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형작 '알혼섬' 2016 캔버스에 연필 162.2X112.1cm



‘춘천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강렬하게, 리얼하게” -바이칼에서 강원 춘천까지-가 26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난13일에는 역사학자 주재혁의 ‘바이칼과 아리랑’에 대한 강연도 있었다.
“바이칼호반 원주민 부리아드 코리족은 코리안(고려인)이란 종족이름을 가졌다, 이태리인처럼 가창력이 뛰어난 바이칼호반 코리족들은 ‘아리랑’가락이 본래 당신네 가락이 아니고 우리 가락이었다고 말했다”며 우리 민족의 뿌리였음을 강조했다.



길종갑작 '바이칼 답사기' 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
 

개막식에는 참여작가인 권용택, 김대영, 김용철, 길종갑, 서숙희, 신대엽, 이재삼, 황재형, 황효창씨를 비롯하여 미술평론가 최형순, 춘천문화재단 상임이사 이치호, 화가 함 섭, 장경호, 노용춘, 전강호, 도예가 신동여, 사진가 정영신, 하재은, 최용주, 목공예가 류정호, 시나리오작가 최근모 등 100여명이 참석했으나, 대개 모르는 분이 많았다.



권용택작 '바이칼-오대산천까지' 2016 캔버스에 아크릴, 먹 324X260.6



이 전시는 바이칼 현장답사를 해가며 우리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으려는 기획 의도는 좋았으나, 준비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그러나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민족 원형의 동질성이 작품 여기 저기 드러나 있고, 작품 곳곳에 선조들의 영혼이 떠도 는 것 같았다. 



이재삼작 '달빛' 2016 charcoal on canvas 80x194cm


 
이재삼의 작품 ‘달빛’은 ‘저 알혼섬이 영혼의 섬은 아닐까?’하는 몽환적 분위기로 끌어들였다. 물안개의 미묘한 질감 또한 이재삼의 목탄화가 아니면 아무도 살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황재형 역시 목탄으로 그린 작품이 있었다. 높은 절벽아래 이는 물빛을 담은 알혼섬’이란 작품은 대자연의 위엄 속에 마치 선조들의 혼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권용택의 작품 ‘바이칼-오대산천까지’는 바이칼에서 시작된 우리민족의 이동경로가 느껴지고 있었다. 수원화성과 오대산, 바이칼에 이르는 대서사가 한 프레임에 나누어지고 있었지만, 이질감 없는 동질성으로 응축되었다.
 


황효창작 '바이칼의 혼'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cm



인형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황효창의 ‘바이칼의 혼’은 나무에 얼 킨 오방색 천으로 우리 무속신앙의 원형을 보여주었으며, 길종갑의 작품 ‘바이칼 답사기’의 강렬한 원색적 터치는, 알혼 섬이 맑고 깊은 생동의 기운으로 넘치게 했다. 김대영의 ‘알혼섬의 사랑바위’는 그의 방식대로 오방색과 왕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바이칼을 시원의 의미를 가진 민족의 양수로 표현하고 있었다. 김용철의 ‘바이칼의 노래’는 아리랑이라는 음악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동질성을 나타냈다.



김용철작 '바이칼의 노래' 2016 한지위의 아크릴릭 250x90cm



  서숙희작 '바이칼 가는 길-샤먼을 부르는 바람' 2016 리넨에 아크릴채색 117x73cm



또한 서숙희의 ‘샤먼을 부르는 바람’이라는 작품은 바이칼에 이는 바람을 그렸는데, 그 시적 분위기가 독창적이었다. 신대엽의 ‘아무 것도 아닌, 그러나 모든 것인’이란 작품은 옛 풍속도나 신선도처럼 시간을 초월하는 묘미가 있었다. 우리민족 고유의 가락 잡힌 낙천성이 깃들어 있었다. 난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사람에서 찾았기에, 실 한 올 걸치지 않은 남자의 몸을 바이칼 호수 변에 세우기도 했다. 




 신대엽작 '아무 것도 아닌, 그러나 모든 것인' 2016 리넨에 먹과 채색 210x400cm



전시장을 메운 작품들은 텅 빈 가슴을 어루만지는 한 구절의 시, 내면에 깃든 잠재력을 일깨우는 음악, 새로운 힘이 솟게 하는 춤사위 같이 감상자들을 피안의 세계로 끌어들이며, 우리의 장대한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김대영작 '알혼섬의 사랑바위'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x130,3cm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최형순은 서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작가들이 바이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담은 아리랑으로 펼치는 우리민족의 이야기가 다채롭다. 강원도 작가들의 전국적인 유명세도 상상이상이다. 불의에 기웃대지 않는 작가적 자존심도 그 크기에 못지않다. 살아있는 땅의 역사에 살을 부비며 그 안에 깊숙이 배어있던 모습들도 그대로 들추어냈다.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려하는 진실의 태도를 거기서 배운다. 미래를 맞는 준비도 거기서 가능하다. 이들이 펼치는 그 미술 자체가 겨레의 노래이며 아리랑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글 / 조문호



조문호 작 '바이칼에서 길종갑' 2016 잉크젯프린트 110x 210cm








 


사진- 좌로부터 전시기획자 최형순씨와 참여작가 길종갑, 김대영, 서숙희, 조문호, 권용택, 신대엽, 황효창, 김용철, 황재형씨



‘춘천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강렬하게, 리얼하게” -바이칼에서 강원 춘천까지-전시가

지난 13일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개막되었다.

이 전시가 기획되며, 오월 중순경 바이칼 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만을 토로하며 망설이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바이칼 답사를 떠나는 취지는 이해되었으나 기간이 너무 임박해 자칫 중구난방의 전시가 될 확률이 높은데다,

결국 참여 작가들의 작업비를 여행경비로 소진하는 것이 가난한 작가 입장에서는 열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 웃기는 것은 내가 내놓은 남자 알몸 사진을 두고 말이 많았다는 것이다.
집행부를 향한 길종갑씨의 투덜거림으로 대충은 짐작했지만, 뒤늦게 황화백이 귀띔해 준 것이다.

‘춘천문화재단’ 관계자들의 생각인지, 미리 겁먹은 기획자 최형순씨의 생각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보수적인 안목으로 어떻게 전시를 추진하는지 걱정스러웠다.

전시장에 도착하니, 역사학자 주재혁씨의 ‘바이칼과 아리랑’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끝날 시간이 다 되어 사진만 찍고 강연은 듣지도 못했다. 그마저 멀리서 온 분들이 기다리고 있어 입구로 나와 버렸다.

화가 장경호씨를 비롯하여, 오래 전 모델에 되어주었던 도예가 신동여씨와, 화가 전강호씨가 와 준 것이다.

당사자들을 자신의 사진 앞에 세워 기념사진을 남기려는데, 갑자기 ‘우두둑 꽝’하는 굉음이 전시장을 메웠다.

돌아보니 강의 듣던 황재형화백이 뒤로 나 자빠지고 있었다.

황소 같은 황형의 무게를 프라스틱 의자가 감당하지 못해 의자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몸은 커지만 예민한 양반이라 살아남았지, 나같이 멍청한 사람이라면 뇌진탕으로 갈 뻔한 사고였다.

정말 황화백은 대단한 분이었다. 바이칼 답사 때도 사진과 동영상으로 세세히 기록하는 열성을 보이더니,

출품작 여덟 점 중 전부가 바이칼을 소재로 한 신작이었다.

불과 한 달 보름동안 그 대작들을 다 그렸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다른 분들은 한 두 점도 힘들게 마무리했다는데, 이건 꼼짝 않고 그림에만 메 달렸다는 이야기다.

그의 투철한 작가정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막시간이 가까워오자 한 사람 두 사람 몰려들기 시작했다.
'춘천문화재단' 이치호 상임이사, 화가 함 섭, 노용춘, 사진가 정영신과 하재은씨, 목공예가 류정호씨,

시나리오 작가 최근모씨, ‘아트인라이프’상임이사 최용주씨가 있었으나, 대개 모르는 분이 많았다.

미술평론가 최형순씨의 간단한 작가소개가 있은 후, 황재형, 이재삼씨가 나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작품들을 둘러보다, 참여 작가들의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모두 불러 모았다.

아내더러 사진을 찍으라고 카메라를 넘겨주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이재삼씨가 빠져있었다.

찍기 직전에 분명히 전시장에 있었는데, 어디로 빠졌을까? 귀가 막힐 노릇이었다.

어쨌든 이차까지 넘어 간 뒤풀이에서 꼴리는 대로 놀았고, 술도 어지간히 마셨다.
두 번 째 납치되어 간 곳은 어느 전망 좋은 호수 가였는데, ‘갤러리 파코도노’라 적혀 있었다.
놀란 토끼처럼 전시장을 비롯해 여기 저기 돌아다녔는데, 한 쪽에는 노래방기계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막걸리와 소주는 없을 것 같았는데, 대신 위스키가 나왔다. 누구 주머니를 터는지는 몰라도 신나 부렀다.

오랜만에 촌놈 목구멍에 때 벗기느라 바빴다, 술 마시랴! 사진 박으랴! 춤추랴! 노래 부르랴! 정신없었다.

아! 그런데 밤 열시가 되니 슬슬 불안해 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지막 전철이라도 탈 요량으로 살그머니 빠져 나와 버렸다. 재미있게 노는데, 간다면 판 깨기 십상이잖아.

그런데 그곳이 어딘지 한참을 걸어 나왔는데도, 택시는 물론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가게하나 찾아 콜택시 전화번호를 얻긴 했지만, 상봉역이 종점인 전철만 남아 있었다.

살았다 싶어 퍼져 앉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들여다 보니 장경호 전화였다.

“아이쿠! 장경호를 남겨두었구나”, 뒤늦게 사태파악을 했으나, 아니나 다를까 전화통에다 지랄 같은 욕을 퍼부어 댔다.

 미안한 마음도 잠시 뿐, 너무 열 받아 전화를 끊어 버렸다.

술이 취해 잠에 빠져들었는데, 얼마나 잤는지 승무원이 깨웠다.

택시비 적게 내려고 상봉역에서 돌고 돌아 독립문이 종착지인 3호선을 간신히 탈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한시가 넘었는데 , 일찍 온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별일 없느냐고 묻기에 장경호를 흘리고 왔다 했더니, 당신 치매아니냐며 나무랐다.

“야! 고마 자빠져 자자. 알아서 하 것지. 지가 한 두 살 묵은 아가? ”


사진,글 / 조문호





























































































































황재형작 '칸차르다흐 2016 캔버스에 유채 162.2x112.1



"강렬하게, 리얼하게"

-바이칼에서 춘천까지-


최형순 / 미술평론가







황효창



바이칼의 혼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


광화문에서 2016 캔버스에 유채 200x200


광화문에서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 / 광화문에서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




길종갑


바이칼 답사기 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


화전 2014-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7점)


화악산기 2015-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





김대영



알혼섬의 사랑바위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 x 130.3


숲길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x 97


상춘의 봉의산길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x 97




김용철



바이칼의 노래 2016 한지 위의 아크릴릭 250x90







조문호



길종갑 2016 바이칼 110x210


김의권 1991 울산 언양 110x210


전강호 2008 양주 송추 110x210





권용택



바이칼-오대산천까지 캔버스에 아크릴, 먹 324.4x 260.6


오대천의 수달 2011 캔버스에 아크릴 162x 130


산불 2000 캔버스에 아크릴  184x 73





황재형


알혼섬 2016 캔버스에 연필 162.2x 112.1


역사는 선비와 함께 흐른다 2014,7 캔버스에 목탄과 짚신 259,1x 162,1


아! 이르쿠츠크 2016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97x162.2 /  33,4x53





이재삼



달빛- moonscape- 2016 charcoal on canvas 80x 194


달빛- moonscape- 2013 charcoal on canvas 227x 543


달빛- moonscape- 2009 charcoal on canvas 259x 582






서숙희



바이칼 가는 길 - 샤먼을 부르는 바람 2016 리넨에 아크릴 채색 117x 73


바이칼 가는 길 - 샤먼을 부르는 바람 2016 리넨에 아크릴 채색 162x 97


반짝이는 나무 2016 리넨에 아크릴 채색 116x 73





신대엽


아무 것도 아닌, 그러나 모든 것인 2016 리넨에 먹과 채색 210x 400

 번개시장 2007 순지에 먹과 엷은 색 200x 250


백작도 2015 순지에 먹과 엷은 색 162x 127







'춘천시문화재단'이 기획한 “강렬하게, 리얼하게”-바이칼에서 강원춘천까지-전이

7월13일부터 26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립니다.


시작되는 13일 오후1시부터 역사학자 주재혁씨의 ‘바이칼과 아리랑’이라는

주제의 특강이 있고, 개막식은 오후3시에  있습니다.


참여작가는 강원도에서 활동하는 권용택, 김대영, 김용철, 길종갑, 서숙희, 신대엽,

이재삼, 조문호, 황재형, 황효창씨 등 10명입니다.


많은 관심과 관람을 바랍니다.

사진은 지난12일 전시 준비를 하는 참여 작가들과 관계자들의 모습입니다.




























신대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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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집과밤_린넨에 아크릴릭_73x53cm



서숙희의 집과 밤그림전 개막식이 지난 9일 오후5, 통의동 류가헌에서 있었다.

그 전시장은 여러차례 가보아, 위치엔 신경 쓰지 않고 찾아갔다.

그러나 경복궁역에서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얼마나 헤매었는지, 30분이나 늦어버렸다.

 

어렵사리 찾았더니, 작가 서숙희, 신대엽 부부는 물론 황효창, 길종갑, 김대영, 최형순, 이수환씨등

춘천의 화가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있었다. 뒤늦게 사진을 찍었으나 그의 설거지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을 보며, 뭔가 아련한 몽환적 기억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인적 드문 곳에 자리 잡은 구멍가게나 집들의 흔적이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진 않았지만,

분명 오래 전 만났던 풍경이었다.

 

낮과 밤으로 나뉘어 그려진 집을 비롯해 물이나 풀, 창고 등의 형체가 희미한 안개나 어둠에 묻혀있었다.

선묘 형태로 형체를 흐릿하게 드러내며, 색채 깊숙한 곳에 묻힌 이담의 작품은 언뜻 추상화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그림들은 마치 슬픈 상처를 가린 듯, 아늑한 꿈 속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서숙희씨는 왜 그토록 집에 집착했을까?

인간의 삶이란 모든 것이 집에서 이루어진다.

사랑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 집에서 비롯되지만, 또 집에서 매일같이 밤을 맞이한다.

집은 작가의 많은 기억들을 끌어낼 수 있는 매개였기에 집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의 작품에는 변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도사리고 있었다.

오직 서숙희 만이 회억하며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 생각되었다.

작품은 작가 스스로의 위안이기도 했지만, 작품을 보는 감상자에게도 위안을 안겨주었다.

    


2015 밤길_린네에 아크릴릭_53x33cm


 2016  여름밤_리넨에 아크릴채색_73x61cm


2015 숲속의 집-밤_린넨에 아크릴릭_91x61cm


2016 밤_순지에 아크릴채색_53x34cm


2016 망초꽃핀 운동장_리넨에 아크릴채색_73x60cm


2015 차가 잘 다니지 않는 곳에 구멍가게를 내다_린넨에 아크릴릭_52x52cm



메밀꽃 필 무렵이란 뒤풀이 집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내 머리 속에 남은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술을 마시다, 다시 전시장에 들려 찬찬히 그림들을 둘러보다 무릎을 친 것이다.

맞다! 고등학생 시절, 버스 차장 때문에 본 풍경이었네

갑자기 아득한 추억 속의 그리움이 왈칵 밀려왔다.

 

그 추억은 반세기 전, 고등학교 다닐 무렵, 집에 가는 시외버스 탔을 때 일이었다.

그 날 처음 본 버스 차장의 매력에 끌려, 우리 동네를 지나치고 마냥 따라 간 것이다.

종점은 표충사인접 마을이었는데, 도착하니 서서히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소녀는 숙소로 사라져버렸는데, 이미 돌아 갈 차도 끊겨버렸다,

 

희미하게 길과 집들이 보였지만, 내가 안착할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하릴없이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본 희미한 풍경들이, 바로 서숙희의 그림 속에 똬리 틀고 있었던 것이다.

멀리 산길을 지나치던 자동차의 희미한 불빛도 보았고, 들어가 쉴 수 없는 집이나 창고도 보였고,

여기 저기 파수꾼처럼 버틴 희미한 나무도 보았던 것이다.

 

길섶에 앉아 두려움에 떨면서도, 이름도 성도 모르는 소녀 생각에 밤을 꼬빡 지센 것이다.

차라리 잠이라도 들었더라면,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희미하게 밝아오는 새벽녘의 풍경을 바라보며 돌아 왔던, 무모했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결론적으로 서숙희씨가 말하고자 하는 그림 이야기는,

잊혀져가는 그리움의 기억을 찾아내고, 슬픈 상처를 다독이며 서로 위안하는 것이었다.


류가헌’(02-720-2010)에서 열리는 이담 서숙희 그림전은 24일까지 이어진다.

이 살랑대는 봄날, 그 아련한 그리움의 풍경  찾아 가보자.

 

사진,/ 조문호





































































 

 

 

 

 

 

 

 

 



모처럼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선 집도 들리고, 영월 주촌장도 가고, 춘천에도 들렸다.
춘천은 사진 찾으러 갔지만, 화천 길종갑씨 작업실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농꾼의 화실, 뭔가 다를 것 같은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화가의 손은 거칠었다. 생김새도 거칠지만, 그 야생성이 오히려 인간다웠다.
그는 화천에서 태어났다. 공부하고 군대 간 시절 말고는 줄 곳 고향을 지킨 토박이다.

다들 편하게만 살려고 고향을 떠나지만, 그는 어머니까지 모시고 산다.
농사지으며 그림 그린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도마도 농사를 지었지만, 헛농사였다고 한다.
시세가 없어 모두 망쳤다는데, 자기야 그림이라도 있으니 괜찮다며 이웃들을 걱정했다
실속 없이 고생만 하는 농민들의 현실은 비록 여기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임대 창고를 빌려 쓰는 그의 화실은 엄청 넓어 전시장 같았다.
농번기가 되면 붓 잡을 겨를도 없을 텐데, 그의 작업량은 방대했다.
제대로 미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사는 주변 환경을 그려 “화천인문기행”이란 화첩도 만들었다.

내가 주목한 것은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그의 작업 태도였다.
대개의 작가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과장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친구는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하나 하나까지, 화폭에 담았다.
심지어는 땅 파는 포크레인까지, 사실 그대로를 재현한 것이다.
마치 다큐멘터리 사진처럼...

세월이 흐르면 자연은 그대로이겠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바뀔 수밖에 없다.
먼 후손들이 대할 때, 어떤 그림에 더 관심 가지겠는가?
돈 맛에 길든 수준 높은 기술자들이 득실대는 예술 판에 신경 쓰지 않고,
초지일관 밀어붙이는 그의 작업 스타일도 마음에 들었다.

강원도에는 그처럼 작업하는 작가가 많다.
태백의 황재형씨가 그렇고, 영월의 백중기씨가 그렇고, 춘천의 신대엽씨가 그렇다.
바로 이들이 강원도의 힘이고, 강원도의 희망인 것이다.

사진,글 / 조문호



-음력7월20일 "장삿날"-



-용화제-



-그림의 한 부분-


-그림의 한 부분-


-그림의 한 부분-


-어머니와 함께-


-황재형의 '터'-



강원도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강원도 리얼리즘 작가 열 명이 모였다.


꿈틀대는 진경산수와 질곡의 삶을 살아온 민초들의 모습으로,

 통한의 산천에 둥지 튼 사람사는 이야기를 담았다.

    

200평에 가까운  전시장을 채운, 이 대규모 기획전이 그 흔한 지원금 한 푼 없이

가난한 작가들의 주머니를 털었다는 것도 뜻하는바가 크다.

 

산과 함께한 격동의 강원 70년”전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30일까지열린다.



태백의 황재형 작품이다.

그는 광부생활까지 하며 작업 한, 치열한 작가다.

작가 아버지의 슬픈 모습에 내가 눈물이 난다.

 


터줏대감 격인 해방둥이 황효창의 작품이다 


 인형으로 현실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가려진 삐에로의 표정이 더 슬프다.


화천의 길종갑 작품이다.

만화경같은 초현실적인 풍경은 작가가 사는 마을의 한 풍경일 것이.

상여행렬도 보이고 운동장도 보이는, 삶의 당대 현실이 충실하게 재현되고 있다.


신대엽의 삶의 풍경이다

우리 시대사를 아홉 폭에 응축하였다.

이 한국화 역시 이웃의 평범한  모습과 주변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정선의 조문호 사진이다.

얼굴은 개인의 정체성 표식이자 문화적, 사회적 징후다.

이들의 얼굴과 몸에서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확인해 보는일은, 새삼 강원도의 정체성을 사유해 보는 일에 다름아니다.



영월의 백중기는 산이 품은 강과 그 강이 품은 마을을 그렸다.

 산길 따라 물길 따라, 붓 길까지 살아 꿈틀거린다.


 "수 만년 세월을 지켜 본 이 준령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작가는 적고 있다.


평창 진부의 권용택은  허리 잘린 국토의 아픔을 말하고 있다.

겸재와 단원이 실경을 위해 찾아갔던 곳,

금강과 강원의 산하를 화폭에 담았다.

.

춘천의 김대영 작품이다.

꿈틀대듯, 울부짓듯 에너지가 느껴진다

 

김용철은 나무판에 그림을 새겼.

거대한 판화의 목판 원본같은 작품으로, 살아 움직이는 조각에 다름아니다.

광복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김구선생의 모습도 새겼다.

그리움의 감성을 끌어내는 서숙희 작품이.

눈을 부라리고 보아야 보이는 정선가는 산길에 버스 한 대만 보일 뿐, 아득하다.

 아스라한 삶의 풍경이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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