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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PORTFOLIO  01

神堂

SPECIAL PORTFOLIO  02

지난 11일 늦은 오후, 정영신씨와 함께 박찬호씨 ‘신당’전시 보러 ‘금보성아트센터’에 갔다.

무당들의 기가 전시장을 가득메운 전시장에서 작가의 이야기를 듣던 중, 금보성 관장을 만났다.

차 마시러 올라 간 2층에는 유동명씨의 ‘사유의 이면’전이 열리고 있었다.

 모처럼 차 한 잔 마시며, 금관장 이야기를 듣는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유동명씨는 잘 모르는 작가였으나, 작업이 독특했다.

화폭에 닥종이를 반복적으로 한 땀 한 땀 덧대어가며 화면을 이루어 놓았는데,

짙은 회색 결이 물 빠진 바닷가 갯벌을 연상시켰다.

다양한 색조의 닥종이에 의한 콜라주 기법으로 단색조의 우아한 표면을 만들어 놓았더라.

 

아니나 다를까, 작가가 매일 만나는 군산 바닷가의 잔상을 화폭에 담았다고 했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갯벌의 느낌이 신비롭게 펼쳐져 있었는데,

그가 오랫동안 해온 일은 그림 그리는 일이 아니라 작품수집가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의 집념에 의한 노력은 어느 화가 못지않은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미련하리만큼 반복적으로 해 온 끈질긴 노력이 이루어 낸 성과였다.

 

금보성관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발굴하여 알리는 일을 오랫동안 해 왔다.

금보성관장도 쉬지 않는 열성화가이기에 많은 작품을 탄생시켜왔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는 다작의 작가를 특히 좋아해 도와주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2월1일부터는 태백의 광부 사진가 전재훈 초대전을 연다고 했다.

나야 전재훈씨를 잘 알지만, 태백 탄광에 박혀 있는 사람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는데,

전시 보러 온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오 가며 찍는 사진과 지하 4,000미터 막장에서 일하며 찍은 사진과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땀이 범벅되는 일을 하지 않고 어찌 광부의 고통을 알겠는냐며 동했다고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작업을 해나가는 작가의식에 탄복해 손을 건넸다고 한다,

태백에서야 여러 차례 광부 전시를 하고 사진집도 펴낸 바 있지만,

서울에서는 한 번도 전시를 갖지 않았기에 알리고 싶었단다.

 

‘금보성아트센터’는 4월 보궐선거 투표장으로 사용된 후 철거한다고 했다.

다시 건축하여 재 개관하려면 일 년 넘게 기다려야 한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저녁시간이 되어버렸다.

갈비탕이나 한 그릇 먹자는 말에 따라 나섰는데,

근사한 식당에서 자기는 육식을 안 하면서 갈비를 시켜 거지 몸보신 시켜주네.

 

좋은 전시 보고, 좋은 소식 듣고, 칙사 대접까지 받았으니,

이 어찌 도랑치고 게 잡은 일이 아니겠는가?

오래 전에 전시 한 번 하라는 도움제안도 들어주지 못했는데, 너무 송구스러웠다.

부디 새해에는 좋은 일 많기를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포토마가 주관한 제1회 FNK PHOTOGRAPHY AWARD 다큐부문 수상자전인

박찬호의 ‘神堂’이 오는 1월17일까지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박찬호는 10년 동안 인간의 죽음에 집착하여 그 현장을 찾아다닌 사진가다.

이번에 보여주는 ‘신당’은 이년 전에 발표한 ‘귀歸’에 이은 후속작업이다.

오래전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며 비롯되었다는 ‘귀歸’와

이번에 보여준 ‘신당’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사후세계에 빠져 들게 한다.

사람이 죽게 되면 어떻게 될까? 과연 저승이란 신화의 세상이 있는 걸까?

 

지리산 성모(마고성상), 모든 무당의 어머니

 

신을 모신 신당이란 무엇인가?

즉 산자와 죽은 자의 한을 풀어 주고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켜 주며,

신과 인간이 만나 어우러져 한 판 굿을 엮어내는 곳으로,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공간이 신당이다.

그 신당을 지키는 ‘신관’들이 심방, 당골, 무당의 이름으로 굿이라는 형식을 통해 제사를 지내는데,

무속은 신위에 신이 없고 신아래 신이 없다.

 

충남 황도붕기도당, 고 김금화 만신

 

사진가 박찬호의 귀신 작업은 아무나 접근하기 어렵다.

타계한 김수남씨 외에 무속사진을 찍는 여류작가가 있었는데, 어느 날 홀연히 세상을 떠난 것이다.

김수남씨야 술 때문에 떠났겠지만, 그 여인은 원인 모를 죽음이었다.

그 당시 귀신 씌여 죽었다는 말이 떠돌 정도라 접근하는 사진가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박찬호씨가 그 일을 해낸 것이다.

 

진도뽕할머니사당 악사 김오현

 

2년 전 ‘류가헌’에서 열리 ‘歸’사진전에서 작가를 만났는데, 마치 저승사자처럼 느껴졌다.

한마디로 귀신과 동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끼가 없다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대상이라는 말이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도 무당의 끼, 아니 신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강원 다목리여신당 만신 이해경

 

십 여 년 동안 종가집 제의는 물론 마을제, 당제, 다비식 등 귀신 나오는 곳은 빠지지 않고 찾아 다녔다.

이번 ‘신당’전에는 서울 남산국사당터를 비롯하여 보광동 ’흥무대왕 김유신사당‘, ’한강밤섬부군당‘, 한남동 ‘큰한강부군당, 봉화산 ’봉화산도당, 용문동 ‘남이장군사당’, 인왕산 ‘인왕산선바위’, 여의도 ‘방학좆이부군당’, 광명 ’ 구름산당숲‘, 안산 ’잿머리성황당‘, 군자봉 ‘시흥군자봉성황제’ 수원 ‘벌말도당굿’, 강화도 ‘외포리곶창굿’, 수원 ‘거북신당’, 강원도 화천 ‘화천다목리산신당‘, ‘양양 서문리 양지말 성황사’, ‘대관령국사성황당’ 부산 아미동 ‘아미골까치산당산’, 구포 ‘대리당산’, 해운대 ‘죽성리성황당’, 서대신동 ’봉래산산제당‘, 영도 ‘조도당산’. 초량 ‘초량당산’, 기장 ‘죽성리성황당’, 통영 ‘마을굿’, ‘설운장군사당’, ‘남해안별신굿’ 경북 영양 ‘일월산 황씨부인당’, 충남 태안 ’황도붕기도당, 내포지역의 ‘내포앉은굿’, 서산 ‘창리영신제’, 부여 ‘은산별신제’, 서산 ‘율목리서낭당’, 부안 ‘위도원당’ 부안 ‘수성당’, 진도 ‘뽕할머니사당’, 군산 ‘호남넋건지기굿’, 고흥혼맞이굿, ’신안 씻김굿‘, ‘황해도대동굿’, 제주 김녕 ‘성세기 본향당', 한림읍 ‘비양도 본향당, 조천읍 ‘와흘본향당’, ‘와산리불도당’, 성산 ‘신풍리본향당’, ‘신천리본향당‘, ‘수산리본향당’ 구좌읍 ‘동복리본향당‘, ’송당본향당,

표선면 ‘구렁팟당’, ‘ 당케세명주할망당’ 등 제주를 비롯한 전국방방곡곡 신당을 쫓아다닌 것이다.

 

귀신이 씌여도 단단히 씌인 것이다.

사진에 드러난 신당의 음습한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초상에서 느껴지는 무당의 가 압도했다.

 

제주 동복리 본향당 심방 강대원

 

혼신일체가 된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동안 해외 전시를 비롯한 여러 차례의 전시에서 보여주었듯이, 무속사진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작년에는 '뉴욕타임스‘에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둘러싼 제의를 촬영하다’라는 제목으로

박찬호 전시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런 유명세는 이제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충남 은산별신당 만신 이일구

 

그의 작업이 더욱 중요한 것은 무속인 개인의 초상이기 전에 시대의 초상이라는 것이다.

그 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꼭 기록해 두어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찬호씨의 작업노트 말미를 보니 충분히 이해되었다.

 

“나는 굿 현장에서 신을 부르는 악기의 장단과 박자에 따라 몸이 흔들림을 느낀다. 눈을 감는다.

접신의 순간과 정신 세계로의 몰입에 몸과 마음을 그대로 의탁한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이 들면 셔터를 누른다. 그것이 신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터무니 없이 좁은 의식의 틀로는 그들을 맞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신당 작업을 했다.”

 

그런데, 신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난, 기독교는 물론 천주교와 불교에서 세례명과 법명을 받을 정도로

여러 종교에 빠졌으나, 지금은 무신론자다.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우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법문이나 성경에 기반한 삶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무속은 신에 앞서 우리민족의 정신이라고 생각 한다.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단군에서부터 바다에는 용왕, 산에는 산신,

임신과 출산을 관장하는 삼신할머니에서부터 조상신 등 많은 신들이

믿음의 대상이 되어 민초들의 삶에 위안이 되어 준 것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수많은 신화의 장소를 없애버렸다.

일본 놈 물 먹은 박정희 까지 ‘미신타파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국 각지에 있는 서낭당이나 신당을 없애버린 것이다.

박찬호가 찍은 사진 속의 공간들은 마지막 살아남은 우리나라 신화의 공간이며,

신과 소통하는 신관들 모습이다.

 

서울남산 국사당터 만신 최신영

 

사진집을 보면 대개 서낭당이나 신당에서 찍었는데,

유독 서울야경을 배경으로 남산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그 궁금증을 작가가 풀어주었는데, 서울을 수호하는 ‘남산 국사당터’가 본래 남산 꼭대기에 있었다고 한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나라의 안녕을 비는 수호신당으로 국사당을 남산에 세웠으나

일제에 의해 지금의 인왕산 기슭 선바위로 옮겼다는 것이다.

조선인의 성역인 남산국사당을 내 몰고 남산을 일본인의 성역으로 만들겠다는 속내가 있었다고 한다.

만신 최선영씨가 그곳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며, ‘남산국사당터’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민속학자 하효길씨는 “현대미술의 유형적인 문법으로 기록한

그의 사진은 오히려 무형적 조형성을 더 지니고 있다.

사진에서 건물과 공간속의 인물은 그 뒤쪽의 내용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신의 세계로 시대의 삶으로 현세와 내세를 느끼게 하는 종교적 신비랄까.

박찬호는 우리 굿 속에서 부단히 삶과 죽음의 신비를 탐구해 온 작가이다.

그리고 그는 사진 속에 이 신비를 담으려고 한다.”고 서문에 적었다.

 

그런데, ‘신당’사진집(가격 5만원) 표지에 부적이 붙어 있었다.

사진에서 느끼는 신성함과 더불어 모든 재앙을 물리치는 복 같은 듬직한 기분이었다.

도서출판 나미브에서 만들었는데, 한정판이라 책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더라.

 

오는 16일 토요일 오후2시, 전시장에서 "신당" 토크쇼가 있다고 한다.

작가를 비롯하여 민속학자 조성제씨가 패널로 나와 무속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단다.

코로나19로 많은 분을 모실 수가 없다니, 관심있는 분은 참가여부를 문의해 보기 바란다.

 

(문의 : 박찬호 010 4127 0041)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8일 ‘정직한 후보’ 시사회가 열리는 강남 코엑스‘ 메가박스’로 갔다.
정영신씨의 장터사진 다섯 장이 영화 스틸사진으로 사용되어 초대권이 여러 장 배정되어서다.



요즘처럼 전염병 문제로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 가길 꺼리는데, 몇 명이나 갈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다행히 박찬호씨 도움으로 곽명우, 정명식, 강제욱씨 등 사진가 다섯 명에게 연락되었는데,
정영신씨가 연락한 사진가 이정환, 성유나, 미술평론가 최석태씨 등 열 명이 극장 앞에서 만난 것이다.




서인형씨는 그 곳까지 왔으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기로 한 딸과의 약속으로

밖에서 영화 끝나기를 기다려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영화가 상영되기 직전 장유정감독과 출연진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 장동주, 조한철, 조수향, 온주완, 김나윤씨가 나와

영화에 대한 소신을 이야기하며, 관객에게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난, 영화보다 장터 스틸사진이 정치풍자 영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더 궁금했는데,
영화가 상영되자 정영신씨 장터사진 다섯 장면이 나왔다.
내용인즉, 국회의원에 출마한 주인공의 할머니가 장터에서 힘들게 돈 벌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장터 사진으로 대신한 것 같았다.








전형적인 한국 영화같았는데, 뜻밖에도 브라질 영화가 원작이란다.
브라질 상황을 국내 상황과 정서에 맞게 고쳤다는데, 코미디 영화 '부라더'를 연출했던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갑자기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물이었다.




후보가 토론회에 나가 대권 야욕을 그대로 드러내는가 하면,
출판기념회에서 대필 작가가 책을 썼다는 등 자신의 비리를 스스로 폭로한다.
'서민의 일꾼'이라는 머릿속 문구가 '서민은 나의 일꾼'이라는 말로 튀어 나오기도 했다.




선거참모진은 비상이 걸렸으나, 민심 돌아가는 분위기는 심상찮았다.
이상하게 바뀌어버린 정치인 주상숙을 의외로 신선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주상숙은 마음을 바꾸어'정직한 후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유권자 환심 사기에 나선다.
국회의원을 지키는 열정 보좌관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의 활약은 반전의 재미를 보여주었다.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튀어나오는 바른말 때문에 ‘정직한 후보’로 변신한 주상숙의 웃음 폭격이지만,

오늘의 답답한 정치현실에 대리만족을 안겨 주었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정경유착 등 더러운 현실정치와 맞물려, 정치 자체가 코미디란 생각도 들었다.




영화는 주인공 라미란의 '원맨 쇼'에 가까웠다.
코믹한 연기에서부터 노래와 춤까지 숨겨놓은 장기를 모두 쏟아 부었는데, 그의 연기력은 독보적이었다.




배우들의 고군분투에도 영화의 한계는 드러났다.
할머니의 거짓 죽음과 사학 비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영화는 과부하가 걸린 듯 삐거덕거렸다.




이야기가 복잡해지니 전개는 산만하고, 펼쳐놓은 이야기를 수습하느라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코미디라는 그릇에 담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을 담은 것이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오는 2월 12일 개봉 된다.




시사회가 끝난 후, 서인형씨를 만나 인근 '콩나물해장국'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한 사진가들과 소주 한 잔 나누며, 영화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이정환씨 이야기를 들었다.
‘남산의 부장들’에 밀려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겠단다.



아무튼, 좋은 성과 있기를 바란다.

사진,글 / 조문호




















사진가 박찬호



사람이 죽게 되면 어떻게 될까? 과연 저승이란 신화의 세상이 있는 걸까?
한 가닥 위안일 뿐, 죽고 나면 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아는 분들의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어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박찬호. 2013, 제주도 남원, 동백나무가 있는 마을당,



그런데, 엊그제 뜻밖의 사진집을 전해 받았다.
박찬호씨의 ‘歸’사진집인데, 마치 귀신 사진집 같았다.
그 사진집을 볼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게 하였다.



ⓒ박찬호.2014. 제주도 표선면



난, 우물 안 개구리다.
사진가 박찬호씨는 알지만, 여지 것 어떤 사진을 찍는지 몰랐다.
그동안 인간의 죽음에 집착하여 오랫동안 그 현장을 찾아다닌 사진가였다.
오래전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며 비롯된 의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십여 년 동안 작업해 왔다고 한다.


그동안 해외 전시를 비롯하여 여러 차례의 전시를 열었는데,
작년에는 '뉴욕타임스‘에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둘러싼 제의를 촬영하다’라는
제목으로 박찬호의 전시를 소개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박찬호. 2017 전라북도 부안



요즘은 가능하면 전시장에 나 다니지 않으나, 사진집을 보니 궁금증이 발동했다.
전시장에서 직접 죽음의 세계에 직면하고 싶었던 것이다.
더구나 곧 끝나게 될 크리스 조던의‘아름다움 너머’도 꼭 봐야 할 숙제였지만,
어제 문을 연 안창홍씨의 작품도 볼 겸, 한나절을 전시장에 돌아다닌 것이다.



ⓒ박찬호. 2017.경기도 구리.



박찬호씨의 ‘歸’가 열리는 전시장에 들어가니 작가가 반갑게 손을 잡았는데,
마치 저승사자가 반기는 느낌이었다.
전시장은 시커먼 흑백사진들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무당의 신 칼이 번쩍였고, 마치 혼령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실상과 허상을 넘나들며, 보이지 않는 영혼을 추적하고 있었다.
직설적인 시신의 형상은 보이지 않았으나, 다양한 방법으로 죽음을 이야기했다.
제사, 굿당, 무당, 꽃상여, 스님 다비식 등의 흔적을 찾았더라.




ⓒ박찬호. 2013. 경북 안동시 서후면



현실 너머의 세계를 보여준 박찬호의 사진은 귀신 씌인 사진같았다.
느닷없이 화면에 빛이 새어들거나, 어떤 사진은 반사되어 뿌옇다.
비뚤어진 화면이 불안감을 일으켰다.
보이지 않는 혼령을 작위적으로 끌어 낸 것이다.



ⓒ박찬호.2013.제주도 남원읍


박찬호의 사진을 보니, 죽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기존의 생각에서 실오라기 같은 기대가 생겼다.
진짜 영혼이 떠돈다면, 나쁜 놈들은 어떻게 지낼까?
뉘우치고 있을까? 거기서도 나쁜 질하는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박찬호. 2014, 제주 제주시, 굿-영감놀이.


영혼이고 귀신이고, 죽고 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생과 사의 경계를 기록한 박찬호의 ‘귀’ 사진전을 돌아보며,
앞만 보고 살아온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보자.




ⓒ박찬호.2014, 제주도 구좌읍 월정리



이 전시는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5월 12일까지 열리고,
5월24일부터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6월15일부터는 광주 ‘혜움 갤러리’에서 각각 순회전을 연다.




박찬호 ‘귀(歸)’사진집
양장본 143쪽, 6만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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