멍 ● 잘려진, 잘라진 나뭇가지들의 상처들 날 뚫어지게 바라보는 구멍들 희듯희듯, 바람소리처럼 웃고 있는 상처 난 구멍들 우우우 지난날 추억을 불러오는 구멍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 얼굴들 가끔 산책길에 만나는 상처의 흔적 ■ 하인선
자라는 손 ● 추운 겨울날 코끝이 발갛게 얼어버린 그녀가 호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주름진 손등에선 작은 잎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림자놀이 ● 긴 산행이나 산책을 할 때 만나는 숲속 그림자. 햇빛과 바람과 온도에 따라 쉼 없이 변화하는, 빛이 만들어 내는 땅의 얼룩이다. 기괴하게 자라는 나무, 하늘을 나는 커다란 새, 너와 내가 구분 없이 한데 섞여있는 숲속 그림자. 빛을 받아 일렁거리며 울부짖기도 하고 히득히득 웃기도 하며 조용하게 흔들린다.
하인선 작가의 『느리고 빛나는』전은 꿈꾸는 콩, 어머니의 노래, 그림자 놀이의 연작으로 일상적 단상이 담긴 존재들에 대한 고마움, 그런 존재들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초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소박하면서 자유롭게 호흡하는 삶의 모습을 평면의 공간으로 오랜 시간 끌어들인다. ● 옻 칠 한 종이위에 연필로 길고 빛나게 표현한 단색조의 작품들 속에서 주인공들은 작가의 메시지를 동적이며 환상적인 동화속의 순진한 이야기로 환기시켜 웃음짓게 만든다. 작가 곁에 있는 모든 것이 회화의 여정속에서 펼쳐진다. 새로운 발견의 존재감이 회화적 중요한 요소로 자리한다. ● 섬세하게 떨리는 존재들 속에서 소통과 공감, 치유의 유희를 느끼게 해준다. 작가의 삶속에서 온 힘을 다해 자신만의 색깔을 안고 살아가는, 인생을 찾아가는 여행자의 이야기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 하인선 작가의 작품이 전하는 삶에서 새로운 꿈을 나누길 바랍니다. ■ 정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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