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가 올 하반기 개방된다.

굴곡진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긴 송현동 부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금단의 땅이다.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들여다볼 수도 없던 송현동 부지가 시민에게 돌아오기까지 110년 걸렸다.

 

한때 조선시대 왕족과 명문 세도가가 살던 땅으로,

구한말 친일파 윤덕영과 윤택영 형제가 땅을 소유해 집을 지었다.

1938년에는 윤덕영 집이 일제 수탈기관인 조선식산은행에 넘겨지며 사택으로 쓰다

해방 후에는 미국으로 넘어 가 1940년부터 1990년까지 미 대사관 직원 숙소로 사용되었다.

 

미국이 부지를 반환하고 삼성이 국방부에서 1,400억에 사들이면서 송현동 부지는 민간 소유가 되었다.

그러나 삼성은 건축 규제에 부딪혀, 2008년 대한항공에 2900억에 팔았다.

 

대한항공은  7성급 한옥 호텔을 만들려고 했으나 교육청과 서울시의 반대에 부딪혔다.

 호텔 건설을 포기하는 대신 '복합문화허브'를 조성하려 했으나

한진 그룹 일가의 비리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걸려 손을 들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대한항공, 한국토지주택공사 3자 매매교환방식으로 송현동 부지를 확보했다.

대한항공에서 5580억 받고 주택공사에 넘긴 후, 다시 서울시 소유 땅과 맞바꾸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서울시 자료사진

 

그래서 송현동 부지(37117)가 녹지광장으로 바뀌어 시민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이다,

서울광장의 약 3배이고 연트럴파크와 맞먹는 규모다.

 

서울시는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준비하며 열린 공간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인사동과 북촌, 광화문, 청와대로 이어지는 지름길을 만들고,

그늘막과 벤치 등 시민 휴게시설과 공연 및 전시 공간도 꾸릴 예정이었다.

 

110년 넘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공간인 만큼, 

최소한의 시설물만 배치하여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2024년까지 송현동 부지에 대한 조성을 끝내고,

2025년 이건희 기증관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오는 7월 새 광화문광장 개장 시기와 연계해 올 하반기 임시 개방할 예정이다.

최근 청와대 개방에 따른 광화문 일대 교통정체가 극심하여

송현동 부지를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송현동 부지는 관광버스 수백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고

국립현대미술관(서울) 뒷편과 맞닿아 청와대까지 걸어서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아 주차장으로 사용할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다만 6월 말 임시 개방에 맞추어 녹지를 조성해야 하므로

청와대 1차 개방기간 동안만 주차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