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quence Structure

강정윤展 / KANGJEONGYOON / 姜晶玧 / sculpture

2013_1016 ▶ 2013_1022

 

 


강정윤_Grid Structure Ⅰ_우레탄, 철망_140×68×58cm_2013

강정윤_Grid Structure Ⅲ_우레탄, 철망_100×78×54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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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토포하우스TOPOHAUS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6(관훈동 184번지)Tel. +82.2.734.7555/+82.2.722.9883

www.topohaus.com


분해와 조립 : 강정윤의 근작들 ● 강정윤의 근작들은 '분석'에서 시작한다. '분석'이란 무엇인가? '分析'이라는 한자어가 말해주듯 그것은 '나누고 가르는 일'을 뜻한다. 분석가는 이렇게 '나누고 가르는 일'을 거듭하여 분석 대상의 기본단위를 찾아낸다. 다음으로 분석가는 기본단위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전체를 이루는지를 확인하려 들 것이다. 분석가의 목표는 분석대상의 구조(structure)를 해명하는 것이다. 분석가로서 강정윤의 관찰 대상은 '아파트'다. "아파트라는 건축물, 또는 건물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기본단위들의 결합규칙은 무엇인가"가 이 작가의 기본 관심사다. 어떤 의미에서 아파트를 분석하는 강정윤의 태도는 단어나 문장을 커뮤니케이션의 문맥에서 떼어낸 다음 기호 자체, 기호 속성들, 그리고 그 내적 구성에 초점을 두어 분석하는 기호학자, 언어학자의 태도를 닮았다. ● 이렇게 분석에서 시작한 작업은 분석을 통해 얻은 단위와 결합규칙을 참조하여 재구성하는 일로 이어진다. 이러한 재구성 작업은 크게 계열과 결합의 축을 따라 전개된다. 첫째는 계열의 축에서 발견한 단위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 내지는 결합하여 새로운 구성물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결합의 축에서 발견한 (단위들의)조합규칙을 새로운 방식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강정윤의 작업에서 이 두 가지 방식은 때로는 단독으로 또 때로는 함께 적용된다. 이러한 실험은 일상언어의 문법을 뒤트는 방식으로 새로운 언어를 창안하는 시인의 그것을 꽤 닮았다. 이제 그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강정윤_Grid Structure Ⅰ_우레탄, 철망_140×68×58cm_2013

 

 

 

강정윤_Grid StructureⅡ_우레탄, 철망_120×68×48cm_2013

 

 

 

강정윤_Sequence StructureⅠ_혼합재료_120×53×11cm_2013

 

 

 

강정윤_Sequence StructureⅡ_혼합재료_120×43.5×11cm_2013

강정윤은 뒤로 물러나 아파트 전체의 형상을 관조하는 것으로 자신의 분석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전체 형상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찾는다. 분석의 첫 번째 수준에서 아파트 전체형상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층'이다. 통상적으로 '층'은 '가로로 긴 형태의 사각형'의 외양을 갖는다. 기본 단위로서 층은 '쌓기'의 방식으로 결합된다. 즉 하나의 층 위에 다른 하나의 층이 올라가고 그 위에 다시 하나의 층이 올라가는 일이 반복된다. 쌓기가 완료되면 아파트 전체의 외양이 형성된다. 그것은 '세로로 긴 사각형'의 모양새를 갖는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는 '가로로 길고', 다른 하나는 '세로로 길지만' 층의 사각형태와 아파트 전체의 사각형태가 대부분 매우 닮았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파트의 전체 형태는 그 단위인 층의 형태를 내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아파트 건물이 구조적 통일성을 확보하는 한 방식이다. 하지만 분석을 좀 더 진행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기본단위로서 층은 다시 하위 단위로 분절 가능하다. 그 하위 단위란 '가구'다. 하나의 층은 다가구로 구성될 수도 있고 두 가구로 구성될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개별 가구의 사각형태는 전체(층)의 형태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파트의 '전체형태-층'의 수준에서 관철되던 통일성이 '층-가구'의 수준에서는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느슨해짐'의 양상은 개별 가구를 구성하는 더 작은 다양한 사각형들(방, 창문)을 발견하는 순간 좀 더 부각될 것이다. ● 이러한 분석을 통해 발견한 단위들과 결합규칙들이 강정윤 작업의 재료다. 먼저 층을 여러 개 만들고 그 층을 겹쳐 쌓는 방식으로 제작한「Grid Structure」연작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조물 주변에 비계(아시바)를 연상시키는 정사각형 그리드 틀을 배치한다. 주지하다시피 정사각형은 가로, 세로의 길이가 같고 따라서 여러 개의 정사각형으로 구성된 정사각형 그리드에서 항상 부분은 전체의 형상을 닮게 된다. 이러한 그리드의 구조적 양상은 아파트의 전체 구조적 양상과 독특한 협력 또는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이렇게「Grid Structure」는 아파트 구조의 전체적인 문맥에서 '아파트 전체형상-층'의 관계를 떼어내 새로운 문맥에 배치한 경우다. 또「Suspended Structure」에서는 한 아파트에서 찾아낸 기본 단위로 1가구, 또는 2, 4, 6가구(의 이미지)를 떼어내 다른 아파트들에서 찾아낸 가구단위들(의 이미지들)을 결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강정윤은 그 단위 조각들을 하나의 전체 사각형 안에 연이어 이어 붙였다. 이렇게 본래의 문맥 속에서 분리한 단위들을 새로운 문맥 속에서 결합하는 일은 본래의 문맥, 곧 아파트 건축물이 갖는 구조적 통일성과 안정을 노골적으로 가시화하거나 파괴하는 일이 다.

 


강정윤_Array StructureⅠ_혼합재료_54×72×37cm_2013

 

 

강정윤_Suspended StructureⅠ_혼합재료_160×180×100cm_2013

강정윤의 재료는 또 다른 분석에서도 나온다. 그것은 다음의 관찰에서 유래한다. 앞서의 분석이 전체를 확인할 수 있는 먼 거리에서 시도된 것이라면 여기서는 전체의 확인이 불가능한 가까운 거리에서 분석이 시도된다. 여기서는 시각보다는 촉각적인 것이 좀 더 우세할 것이다. 즉 아파트는 멀리서 보면 평평하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울퉁불퉁하다. 즉 아파트는 깊이 지각의 수준에서 여러 개의 레이어들로 구성된다(아파트의 이중창문을 예시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또는 심리 수준에서 여러 개의 레이어를 갖는다(예컨대 바깥쪽과 안쪽). 즉 여러 개의 레이어들로 겹쳐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해서 강정윤은 지각, 인지 수준의 레이어들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한다. 아파트의 표면을 벽감(niche) 같은 것에 깊이 밀어 넣고 LED조명을 가하여 그림자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레이어의 겹침을 강조하는 작업-「Array Structure」이나 실내를 여러 레이어로 겹쳐서 구축한 후 LED를 순차적으로 점등시키는 방식으로 심리적 깊이를 강조한「Sequence Structure」연작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두 작업은 평소에는 (또는 우리의 일상적 인식에서) 잘 보이지 않은 아파트의 어떤 구조적 양상을 독특한 방식으로 가시화, 부각시킴으로써 아파트의 구조적 양상을 노골적으로 가시화하거나 뒤흔드는 모양새다. ● 정리해보기로 하자. 강정윤은 아파트의 구조분석을 통해 얻은 단위들과 결합규칙들을 자신의 작업에서 새롭게 선택,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강화 내지는 전복한다. 이렇게 본다면 이 작가는 아파트 분석을 매개로 삼아 우리가 세상을 좀 더 낯설게, 또는 창조적으로 경험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는 아도르노를 빌려 "인위적인 객관화 과정을 통해 사물의 세계를 초월한" 사례로 평가할 수도 있을게다. ■ 홍지석

Vol.20131016c | 강정윤展 / KANGJEONGYOON / 姜晶玧 / sculpture


이동석展 / LEEDONGSEOK / 李東碩 / painting

2013_1002 ▶ 2013_1008

 

이동석_Chorus of Angels 1_캔버스에 연필, 유채_130×162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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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화면의 풍부한 이미지들은 제반 기억과 이미지 세계의 저장소로부터 비롯된다. 이들 이미지들은 미술사의 이미지들로부터 대중영화, 텔레비전, 광고 그리고 현대의 주류미술 그리고 소설이나 만화의 이미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고급소비자들의 사치품 브랜드 네임과 그들의 상표들이 강렬한 메타포로 각인된 작품들이다. 때때로 이 작가는 인간과 동물의 신체를 한 개의 특이한 모습으로 혼합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가는 이들에게 서양 고대에 등장하는 반인반마(켄타우로스)처럼 명백하게 초인간적 속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임신한 여자의 신체와 돼지머리의 결합은 최소한 서구문화에 훈련된 눈으로 바라볼 때는 풍자적인 요소로 비추어진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으로, 이 여성적 신체가 또한 남자의 머리와 결합되었을 때는, 그의 돌출된 귀는 마치 한 마리의 복어와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 하지만, 이들 매우 다양한 소재의 밀랍인형들은 평면적 차원에서의 이미지들에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손에 의해 단순히 윤곽선으로 처리된 일부 인물들조차도 다른 이미지들을 생산하기 위한 여러 기회들을 제공하고 있다. 왜곡된 신체윤곽선으로부터 아름다운 여인들의 얼굴들이 종종 특수거울에 의해 왜곡된 듯이 나타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이들 이미지들은 앤디 워홀의 ''마릴린 몬로''처럼 이후 오랫동안 현대미술의 아이콘이 된 이전의 헐리우드 영화스타의 양식화된 얼굴들 혹은 사진이미지들의 조각들일 뿐이다.

 


이동석_The new rulers_디지털 C 프린트_50×100cm_2013

이동석 회화의 실질적 기반은 캔버스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 캔버스는 유화로 그려진 이미지 모습들의 유일한 매개체이다. 하지만 지각적으로 그의 회화의 도발적 효과는 캔버스의 물질성을 거의 지워버리고, 감상자로 하여금 오히려 깨진 거울, 소형의 이미지 앙상블로서 다양한 캔버스 조각들의 그림들로 입혀진 찢겨진 종이 혹은 몽타쥬들을 연상하게 만든다. 이들 이미지들의 대담한 불균형성은 또한 이 이미지 구조의 혼돈성을 강조하고 있다. ■ Klaus Honnef

 

 


이동석_The Populism_캔버스에 연필, 유채_130×260cm_2011

The images that abound on the picture areas come from all sorts of memories and reservoirs of the world of images. They range from images of art history through the images of popular cinema, television, advertising and contemporary mainstream art to the images of graphic novels and mangas. Not to forget the brand names of the leading consumer and luxury goods industry and their trademarks which are stamped into powerful metaphors. Sometimes the artist also blends human and animal bodies into a single bizarre figure. But apparently not to give them, like the Centaurs in Western antiquity, a touch of the superhuman. Rather, his combinations of pregnant women's bodies and pig heads signal - at least in the eye trained by Western culture - a turn into the sarcastic. Last but not least, if the female body also receives once a male head, the salient ear of which makes him look like a blowfish. ● However, not only in the flat dimension of the images unfold the waxworks of the most different motifs. Even some of the figures, which are transformed under the hand of the painter to mere outlines, provide opportunities to produce other images. From the distorted body contours emanate faces of beautiful women, often distorted as if by special mirrors. In most cases, however, they are only fragments of stylized faces or photographic images of former stars of the Hollywood film, who, like Andy Warhol's "Marilyn" (Marilyn Monroe), have long since become icons of contemporary exhibition art. ● The factual basis of Lee Dong Seok paintings is indeed made of canvas, and the canvas is the sole carrier of an image scene in oil paints. But the suggestive effect of the paintings in the perception erases almost the materiality of the canvas and reminds the viewer rather broken mirrors, painted and cut up sheets or montages covered by means of painting of various scraps of canvas as a compact image ensemble. The drastic disproportionality of the images also stresses the conflicts of the image structure. ■ Klaus Honnef

Vol.20131002a | 이동석展 / LEEDONGSEOK / 李東碩 / painting

1895년 7월 24일 그 이후 - After July 24, 1895

민정수展 / MINJUNGSOO / 閔貞守 / sculpture 

2013_1002 ▶ 2013_1008

 
민정수_텅 빈 껍데기 Ⅰ A empty shell Ⅰ_플라스틱_97×82×2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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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00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토포하우스TOPOHAUS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6(관훈동 184번지)Tel. +82.2.734.7555/+82.2.722.9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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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욕망이 빚어낸 환상적 상보계(相補界) ● 1. 민정수는 이런저런 잡동사니들로 비현실적, 반현실적 환상을 빚어낸다. 조각가로서 이른바 매스(mass)에 대한 지적(知的) 관심과 조형적 실천, 천착을 거듭하기보다는 인간이 가진 속심(俗心)과 현실의 심리적 경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양계(兩界)의 양태를 물리적으로 중개하거나 그들이 충돌, 대립하며 파생하는 갈등구조와 양상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매개하며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 민정수 작업의 키워드, 혹은 직접적인 모티프는 욕망과 결핍, 애정과 애증, 의식과 무의식 등이다. 자연스레 이들의 상흔(傷痕)과 희로애락의 감정이 묻어나는 생활 속 오브제들을 사용했다.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잡동사니들은 개별적, 집합적으로 이들 감정을 호소, 대변하거나 변호, 옹호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삶을 살아내면서 더해가는 지혜와 욕망으로부터 절대적 상실과 고독에 이르기까지 삶의 현실적 경험풍경을 이끌어내기에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민정수_에로스의 의자 Ⅱ The chair of Eros Ⅱ_나무, 플라스틱_97×51×47cm_2011

 

 

 

민정수는 갖가지 이유로 삶의 둘레 밖으로 내동댕이처진, 혹은 소임을 다하기 전에 준거(準據)맥락에서 강제 탈거(脫據)된, 용도 폐기되어 버려진 생활오브제를 차분히 다듬어내어 사용한다. 일방적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오브제의 물리적 가소성을 거스르지 않고 존중한다. 태생이 다른 이들 이질적 사물들을 완전한 화학적 통일체로서의 피조물로 구현해내기 위함이다. 일부 갓 생산된 생경한 기성 오브제를 사용하는 이유도 완전한 리메이크 구조물을 창조하려는 작가 특유의 작업지향으로 이해된다. ● 민정수의 작업은 이렇듯 소비되듯 버려지고 던져지고 있는 우리네 억압된 욕구충동과 의식(意識), 시선 등을 그것들의 온기가 남아 있는 오브제들을 통해 가감 없이 털어 놓는다. 이들이 하나로 통합된 구조 속에서 길항하며 빚어내는 이야기는 엄연한 당대의 현실욕망풍경일 것이다. 우리가 무심한 척 은폐시켜온 절박한 욕망과 열정, 일탈에의 격정을 한곳에 모으고 갈무리하는, 민정수가 선사하는 뜨거운 세례(洗禮)이자 의식(儀式)이다.

 

 
                                                                 민정수_눈부신 나날 A brilliant day_플라스틱_45×36×11cm_2011

 

 

]민정수의 작업에는 현실의 시공과 가상의 시공이 중첩되어 있다. 양보할 수 없는 충돌이 빚어진다. 때론 화해의 제스처가 더해지며 평정의 기운을 창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서로 부딪치고 꿈틀거리며 공명한다. 이질적 세계의 충돌은 작업의 역동성을 매개하고 중개한다. 민정수는 세상의 파열음과 불협화음, 또는 협화음을 빚어내는 창조자로 기능한다. 그가 빚어내는, 자아내는 피조물과 이미지들은 자신의 모습이자 현실, 현재의 직간접적 투영에 다름 아니다. 자신의 현실태를 응시하고 탐하는 또다른 욕망주체로서 자신을 개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 민정수는 사회와 가정, 자신을 지탱하는 신념, 내규, 규칙, 질서, 법칙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의지와 일탈에의 감정을 가히 가학적이라 할 만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가 창조한 현실풍경은 답답한 준거로부터 매력적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합법적 일탈, 혹은 비합리적 이탈에의 의지표출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러한 내적 무의식과 욕망의 발현 또는 표출양태는 작가는 몰론, 인간이 지닌 원초적 본능과 그것의 구현충동의지를 분명하고 뚜렷하게 환기시킨다.

 

 
                                                             민정수_메두사와 속눈썹 Medusa and eyelashes_혼합재료_115×58×58cm_2012

 

 

2. 민정수의 작업은, 앞서 지적했듯, 이질적인 사물들의 결합에 의해 완성된다. 마치 그림을 그려나가듯, 하나하나 붓질과 획을 더해나가듯 크고 작은 오브제를 더해냈다. 마치 인생이라는 커다란 연극무대에 올려놓을 소품을 제작하듯 특정 장면을 염두에 두고 완성시켜나가는 작업이다. 그 염두라는 것은 치밀한 계획과 시나리오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즉흥적이고 유희적인 호흡과 창발적 아이디어에 의해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작업방식은 은근한 노골적 긴장감으로 되살아난다. 판에 박힌 희로애락을 노래한 것이 아니다. 임기응변식 애드립과 탄탄한 기승전결의 완전한 구색으로 무장한 삶의 플롯구성을 비틀면서 배태된 것이다. 즉흥적이지만 일정한 프레임 내에서의 발현을 전제로 했다. 전체적인 균형도 놓치지 않았다. 거침없는 상상력과 개인적인 경험이 효과적으로 결합, 밀착되었다.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음이다.

 

 
 
                                      민정수_위태로운 신전의 여신 The Goddess of dangerous shrine_혼합재료_120×60×50cm_2012

 

 

 

조형적 질서와 균형, 나아가 재료적, 시각적인 안배에 모자라거나 지나침이 없다. 소재와 재료에 대한 이해와 해석력이 탄탄하다는 반증이다. 재료에 대한 이해와 오브제를 선택하는 순발력과 감각, 그로부터 상기될 판타지에 대한 예지력이 민첩하고 치밀하다. 민정수의 작업은 오브제를 통해서 빚어나가는 '오브제소조작업'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민정수의 호흡에 문학적 상상력과 경험이 녹아든다. 그가 펼치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관람객의 멜랑콜리와 우수, 문학적 상상력을 반추할 것이다. 일견 장식적으로 보이지만 지나침이 없다.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자연스런 마음도 묻어난다. 거침이 없다. 그러나 자연스럽다. 이질적인 재료들이고 부조화가 능히 짐작되지만 물리적으로 태생적으로 생김새나 쓰임새가 다른 것들을 합치고 녹이고 펼치며 하나의 덩어리로 커다란 무엇으로 용착, 통합한다.

 

 
 
                                                                         민정수_백일몽 A daydream_혼합재료_80×75×70cm_2012

 

 

민정수의 작업은 흡사 모노드라마. 혹은 그 각본과 극본의 극적인 부분을 시각적으로 발췌해 놓은 듯한 장면, 연극의 포스터를 보는 듯하다. 또는 소품과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작업실은 쉬르한, 초현실적 분위기로 가득하다. 연극적인 설정과 극적인 반전이 여기저기 출몰한다. 그러나 정작 작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를 자랑하지 않는다. 민정수는 분장사와도 같다. 화장, 분장이라도 하고 작업에 임하는 듯, 마음을 숨기고 나름의 성형술을 구사한다. 민정수가 다룬 오브제들은 집에서 동네 골목에서 나뒹구는 이런저런 물건들이다. 일종의 기념품, 전리품, 나름의 독특한 모뉴멘트, 기념비다. 민정수가 바라본 오늘날의 일상, 세상의 기념비요, 심상의 기록비(記錄碑)다. 심리적 갈등구조와 세상에 대한, 외계에 대한, 외세에 대한 기록이자 지적반응, 기념이다. 물리적 구조로 담아낸 심리적 지형이다. 총체적 현실표상이다.

 

 
 
                                       민정수_애견 요피를 사랑한 남자 The man who loved a pet yoopi_플라스틱, 지퍼_68×47×18cm_2012

 

 

3. 결코 채워지지 않는 것이 욕망이다. 또한 사랑이다. 민정수는 욕망과 사랑을 향한 무한 보충과 결핍을 노정했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본질적으로 다른 욕망과 결핍의 태생적, 현실적 차이를 상상력이라는 치유의 힘으로 봉합하고 두툼한 완충지대를 만들어냈다. 이는 오브제와 스스로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용기를 주고받는 희망의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자기 스스로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건강한 현실과 현재, 미래를 다져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본능이지만 과잉일 수도 있는 (일그러진) 욕망구조, (왜곡된) 욕망충동을 현실의 장에 던져 놓았다. 누군가에 의해 짓눌려 있었던, 혹은 스스로 억압시키고 은폐시켜온 감정을 까발린 진솔한 자기 고백이자 반성의 장에 다름 아닌 것이다. ■ 박천남

     

 

Vol.20131002b | 민정수展 / MINJUNGSOO / 閔貞守 / sculpture


Apocalypse & Melancholia

구철회展 / KOOCHEOLHOE / 具哲會 / painting
2013_1009 ▶ 2013_1014

 

 

 


구철회_Apocaliypes&Melancholia_혼합재료_116.7×91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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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100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상처받지 않을 권리


구철회_Apocaliypes&Melancholia_혼합재료_162×130cm_2013



절망하지 않을 권리


구철회_Apocaliypes&Melancholia_혼합재료_130×162cm_2013


추락하지 않을 권리


구철회_Apocaliypes&Melancholia_혼합재료_162×130cm_2013


그리고, 죽지 않을 권리


구철회_Melancholia_혼합재료_91×116.7cm_2013



없다......나에겐.


구철회_Melancholia_화인아트 잉크젯 프린트_2013

 

 

구철회_Melancholia_화인아트 잉크젯 프린트_2013



이번 전시의 주제는 'Apocalypse & Melancholia /종말과 우울(증)'이다. 두 주제를 관통하는 정서는 어두움과 슬픔이다. 쓸쓸함이나 허무함 좌절, 무기력 등등으로 해석할 수 도 있을 것이다. Apocalypse는 시대의 우울이며 Melancholia는 내면의 우울이다. 절망과 상실의 시대, 소통이 사라진 단절의 시대에 대한 비판적 해석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 내면의 슬픔을 Apocalypse & Melancholia라는 개념으로 응축하여 표현하였다. ■ 구철회

Vol.20131009c | 구철회展 / KOOCHEOLHOE / 具哲會 / painting


오래된 눈물

양대원展 / YANGDAEWON / 梁大原 / painting

2013_0925 ▶ 2013_1030 / 월요일 휴관

 

 


양대원_눈물의 숲 2_광목천에 한지, 아교, 아크릴채색, 토분, 커피, 린시드유_110×148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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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3_0925_수요일_05: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료 / 성인(대학생 포함)_2,000원 / 5세~고등학생_1,000원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월요일 휴관


사비나미술관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서울 종로구 안국동 159번지Tel. +82.2.736.4371

www.savinamuseum.com


신종 단색조 독백의 회귀_위장 무늬처럼 ● 전투복이 취하는 위장 무늬 패턴은 양대원의 작업 전개 양상에 견줄 때 요긴하게 비유될 자격을 갖췄다. 「난-벙커315020」(2002)나 「푸른 만찬(의심) 135060」(2006)처럼 그의 작품군 전체를 통틀어서 군복의 위장 무늬가 명시적으로 인용된 횟수는 지극히 적지만, 위장 무늬의 속성은 양대원의 미학과 근친성이 높다. 양대원 작업의 연대기를 추진시킨 일관된 동력으로 나는 크게 셋을 꼽는다. 분노, 위장, 자기 완결성. 위장 무늬처럼 그의 화면은 색을 혼합하지 않고 배색을 통해서 단색(들)의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은 채 제시된다. 위장 무늬처럼 그의 화면에는 작가의 내면과 분노가 직설법으로 노출되지 않은 채 어딘가 숨은 모양새로 제시되곤 한다(커튼이나 벽면 뒤에 숨은 무수한 동글인들을 떠올려보자). 위장 무늬처럼 그의 화면은 고유한 모노톤 채색으로 각인되어 있다. 위장 무늬 전투복을 착용한 군인처럼, 무언가를 향한 분노 어린 공격성을 그의 그림들은 담고 있는 것 같다. 가면 차림으로 단검을 쥔 동글인의 분노는 어디를 지향하고 있을까?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 부조리한 동시대 정치 사회상을 향한 불평 같기도 하고, 작가가 속한 제도권 미술계의 무사안일에 대한 한탄 같기도 하다. 자객(刺客)을 닮은 동글인은 자연스레 작가가 고안한 자기 분신처럼 보이며, 세상과 작가 사이를 잇는 거의 유일한 대리인처럼 보인다.

 


양대원_Bullet 2_광목천에 한지, 아교, 아크릴채색, 토분, 커피, 린시드유_111.3×112cm_2011

양대원_Bullet 1_광목천에 한지, 아교, 아크릴채색, 토분, 커피, 린시드유_148.3×100cm_2011

2011-2013년 독해 ● 2013년 공개하는 신작은 2011년부터 2012년 프랑스 노르망디 레지던시 체류 기간 그리고 2013년 초까지 햇수로 3년여 준비 기간 동안 완성된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신작 역시 위장 무늬의 고유한 논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눈에 띠는 변화도 보인다. 대여섯 개의 원색으로 구성된 도안을 닮은 기존의 화면들이 검정 모노톤으로 차분하게 수렴 되었다. 또 분노의 지표였을 동글인의 눈에 고이거나 또는 흘러내리던 표현주의적 눈물 묘사도 완결된 물방울 모양으로 도식화 되어 한 화면에 가득 찼다. 거칠게 요약하면 눈물방울이 신예로 떠올라 전진 배치되면서 종래 작업 연대기에서 가장 활약상이 컸던 가면을 쓴 동글인(들)은 2선으로 물러난 형국이다. 끝으로 양식화된 모노톤 눈물방울 화면은 양대원의 작업 연보에서 시종일관 관찰되었던 자기완결성의 환원주의적 귀결처럼 보인다. 신작이 모노톤 기본 도형들의 변형으로 수렴되었기 때문이다.

 

 


양대원_자화상-눈물_광목천에 한지, 아교, 아크릴채색, 토분, 커피, 린시드유_148×102cm_2011

양대원 브랜드 ● 양대원의 작품이 손쉽게 각인된 까닭은 그의 브랜드가 이목구비를 갖춘 캐릭터였던 데 있을 것이다. 동글인으로 명명된 캐릭터는 작업 동력의 3요인(분노, 위장, 자기 완결성) 가운데 분노의 메시지를 위장의 제스처로 전달하는 매개체였다. 그렇지만 이 분노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가면의 사내는 자기 완결성을 지향하는 양대원의 기질과 더러 충돌하는 것 같았다. 동글인 캐릭터의 강인한 인상 탓인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오히려 교란하는 역효과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여건을 따져보면 3가지 창작 동력 가운데 자기 완결성에 대한 작가의 강박은 다른 무엇보다 선행적이고 압도적이다. 자기완결성을 향한 결벽증을 살피기 위해 그림의 기초인 화면부터 보자. 한지와 천을 배접해서 만든 캔버스는 양대원의 자체 제작 시스템의 산물이다. 작업 연대기마다 황토색 질감이 살아있는 배접한 캔버스가 등장하는데, 캔버스를 흙물로 씻어내면서 요철이 있는 표면의 재질감이 생겨난다. 두께나 부피보다 표면의 질감에 강조점이 놓인 캔버스 위로, 불투명한 단색 안료가 그래픽 도안처럼 올라가는데, 은은한 황토색 재질감 때문에 그래픽 디자인과는 다른 변별력이 유지된다. 원형(circle)같은 도형들을 변형시킨 기본 단위들로 구성된 양대원의 화면은 기본 단위인 그리드(grid)를 무한히 변형시켜서 화면을 채워나간 몬드리안의 자기 완결적 화술을 연상하게 한다. 작가가 외계에서 차용하는 아이디어도 자기완결성에 대한 그의 편집증을 느끼게 한다. ● 그가 작업의 모티프로 화면 위로 불러오는 것은 성경의 구절, 고전 회화의 도상, 고증적 가치가 높은 한자(漢字) 따위다. 이미 검증받은 대상을 모티프로 불러온 것이다. 그의 그림은 선명한 의중을 담고 있지만, 작품 해설을 접하기 전까지 내용 파악이 더딘 까닭은 자기 완결성을 위해 화면 위로 조형적 긴장감이 내용을 압도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기성 문자의 모양새를 따라서 만든 글자 조합이 판독하기에는 너무 도안에 가깝기 때문이다(작품 해설을 접한 후에조차 「가라사대Ⅰ613040」(2004)에서 "모든 것이 헛되도다"를 찾아내긴 간단하지 않으며, 「Love」(2013)에서 알파벳 Love를 찾아내기도 매한가지로 간단하지 않다). 하물며 자의식이 강한 자체 제작된 화면 위로, 분신에 가까운 인물 캐릭터가 출몰하는데 이들의 존재가 표면 위에 남겨지는 방식은 붓질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결벽증적인 마감을 따른다. 가까이서 표면을 확인해도 기계적인 작도의 흔적만 관찰될 뿐이다. 구상 단계부터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에 이르기까지 양대원은 미학적 청교도주의에 지배된 듯이 보인다.

 


양대원_합(合)_광목천에 한지, 아교, 아크릴채색, 토분, 커피, 린시드유_148×110cm_2013

삼위일체(분노, 위장, 자기완결성) ● 작업 연대기에 일관되게 관찰되는 세 가지 단서(분노, 위장, 자기 완결성)의 시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외부 세계를 향한 작가의 분노나 그것을 표출하는 과정에 위장을 개입시킨 건 자기 완결성의 파생적 결과로 보인다. 자기 완결성을 향한 강박은 이미 3회 공산미술제 공모에 당선되었던 1996년경 작업(당선작 발표는 1996년에, 수상작가의 개인전 개최는 1998년에 성사된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수상작가 양대원의 작업 과정을 '농사'에 비유한 김학량(당시 동아갤러리 큐레이터)은 "그(양대원)가 세상과 자기 작업에 임하는 태도는 거의 종교적...(중략)...조형적으로는 장인적 수공성이라는 전통적 미덕"이 그림 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집요한 수공적 가치를 고수하는 작가적 외골수는 자기애의 분신처럼 보이는 가면 캐릭터로 제시된다. 이 가면 캐릭터는 세상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고립된(마치 서울 중심지로부터 대략 40km 가량 떨어진 변방, 덕소에서 20여년을 살고 있는 작가의 거주 환경처럼) 그의 심신을 방어하고 대변하는 분신처럼 보인다. 그 때문일까, 뿌리 깊은 허무주의와 절대적 해법을 향한 무익한 소신이 뒤엉킨 양대원의 세계관은 조형적으로 빈틈없이 꽉 찬 화면과 그 위로 변검(變瞼)을 닮은 가면 캐릭터의 자객(刺客)들이 형성하는 긴장감과 등가를 이룬다. 세속을 향한 그의 불신이 자기 세계관과 자기애를 강화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때문인지 작품 연보를 통틀어 인식 불가한 형상이나 가면을 쓴 캐릭터에 '자화상'의 타이틀을 단 작품들은 꾸준히 제작되었다. 그 중 어떤 것은 숫제 자기애에 빠진 신화, 나르시스를 차용하기도 했다(「의심-자화상(나르시시즘)823090」(2009)).

 


양대원_애(愛)_광목천에 한지, 아교, 아크릴채색, 토분, 커피, 린시드유_54×44cm_2012

양대원_신(信)_광목천에 한지, 아교, 아크릴채색, 토분, 커피, 린시드유_54×44cm_2012

양대원_망(望)_광목천에 한지, 아교, 아크릴채색, 토분, 커피, 린시드유_54×44cm_2012

신작(2011-2013) 해석 ● 양대원의 오랜 브랜드, 동글인 캐릭터가 그간의 작업 연보에서 보여준 요란한 시위와 선명하고 원색적인 호소가 잠잠히 자제된 채, 검정 모노크롬으로 귀결한 이번 신작은 양대원의 내면을 깊이 지배하는 절대적 관념가치와 자기완결성을 향한 관성을 감안할 때 예상 가능한 결론처럼 보인다. 기본 도형을 무수히 변형시켜서 화면 위로 확장해온 그의 오랜 미학적 반복은, 그리드(grid)의 반복으로 회화 언어를 재구성한 몬드리안을 연상할 만하다. 결국 그의 신작은 검정 모노톤으로 마감된 절대주의(Suprematism)의 조형 문법과 근접거리에 놓였다. 원형(circle)의 변형으로 해석될 눈물방울의 전면 배치나, 화면의 전체 프레임을 정사각형(square)에 귀결시킨 여러 작품의 구성이 그러하다. 물론 그렇다고 지난 작업이 담아온 분노와 메시지가 사라졌을 턱은 없어서, 화면 위로 작은 단서처럼 남아 있다. 비록 순수 조형이라는 궁극 목표를 지향한 서구의 절대주의와 양대원의 출발선은 서로 달랐어도, 가면 캐릭터와 동글인이 화면에서 축소되고 분노가 눈물방울로 양식화된 것은 작가의 미적 비중이 자기완결성과 새로운 회화 존재론에 대한 고민에 놓여있어서 일 것이다.

 


양대원_꽃 1_광목천에 한지, 아교, 아크릴채색, 토분, 커피, 린시드유_148×148cm_2011

모노크롬 모놀로그의 의미 ● 새로운 회화론에 대한 고민은 지난 작업부터 일관된 창작의 추진 동력으로 보인다. 초기 작업에서 시도된 문자와 이미지를 통합시킨 작업들은 꾸준히 지속되었고 근작에도 다시 발견되고 있다. 「가라사대Ⅰ613040」(2004)에서 "모든 것이 헛되도다"를 구성하는 무수한 동글인의 조합처럼, 무수한 문자 실험을 한 「랭귀지 스터디」(2012) 연작이나 「아모르1 Amour1」(2013) 「애(愛) Love」(2012) 등은 기하학적 도형의 조합으로 한자를 표상하지만 단번에 식별하기 어렵다. 의미를 내포하면서 장식적 가치도 병행하는 도안처럼 제시된 탓이다. 이전 작업이 그러했듯 메시지의 전달보다 도안의 자기완결성이 한결 중시된 작업인 것이다. 알파벳 문자의 의미 전달 기능을 조형 단위로 용도 변경한 파울 클레처럼. 첫 개인전을 발표한 1991년부터 2013년 사비나 미술관 개인전까지 양대원의 개인전 발표 주기는 해를 거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꾸준한 독백의 연대기는 금년 단색조 독백으로 한 차례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한국의 지난 화단사에는 서구 모노크롬을 흉내 낸 긴 계보가 있고 오랜 헤게모니를 쥐기도 했다. 그러나 미적 독창성은 줄곧 의심 받아온 권위였다. 반면 지난 시절 국내 모노크롬 화단의 계보와는 무관하게 양대원이 독자적인 회화 시험을 통해 일견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비슷한 조형적 귀결에 도달한 건 고유한 성과로 보인다. 그것이 단순한 형식 실험의 결과가 아니라 작가 내면의 분노와 자기완결성에 대한 강박이 착종된 귀결인 만큼 더더욱. ■ 반이정

 


양대원_오래된 눈물_광목천에 한지, 아교, 아크릴채색, 토분, 커피, 린시드유_82×63cm_2011

Return To The New Monochrome Monologue_Like Camouflage ● In discussing the trajectory of Dae-Won Yang's artistic career, camouflage patterns inevitably dominate the conversation. actual camouflage motifs are very sparse in his work, these elements are nevertheless closely related to Yang's aesthetic. For example, as we can see in 「Orchid-Bunker 315020」 (2002) and 「Blue Banquet (Suspicion) 135060」 (2006), there are three elements that can be consistently found throughout his work. It is this same consistency has served as a driving force behind his series of works: Anger, Camouflage, and Self-Sufficiency. Rather than mixing colors on a pallet before applying them to canvas, Yang paints solid colors in juxtaposition such that they maintain their original forms. Like camouflage patterns, his inner sensibility and anger are depicted indirectlyand hidden somewhere on his canvas (imagine the Round Persons in his paintings which he calls Dongulin, a visual embodiment of the artist who remains hidden behind curtains and walls). His canvases are inscribed with monotonous colors masquerading as camouflage patterns. In fact, it often seems like his paintings show anger and aggression towards unknown things, such as soldier wearing camouflage uniforms. To whom does the Round Person, wearing a mask while holding a short knife, direct his anger? The answer to this question changes, depending on the circumstance. Sometimes it appears as though the artist is exploring socioeconomic inequality, or lamenting the peace-at-any price attitude held by mainstream artists. The Round Person in his paintings is reminiscent of an assassin and takes on the character of Yang's natural alter ego. on the other hand, it may also represent the sole mediator between the artist and the world. ● Reading 2011-2013 The paintings in this exhibition represent the series Yang has worked on from 2011 to 2012, during which time he was an artist-in-residence in Normandie, France. His most recent works were completed in early 2013. These new works are in the line with his 'camouflage' works, although obvious changes can be detected as well. While his previous works used patterns with five or six solid colors, his new paintings are calmly focused using black monotonous colors. Furthermore, Yang's expressive depiction of the Round Person's teardrops filling in or falling from his eyes was formerly used as a symbol of anger. In his recent works, however, the water drop has become a schematic diagram unto itself and now fills the entire canvas. The Round Person wearing masks which frequently appeared in previous works now take a backseat to the teardrop, which has become a new dark horse juxtaposed front and center. Finally, the stylized monotonous teardrop on the canvas seems to be a reductive conclusion of self-completion, since Yang's new works focus on the diversion of basic monotonous shapes. ● Dae-Won Yang Brand Yang's work is easily remembered by audiences due to his trade mark brand― character with distinctive facial features. The Round Person, called Dongulin, is the vehicle used to deliver the message of 'anger' vis-à-vis a camouflaged gesture. His three main subjects are anger, camouflage, and self-sufficiency; however, the man with a mask seems to conflict with Yang's nature as it tries to achieve self-sufficiency. The prominent appearance of the Dongulin character in Yang's work has inadvertently caused observers to interpret a mixed or diffused message from his work. Among his three preferred themes, Yang's obsession towards self-sufficiency takes priority over the other two. To understand his obsession towards self-sufficiency, let's take a closer look at the foundation of the painting: the canvas. Yang's canvas is traditional Korean paper or fabric which he manufactures himself through his very own production process. Each work starts with this textured and soil-colored surface, created by washing the material with muddy water which results an embossed surface when dry. These canvases emphasizes texture rather than volume or density. The murky solid color is applied to the canvas as if it were some kind of graphic design. Because of its soil-colored texture, however, it separates itself from the actual work. Yang's canvases with modified shapes include circles that are reminiscent of Mondrian's paintings with their self-sufficient style and repeating basic elements of shapes and grids. The concepts Yang brings to life in his works bring us closer to understanding his obsession. Phrases from the bible, icons from old masterpieces, and Chinese characters are expressed as objects and repeat as motifs throughout his works, all of which are created with obvious intention. However, full comprehension of this requires an understanding of the content on the canvas which is overshadowed by formative tension. The combination of characters which follow conventional word forms results in imagery that is very close to the appearance of a design diagram. Even after reading the explanatory wall text, it is not easy to point out the phrase "All is vanity" in 「As a Man Says I」 or finding "LOVE" in 「Love」 (2013). Thus, in Yang's self-produced canvases which present a strong sense of identity, one can see a human character that looks similar to the artist himself, painted in such a way that it is perfectly finished without a single brush stroke in excess. If we look closely, we can only see the traces of a mechanical plan. Indeed, Yang's work gives us the impression that he is totally consumed with conveying ideas in their purest form from beginning to end. ● The Trinity (Anger, Camouflage, and Self-Completion) Where should we look to find the origin of the three thematic motifs which appear consistently in Yang's work: anger, camouflage, and self-sufficiency? one possible explanation for his frequent use of camouflage elements is that his work expresses his anger along with the process of arriving at such a state of mind: his tendency toward self-sufficiency resulted in his introduction of camouflage. In fact, Yang's obsession with self-sufficiency was already present in the work which earned him the 3rd Gong San Art Award in 1996 and was exhibited in 1998. At that time, Dong Ah Gallery curator Hak Ryung Kim compared Yang's working process to farming, writing "「Yang's」 attitude to the world and his work is almost religious…he shows traditional virtue, artisanal craftsmanship." These characteristics are indeed located at the core of Yang's art practice. He clings to craftsmanship obsessively and his single-mindedness is suggested in the characters with masks like Yang's alter-ego. For the past 20 years, Yang has lived 40km away from Seoul in suburban Dukso.Like his suburban home, the character with the mask seems to offer the artist a form of protection by providing the means for distancing himself from the world as well as speaking on his behalf. Yang's outlook on the world is a mixture of deep-rooted nihilism and futile conviction of absolute answers. His meticulously organized compositions centering on the masked character provide weight and depth to the artist's outlook. It seems as though Yang's mistrust of the secular world reinforces his nihilistic outlook on self-love and the world from which it originates. With this goal in mind, Yang has consistently created works with unknown figures and masked characters which are entitled 'self-portraits.'In his work entitled 「Doubt – Self-Portrait (Narcissism)」, he takes the story of Narcissus (a character in Greek mythology who falls in love with himself) and advances it a step further. ● Recent Works (2011-2013) Yang's new works are a predictable result once one understands his focus on absolute moral value and self-sufficiency that lies at the core of his inner being. 'Round Person' characters, with their noisy demonstrations, have always exemplified his brand, along with vivid and straightforward statements. However, in his new works those characters are calmand restrained, presented in black monochrome. He has transformed the basic shapes countless times and expanded them on the canvas. Such aesthetic repetition is reminiscent of Piet Mondrian, who redefined the language of painting with repeated grids. What's more, Yang's new works also find resonance with Suprematism through their monotonous formative style. The teardrops, which look like variations of basic circular shapes, are placed in the forefront while the canvas has been changed to a rigid square shape. The messages and emotion of anger he previously voiced in his work, however, remain as traces of the past. Although Western Suprematism and Yang's aesthetic derive from different origins, they have arrived at the same destination; the masked character and the Round Person have become minimized and teardrop elements have become conventionalized, while Yang's aesthetic focus has changed to embody the principle of self-sufficiency and the labor inherent in the creation of a new painting. ● The Meaning of Monologue The discourse of labor is a consistent motivation for the creation of any kind of work. In Yang's earlier works, he worked with characters and merged images repeatedly, a theme which can also be found in his more recent works. In 「As a Man Says I 613040」 (2004), lots of Round Person characters form the phrase, "All is vanity." Furthermore, the artist's 「Language Study」 (2012) series, 「Amour I」 (2013), and 「Love」 (2012) all include Chinese characters made of geometric shapes that are difficult to recognize at one glance. Similar to his earlier works, the self-sufficiency of the painting's design is more important than the delivery of its message in much the same way that Paul Klee transforms a character's linguistic function into a formative shape. Yang has presented his work at solo exhibitions almost every year from 1991 to the present. The first chapter of this chronicle of monologue will be completed with Yang's exhibition at Savina Contemporary Art Museum this year. In the history of Korean art, there is a long pedigree of copying Western monochrome painting and its hegemony; however, this aesthetic has long been doubted as any kind of authority. on the other hand, Yang has reached new territory through his work (the Russian Avant-Garde also reached this same territory separately yet parallel to Korean monochrome painting). Yang's arrival is a genuine achievement since it originates from his own anger and obsession on self-sufficiency, rather than resulting from mere experimentation with the format. ■ BANYIJEONG

Vol.20130925b | 양대원展 / YANGDAEWON / 梁大原 / painting


유카리화랑의 오랜전속작가인  까치 호랑이작가, 고선례선생이 갤러리 스페이스 이노(쌈지앞 도채배비도 반한 찻집2층) 730-6763에서 9월 25일부터 10월 8일가지 전시합니다. 아침 11시~7시까지 볼수있습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10월 3일(개천절)휴관, 이번작품들은 호랑이와 까치와 달과 풍경들을 변용한 작품들은 가을날~까치호랑이의 외출"이라 할수있는 작품들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작품값은 40만원~1000만원까지 ~~^^(사진참조)

 

 

 

 

 

 

 

 

 

 

 

 

 

 

 

 

 

 

 

 

 

 

 

 

 


차경희의 <터, 지속된 시간> 전시가 2013년 9월 4일(수)부터 9월 17일(화)까지 개최됩니다.

제주도에서 강원도에 이르는 전국 곳곳의 자연풍경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평범한 자연풍경 사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묻힌 듯 혹은 스며있는 듯 무덤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무덤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차경희 작가의 삶과 죽음의 상호관계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무덤'이 죽음의 거처나 생의 외부가 아닌 삶의 내부의 살아 있는 경험으로 관람객 여러분께 다가가길 기대합니다.

차경희의 <터, 지속된 시간> 전시에 따뜻한 관심과 많은 관람 부탁드립니다.

관람시간
평일 및 토요일 10:00 - 19:00 , 일요일 및 공휴일 11:00 - 19:00

www.gallerylu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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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 眞鏡

2013_0912 ▶ 2013_1027 / 월요일 휴관

 


유근택_어떤 실내_한지에 수묵채색_146×127cm_2012

초대일시 / 2013_0912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김민호_김보민_김정욱_박병춘_서은애_손동현

양유연_유근택_이영빈_이진주_임택_정재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OCI 미술관OCI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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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동양화(동양화 혹은 한국화에 대한 용어 문제는 논외로 하고 여기에서는 동양화로 통칭하고자 한다.)는 표현의 대상이나 재료의 선택, 형상화의 방식 등에 있어서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로 나아가고 있다. 먹과 아크릴, 과슈 등이 어울린 도시 풍경, 사진과 설치가 혼융된 수묵화, 사사로운 일상의 기록에서부터 사회적 이슈에 대한 패러디적 접근 등, 동양화의 양상은 동양화 고유의 특성뿐만 아니라 관점과 태도에 있어서 서양미술의 영역까지 유연하게 넘나들고 있다. ● 이처럼 동양화의 현재는 어느 한 가지 맥락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다채로운 차원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데, 자연과의 교감에 있어 사의(寫意)와 형사(形似)에 기탁하는 회화적, 시각적 메타포의 문제와 지필묵연(紙筆墨硯)을 중심으로 하는 질료의 문제 등에 대한 동양화의 오랜 전통과 미학을 동시대의 맥락으로 번안하여 풀어나가고자 하는 작가의 개별적 해석과 수용의 태도를 극명히 보여준다. ● 한국의 동양화는 이미 한 세기 전부터 문화 변동을 겪으며 유교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전통의 틀을 깨고 새로운 서구미술과 일본미술과의 영향 관계 속에서 자생해왔다. 해방과 분단 이후 다시 쓰는 동양화의 역사는 왜색 탈피와 한국적 미감의 회복, 현대적 미의식의 창출이라는 커다란 과제 위에서 큐비즘, 초현실주의, 미래주의, 추상표현주의, 모노크롬,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등 모더니즘의 계보로 이어지는 서양 미술계의 추이와 함께 현대적 가치의 조형성을 얻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모색의 여정을 이어나갔다. 즉, 1970년대 중반까지의 동양화는 물성을 중시하는 서구 모더니즘의 특성에 따라 색채나 재료 등의 조형적 요소와 원리에 대한 변화를 수용하는 특징을 보였다. 우리시대의 문화 코드가 현격하게 변화되었던 1980년대에는 모더니즘의 지류와 함께 민중미술을 위시로 한 현실 참여적 미술이 주도적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동양화는 진경산수, 풍속화 등 한국적 전통에 대한 가치를 재고하면서 전통의 현대화를 시도하고 수묵화와 채색화가 가지는 운용의 미와 더불어 사용 재료가 지니는 물질 너머의 가치를 찾고자 했다. ●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산과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 글로벌 문화 환경으로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동양화의 신세대 작가들 또한 전통적 요소의 지나친 관념성과 조형적 방법론을 벗어나 스스로의 경험과 자유로운 발상을 바탕으로 한 새롭고 다층적인 표현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김선형, 유근택, 박병춘, 박종갑, 임택, 김민호 등으로 구성된 2000년 초엽의 동풍(東風) 그룹의 활동은 단연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이들은 동양화의 운필론(運筆論)을 대표하는 지필묵을 재료적인 측면으로 해석하면서 다변화된 스타일의 표현방식을 구사했고, 화폭 속에 갇혀 있던 동양화의 미학을 당대의 공간으로 끌어내 공감대를 넓혀나갔다. 이들의 주된 관점은 개인의 내면에 근거한 일상의 감정과 사물에 대한 주관적 해석 등 동시대의 삶과 문화 현상에 밀착하는 자유로운 태도와 확장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었다. 이는 그때까지 논의의 중심에 있던 동양화의 형이상학적 특성이나 거대한 시대적 담론을 내려놓고 일상 속 개인의 삶에 주목하여 동시대의 한국, 한국인의 리얼리티를 담아낸 것으로, 동양화의 현대화, 한국적 동양화가 진정으로 구현된 지점이라 하겠다. 이렇듯 동풍 그룹을 비롯한 당시의 신세대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가 동양화단에 또 한 층의 초석이 되었고, 이후의 작가들은 우리 삶의 심연을 파고드는 보다 섬세하고도 깊은 시선으로 옮겨갔다. (근대이후부터 현대까지 동양화의 전개에 대해서는 강선학, 『현대한국화론』(도서출판 재원, 1998), 오광수, 「한국 현대회화의 올바른 전통의 계승: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전통과 창조)을 찾아서」,『시대와 한국미술』(미진사, 2007), 84~100쪽. 박계리,「1970~1980년대 진경산수의 재해석」, 『한국현대미술 새로보기』, (미진사, 2007) 154~166쪽. 김학량,「지필묵 다시 읽기」, 월간미술(2000.2) 126~139쪽. 서정걸,「전통회화의 적자로서 살아가기」, 월간미술(2000.2) 140~143쪽. 김형숙,「현대동양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월간미술(2003,7) 164~167쪽. 박정구,「오늘의 한국화는 무엇인가」, 월간미술(2007.6) 104~109쪽, 임종은,「감각적 감수성으로 무장한 신세대 작가」, 월간미술(2007.6) 110~115쪽. 김상철,「현대 한국화 견인하는 청년작가들」, 주간한국(2008, 10) 등을 참조했다.) ●『진경, 眞鏡』展은 동시대인의 삶의 표정을 담고자 했던 동풍 그룹 및 2000년 전후의 신세대 동양화가들의 태도와 정신이 오늘날에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그러한 특성이 두드러진 현대 동양화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마련되었다. 즉, 우리시대의 눈높이에 맞는 동양화는 '내 주위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조선시대 진경(眞景)의 개념에 닿아있으면서도 현실에 좀 더 다가가 '거울에 비춰진 지금 이 시대의 진짜 풍정을 다루는' 현대적 '진경(眞鏡)'으로 번안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경(眞景), 眞鏡'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토양 위에서 자라나고 있는 '우리시대, 우리의 이야기'라고 하겠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어느 한 순간이 전해주는 깊은 울림을 기록한 '서사의 순간'과 보행의 의지를 담아 풍경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고 체험하는 '움직이는 풍경', 보편적인 삶 속에 내재된 상상의 언어를 통해 현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상과 환영 사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다.

 


정재호_회귀선_한지에 아크릴채색_110×137cm_2013

서사의 순간 ● 유근택은 1990년대 후반부터 동양화의 관념성을 현실로 끌어내려 나와 나를 둘러싼 일상의 소소한 정서적 교감에 주목해왔다. 이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거대 담론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역사의식의 소명이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내는 작업을 계기로, 개인의 구체적인 일상의 축적이 결국 역사를 형성한다는 인식으로 방향전환 된 데에 연원한다.「분수」는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수대의 장면이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물을 뿜어내는 광경은 순간에 대한 포착이면서도 영원히 지속되는 서사의 단초를 전해주는 듯하다. 초현실적 분위기의「어떤 실내」는 시간의 무게와 에너지가 응집된 사물들이 자아내는 심상의 풍경으로, 자신이 몸으로 부딪히는 일상 속에 축적된 사물과의 정서적 교감을 담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에서의 생활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기와도 같은 작품,「코끼리」를 비롯해서 그의 작품은 평범한 일상이 지니는 낱낱의 표정과 의미를 통해 자신의 진솔한 모습, 삶의 리얼리티를 전해준다. 정재호는 유년기를 보냈던 옛집에 대한 단상을 좇아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낡은 아파트 형상을 화폭에 채록해 왔다. 한때는 일상의 중심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삶의 체취를 나누었지만 사회 변화와 경제 논리 속에서 차츰 뒤안길로 사라져 간 낡은 건물들은 개인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를 모두 함축하고 공유하는 생물학적 매개체와도 같은 존재였다.「구호」,「심장」은 재건축 직전의 노화된 건축물의 쓸쓸한 풍경을 덤덤하게 포착한 것으로, 노스텔지아에 젖어 과거를 추억하는 흐릿한 시선이 담겨있는 듯하다. 또 쓰러진 낡은 지프차를 옮겨온「봄날」,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구식 유선 전화기를 부각한「회귀선」은 다사다난했던 현대사를 함축한 아이콘으로 다가온다. 사라져가는 것들의 기록은 개개인의 추억과 역사의 층위가 쌓여 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영빈_한옥_한지에 수묵담채_180×300cm_2013

 

 

양유연_염증_순지에 채색_65.1×90cm_2013

이영빈은 정체성의 형성, 혹은 그것의 해체와 재형성의 과정 속에 있는 자아를 타자화 하여 들여다보는 회화적 표현에 몰두해 있다. 이는 일상 속에서 혹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새삼스럽게 (재)발견하면서 세상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면모라고 하겠다.「한옥」은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상징하는 한옥 내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문 밖의 다양한 관계를 통해 체감한 수양과 치유의 필연적인 가치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양유연은 성장기에 겪은 아픈 기억을 신체 부위의 물리적 상처의 흔적으로 더듬어보고 마음의 잔상들을 치유하고 정화하고자 한다.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로 부각되어 있는「상처」,「멍」,「입병」등은 은유이든 서사이든 개인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런가하면「그 때」는 흉물스러운 낡은 건물을 통해 사회적 폭력과 억압을 조심스럽게 진술한다. 작가는 개인적인, 혹은 사회적인 상처를 드러내는 순간이 곧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임을 부각하고 있는 듯하다.

 


박병춘_흐르는 풍경_한지에 먹_174×540cm_2007

 

 

임택_옮겨진산수유람기132_C 프린트_47×100cm_2013

움직이는 풍경 ● 박병춘은 전통적인 진경산수를 현대적 풍경으로 번안하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그는 조선시대의 진경산수가 실재하는 장소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화가의 경험이나 주관성이 반영된 독특한 풍경화라는 점에서 현재성, 현장성, 자율성을 추출하여 이를 공유하고 확장시키는 태도를 보여준다.「흐르는 풍경」은 현장에서 스케치한 풍경을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와 자신이 경험한 추억 속 모티프들을 덧붙이고 특유의 구불구불한 필법(라면준)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고아한 절벽 위에 패러글라이딩이라는 엉뚱한 조합의 풍경은 이로써 작가의 기억으로 치환되고 기억은 주체를 구성하는 유기적인 인자가 되어 풍경 속에 흘러 다닌다. 진경 속으로 들어간 나, 혹은 진경을 불러낸 사유의 혼재를 경험하게 한다. 임택은 산수풍경을 아예 공간 밖으로 옮겨온 경우에 해당한다. 전통적 의미의 산수화가 산수를 체험하는 공감각적 교류를 전제로 하듯이 작가는 관람자가 산수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종종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거나 오브제를 이용한 입체 산수를 설치하여 내러티브를 완성해왔다. 이번의 신작「점경와유(點景臥遊)」는 바닥 전면에 이끼가 깔려 있고 그 위에 나무 오브제가 안배된 독특한 풍경을 제시한다. 보는 이에 따라 때로는 아늑한 정원 풍경으로, 때로는 숲이 우거진 섬 풍광 등으로 다가온다. 이는 자연을 유람하는 개인의 경험과 상상이 투영되어 감성적 교류가 이뤄지면서 와유 사상이 내재된 산수화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인터렉티브 풍경이라 하겠다.

 


김민호_CCTV_Seoul 360point of view_캔버스에 혼합재료, 한지_144×1980cm_2011_부분

 

 

김보민_선유_모시에 수묵담채, 테이프, 염색 모시 조각_130.3×162.2cm_2012

김민호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시 도로 곳곳에 설치된 CCTV 속 이미지들을 수집하여 특정한 공간과 시간 속에 담긴 도시인의 흔적들을 재구성한다. 감시와 관리를 위한 CCTV의 시선은 우리 삶의 단편적인 모습들을 관찰하면서 도시 전체의 조각 그림을 제공한다. 수많은 시점 속에 포착된 낱낱의 이미지들은 우리가 늘상 만나는 장소를 나열하고 있지만 그곳을 지나쳤던 사람들의 생각과 표정, 상황에 대한 플롯이 함축되어 있다. 움직이는 도시의 표정들 위에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이 인자로 작용하여 살아있는 도시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도시의 다리 풍경을 추적한「Flow the City」는 시간의 연속성을 분절된 시각과 공간의 역동적 흐름 속에서 제시한다. 김보민은 겸재(謙齋) 정선(鄭歚)이 우리 국토의 풍경을 다루었듯이 현대의 도시 풍경을 파노라마식 시선으로 펼쳐 보인다. 서울 풍경을 다룬「한강」,「선유」는 어느 한 장소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근경, 중경, 원경의 장소 이동으로 경험한 확장된 시선을 반영하여 그 장소를 온전히 감상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따라서 친근하게 다가온 풍경들은 현실의 장소이면서도 허구의 장면이기도 하다. 보는 이의 경험과 기억이 요소요소에 닿아 있는 채로 동적인 풍경이 종합적으로 완성된다.

 


서은애_조우가 鳥友歌 2_종이에 채색_40.8×43.3cm_2012

 

 

 

손동현_Robot_한지에 수묵담채, 화첩 24면_35×25cm_2012_부분

일상과 환영 사이 ● 서은애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간의 욕망을 전통 산수화의 미학에 투영하여 시공을 초월한 이상 세계를 펼쳐 보인다. 새와 어울려 노니는「조우가(鳥友歌)」, 꿈속인양 환상적인 그림자 풍정이 어른거리는「몽롱지경(朦朧之境)」은 일상에 가득한 온갖 욕망을 떨쳐내고 자연과 혼연일체 되어 행복을 노정하는 모습들이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염원했던 인간의 태생적 욕망과 환상을 반영한 것이며 이러한 환상이 보편적 삶과 병치되기를 희망하는 인간의 영원한 꿈을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손동현은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 속 캐릭터들을 동양화의 특성에 맞춘 초상화로 번안하는 작업을 비롯하여, 서양의 유명 브랜드의 로고를 동양화의 문자도(文字圖)로 바꾸어 놓는 등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 있는 현대의 팝 문화 현상들을 동양화의 전통적인 조형성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이는 신선한 유머와 위트로 다가오면서도 현대의 문화 현상을 절묘하게 배합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Robot」는 영화 속 로봇 캐릭터들을 모아놓은 6m 길이의 화첩이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고, 이제는 친숙한 가상세계이자 어느 정도 현실화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유쾌한 공감대를 자아내는 작품이라 하겠다.

 


이진주_맨들_천에 수간채색_130×163cm_2012

 

 

김정욱_ _한지에 수묵채색_72.5×112cm_2012

이진주는 마음 저편에 유폐시킨 오래된 상처와 기억들을 다시 불러와 불편한 진실을 명징하게 응시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맨들」,「앞집」,「눈물」와 같이 수채화처럼 맑고 차분한 화면 속 세상은 기묘하고 낯선 상황 설정, 분절된 신체, 파편화된 사물들이 초현실적인 꿈의 형식으로 재현되어 불안한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편린들의 종합과 재구성은 작가에게는 덮어둔 상처에 대한 치유이자 위로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불안과 고독을 대변하면서 희망의 이식을 꿈꾸는 설정극과도 같은 것이리라. 김정욱은 강렬한 형상을 띤 비현실적인 인물들을 다룬다. 제목조차 달려있지 않은 어두운 화면 속 인물들은 한없이 깊고 커다란 눈망울을 띤 채 삶을 초탈한 듯 혹은 삶을 직시하는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모호한 존재로 등장한다. 때로는 평온하게,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인물들은 과부하에 시달리고 고독 속에 자폐하는 현대인의 초상이라 할 수 있겠다. 화면 속의 비현실적 존재들은 무언의 메시지를 통해 이 시대의 병증을 위무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에너지를 전해주는 듯하다. ●『진경, 眞鏡』展은 이 시대와 공감하는 동양화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데에 의의를 두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의 풍정과 리얼리티가 담긴 작품들은 전통에 대한 방기나 절연이 아니라 동양화 고유의 정신성과 조형성을 우리시대에 유통되는 다양한 미학과 미감 속에서 수렴하고 발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현대 동양화의 본질과 정체성은 결국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논하는 지점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의 융합 위에서 드러나고 있으며,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예술 언어로 끊임없이 새롭게 자라나고 있다. ■ 최정주

Vol.20130912g | 진경, 眞鏡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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