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 眞鏡

2013_0912 ▶ 2013_1027 / 월요일 휴관

 


유근택_어떤 실내_한지에 수묵채색_146×127cm_2012

초대일시 / 2013_0912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김민호_김보민_김정욱_박병춘_서은애_손동현

양유연_유근택_이영빈_이진주_임택_정재호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OCI 미술관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수송동 46-15번지Tel. +82.2.734.0440

www.ocimuseum.org


오늘날의 동양화(동양화 혹은 한국화에 대한 용어 문제는 논외로 하고 여기에서는 동양화로 통칭하고자 한다.)는 표현의 대상이나 재료의 선택, 형상화의 방식 등에 있어서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로 나아가고 있다. 먹과 아크릴, 과슈 등이 어울린 도시 풍경, 사진과 설치가 혼융된 수묵화, 사사로운 일상의 기록에서부터 사회적 이슈에 대한 패러디적 접근 등, 동양화의 양상은 동양화 고유의 특성뿐만 아니라 관점과 태도에 있어서 서양미술의 영역까지 유연하게 넘나들고 있다. ● 이처럼 동양화의 현재는 어느 한 가지 맥락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다채로운 차원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데, 자연과의 교감에 있어 사의(寫意)와 형사(形似)에 기탁하는 회화적, 시각적 메타포의 문제와 지필묵연(紙筆墨硯)을 중심으로 하는 질료의 문제 등에 대한 동양화의 오랜 전통과 미학을 동시대의 맥락으로 번안하여 풀어나가고자 하는 작가의 개별적 해석과 수용의 태도를 극명히 보여준다. ● 한국의 동양화는 이미 한 세기 전부터 문화 변동을 겪으며 유교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전통의 틀을 깨고 새로운 서구미술과 일본미술과의 영향 관계 속에서 자생해왔다. 해방과 분단 이후 다시 쓰는 동양화의 역사는 왜색 탈피와 한국적 미감의 회복, 현대적 미의식의 창출이라는 커다란 과제 위에서 큐비즘, 초현실주의, 미래주의, 추상표현주의, 모노크롬,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등 모더니즘의 계보로 이어지는 서양 미술계의 추이와 함께 현대적 가치의 조형성을 얻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모색의 여정을 이어나갔다. 즉, 1970년대 중반까지의 동양화는 물성을 중시하는 서구 모더니즘의 특성에 따라 색채나 재료 등의 조형적 요소와 원리에 대한 변화를 수용하는 특징을 보였다. 우리시대의 문화 코드가 현격하게 변화되었던 1980년대에는 모더니즘의 지류와 함께 민중미술을 위시로 한 현실 참여적 미술이 주도적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동양화는 진경산수, 풍속화 등 한국적 전통에 대한 가치를 재고하면서 전통의 현대화를 시도하고 수묵화와 채색화가 가지는 운용의 미와 더불어 사용 재료가 지니는 물질 너머의 가치를 찾고자 했다. ●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산과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 글로벌 문화 환경으로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동양화의 신세대 작가들 또한 전통적 요소의 지나친 관념성과 조형적 방법론을 벗어나 스스로의 경험과 자유로운 발상을 바탕으로 한 새롭고 다층적인 표현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김선형, 유근택, 박병춘, 박종갑, 임택, 김민호 등으로 구성된 2000년 초엽의 동풍(東風) 그룹의 활동은 단연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이들은 동양화의 운필론(運筆論)을 대표하는 지필묵을 재료적인 측면으로 해석하면서 다변화된 스타일의 표현방식을 구사했고, 화폭 속에 갇혀 있던 동양화의 미학을 당대의 공간으로 끌어내 공감대를 넓혀나갔다. 이들의 주된 관점은 개인의 내면에 근거한 일상의 감정과 사물에 대한 주관적 해석 등 동시대의 삶과 문화 현상에 밀착하는 자유로운 태도와 확장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었다. 이는 그때까지 논의의 중심에 있던 동양화의 형이상학적 특성이나 거대한 시대적 담론을 내려놓고 일상 속 개인의 삶에 주목하여 동시대의 한국, 한국인의 리얼리티를 담아낸 것으로, 동양화의 현대화, 한국적 동양화가 진정으로 구현된 지점이라 하겠다. 이렇듯 동풍 그룹을 비롯한 당시의 신세대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가 동양화단에 또 한 층의 초석이 되었고, 이후의 작가들은 우리 삶의 심연을 파고드는 보다 섬세하고도 깊은 시선으로 옮겨갔다. (근대이후부터 현대까지 동양화의 전개에 대해서는 강선학, 『현대한국화론』(도서출판 재원, 1998), 오광수, 「한국 현대회화의 올바른 전통의 계승: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전통과 창조)을 찾아서」,『시대와 한국미술』(미진사, 2007), 84~100쪽. 박계리,「1970~1980년대 진경산수의 재해석」, 『한국현대미술 새로보기』, (미진사, 2007) 154~166쪽. 김학량,「지필묵 다시 읽기」, 월간미술(2000.2) 126~139쪽. 서정걸,「전통회화의 적자로서 살아가기」, 월간미술(2000.2) 140~143쪽. 김형숙,「현대동양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월간미술(2003,7) 164~167쪽. 박정구,「오늘의 한국화는 무엇인가」, 월간미술(2007.6) 104~109쪽, 임종은,「감각적 감수성으로 무장한 신세대 작가」, 월간미술(2007.6) 110~115쪽. 김상철,「현대 한국화 견인하는 청년작가들」, 주간한국(2008, 10) 등을 참조했다.) ●『진경, 眞鏡』展은 동시대인의 삶의 표정을 담고자 했던 동풍 그룹 및 2000년 전후의 신세대 동양화가들의 태도와 정신이 오늘날에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그러한 특성이 두드러진 현대 동양화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마련되었다. 즉, 우리시대의 눈높이에 맞는 동양화는 '내 주위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조선시대 진경(眞景)의 개념에 닿아있으면서도 현실에 좀 더 다가가 '거울에 비춰진 지금 이 시대의 진짜 풍정을 다루는' 현대적 '진경(眞鏡)'으로 번안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경(眞景), 眞鏡'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토양 위에서 자라나고 있는 '우리시대, 우리의 이야기'라고 하겠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어느 한 순간이 전해주는 깊은 울림을 기록한 '서사의 순간'과 보행의 의지를 담아 풍경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고 체험하는 '움직이는 풍경', 보편적인 삶 속에 내재된 상상의 언어를 통해 현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상과 환영 사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다.

 


정재호_회귀선_한지에 아크릴채색_110×137cm_2013

서사의 순간 ● 유근택은 1990년대 후반부터 동양화의 관념성을 현실로 끌어내려 나와 나를 둘러싼 일상의 소소한 정서적 교감에 주목해왔다. 이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거대 담론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역사의식의 소명이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내는 작업을 계기로, 개인의 구체적인 일상의 축적이 결국 역사를 형성한다는 인식으로 방향전환 된 데에 연원한다.「분수」는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수대의 장면이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물을 뿜어내는 광경은 순간에 대한 포착이면서도 영원히 지속되는 서사의 단초를 전해주는 듯하다. 초현실적 분위기의「어떤 실내」는 시간의 무게와 에너지가 응집된 사물들이 자아내는 심상의 풍경으로, 자신이 몸으로 부딪히는 일상 속에 축적된 사물과의 정서적 교감을 담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에서의 생활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기와도 같은 작품,「코끼리」를 비롯해서 그의 작품은 평범한 일상이 지니는 낱낱의 표정과 의미를 통해 자신의 진솔한 모습, 삶의 리얼리티를 전해준다. 정재호는 유년기를 보냈던 옛집에 대한 단상을 좇아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낡은 아파트 형상을 화폭에 채록해 왔다. 한때는 일상의 중심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삶의 체취를 나누었지만 사회 변화와 경제 논리 속에서 차츰 뒤안길로 사라져 간 낡은 건물들은 개인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를 모두 함축하고 공유하는 생물학적 매개체와도 같은 존재였다.「구호」,「심장」은 재건축 직전의 노화된 건축물의 쓸쓸한 풍경을 덤덤하게 포착한 것으로, 노스텔지아에 젖어 과거를 추억하는 흐릿한 시선이 담겨있는 듯하다. 또 쓰러진 낡은 지프차를 옮겨온「봄날」,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구식 유선 전화기를 부각한「회귀선」은 다사다난했던 현대사를 함축한 아이콘으로 다가온다. 사라져가는 것들의 기록은 개개인의 추억과 역사의 층위가 쌓여 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영빈_한옥_한지에 수묵담채_180×300cm_2013

 

 

양유연_염증_순지에 채색_65.1×90cm_2013

이영빈은 정체성의 형성, 혹은 그것의 해체와 재형성의 과정 속에 있는 자아를 타자화 하여 들여다보는 회화적 표현에 몰두해 있다. 이는 일상 속에서 혹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새삼스럽게 (재)발견하면서 세상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면모라고 하겠다.「한옥」은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상징하는 한옥 내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문 밖의 다양한 관계를 통해 체감한 수양과 치유의 필연적인 가치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양유연은 성장기에 겪은 아픈 기억을 신체 부위의 물리적 상처의 흔적으로 더듬어보고 마음의 잔상들을 치유하고 정화하고자 한다.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로 부각되어 있는「상처」,「멍」,「입병」등은 은유이든 서사이든 개인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런가하면「그 때」는 흉물스러운 낡은 건물을 통해 사회적 폭력과 억압을 조심스럽게 진술한다. 작가는 개인적인, 혹은 사회적인 상처를 드러내는 순간이 곧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임을 부각하고 있는 듯하다.

 


박병춘_흐르는 풍경_한지에 먹_174×540cm_2007

 

 

임택_옮겨진산수유람기132_C 프린트_47×100cm_2013

움직이는 풍경 ● 박병춘은 전통적인 진경산수를 현대적 풍경으로 번안하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그는 조선시대의 진경산수가 실재하는 장소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화가의 경험이나 주관성이 반영된 독특한 풍경화라는 점에서 현재성, 현장성, 자율성을 추출하여 이를 공유하고 확장시키는 태도를 보여준다.「흐르는 풍경」은 현장에서 스케치한 풍경을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와 자신이 경험한 추억 속 모티프들을 덧붙이고 특유의 구불구불한 필법(라면준)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고아한 절벽 위에 패러글라이딩이라는 엉뚱한 조합의 풍경은 이로써 작가의 기억으로 치환되고 기억은 주체를 구성하는 유기적인 인자가 되어 풍경 속에 흘러 다닌다. 진경 속으로 들어간 나, 혹은 진경을 불러낸 사유의 혼재를 경험하게 한다. 임택은 산수풍경을 아예 공간 밖으로 옮겨온 경우에 해당한다. 전통적 의미의 산수화가 산수를 체험하는 공감각적 교류를 전제로 하듯이 작가는 관람자가 산수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종종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거나 오브제를 이용한 입체 산수를 설치하여 내러티브를 완성해왔다. 이번의 신작「점경와유(點景臥遊)」는 바닥 전면에 이끼가 깔려 있고 그 위에 나무 오브제가 안배된 독특한 풍경을 제시한다. 보는 이에 따라 때로는 아늑한 정원 풍경으로, 때로는 숲이 우거진 섬 풍광 등으로 다가온다. 이는 자연을 유람하는 개인의 경험과 상상이 투영되어 감성적 교류가 이뤄지면서 와유 사상이 내재된 산수화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인터렉티브 풍경이라 하겠다.

 


김민호_CCTV_Seoul 360point of view_캔버스에 혼합재료, 한지_144×1980cm_2011_부분

 

 

김보민_선유_모시에 수묵담채, 테이프, 염색 모시 조각_130.3×162.2cm_2012

김민호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시 도로 곳곳에 설치된 CCTV 속 이미지들을 수집하여 특정한 공간과 시간 속에 담긴 도시인의 흔적들을 재구성한다. 감시와 관리를 위한 CCTV의 시선은 우리 삶의 단편적인 모습들을 관찰하면서 도시 전체의 조각 그림을 제공한다. 수많은 시점 속에 포착된 낱낱의 이미지들은 우리가 늘상 만나는 장소를 나열하고 있지만 그곳을 지나쳤던 사람들의 생각과 표정, 상황에 대한 플롯이 함축되어 있다. 움직이는 도시의 표정들 위에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이 인자로 작용하여 살아있는 도시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도시의 다리 풍경을 추적한「Flow the City」는 시간의 연속성을 분절된 시각과 공간의 역동적 흐름 속에서 제시한다. 김보민은 겸재(謙齋) 정선(鄭歚)이 우리 국토의 풍경을 다루었듯이 현대의 도시 풍경을 파노라마식 시선으로 펼쳐 보인다. 서울 풍경을 다룬「한강」,「선유」는 어느 한 장소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근경, 중경, 원경의 장소 이동으로 경험한 확장된 시선을 반영하여 그 장소를 온전히 감상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따라서 친근하게 다가온 풍경들은 현실의 장소이면서도 허구의 장면이기도 하다. 보는 이의 경험과 기억이 요소요소에 닿아 있는 채로 동적인 풍경이 종합적으로 완성된다.

 


서은애_조우가 鳥友歌 2_종이에 채색_40.8×43.3cm_2012

 

 

 

손동현_Robot_한지에 수묵담채, 화첩 24면_35×25cm_2012_부분

일상과 환영 사이 ● 서은애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간의 욕망을 전통 산수화의 미학에 투영하여 시공을 초월한 이상 세계를 펼쳐 보인다. 새와 어울려 노니는「조우가(鳥友歌)」, 꿈속인양 환상적인 그림자 풍정이 어른거리는「몽롱지경(朦朧之境)」은 일상에 가득한 온갖 욕망을 떨쳐내고 자연과 혼연일체 되어 행복을 노정하는 모습들이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염원했던 인간의 태생적 욕망과 환상을 반영한 것이며 이러한 환상이 보편적 삶과 병치되기를 희망하는 인간의 영원한 꿈을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손동현은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 속 캐릭터들을 동양화의 특성에 맞춘 초상화로 번안하는 작업을 비롯하여, 서양의 유명 브랜드의 로고를 동양화의 문자도(文字圖)로 바꾸어 놓는 등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 있는 현대의 팝 문화 현상들을 동양화의 전통적인 조형성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이는 신선한 유머와 위트로 다가오면서도 현대의 문화 현상을 절묘하게 배합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Robot」는 영화 속 로봇 캐릭터들을 모아놓은 6m 길이의 화첩이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고, 이제는 친숙한 가상세계이자 어느 정도 현실화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유쾌한 공감대를 자아내는 작품이라 하겠다.

 


이진주_맨들_천에 수간채색_130×163cm_2012

 

 

김정욱_ _한지에 수묵채색_72.5×112cm_2012

이진주는 마음 저편에 유폐시킨 오래된 상처와 기억들을 다시 불러와 불편한 진실을 명징하게 응시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맨들」,「앞집」,「눈물」와 같이 수채화처럼 맑고 차분한 화면 속 세상은 기묘하고 낯선 상황 설정, 분절된 신체, 파편화된 사물들이 초현실적인 꿈의 형식으로 재현되어 불안한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편린들의 종합과 재구성은 작가에게는 덮어둔 상처에 대한 치유이자 위로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불안과 고독을 대변하면서 희망의 이식을 꿈꾸는 설정극과도 같은 것이리라. 김정욱은 강렬한 형상을 띤 비현실적인 인물들을 다룬다. 제목조차 달려있지 않은 어두운 화면 속 인물들은 한없이 깊고 커다란 눈망울을 띤 채 삶을 초탈한 듯 혹은 삶을 직시하는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모호한 존재로 등장한다. 때로는 평온하게,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인물들은 과부하에 시달리고 고독 속에 자폐하는 현대인의 초상이라 할 수 있겠다. 화면 속의 비현실적 존재들은 무언의 메시지를 통해 이 시대의 병증을 위무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에너지를 전해주는 듯하다. ●『진경, 眞鏡』展은 이 시대와 공감하는 동양화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데에 의의를 두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의 풍정과 리얼리티가 담긴 작품들은 전통에 대한 방기나 절연이 아니라 동양화 고유의 정신성과 조형성을 우리시대에 유통되는 다양한 미학과 미감 속에서 수렴하고 발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현대 동양화의 본질과 정체성은 결국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논하는 지점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의 융합 위에서 드러나고 있으며,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예술 언어로 끊임없이 새롭게 자라나고 있다. ■ 최정주

Vol.20130912g | 진경, 眞鏡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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