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5일부터 이틀에 걸쳐 태백 통리장에서 부터 양구 상리장, 홍천장, 설악장,
지평장, 양수리장을 두루 다녀왔다. 서울서 아침 6시에 출발하여 10시경 통리에 도착했고,
양구까지 세 시간이나 걸렸으니 대부분의 시간을 이동하는데 소진한 셈이다.
그러나 양구와 홍천을 잇는 국도는 한계령을 넘어 설악산을 안고 가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아내 말처럼 설악산은 볼 때마다 감흥이 다르다는 말이 실감났다.

장터에는 화로불로 몸을 녹이거나 초소 같은 텐트에 들어가 손님을 기다리는 장사꾼도 있었다.
유달리 김이 모락 모락 오르는 오댕 국물이 그리워지는 그런 쌀쌀한 날씨였다.

통리장은 기존 오일장과는 달리 열흘에 한 번씩 서는 점과, 넓은 장터에서 긴 골목으로 이어지는
장터 형성이 특이했다. 설악장이나 지평장 등의 면소재지 장터는 손님이 없으니 장꾼들도 찾지
않아 멀지않아 사라질 것만 같다. 그러나 중국 농산물을 반입하는 장돌뱅이들이 없으니 그 곳
농산물이 틀림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은 장돌뱅이들이 시골 할머니들에게 일당을 주어
중국 농산물을 팔게 하는 심각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정부에서도 재래장 활성화사업으로 몇 년째 예산을 지출하고 있지만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서는
그나마 수용하지 못하고 수도권 주변의 몇 몇 장만 도움을 받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일반인들의 향수를 이르킬 수 있는 장터 조성과 장꾼들에 대한 신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오일장의
미래는 암담하다.

매번 아내와 함께 나서는 장터 작업은 이젠 일이기 전에 나의 놀이로 바뀌었다.
아내는 장터의 전반을 기록하고 촬영하느라 분주하지만 내가 찾는 대상은 장터보다 장에 나온 사람
들이기에 한가로운 편이다. 주변 환경이 별로거나 마땅한 사람이 없을 때도 많지만, 있더라도 촬영을
거부하거나 신원을 밝히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떡도 사먹고, 튀김도 사먹고, 농담도 따 먹으면서...

정영신씨는 25년 동안 기록한 자료들을 묶은 ‘한국의 장터’ 사진집을 곧 출판하게 된다.
그동안 기록한 자료만으로도 좋은 책을 만들 수 있건만, 하나라도 더 찾아 좋은 사진집을 만들려는
그의 열정이 때로는 나를 주눅들게 만든다.
닥아 오는 12월 초순경에 떠날 제주도 장터를 끝으로 탈고하여 내년 초쯤에는 그의 작품집을 만날 수
있으니 기대하시기 바란다.

2011.11.30

 

 

 

 

 

 

 

 

 

 

 


지난 17일부터 5박6일동안 전라도와 경상도가 인접한
함양, 하동, 남해, 진주, 구례, 순천, 장흥지역의 대목장을 찾았습니다.

시골 대목 장을 한 곳이라도 더 촬영하려는 욕심 때문에
저녁 무렵엔 몸이 파김치가 되었지만 보람된 시간이었어요.
면소재지에 있는 조그만 마을들은 명절 대목에는 장이 형성되지만
평소에는 잘 서지 않아 마음이 더 바빴답니다.
어렵게 만나는 시골장들도 대개 정오 무렵이면 끝나버려,
일찍부터 서둘러 밥 먹는 시간을 아끼려 이동 중 군것질로 때웠습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재래장 활성화사업에 힘입어 읍소재지 장들은
가까운 시일에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겠지만,
사람들이 없는 면소재지의 조그만 장들은 곧 사라질 것 입니다.
가끔 이게 한국 재래장터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생각이라도 들면
카메라를 잡은 내 손이 부르르 떨리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장들이 현대식 건물이나 창고식 건물들을 지었으나
장꾼들로 부터 외면 당하는 실정입니다.
썰렁한 씨멘트 바닥의 건물보다는 양지 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이는
장터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공무원들의 무관심이 빚어낸 대표적 사례입니다.
곧 시골폐교처럼 장터를 다른 용도로 빌려주는 날이 올 것입니다.

오일 장이 노인들이나 찾는 기억의 유회물로 몰리는 날이 머지 않았지만
세상 바뀌는 것을 누가 말리겠어요.

201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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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작업이었습니다.

 

                                                                    지난 2월1일 출발한 정월 대보름장 작업은 한마디로 사투였습니다.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려도 경상북도는 눈이 오지 않는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경상북도 안동과 의성, 포항까지의 촬영 일정을 강행했습니다.

새벽부터 미끄러운 눈길에서 고생할 것이라는 건 예상했지만 의외의 일이 생겼습니다.

차의 와이프가 작동하지 않아 흙탕물에 가린 유리창을 딲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방이 보이지 않으니 운전을 할 수가 없어 위웜한 고속도 갓길에 세워 유리딲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영주IC에서 국도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또 다른 곡예가 시작되었지요.

길이 얼어붙어 갈지자로 왔다 갔다 하며 간신히 도착한 곳이 영주군 부석장이었어요.

눈이 쌓인 장터는 차거운 정적만 기다렸지만, 그 상황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또 다른 장터 풍경이었지요.

부석에서 도산 예안까지 장꾼이 있건 없건 눈내린 장터 풍경을 기록했습니다.

그 이틑날 아침부터는 무서운 한파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포항은 같은 경북인데도 눈이 전혀 오지않았어요.

살을 에이는 메서운 날씨지만 단 돈 몇 천원 벌려고 손님 없는 빈 장터를 지키는 장꾼들은,

힘들어 약해지는 나의 의지에 매서운 채찍이 되어 주었습니다.

배성일씨의 고향인 의성장은 이틑날 오후2시경 도착했습니다.

큰 장터 외곽에 펼쳐진 난장을 촬영하다 허기를 채우려 허름한 식당에 들렸어요.

그런데 삼천원하는 찹쌀수제비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그 때까지 아침식사를 못한 시장기도 역활을 했겠지만 미역국에 새알을 넣은

찹쌀 수제비 맛과 간 맞추는 지렁장의 조화가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했거던요.

3일 날 포도나무집에서 가질 '인사동유목민' 첫 모임으로 부득이 돌아왔지만

이틑날 다시 논산 강경장으로 떠날 작정입니다.

 

위 사진은 안동 예안장으로 오르는 뱃길입니다.

배 타고 장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는 적막한 풍경입니다.

찹쌀 수제비가 일품인 시장통의 대광식당


 

 

 

 

예산 역전장에 갔더니 장터 나오시는 할머니가 아들 놈이 끄는 손수레를 타고 오셨어요.
몸이 불편한 엄마를 태워 장에 온 줄 알았는데, 땅이 미끄러워 넘어질까봐 태워 왔데요.
아들 혼자서 장사 해도 되는데, 아들놈이 못 믿어워 따라 나섰다나요.

장터를 돌아다니다 정영신씨를 찿았어요.
"오리지날 밥집을 찍었다"는 아내 말에 찿아 가보니
씨락국밥 한 그릇에 삼천원, 팥죽 한 그릇에 이천원하는 밥집인데,
밥집 자체나 그릇들이 삶의 때가 묻어 있데요.
오랜 장터의 기억들이 되 살아나 너무 좋았어요.

 

201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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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사진의 모순성

 

 

지난 2월15일 청원 내수장을 찾았다.

요즘의 시골장은 대목장도 아닌데다, 산나물 철도 일러 대개 한산하다.

빈 장터를 찍으며 사라져가는 오일장의 현실을 알리기엔 적절한 풍경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산한 풍경이었지만 좀 과장됐다. 사람이 없어도 평소 이 토록 없지는 않았으니까...

가장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록해야 하는 것은 사진기자만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사진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현실에 자신의 감정이 개입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

찍는 시간이나 앵글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암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의 가치를 진실성에 두지만 이미 현대사진에서는 만드는 사진이 대세를 이루었다,

포토샵으로 이미지를 마음대로 변형할 수도 있어 사진의 리얼리티 훼손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겨우 다큐사진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으나 그마저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사람을 구할 것이냐 사진을 찍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프로일수록 사진을 택할 것이다.

잔잔하게 마음을 적시는 한 장의 사진보다는 비참하거나 충격적인 사진을 찍어야 돈도 얻고 유명세가 따른다.

이 시간에도 카파라치 근성을 갖고 있는 프로 사진가들은 어디선가 지구상의 이변을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총탄에 맞아 넘어지는 병사의 모습을 촬영한 종군작가 '로버트 카파'도 명작은 남겼지만 비인간적인 면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그것도 '인류애'와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자들이 아닌가?

 

2012.2.16

 

 


 

 

 

 

 

 

새벽에 출발하여 웅천장에 도착하니 아침8시 무렵이었습니다.
바삐 움직이는 장꾼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장이 살아 꿈틀거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뭔가 정신이 번쩍나는 아침이었습니다.

추운 아침 장터에는 불 지핀 연탄 화덕도 팔았습니다.
한개 빌리는 값이 3,500원인 화덕은 하루종일 장꾼들에게 온기를 주는
난방기구이며 따뜻한 물까지 쓸 수 있는,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좀 걱정스러운 것은 연탄 불하면 생각나는 아픈 기억들이 떠 올랐기 때문입니다.

                                            50여년 전 형님 두 분이 객지에 공부하러 갔다가 자치방에서 연탄가스가 새 나와 돌아가신 일도 있었고,
                                                               비슷한 무렵 길가에 있던 우리집 연탄 아궁이에서 또 한번 큰 사고가 났어요.
                                                 추운 밤을 견디려는 거지가 연탄 아궁이 앞에 쪼그려 불을 쬐다 그만 가스에 정신을 잃었나봐요.
                                                  아침 등교길에 불 위에 엎어져 얼굴이 새까맣게 탄채 죽어 있는 끔찍한 모습도 지켜 봤거던요.
                                                                          연탄을 보니 그런 아픈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데요.

                                                             그 무서운 연탄불을 옆에 끼고 하루를 꾸려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세상 산다는 것이 결코 녹녹치 않다는 것을 또 한번 실감했습니다.

 

                                                                                                        201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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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훔쳐듣는 장꾼들의 라이프 스토리

 

 

                                                                                    지난 15일 충청도 음성군 금왕장터를 찾았다.

                                               오래 전 현장을 둘러보며 하천 주변으로 형성되는 장터에 상당한 기대를 했지만 사람들이 없었다.

                                                            촬영을 마친 후에야 조반 먹을 여유가 생겨 장꾼들이 찾는 포장마차에 들렸다.

                                보리밥과 팥죽을 시켜 먹는 자리에서 젊은 장돌뱅이들이 나누는 평범하면서도 진실한 삶의 이야기도 훔쳐 들을 수 있었다.

 

                                                                                                        201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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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돌뱅이들의 변신

 

                                                                지난 23일은 수도권에 있는 파주 법원장과 남양주 마석장을 찾았습니다.

법원장과 마석장은 상설가게 없이 장돌뱅이들의 난장으로 구성된 점만 같았지 모두 달랐습니다.

법원장은 쇠퇴해가는 시골장의 모습 그대로 찾는 사람이 없었으나

마석장은 서울 재래시장을 능가할 정도로 손님이 많고 장꾼들의 상술도 세련되었어요.

상품을 진열하는 방식에서 부터 호객에 이르기까지 고객들의 마음을 잡는데 주력하더군요.

삶은 수육을 내 놓아 맛을 보고 사게하거나, 김이 무럭 무럭나는 군고구마 몇 개로 지나치는 사람들의 군침을 흘리게하는 등

장사 수법들이 대형 활인매장을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꾼들의 놀이도 진화되었어요.

대개의 시골장에는 장기나 화투놀이로 남는 시간을 보내지만 마석 장꾼들은 포커를 치고 있었답니다,

 

2012.2.25

 

 

 

 

 

 

 


 

 

지난 1월5일 당진장에서 울 엄마를 닮은 할매를 보았어요.
장보러 나오신 모양인데, 오뎅 사먹는 일도 장에 나온 이유 중 하나랍니다.
이가 없어 씹지도 못하면서 '오뎅 때문에 장이 기다려진다"며 좋아했어요.
노인들의 시골 삶이 불편할지는 모르나, 도회지에서 자식들 눈치보며
방에 갇혀 사는 노인들 보다는 훨씬 행복해 보였습니다.

안면도의 새로 만든 장은 계단식 콩크리트 건물이라 눈만 오면 얼어붙어,
겁을 먹어 사람들이 오지 않았고, 해미장은 그래도 옛 장터의 정취가 좀 뭍어났습니다.

할머니께서 쪼그려 앉아 오물 오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한 컷 올립니다.

2012 .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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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자세일까요?|

 

머리방 앞에 엎드린 할머니의 포즈는?

운동하는 장면이 아닙니다.

 

?

지난 9일 음성 금곡장에서 찍은 사진인데, 할머니께서 장보러 나오시다 힘들어 시멘트바닥에 앉아 쉬고 계셨어요.

그런데 일어나는 일도 예삿일이 아닙니다.

몸을 옆으로 돌린 후 엎드려 뻣쳐 자세로 천천히 일어서는 거예요.

그렇게 불편한 몸으로도 추운 장에 나오시는건, 오일장이 유일한 낙이기 때문입니다.

살 물건도 돈도 없지만, 사람구경 물건구경은 물론 아는 사람들을 장에서나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장이 경제가치를 넘어 살아 남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할머니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2012.2.10



 

 

지난 26일 새벽 4시경, 강원도 홍천우시장을 찿았습니다.
일기예보처럼 영하16도에 달하는 매서운 날씨인데도 많은 소들이 끌려왔더군요.
소들이 뿜어내는 입김이 얼어붙어 머리에 잔설이 덮힌 것 처럼 처연했습니다.
소들의 울부짖음과 팔려 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모습들은 노예시장을 연상케 했습니다.
마치 전쟁터같은 우시장을 지켜보며, 힘들었던 한 해를 떠나 보냅니다.

 

2011, 12, 30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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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아낙의 카 레이스

 

요즘 시골 아낙들의 교통수단으로 산악바이크를 닮은 네발 오트바이가 인기입니다.

                                                                             마치 자동차와 속력 경쟁이라도 하는듯 빠르게 달리네요.

(지난1월 22일고창 무장장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쟁이 정영신을 말한다.

그는 24년 동안 한 눈 팔지 않고 시골 장터의 정겨운 풍경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대개 사진가들이 작업을 하다보면 시류에 따라 주제가 바뀌기도 하고,
살기 위해 새로운 주제를 찾기도 해, 평생 작업으로 끌고 가는 경우는 드물다.
오랫동안 장터를 찍었다는 사진가들도 대개 2-3년이면 끝내는 경우가 많고,
그 외는 재미가 아니면 공모전용 사진소재를 찾는 능마주이들이 전부다.

정영신은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부터 장터를 겨냥했다.
장터를 기록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사진을 선택하는 것과,
사진을 하다 장터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정영신의 장터 사진은 아무런 기교도 멋도 부리지 않는다.
다만 장에서 따스한 인간애를 느끼는, 마음의 고향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골 아저씨들의 등짐에, 아줌마들의 봇짐에 감춘 사연 사연들을 찾아내며 사진을 찍었다.
오로지 시골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과 정에 취해 장돌뱅이처럼 떠돌아 다닌 것이다.

다큐멘터리사진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그의 사진에서는 현장성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짙게 깔려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장터 사진을 보면 따뜻한 인간애가 모닥불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동안 한국 중견사진가 두 사람이 시골 장터를 찍어 사진집을 펴낸바 있다.
그 사진들에 비해 정영신의 장터사진은 산만한 느낌은 들지만,
사진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장터의 난장스러움이 잘 묘사되어 오히려 정감이 간다.
대부분의 사진인들이 화면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장애물을 치우는 등,
주변을 정리해 기록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경우가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 오히려 하잘 것 없는 집기나
생활용품 에서도 그 시대상황과 이야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사진에서만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럴듯한 배경을 택해 장꾼들을 연출시키는 기존의 사진들에 비해 순간적인 감정 표현이나
어지러운 장터 분위기가 오히려 가슴에 와 닿는 울림이 훨씬 크다.

대개 사진인들이 습관적으로 찍을 소재를 찾게 되면 화면을 구성하게 된다.
장터 특성상 하이앵글, 즉 위에서 내려 보고 찍는 것이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영신씨가 구사하는 카메라앵글은 대개 수평이다.
찍히는 사람과 찍는 사람의 자세가 평행이거나 아니면 더 낮은, 즉 동격을 의미하고 있다.
사진을 찍기 전에 물건을 사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간의 벽을 허무는 것 또한 최고의 어프로치였다.
재미는 좀 덜하지만, 그보다 몇 배로 값진 장꾼과 사진쟁이의 소통으로 대상의 마음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영신식 색깔의 장터세계이고 작품세계인 것이다

정영신의 장터 사진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8년 전에 펴낸 정영신의 "시골장터 이야기"는 이미 13쇄에 이르도록 많이 팔렸다.
정영신씨가 장터에서 느꼈던 훈훈한 이야기들을 글로 쓰고, 그의 장터사진으로 그림을 그린 책이다.
지난해에는 '한국방송통신공사'가 해외 동포들을 위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정영신씨의 작업과정과 사진작품들, 아리랑제 장터 설치전'등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시골장터의 정겨움이 세계 곳곳에 방영되어 해외 동포들에게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안겨 주었다.
이것이 곧 사진의 힘이다.

한국의 장터 자료를 모은 사진집 "한국의 장터"는 정영신의 장터 철학을 조명할 수 있는 사진집이 될 것이다.
오랜 세월 장터를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보부상에 대한 사료를 찾아 온 정영신 만의 저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정영신의 '장터'사진들을 보면 스타이켄의 '인간가족'이 떠 오르고, 잊었던 고향이 그리워진다.


조문호/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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