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답답한 세상을 산지가 이년이 넘었으나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다들 외출을 자제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나 책은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엔 책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하기야! 나 역시 모르는 것은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신문 한 장 보지 않는 판에...

 

지난 8일 오후 여섯시 무렵 정영신씨와 함께 ‘눈빛출판사’ 예술산책이 있는 ‘경의선 책거리’에 갔다.

부산에서 이광수교수가 올라 오셨는데, '눈빛출판사 이규상씨와 사진가 김문호씨도 와 있었다.

격리기간 중에 약속한 일이라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쳐두고 기다린 날이었다.

 

모처럼 반가운 분을 여럿 만났는데, 전시장 아닌 책방에서 만나는 기분은 또 다르다.

새로 나온 따끈 따근한 사진집을 살펴보는 설레 임을 알랑 가 모르겠다.

초딩 때 방학 책 받아보는 그런 기분 말이다.

시인이며 무용평론가이고 서양화가인 고)김영태선생의 '초개일기'가 서거14주기를 맞아 나왔고,

마지막 사진집이 될지도 모르는 한정식선생의 ‘가을에서 겨울로’도 눈에 밟혔다.

 

힌두교사 깊이 읽기/ 이광수 지음 푸른역사/ 2만 5000 원

이광수교수로 부터 ‘푸른역사’에서 펴낸 ‘힌두교사 깊이 읽기’란 책도 한 권 선물 받았다.

그 책은 힌두교에 대한 모든 것을 밝힌 책인데, 불교를 제대로 알려면 힌두교부터 알아야한단다.

힌두교를 모르는 불교 공부는 반쪽짜리라는 말에 더 관심이 생겼다.

불교가 인도의 역사에서 태어나 항상 힌두교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변화했기 때문이란다.

 

이광수교수는 정치평론에서부터 사진평론에 이르기 까지 다방면에 해박하지만,

국내 유일의 힌두교사 전공자로 부산외대에서 인도학을 가르치고 있다.

너무 많이 알아 구라나 글 빨이나 아무도 당할 자가 없다.

오죽하면 교수가 아니라 교주로 부르겠는가?

 

책 1부에서는 '힌두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고,

2부는 힌두교 형성 과정의 역사를 통해 힌두교 기원을 찾았다.

힌두교가 체계화되고 불교가 발생하는 과정을 살펴 본 것이다.

3부에서는 힌두교가 세 가지 전통을 흡수 통합하는 과정과,

힌두교의 구동 장치로서 바르나(카스트)를 분석했다.

 

뒤이어 힌두교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관용 그리고 관용과 뗄 수 없는

박해와 개종이 힌두교에서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었는지를 구명했다.

30여 년의 연구를 통해 "힌두교가 형성되고 변화해 온 모습과 성격을

인도사의 흐름에 따라 역사학적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상상으로 그려진 힌두교에 힌두교 본연의 색을 입혔다“는

'푸른역사' 신간 ‘힌두교사 깊이 읽기’를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는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대료가 비싼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있는 지금의 사무실을 없애고 파주로 옮긴단다.

이제부터 사진집 출판도 엄선해 줄여나가야 할 처지라는 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사진의 대표출판사인 ‘눈빛출판사’가 이럴 진데 군소출판사야 어찌 버티겠는가?

책 사보지 않는 풍토는 사진집을 펴내야하는 사진가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간다.

다들 필요한 책들을 살펴보고, 이제부터라도 책보는 것을 생활화했으면 좋겠다.

 

길거리는 많은 젊은이들이 오갔지만, 책거리에 널린 책방을 찾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규상씨 따라 ‘경의선’이란 술집을 찾아갔다.

다섯 명이라 두 테이블에 나누어 앉을 수밖에 없었지만, 모처럼의 정겨운 자리였다.

술도 담배도 자가 격리 후 보름 만에 맛보는 터라 입에 짝짝 달라붙었다.

 

고기 굽는 데는 따를 자 없는 김문호씨가 구운 삼겹살로 입 호강을 했는데,

술만 취하면 나이 값을 못하는 내 버릇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어찌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뱉을 수 있단 말인가? 요즘처럼 남자 수난시대에...

또 하나 신기한 것은 흡연자가 별로 없는 판에 네 사람 모두 골초라는 점이다.

밖에서는 피우고 안에서는 마시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차로 간 ‘홍대포’집에서는 주량을 초과해 더 이상 마실 수가 없었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 원수를 살아생전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술김에 간크게도 택시를 불러 세웠는데, 거침없는 말에 삐쳤는지 정동지 입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신이시여! 굽어 살피소서.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지난 주말은 비가 내리다 햇볕이 나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였는데, 황사까지 겹쳤다,

주말이라 녹번동 갈 준비를 하던 참에 경의선 책거리에 나왔다는 김보섭씨 전화를 받았다.

지하철이 지나치는 길이라 홍대입구역에 먼저 내렸다.

6번 출구로 걸어가니 김보섭씨가 지하철역으로 오고 있었다.

사람을 불러놓고 가는 줄 알았는데, 화장실에 간단다.

 

‘눈빛출판사’ 예술산책에는 김보섭의 ‘자유공원’ 책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자유공원을 주제로 찍은 사진 14점이 걸렸는데,

책상에는 그동안 출판한 김보섭씨의 사진집 10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김보섭씨는 나보다 나이는 적지만, 사진을 시작한 시기는 비슷하다.

83년 무렵 ‘동아미술제’에 당선된 ‘곡마단' 사진으로

사람보다 사진을 먼저 알았지만, 그를 만나게 된 것은 95년이었다.

내가 일한 ‘삼성포토갤러리’에서 개인전 ‘청관, 인천 차이나타운’이란 첫 전시를 열면서다.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십 년이 지난 데다,

그동안 출판한 사진집이 열권이나 되었다.

신포동, 양키시장, 자유공원, 연평도 등 그의 주제는

항상 자신이 태어난 인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사라져가는 인천에 관한 모습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다.

지역 공간은 물론 사람이나 일터 등 여러 하위문화를 기록했는데,

중요한 것은 사진 미학적으로 뛰어난 물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는 물론 이미지가 잘 다듬어 진 시어 같다.

 

향토애와 인간애를 기반으로 한 그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해석하며 재현하는 그만의 독특한 사진세계를 보여준다.

 

이번에 출판한 ‘자유공원’은 인천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쯤은 찍었을 것이다.

그 역시 자유공원 부근에서 태어나고 살았던 친숙한 공원이란다.

 

누구나 자유공원을 찍을 수야 있지만 수십 년을 꾸준히 기록한 사람은 없다.

사라진 것은 사라진 대로 남은 것은 남은대로 자유공원의 반세기를 기록한 것이다.

 

전시와 책들을 살펴본 후 그를 따라 인근 식당으로 갔다.

도다리 쑥국을 잘하는 곳이 있다는데, 침이 꿀꺽 넘어갔다.

오래 전 친구 따라 갔던 창원의 모 식당에서 먹어 본 도다리 쑥국을 잊지 못해서다.

그런데, 한 발 늦었다. 도다리 쑥국은 3월이 지나면 맛이 없어 하지 않는단다.

대신 고등어 회에다 소주 한 잔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김보섭씨의 책방은 오는 5월 9일까지 열린다.

따뜻한 봄날 경의선 책거리로 산책가자.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경의선 책거리 ‘예술산책’은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 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3일 정오무렵, 경의선 책거리에 있는 ‘눈빛출판사’ 북 스토어 '예술산책'에 들렸다.

작년 11월 28일 ‘예술 산책’ 개장과 함께 차려진

장터 사진가 ’정영신의 책상‘을 철수하기 위해서다.

 

'경의선 책거리'는 2016년 마포구에서 조성한 책 테마 거리로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 있다.

와우교까지 250m 거리에 마치 기차 객실 같은 책방이 길게 이어져 있다.

 

정영신씨는 ‘장에 가자’를 펴낸 후 약4개월 가까이

‘예술산책’에서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 닫을 때가 더 많았으나

처음 마련된 책상이라 좋은 경험이었다.

 

책상이 마련되어 여러 차례 들렸는데, 주말에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산책코스였다.

책방을 찾는 손님도 제법 많았다.

올 때마다 진열된 사진 책을 둘러보지만,

아무리 보아도 반갑고 흐뭇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눈빛출판사’가 없었다면 이처럼 소중한 사진들이 파묻힐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이르니,

어렵사리 운영해 온 이규상씨의 노력이 새삼 고마웠다.

 

갈 때마다 새로 나온 사진집도 만날 수 있지만, 몰랐던 사진집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는 이광수교수가 '눈빛사진학개론' 2편으로 펴낸 ‘붓다와 카메라’를 발견했다.

2015년 발간되었는데, 왜 여지 것 몰랐을까?

그래서 이런 전문서적 북 스토어가 필요한 것이다.

그 외도 소장하고 싶은 사진집들이 많았으나

주머니 사정으로 ‘붓다와 카메라’ 한 권만 구입했다.

 

이런 저런 사진집을 살펴보는 중에 이규상대표와 사진가 전민조씨가 나타났다.

전민조씨는 ‘손에 관한 명상’ 재 전시를 앞두고 사진집 재고를 알아보기 위해 왔단다.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문선호씨 유작전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한정식선생 이야기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정영신의 책상' 다음 작가는 다큐사진가 김지연씨다.

연변과 일본 등지에 흩어져 사는 조선인들을 찾아다니며

20여 년 동안 기록해 온 취재기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출판되었다는데,

김지연의 책상은 3월 24일 부터 4월 11일까지 마련된다.

 

지루한 코로나로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즈음, 경의선 책거리에 봄바람 쐬러 가자.

보석 같은 사진집 만나는 기쁨이 봄바람에 비길소냐?

 

사진, 글 / 조문호

 

공유 공간 ‘마인’은 말 그대로 문화를 나누는 곳이다.

 아산시 온천동 상가에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 곳에서 기획, 추진하는 일은 깜짝 놀랄 일이었다.

뭉친 젊은이들의 생각도 올곧지만 의욕도 대단했다.

머지않아 지역문화를 꽃피우며

지역과 지역을 잇는 문화 메신저로서 큰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왜 문화 예술이 서울에 집중되어야 하냐?”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문화 예술은 대중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단다.

팀장인 김선우씨만 50대지, 나머지 세 사람은 20대였다.

정영신씨 말에 의하면 김선우씨 주 특기가 들이대는 것이란다.

아직까지 수익이 없어 다들 무임금으로 일하는 게 안타까웠는데,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이 절실했다.

 

난, 공유공간 ‘마인’ 팀과 만나기는커녕 전화도 한 적 없었다.

정영신씨와 협의한 일이라 내용도 모른채, 시키는 대로만 했다.

꼬장꼬장한 영감쟁이라 쓰리쿠션을 친 모양인데,

밥이라도 한 술 얻어먹으려면 정동지 말에 어떻게 토 달수 있겠나?

 

어느 누가 자기 전시한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있겠냐마는 나는 사정이 좀 다르다.

아마 직접 제안 받았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전시할 형편도 되지 않지만, 문제는 어느 한 가지에 집중된 내용이 아니라,

마치 유작전 같은 백화점식 전시라는 것이다.

내 사진은 잘 못된 것을 개선하기 위해 알리는데 목적을 둔 사진들이라

이 것 저 것 떠벌리는 전시는 딱 질색이기 때문이다.

 

기획팀들이 어디서 찾아 냈는지, 보낸 이미지가 대략 30여장 되었다

 이미지 목록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원고도 제법 섞여 있었다.

스캔 받지 않은 것도 더러 있었는데, 필름은 손 댈 여력이 없었다.

다시 보내 온 이미지마저 수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몇 명이 달라붙어 내 자료를 샅샅이 뒤진 것 같았다.

 사진집은 물론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과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 까지 뒤져, 모든 것을 알았다.

여러 명이 찾아낸 이미지를 펼쳐놓고 협의하여 선택한 사진이라 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선택하였으니, 어쩌면 더 객관적일 수도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사진을 모두 찾아주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일을 추진하는 그런 열성에 어찌 감복하지 않겠는가?

 

나야 시키는 대로 이미지를 찾아주는데 그쳤지만,

정동지가 프린트하면 내가 잘라야 하고,

액자 맡기러 가면 따라가야 하니 같이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비용 줄이려고 삼각지 액자집에 맡겼다.

사업 전모는 뒤늦게 알았지만, 협력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사진 사이즈가 크지 않아 아담한 전시가 되겠지만,

타지역으로 이어가며 계속 다른 전시로 확대시키는 릴레이 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협동조합도 추진하고 있단다.

이번에는 지자체에서 작품제작비 정도 지원했다지만,

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사업이 틀림없었다.

 

타 지역도 마찬가지다.

큰 미술관이 아닌, 사람들이 쉽게 드나드는 곳에 공간을 만들어

작은 예산으로 지역민과 예술이 친숙해져,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드디어 공유공간 ‘마인’팀과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지난 27일, 맡겨 둔 액자 찾아 가는 길에 경의선 책거리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김선우 팀장 따라 온 김 온 군과 양햇살 양도 믿음직했다.

일찍 장가갔으면 딸과 손자 뻘 되는 어여쁜 청춘이었다.

다들 싱글 벙글 웃어 기분이 좋았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지껄여 실수는 안 했는지 모르겠다.

기념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시고 밥도 같이 먹었다.

다섯 명이라 두 팀으로 나누어, 땀을 흘려가며 육계장을 먹었다.

 

오랜만에 경의선 책거리에 있는 ‘눈빛출판사’ ‘예술산책’에도 들렸다.

'마인' 전시공간에 작가의 책은 물론 좋은 사진집도 함께 전시, 판매한단다.

사진집 목록에 따라 책 구입을 한다지만, 책 구경 하러 간 것이다.

 

'예술산책'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제법 많았다.

전시장 입구에는 새로 나온 사진집도 진열되어 있었다.

김보섭씨의 ‘자유공원’사진집이 눈에 띄었다.

‘그 곳에서 정영신의 ‘장에가자’ 전시가 진행 중이라, 장터 책도 골고루 구입하더라.

 

이제 ‘공유공간 마인’이 하는 사압에 불 지필 일만 남았다.

“자! 돌리고 돌리자, 코로나 이놈을 문화예술로 녹여버리자“

 

사진, 글 / 조문호

 

정영신사진

정영신씨의 ‘장에 가자’ 전시는 끝났으나, 책방전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의선 책거리의 ‘예술산책’에 이어 은평구 불광동 ‘대한생명빌딩’ 지하의

‘불광문고’에서도 열리고 있다, 전시와 함께 정영신의 장터 도서 코너도 마련되었다.

 

이 전시는 시나리오 작가 최근모씨 주선으로 연결되었는데, 덕분에 좋은 서점을 알게 되었다.

'불광문고'는 1996년 문을 열었으니, 올 해로 24년차인 오래된 서점이다.

대형마트에 밀려나는 재래시장처럼, 동네 서점도 점점 사라지는 현실에

변두리 대형서점이 살아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요즘은 서점을 찾지 않고 대개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한다. 

인터넷 서점은 할인에다 무료 배송까지 해주니 누가 서점에 가겠는가? 

그러나 이곳은 서점을 넘어 동네 사랑방 구실도 하고 있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불광문고'는 끝까지 지켜 낼 작정이란다.

 

다행히 오랫동안 문고를 애용한 단골손님 덕에 그나마 적자는 면할 수 있다는데,

불광문고를 운영하는 분의 책에 대한 애착이나 자부심도 대단했다.

아무리 세상이 편리하게 바뀐다 해도 서점을 둘러보며 좋은 책을 만나는 즐거움에 비길 수 있겠는가?

 

 

행여 부근을 지나치는 걸음이 있으면 한 번 들리시어 좋은 책들 구경하고 가세요.

 

사진, 글 / 조문호

 

난, 우물 안 개구리였다.

아는 체 하는 꼰대 짓을 곧 잘 하지만,

홍대 가까이 ‘경의선 책거리’가 있는 것도 몰랐다.

그것도 만들어진지가 4년이 되었다는데....

 

 2016년 10월, 마포구에서 조성해 놓은 '경의선 책거리'는 책 테마 거리였다.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부터 와우교까지 약 250m 거리에

마치 기차 객실처럼 만들어진 책방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젠 기차역이 아닌, 산책로와 책거리로 살아났지만,

옛 느낌을 그대로 살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그지 그만 이었다.

역 모양의 플랫폼도 있고, 다양한 조형물이 볼거리를 더했다.

 

책을 두루 구경할 수 있는 산책 코스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눈빛출판사‘ 전용 북 스토어 '예술산책'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 곳에 장터 사진가 ’정영신의 책상‘이 마련된 것이다.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에 이은 자린데,

그동안 발행된 정영신씨의 책과 사진 작품을 함께 보여주는 책방 전시다.

 

지난 28일, 준비할 때 빠진 작품을 챙겨 다시 나갔더니,

사진가 김수길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십 년동안 기록해 온 ‘낙산아랫동네이야기’사진집을 전해주려 온 것이다.

좀 있으니, 인천의 김보섭씨도 들렸다.

 

 반가운 사진가와 좋은 책을 두루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

 

흔히 만날 수 없는 좋은 사진집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는데,

김운기씨의 ‘어머니, 그 고향의 실루엣’사진집을 만났다.

잊혀가는 고향과 그 때 그 시절이 생각나는 사진이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갖고 싶은 책 한 권사는 재미를 알랑가 모르겠다.

 

차려놓은 '정영신의 책상'에는 그동안 출판된 여러 권의 저서가 모아졌고,

책방 요소요소에 정영신씨의 ‘장에 가자’ 사진들이 내 걸렸다.

 

그런데,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던 '정영신의 장터순례기'도 보였다.

창고 정리하다 나온 10여권 뿐이라는데, 끝날 때까지 남으면 저자가 구입할 책이다.

 

작가의 포토 포트폴리오도 내 놓아, 마음에 드는 작품은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운이 좋으면 저자나 이규상씨도 만날 수 있고...

 

‘정영신의 책상’은 12월 13일까지 열린다.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오전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나와, 나온 방향으로 100m 지점이다.

 

경의선 책거리에 있는 '예술산책'으로 구경 오세요.

모든 서적은 10% 활인 판매됩니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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