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카페 '숨'에 걸려 있는 고 현재호화백이 그린 이선관 시인의 초상



지난 27일, '아라아트'김명성씨와 마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전시를 앞두고 걱정이 많아, 김명성씨 출장길에 따라 붙은 것이다.

9월초순 창원서 사진전을 열기로 했으나, 무엇을 보여 주어야할지 마음을 굳히지 못한 것이다.

전시장이 확정되어야 그 규모에 맞추어 사진을 제작할 수 있는데,

문제는 사진을 원하는 분들의 취향과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전혀 다른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아무리 작품을 팔기 위한 전시라지만, 새로운 메시지를 전 할 수 없다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쪽 팔리면 안 된다는 각오를 다지는 중에, 열차는 어느새 창원역에 도착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였는데, 마중 나온 아종호씨의 모습에 여러 번뇌가 단숨에 사라졌다.

그것은 시원시원하고 유쾌하게 사는 그의 삶이 가져다 준 천복이었다.

그 이후부터 마산에서의 일정은 종호씨가 이끄는 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회집에서 맛있는 볼락회로 배를 채우고, 고급 위스키에 취했으며, 호텔에 몸을 맡기는 칙사대접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는 이종호, 김명성씨 외에도 김의권, 이종재, 김보현씨 등 마창 지역의 지인들까지 함께 했으니

어이 즐겁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외동횟집에서 남성동으로 옮기다 오동동 거리를 지나치게 되었는데, 오랜 그리움이 왈칵 밀려왔다.

젊은 시절 그 곳에서 ‘바람개비’라는 학사주점을 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손님이 밀려들어 주체할 수 없었던 나날 들, 의자를 던져 음악실 유리창을 박살내며 행패를 부렸던 오동동 건달들,

아구찜 집에서 밤참 먹고, 친구들과 어울리던 장면 장면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또 대마초 단속요원에게 고려호텔로 끌려가 물고문 받던 지긋지긋한 일까지 다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난 여지 것 마산을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해 왔다.
그건 고향인 창영 영산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청춘의 대부분을 마산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아마, 나의 잠재적 욕정을 일으키게 했던 곳이 마산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구마산 역 뒷골목의 사창가였다.

이름을 잊어버린 그 녀의 애절한 노랫소리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차라리이~ 만나지나 않았더라면~

행복이 무엇인지, 몰 라앗 을 것을”으로 나오는 “왼손잡이사나이”란 유행가 가사 말이다,

가사도 가사지만, 노래를 불렀던 그 녀의 눈빛을 영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녀는 언제나 애틋한 사랑을 실어 온 몸을 불 태워줬다.

어쩌면 나를 원시의 성을 쫓는 잡놈으로 만들어 놓는 스승이기도 했다.

그래서 인지 오랜 세월 동안, 내 기억 속의 마산은 뜨거운 욕정의 도시로 각인된 것이다.
남성동의 ‘베니베니’커피집에서 자판기스타일의 커피를 주문했더니,

커피마저 사랑의 하트문양으로 덮인 달콤한 커피를 갖다 줬다.

커피 잔을 놓기가 무섭게, 그 옆의 갤러리카페 ‘숨’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술집 벽에는 고인이 된 현제호선생을 비롯하여, 곳곳에 알 만한 분들의 작품들이 걸려있고,

주인마담 민정씨가 치는 피아노 음률이 귀족적 분위기로 끌었지만,

나혼자 저질스러운 밑바닥 인생의 원초적 본능에서 헤어 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을 끄는 여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김성훈씨가 그린 누드화의 음모에 꼴렸다고 하는 게, 오히려 마음 편하겠다.

평소에도 많이 취하면 잠재적 본능이 꿈틀대긴 했으나,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술이 취해 다들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은 없었으나, 호텔에 들어서도 뜨거운 욕정은 식지 않았다.

정말 인간도 아니란 생각이 드는 건, 김명성씨는 걱정거리가 있어 혼자 바다 가를 거닐고 있는데,

어떻게 그 생각에서 벗어 날 수 없단 말인가?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길 뿐이었다.

그 때부터 신들린 무당처럼 대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신이시여! 이 악업을 어찌 하리오.
아무런 이유도, 대상도 없이, 욕정에 시달려야 합니까?“
단 하나 있다면 ‘욕정의 도시’라는 기억에 대한 답 입니다.


힘없이 벌컥거리는 눈물 닦으며, 개같이 쓰러져 잤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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