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은 장모님께서 아흔 일곱 번째 생신을 맞는 날이었다.
폐암말기에다 고관절이 무너져 누워만 계셔야 하는 몸이지만,

백 미터 정도의 가까운 병원에 모셔두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아내의 효심을 갸륵하게 여겼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버텨 내신다.

오랜 세월 함께했던 ‘연세노블병원’에서 '노블요양원'으로 옮긴 지는 몇 일 밖에 되지 않았다.

마치 고려장에 끌려가듯, 죽어도 가지 않겠다며 버티셨지만, 더 이상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노블요양원'의 시설이 좋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들어 왔으나, 마치 호텔 룸 같았다.

2인실 방안에 화장실은 물론 갖가지 가전제품이 다 마련되어 있었다.

돌보는 요양사 또한 친절하고 부지런해 전혀 불편함이 없으나 장모님께서는 늘 부루퉁해 계신다.
“아무리 좋아도 집보다 못해야~”라는 말에 차라리 저와 자리를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농담까지 했다.

장모님의 적적함을 달래려, 생신날을 하루 앞둔 지난 일요일, 처가 식구들을 모아 파티를 마련했다.

아래층의 넓은 휴게실을 빌려 멋진 생일파티를 벌이려던 계획에 그만 차질이 생겨버렸다.

담당직원이 없어 에어콘을 가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저히 더위를 못 참아 바람이 통하는 옥상으로 자리를 옮겨야했는데,

등산 갔다 온 처제 내외는 아예 바닥에 돋자리를 깔아 버렸다.

한꺼번에 자식들과 손주들을 보게 된 장모님이 좋아하셨지만, 오래 앉아 계실 수가 없었다.

좀 있다 병실로 옮겼지만, 얼마나 힘들었는지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애주가 동서 이기남씨의 발동으로 요양원옥상에다 술판을 벌여 놓았으나

준비한 술이 모자라 가까운 우리 집으로 옮겨야 했다.

방안 구석구석 숨겨 둔 술병을 다 끄집어내는 통에 나도 맛이 가 버렸다.

젊은 처가 식구들 면전이지만, 체통이고 지랄이고 다 벗어 던져 버린 것이다.

꼰대 소리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제 버릇 개 주지 못하는 걸 어쩌겠는가?

술 마시다 다시 요양원에 들려 생일 케익 자르는 것으로 생신잔치는 끝냈다.

그런데 동서내외는 술이 취하면 꼭 노래방에 끌고 가는 버릇이 있다.

난, 기계에 끌려 가며 노래 부르는 것 자체를 싫어해 가급적 피하는 편이지만,

멀리 서 온 조카들 분위기 맞추려 따라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 역시 무반주로 요상한 노래를 불렀지만, 처제 내외도 정신없었다.

소리를 너무 질러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 와는 반대로 젊은 조카들은 차분하게 노래를 잘 했다.

그 날 함께했던 처제 정주영, 이기남씨 내외를 비롯해 심지윤, 김중오, 정호원, 유진숙,

정성태, 김소연, 김현아, 김희중, 김유원 등 모두들 와 주어 고마웠고, 즐거웠어요.
다들 바쁘지만, 틈틈이 할머니 뵈러 오세요.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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