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악을 저지하고, 백남기씨 쾌유를 비는 3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전국에서 동시 다발로 열렸다.
지난 19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소요문화제’에는 약 팔천 명 정도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소요’가 무엇인가? 사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들고 일어나 술렁거림’이라고 적고 있다.
경찰이 물대포로 백남기씨를 사경에 빠트린 그 사건에, 소요죄를 적용한다는 데 따른 저항으로 '소요문화제'라 했다.
시민들은 지내들 입맛대로 갖다 붙이는 엉터리 법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모두들 탬버린, 부부젤라, 막대풍선, 호르라기 등을 가져와 소란을 떨어 제켰다.
심지어는 양은그릇과 숱 가락을 가져 나와 두들기기도 했다.
잘 못된 법을 조롱한 것이다.
그리고 복면시위법을 비웃으며 가면을 쓰고 나온 분들도 많았다.
평화롭게 진행된 ‘소요문화제’를 사법처리하겠다는 등, 정권은 선량한 국민을 범법자로 내 모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다시 유신독제로 돌아가는 것 같은 살벌한 시국이다.
박석운 ‘민중의 힘’ 대표가 단상에 올라 “부마사태 소요죄를 적용한 박정희는 심복에 살해됐고,
광주시민들에게 소요죄를 적용한 전두환은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다”며 분노를 터트렸다.
이 날의 행사에도 백기환선생과 신학철, 장경호, 하태웅씨 등 여러 명의 지인들이 끝 까지 자리를 지켰다.
비록 그 분들만이 아니지만, 왜 이 추운 날씨에 시멘트 바닥에 앉아 생고생을 해야 하는지 마음이 아팠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현실이 더 암담했다.
행사를 마치고, 청계로를 거쳐 백남기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거리행진이 시작되었다.
청계로를 막 지날 무렵, “노동악법 중단하라”는 구호에 맞서 “시위를 중단하라”는 조그만 소리가 들려왔다.
청계천을 산책하던 70대 노인이 비아냥거리듯 한 말에, 옆에 있던 할멈이 옆구리를 찌르니 말꼬리를 감추었다.
시국을 잘 못 인식한 저런 분 때문에, 박근혜가 더 기고만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국민을 이렇게 양분시켜 놓고, 놀 것인가?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집에 갈 수가 없어, 인사동 ‘유목민’에 들렸다.
시위현장에서 만났던 장경호, 하태웅씨와 술 한 잔 했다.
뒤늦게 배인석, 이승철씨가 합류했고, 채현국선생과 정선의 전상현씨를 만나기도 했다.
술 자리에서, 소모적인 시위에서 벗어나 마지막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묵시(默示)"로 가자
백 명이고 천명이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모두 모여, 식음을 전폐하자.
병원으로 실려 가던, 화장터로 실려 가던, 끝 장을 내자.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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