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선 집도 들리고, 영월 주촌장도 가고, 춘천에도 들렸다.
춘천은 사진 찾으러 갔지만, 화천 길종갑씨 작업실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농꾼의 화실, 뭔가 다를 것 같은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화가의 손은 거칠었다. 생김새도 거칠지만, 그 야생성이 오히려 인간다웠다.
그는 화천에서 태어났다. 공부하고 군대 간 시절 말고는 줄 곳 고향을 지킨 토박이다.

다들 편하게만 살려고 고향을 떠나지만, 그는 어머니까지 모시고 산다.
농사지으며 그림 그린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도마도 농사를 지었지만, 헛농사였다고 한다.
시세가 없어 모두 망쳤다는데, 자기야 그림이라도 있으니 괜찮다며 이웃들을 걱정했다
실속 없이 고생만 하는 농민들의 현실은 비록 여기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임대 창고를 빌려 쓰는 그의 화실은 엄청 넓어 전시장 같았다.
농번기가 되면 붓 잡을 겨를도 없을 텐데, 그의 작업량은 방대했다.
제대로 미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사는 주변 환경을 그려 “화천인문기행”이란 화첩도 만들었다.

내가 주목한 것은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그의 작업 태도였다.
대개의 작가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과장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친구는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 하나 하나까지, 화폭에 담았다.
심지어는 땅 파는 포크레인까지, 사실 그대로를 재현한 것이다.
마치 다큐멘터리 사진처럼...

세월이 흐르면 자연은 그대로이겠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바뀔 수밖에 없다.
먼 후손들이 대할 때, 어떤 그림에 더 관심 가지겠는가?
돈 맛에 길든 수준 높은 기술자들이 득실대는 예술 판에 신경 쓰지 않고,
초지일관 밀어붙이는 그의 작업 스타일도 마음에 들었다.

강원도에는 그처럼 작업하는 작가가 많다.
태백의 황재형씨가 그렇고, 영월의 백중기씨가 그렇고, 춘천의 신대엽씨가 그렇다.
바로 이들이 강원도의 힘이고, 강원도의 희망인 것이다.

사진,글 / 조문호



-음력7월20일 "장삿날"-



-용화제-



-그림의 한 부분-


-그림의 한 부분-


-그림의 한 부분-


-어머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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