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운구곡의 농군화가 길종갑의 '화전'이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 펼쳐졌다.

 

화전2014-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cm(X7)

지난 4일 느지막하게 전시장에 가보았는데, 작품 크기에 압도당했다.

새롭게 내놓은 신작 ‘두류산 풍경’은 9미터가 넘는 대작이었다.

대작 3점이 전시장 삼면을 가득 메웠고, 제일 큰 작품은 12미터나 되었다.

 

화전2014-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cm(X7)

특유의 붉은 색으로 주변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화전’에는

 이 땅을 살아 온 민중의 아픔이 배어있었고,

화면을 가득채운 강렬한 색 속에 서릿발 같은 날이 서있었다.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길종갑의 실경산수도였다.

 

듀류산풍경2022 캔버스에 아크릴, 267X940cm

작가가 사는 화천면 사내면은 조선중기의 화가 조수걸이 그린 ‘곡운구곡도’의 땅이다.

조수걸의 ‘곡운구곡도’가 평온하다면, 길종갑의 ‘곡운구곡도’는 날이 서 있다.

 

산치성 2009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cm

삶의 터전인 두류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작품에서 따뜻한 작가의 체온이 느껴졌다.

"소박한 찰나의 삶도 소중하다"는 작가의 말이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다산별곡 2020 캔버스에 아크릴, 267X940cm

곡운구곡(谷雲九曲)의 작가로 알려진 길종갑은 그동안 4.3미술제, 평화미술제,

광주40주기 기념전 등의 단체전에도 참여하며 사회비판적 보폭을 넓혀왔다.

 

산불 2021 캔버스에 아크릴, 170X267cm

그는 산수화를 그리지만, 그 풍경 속에 사람이 있다.

마치 삼각지 그림처럼 두서없는 유쾌함을 풀어내기도 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주며 작은 사람들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그는 화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다.

다들 편하게 살려고 고향을 떠나지만, 팔순의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낯에는 호미로 밤에는 붓으로 농사짓고 있으니, 옛날의 ‘주경야독’인 셈이다.

 

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한 길종갑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있겠냐마는 치열하게 살아간다.

임대 창고 빌려 쓰는 그의 화실은 사는 집보다 더 컸다.

주변 환경을 그려 “화천인문기행”이란 화첩을 만드는 등, 미처도 제대로 미쳤다.

작가의 야생성이나 원시성도 작품과 괘를 같이한다.

 

2015년12월 작업실을 방문한 정영신씨와 대화를 나누는 길종갑작가

그 원시성에 끌려 육년 전 바이칼 찬바람에 옷을 벗긴 적도 있다.

그를 모델로 끌어들여 강원도 작가들의 기획전 “강렬하게, 리얼하게”에 출품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 작업은 자연 속에 동화된 인간의 원시성을 드러내는 ‘신체발언’ 프로젝트였다.

30여년 전부터 시작했으나 사진 규격이 실제처럼 너무 큰데 따른 제작비 부담이나

여러 가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미루어 온 일이었다.

20여명을 촬영한 마지막 주자에 길종갑 작가가 걸린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도 한 번 들어보자.

 

“주변을 돌아보며 소소한 대상과 대화를 나누는 건 이야기를 찾는 거지요.

그리고 그림 속에 우리가 살아온 터전의 소소한 부분까지 말하고 싶었어요,

환경 문제는 대학 시절부터 작품에 개입 시켜 왔는데,

세밀하게 표현하다 보니 작품이 점점 커지게 되었어요.

그림으로 보는 장편소설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다산별곡 2020 캔버스에 아크릴, 267X940cm

'그림다운 그림' 그런 것을 그리고자 하는 감수라는 수동성과 지극히 찬란한 곳에는

지극한 슬픔이 배어 있곤 하더라는 아픈 통찰, 그 둘 사이가 길종갑 그림의 터전인 듯하다.

이 둘이 서로를 누르고 제압할 듯 힘을 겨루지만, 이제껏 늘 승리는 전자(前者)에게로

돌아가곤 했던 전장(戰場). 사랑과 슬픔이 싸운다는 것!

'민중'미술 아닌 민중‘'미술’'의 한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이다“

 전시 서문에 박응주 평론가가 적었다.

 

장사날 2011 캔버스에 아크릴, 194X300cm

이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5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려


권용택작 '촛불이 햇불되어'


암울한 시국을 예술로 저항하는 ‘순실뎐’이 지난30일 오후 5시에 개막되어 오는 12월5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강원도 리얼리즘 성향의 예술가들이 마련한 이 전시는 서울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병신무란 하야제’에 이은 두 번째 시국 전이다.



황재형작 '소가 넘어간다'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하는 예술가들의 저항전은 광주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형순(미술평론가)씨는 “시국선언이 쏟아질 때 우리 예술가들은 촛불의 머릿수 하나를 채우는

일만으로는 부끄러움을 피할 수 없었다.



황효창작 '웃기는 세상'


시국선언과 같은 시국 전시회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리얼리즘 작가로서의 ‘책임’이라는 데 뜻이 모였다”고 말했다.


“속아 넘어가다”를 풍자한 황재형씨의 작품 ‘소가 넘어가다’는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 되는 날 그린 작품으로,

작가의 분노가 그대로 화폭에 녹아 있었다.



박종혁 작 '그래도나는부자다'


황효창 작가의 ‘웃기는 세상‘은 인형을 통해 그들을 조롱하였고,

촛불이 횃불 되어’를 선보인 권용택 작가는 춘천 지역 국회의원 김진태씨가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한 발언을 겨냥해, 촛불이 들불로 번지는 것을 형상화했다.



류정호 작가, '근본이 흔들리면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박종혁 작가의 ‘그래도 나는 부자다“는 난장판인 시국에 버텨선 밝은 가족의 모습을 통해 한 가닥 희망을 제기하였으며,

삽자루를 탁자의 다리와 받침으로 활용한 목공예가 류정호의 작품은 ’근본이 흔들리면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김진열 작 '집단 우울증'



길종갑 작가의 ’촛불집회‘는 광화문 집회현장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하였으며,

김진열의 ’집단우울증‘은 김을 붙여 진태란 글만 표기하기도 하고, 새 열 마리를 그려 ’씹새들이 좆이로구나‘며 국정농단을 힐난했다.


김용철 작 '코리안 나이트'


김용철 작가의 ‘코리안 나이트’는 권력을 감싸고 있는 돈과 잡신들로 현 시국을 비판하였으며,

사진가 조문호는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과 ‘시국 몸짓’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조문호 작 '분노의 몸짓'



김대영 작가의 ’농단-자멸‘은 뒤엉킨 시국현실을 추상적으로 암시하였으며,

침몰하는 세월호의 아픔을 의혹으로 표현한 서숙희의 ’안면수심‘은 마음이 아팠다.



김대영 작 '농단-자멸'



이 밖에도 신대엽, 이광택, 백중기, 전형근, 박은경, 박종혁 작가 등 16명이 발표한 40여점의 작품들이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신랄하게 비판, 조롱하고 있었다.



서숙희작 '안면수심'


그리고 80년대 시국 작품들도 몇 점 선보였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광혁 작 '하야기원탑'외



황재형 작가는 “비선에 의한 국정농단, 국정교과서의 파행, 예술가들의 블랙리스트 작성,

독점적 소수가 추진한 문화융성 등 현 시국이 우리를 그냥 있지 않게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암울한 시대에 / 그때도 역시 노래하게 될 것인가? / 그 때도 역시 노래하게 될 것이다 /

암울한 시대에 대해’ 혁명을 노래한 독일 시인 브레히트의 시 ‘모토’를 떠올리는 시국 특별전이다.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2016년 12월2일 / 조문호기자/사진가



30일 춘천 문예회관 전시실
도내 16명 작가 1∼4점 출품
사실주의로 시대 현실 풍자



▲ 황재형 작 ‘ Business Oligarch(닭,세월호희생자)’



암울한 시대에/그때도 역시 노래하게 될 것인가?/그때도 역시 노래하게 될 것이다/암울한 시대에 대해’

혁명을 노래한 독일 시인 브레히트(Bertolt Brecht·1892∼1956)의 시 ‘모토’를 떠올리게 하는 전시가 열린다.

도내 미술가들이 암울한 시대에 대해 노래한 ‘순실뎐’이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30일 오후 5시 개막해 내달 5일까지 이어진다.‘산과 함께,71’ 특별기획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부끄러움으로부터 시작됐다.

전시를 기획한 최형순 미술평론가는 “사회적 혼란으로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이 쏟아질 때 우리 예술가들은 광화문과 춘천 촛불의 머릿수 하나를 채우는 일로는 부끄러움을 피할 수 없었다”며 “시국선언과 같은 ‘시국展’의 필요성 또는 리얼리즘 작가들의 책임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한다.

전시에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이 시대를 살아온 작가 16명이 참여한다.작가별 100호 크기의 작품 1∼4점을 출품했다.


▲ 조문호 작 ‘유진규’



민중미술과 리얼리즘 미술의 대표 화가로 불리는 ‘광부화가’ 황재형 작가는 ‘속아 넘어가다’를 풍자한 ‘소가 넘어가다(Buffaloed)’,지난 대선 결과의 느낌을 표현한 ‘徵候(징후·Portent)’,현 상황을 빗대 그린 ‘Business Oligarch(닭,세월호희생자)’ 등을 통해 암울한 시대의 아픔을 강조한다.

조문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광화문 시위 현장과 그 현장에서 벌어진 유진규 마이미스트의 퍼포먼스,양혜경 무용가의 ‘넋전춤’ 등 ‘시국 몸짓’을 담아낸 사진작품을 전시한다.

참여 작가들은 “현실반영,리얼리즘,저항이라기엔 이미 너무 늦은 일인지도 모른다.예술가의 의무라고 하기에도 초라할 뿐”이라며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말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작가=△황효창△황재형△권용택△조문호△김진열△김대영△신대엽△서숙희△김용철△이광택△백중기△길종갑△류정호△전형근△박은경△박종혁.


[강원도민일보 : 안영옥 okisoul@kado.net]





어제는 춘천에서 열린 ‘강렬하게 리얼하게’ 전시가 끝나는 날이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어제 밤 급히 보낼 원고들 정리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데다, 밥도 챙겨먹지 못했다.

사진을 가져 오려 차를 끌고 나온 김에, 여기 저기 볼일도 보고, 수리 점에 맡겨 둔 카메라 찾으려다, 고생깨나 했다.
차가 밀려 계속 변속하느라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언제 한 번 시원한 자동 변속 차 끄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그것도 통행료 물지 않으려 국도로 가다보니, 더 늦어 버렸다.

전시장에 도착하니, 오후2시가 넘었는데, 길종갑씨와 그의 친구들이 작품을 철수해 포장까지 해두었다.
다들 식사를 끝낸 후 쉬고 있다가, 나를 반기며 점심식사는 어쨌냐고 물었다.
사실, 엊저녁부터 굶어 뱃가죽이 붙어 꼬르락 거렸지만, 늦은 게 미안해 거짓말을 해댔다.
“아침을 늦게 먹어 별 생각이 없다”고...

그렇지만 그냥 헤어질 수 없다며 나를 끌고 식당으로 갔다.
한 그릇만 시킬 수 없으니, 남으면 안주하자며 맛 국수 두 그릇에 동동주까지 시켰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옆에 앉은 사람도 보이지 않더라. 아침을 늦게 먹었다는 말이 금방 뽀록난 것이다.
너무 고맙게 잘 먹었다며 실토했지만, 난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체면 차리느라 선의의 거짓말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악의가 없을지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차라리 말없이 웃는게 좋을 듯 했다.
거짓말은 버릇이 되기도 하지만, 자칫 오해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에겐 자칫 불신을 심어 의심 받을 수 있고, 특히 공인일수록 삼가해야한다.
아무 것도 아닌 거짓말이 일파만파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는 길종갑, 이희용, 신승복씨, 그리고 조각가 안승환씨와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사진도 한 장씩 찍어 두었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늘 고마운 사람들이다.

난, 챙겨주는 후배들이 많으니, 복 받은 놈이라 생각되었다.
운전 때문에 동동주 한 잔 밖에 마시지 않았으나, 갑작스런 포만감에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졸음을 물리치는 대마초를  비상약으로 준비해 두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돌아오는 내내, 8월 하순에 치룰 아내의 장터 전시에 골몰하다 보니, 금방 도착해 버렸다.

"종갑아! 고맙다. 친구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해라"

사진, 글 / 조문호
















길종갑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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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형작 '알혼섬' 2016 캔버스에 연필 162.2X112.1cm



‘춘천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강렬하게, 리얼하게” -바이칼에서 강원 춘천까지-가 26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난13일에는 역사학자 주재혁의 ‘바이칼과 아리랑’에 대한 강연도 있었다.
“바이칼호반 원주민 부리아드 코리족은 코리안(고려인)이란 종족이름을 가졌다, 이태리인처럼 가창력이 뛰어난 바이칼호반 코리족들은 ‘아리랑’가락이 본래 당신네 가락이 아니고 우리 가락이었다고 말했다”며 우리 민족의 뿌리였음을 강조했다.



길종갑작 '바이칼 답사기' 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
 

개막식에는 참여작가인 권용택, 김대영, 김용철, 길종갑, 서숙희, 신대엽, 이재삼, 황재형, 황효창씨를 비롯하여 미술평론가 최형순, 춘천문화재단 상임이사 이치호, 화가 함 섭, 장경호, 노용춘, 전강호, 도예가 신동여, 사진가 정영신, 하재은, 최용주, 목공예가 류정호, 시나리오작가 최근모 등 100여명이 참석했으나, 대개 모르는 분이 많았다.



권용택작 '바이칼-오대산천까지' 2016 캔버스에 아크릴, 먹 324X260.6



이 전시는 바이칼 현장답사를 해가며 우리민족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으려는 기획 의도는 좋았으나, 준비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그러나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민족 원형의 동질성이 작품 여기 저기 드러나 있고, 작품 곳곳에 선조들의 영혼이 떠도 는 것 같았다. 



이재삼작 '달빛' 2016 charcoal on canvas 80x194cm


 
이재삼의 작품 ‘달빛’은 ‘저 알혼섬이 영혼의 섬은 아닐까?’하는 몽환적 분위기로 끌어들였다. 물안개의 미묘한 질감 또한 이재삼의 목탄화가 아니면 아무도 살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황재형 역시 목탄으로 그린 작품이 있었다. 높은 절벽아래 이는 물빛을 담은 알혼섬’이란 작품은 대자연의 위엄 속에 마치 선조들의 혼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권용택의 작품 ‘바이칼-오대산천까지’는 바이칼에서 시작된 우리민족의 이동경로가 느껴지고 있었다. 수원화성과 오대산, 바이칼에 이르는 대서사가 한 프레임에 나누어지고 있었지만, 이질감 없는 동질성으로 응축되었다.
 


황효창작 '바이칼의 혼'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cm



인형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황효창의 ‘바이칼의 혼’은 나무에 얼 킨 오방색 천으로 우리 무속신앙의 원형을 보여주었으며, 길종갑의 작품 ‘바이칼 답사기’의 강렬한 원색적 터치는, 알혼 섬이 맑고 깊은 생동의 기운으로 넘치게 했다. 김대영의 ‘알혼섬의 사랑바위’는 그의 방식대로 오방색과 왕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바이칼을 시원의 의미를 가진 민족의 양수로 표현하고 있었다. 김용철의 ‘바이칼의 노래’는 아리랑이라는 음악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동질성을 나타냈다.



김용철작 '바이칼의 노래' 2016 한지위의 아크릴릭 250x90cm



  서숙희작 '바이칼 가는 길-샤먼을 부르는 바람' 2016 리넨에 아크릴채색 117x73cm



또한 서숙희의 ‘샤먼을 부르는 바람’이라는 작품은 바이칼에 이는 바람을 그렸는데, 그 시적 분위기가 독창적이었다. 신대엽의 ‘아무 것도 아닌, 그러나 모든 것인’이란 작품은 옛 풍속도나 신선도처럼 시간을 초월하는 묘미가 있었다. 우리민족 고유의 가락 잡힌 낙천성이 깃들어 있었다. 난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사람에서 찾았기에, 실 한 올 걸치지 않은 남자의 몸을 바이칼 호수 변에 세우기도 했다. 




 신대엽작 '아무 것도 아닌, 그러나 모든 것인' 2016 리넨에 먹과 채색 210x400cm



전시장을 메운 작품들은 텅 빈 가슴을 어루만지는 한 구절의 시, 내면에 깃든 잠재력을 일깨우는 음악, 새로운 힘이 솟게 하는 춤사위 같이 감상자들을 피안의 세계로 끌어들이며, 우리의 장대한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김대영작 '알혼섬의 사랑바위'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x130,3cm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최형순은 서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작가들이 바이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담은 아리랑으로 펼치는 우리민족의 이야기가 다채롭다. 강원도 작가들의 전국적인 유명세도 상상이상이다. 불의에 기웃대지 않는 작가적 자존심도 그 크기에 못지않다. 살아있는 땅의 역사에 살을 부비며 그 안에 깊숙이 배어있던 모습들도 그대로 들추어냈다.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려하는 진실의 태도를 거기서 배운다. 미래를 맞는 준비도 거기서 가능하다. 이들이 펼치는 그 미술 자체가 겨레의 노래이며 아리랑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글 / 조문호



조문호 작 '바이칼에서 길종갑' 2016 잉크젯프린트 110x 210cm








 


사진- 좌로부터 전시기획자 최형순씨와 참여작가 길종갑, 김대영, 서숙희, 조문호, 권용택, 신대엽, 황효창, 김용철, 황재형씨



‘춘천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강렬하게, 리얼하게” -바이칼에서 강원 춘천까지-전시가

지난 13일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개막되었다.

이 전시가 기획되며, 오월 중순경 바이칼 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만을 토로하며 망설이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바이칼 답사를 떠나는 취지는 이해되었으나 기간이 너무 임박해 자칫 중구난방의 전시가 될 확률이 높은데다,

결국 참여 작가들의 작업비를 여행경비로 소진하는 것이 가난한 작가 입장에서는 열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 웃기는 것은 내가 내놓은 남자 알몸 사진을 두고 말이 많았다는 것이다.
집행부를 향한 길종갑씨의 투덜거림으로 대충은 짐작했지만, 뒤늦게 황화백이 귀띔해 준 것이다.

‘춘천문화재단’ 관계자들의 생각인지, 미리 겁먹은 기획자 최형순씨의 생각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보수적인 안목으로 어떻게 전시를 추진하는지 걱정스러웠다.

전시장에 도착하니, 역사학자 주재혁씨의 ‘바이칼과 아리랑’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끝날 시간이 다 되어 사진만 찍고 강연은 듣지도 못했다. 그마저 멀리서 온 분들이 기다리고 있어 입구로 나와 버렸다.

화가 장경호씨를 비롯하여, 오래 전 모델에 되어주었던 도예가 신동여씨와, 화가 전강호씨가 와 준 것이다.

당사자들을 자신의 사진 앞에 세워 기념사진을 남기려는데, 갑자기 ‘우두둑 꽝’하는 굉음이 전시장을 메웠다.

돌아보니 강의 듣던 황재형화백이 뒤로 나 자빠지고 있었다.

황소 같은 황형의 무게를 프라스틱 의자가 감당하지 못해 의자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몸은 커지만 예민한 양반이라 살아남았지, 나같이 멍청한 사람이라면 뇌진탕으로 갈 뻔한 사고였다.

정말 황화백은 대단한 분이었다. 바이칼 답사 때도 사진과 동영상으로 세세히 기록하는 열성을 보이더니,

출품작 여덟 점 중 전부가 바이칼을 소재로 한 신작이었다.

불과 한 달 보름동안 그 대작들을 다 그렸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다른 분들은 한 두 점도 힘들게 마무리했다는데, 이건 꼼짝 않고 그림에만 메 달렸다는 이야기다.

그의 투철한 작가정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막시간이 가까워오자 한 사람 두 사람 몰려들기 시작했다.
'춘천문화재단' 이치호 상임이사, 화가 함 섭, 노용춘, 사진가 정영신과 하재은씨, 목공예가 류정호씨,

시나리오 작가 최근모씨, ‘아트인라이프’상임이사 최용주씨가 있었으나, 대개 모르는 분이 많았다.

미술평론가 최형순씨의 간단한 작가소개가 있은 후, 황재형, 이재삼씨가 나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작품들을 둘러보다, 참여 작가들의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모두 불러 모았다.

아내더러 사진을 찍으라고 카메라를 넘겨주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이재삼씨가 빠져있었다.

찍기 직전에 분명히 전시장에 있었는데, 어디로 빠졌을까? 귀가 막힐 노릇이었다.

어쨌든 이차까지 넘어 간 뒤풀이에서 꼴리는 대로 놀았고, 술도 어지간히 마셨다.
두 번 째 납치되어 간 곳은 어느 전망 좋은 호수 가였는데, ‘갤러리 파코도노’라 적혀 있었다.
놀란 토끼처럼 전시장을 비롯해 여기 저기 돌아다녔는데, 한 쪽에는 노래방기계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막걸리와 소주는 없을 것 같았는데, 대신 위스키가 나왔다. 누구 주머니를 터는지는 몰라도 신나 부렀다.

오랜만에 촌놈 목구멍에 때 벗기느라 바빴다, 술 마시랴! 사진 박으랴! 춤추랴! 노래 부르랴! 정신없었다.

아! 그런데 밤 열시가 되니 슬슬 불안해 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지막 전철이라도 탈 요량으로 살그머니 빠져 나와 버렸다. 재미있게 노는데, 간다면 판 깨기 십상이잖아.

그런데 그곳이 어딘지 한참을 걸어 나왔는데도, 택시는 물론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가게하나 찾아 콜택시 전화번호를 얻긴 했지만, 상봉역이 종점인 전철만 남아 있었다.

살았다 싶어 퍼져 앉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들여다 보니 장경호 전화였다.

“아이쿠! 장경호를 남겨두었구나”, 뒤늦게 사태파악을 했으나, 아니나 다를까 전화통에다 지랄 같은 욕을 퍼부어 댔다.

 미안한 마음도 잠시 뿐, 너무 열 받아 전화를 끊어 버렸다.

술이 취해 잠에 빠져들었는데, 얼마나 잤는지 승무원이 깨웠다.

택시비 적게 내려고 상봉역에서 돌고 돌아 독립문이 종착지인 3호선을 간신히 탈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한시가 넘었는데 , 일찍 온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별일 없느냐고 묻기에 장경호를 흘리고 왔다 했더니, 당신 치매아니냐며 나무랐다.

“야! 고마 자빠져 자자. 알아서 하 것지. 지가 한 두 살 묵은 아가? ”


사진,글 / 조문호





























































































































황재형작 '칸차르다흐 2016 캔버스에 유채 162.2x112.1



"강렬하게, 리얼하게"

-바이칼에서 춘천까지-


최형순 / 미술평론가







황효창



바이칼의 혼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


광화문에서 2016 캔버스에 유채 200x200


광화문에서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 / 광화문에서 2016 캔버스에 유채 100x100




길종갑


바이칼 답사기 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


화전 2014-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7점)


화악산기 2015-2016 캔버스에 아크릴 130x160.5





김대영



알혼섬의 사랑바위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 x 130.3


숲길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x 97


상춘의 봉의산길 2016 캔버스 위 아크릴 193.9x 97




김용철



바이칼의 노래 2016 한지 위의 아크릴릭 250x90







조문호



길종갑 2016 바이칼 110x210


김의권 1991 울산 언양 110x210


전강호 2008 양주 송추 110x210





권용택



바이칼-오대산천까지 캔버스에 아크릴, 먹 324.4x 260.6


오대천의 수달 2011 캔버스에 아크릴 162x 130


산불 2000 캔버스에 아크릴  184x 73





황재형


알혼섬 2016 캔버스에 연필 162.2x 112.1


역사는 선비와 함께 흐른다 2014,7 캔버스에 목탄과 짚신 259,1x 162,1


아! 이르쿠츠크 2016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97x162.2 /  33,4x53





이재삼



달빛- moonscape- 2016 charcoal on canvas 80x 194


달빛- moonscape- 2013 charcoal on canvas 227x 543


달빛- moonscape- 2009 charcoal on canvas 259x 582






서숙희



바이칼 가는 길 - 샤먼을 부르는 바람 2016 리넨에 아크릴 채색 117x 73


바이칼 가는 길 - 샤먼을 부르는 바람 2016 리넨에 아크릴 채색 162x 97


반짝이는 나무 2016 리넨에 아크릴 채색 116x 73





신대엽


아무 것도 아닌, 그러나 모든 것인 2016 리넨에 먹과 채색 210x 400

 번개시장 2007 순지에 먹과 엷은 색 200x 250


백작도 2015 순지에 먹과 엷은 색 162x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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