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저녁 무렵, 화가 장경호씨로 부터 전화가 왔다.
인사동 ‘유목민’에서 술 한 잔 하자는데,
피차 징그럽지만 어쩌겠는가?

요즘 관 같은 쪽방에 누워 꼼짝도 않고 지내는데,
귀찮지만 일어나야 했다.






꾸물대다 한 참을 지나서야 ‘유목민’에 도착했는데,
그 자리에는 장경호씨 외에도 영화감독 이정황씨와 최명철씨도 있었다.
엊그제 김구 전시 뒤풀이에서도 보았지만, 다들 반가웠다.

잘 챙겨먹지 않는 것을 아는지, 이 감독은 앉자 말자 밥부터 챙긴다.
옆에 앉아 계속 밥 숱 가락에 반찬을 올려 주는데,
마치 죽은 울 엄마가 살아온 것 같았다.






옛날엔 밥 먹어라는 소리가 그렇게 싫었으나, 세월이 지나니 그리웠다.
얼마나 밥 먹는 걸 귀찮아했는지,
마누라 혈압 올렸던 일도 대부분 밥 때문이다.






호강에 바쳐 요강에 똥 싸는 소린지 모르지만,
동자동에선 밥 먹으란 소리하는 사람 없어 너무 좋다.
배고프면 빵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니, 설거지도 필요 없다.

그런데, 그 역할을 지금 이감독이 하고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결국 한 그릇 다 비우고 말았다.






그날의 술 안주는 요즘 뜨는 김정은이었다.
김정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인 것이다.
하기야 요즘 김정은이 싫어하는 사람은 자한당 패거리 말고는 없을 것이다.


빨간색의 자한당이 빨갱이를 싫어하는 것도 그렇지만,
어쩌면 평화를 싫어하는 자한당이 빨갱이가 아니던가?






아무튼,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핵 폐기에 따른 보상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그건 핵 포기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
미제국주의의 패권을 위해 한반도에 끼진 패악의 대가다.


제주 4,3사건을 비롯하여 죄 없는 국민들의 목숨은 얼마나 앗아 갔는가?
그 피의 대가를 김정은이가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날의 술잔은 회담 결과를 앞당긴 축배나 마찬가지였다.
이정황감독이 쏜 평화 기원 주에 모처럼 행복했다.



사진, 글 / 조문호












이정황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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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은 인사동 사람들 만나는 셋째 수요일이다.
우중충한 날씨는 우산을 폈다 접었다 바쁘게 하지만,
곳곳에서 반가운 분의 환한 웃음을 만날 수 있었다.






'갤러리 이즈'에서 나오는 미술평론가 박영택씨를 만났고,
영화감독 이정황씨와 산악인 반민규씨를 길거리에서 만났다,






낙원동 ‘유진식당’에서 ‘통인가게‘ 김완규씨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씨,

기업은행 김재수 지점장, 사진가 정영신씨를 만나 냉면에 소주 말아 마셨다.
오라는 사람은 없어나 갈 곳은 많아 퍼질 수는 없었다.






'갤러리H'에서 열리는 유혜정씨의 ‘색은 속삭이다’를 보러가야 했다.
제목이 야시시한 냄새를 풍기지 않는가?
마음 설레며 그림을 둘러보고, 유혜정씨의 미소도 찍었다.






‘유목민’에 들렸더니, 낮에 조햇님 선거사무소에 같이 갔던
사진가 이정환씨와 성유나씨도 있었고,
길에서 만났던 이정황감독과 김이하, 이산하시인을 만났다.






그런데 안쪽에는 오래된 사우 배병우가 아니라 배병수씨가 있었는데,
몇 년 만에 만나는지, 계산이 되지 않았다. 살아 있으니 만나는 것이다.
오래 전 부여에서 벌인 정액페인팅을 그는 영영 잊지 못할 것이다.






인사동 귀신인 불화가 이인섭씨와 전활철, 유진오씨 등

올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더 이상 술잔을 나눌 수가 없었다.
술 땡기는 이 꿉꿉한 날, 구경만 해야지만 어쩌겠는가?

반가운 사람 만나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그 사람들 떠나고 나면, 인사동이 인사동일까?
인사동보다 사람이 더 좋은 이유다.



사진, 글 / 조문호








































유혜정씨의 “색으로 속삭이다”가 열린 지난 수요일은 정신없이 바빴다.
동자동 경노잔치와 아들 선거사무소에도 가야 하는데, 날씨가 지랄 같았다.






장대처럼 내리는 비를 뚫고 집을 나왔으나,
물에 빠진 쥐 처럼 웅크려 떨고있는 노숙하는 친구들 모습에 마음도 편치 않았다.
더구나 셋째 수요일은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대포 한 잔하는 날이 아니던가.





오후 늦게 인사동에 도착했는데, 우연히 영화감독 이정황씨가 알려 준
유혜정씨의 “색으로 속삭이다” 전시를 보게 된 것이다,
작가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 작품들은 마치 작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았다.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스쳐가는 사소한 감정과 생각들이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었다.
때로는 천경자화백의 영혼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젊은 한국화가 김현정의 발칙한 도발도 느껴졌다.
그림들이 하나같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은 작가의 솔직한 감정 때문일 것이다.






난, 미술평론가도 아니고, 기자도 엉터리기자다.
기자라면 인터뷰나 보도 자료에 의해 글을 써야하지만,
말이 어눌하고 귀까지 어두워 인터뷰를 할 수 없는데다,
작업노트는커녕, 인터넷 검색을 해도 작가에 대한 글 한 줄 나오지 않았다.






오직 작품을 보며 느꼈던 생각의 파편들뿐이다.
책상 위에 놓인 것이라고는 그림이 인쇄된 엽서 한 장과
그의 명함에 그려진 변기에 걸터앉은 요염한 여인의 깜찍 발랄 함 뿐이다.
개인적인 감상문에 불과한 글을 굳이 쓰는 것은 작품이 색으로 속삭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림들이 너무 매혹적이다. 욕망에서부터 사랑과 희망이 버무려져 있고,
순간순간의 감정은 물론 일상의 지루함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화법이나 기법에 연연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욕망의 찌꺼기까지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림은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철학적 사유가 담긴 메시지였다.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유혜정씨의 “색으로 속삭이다”는
인사동 ‘갤러리 H'(02-735-3367)에서 열린다.

꼭 한 번 감상하시길...

사진, 글 / 조문호



















정선다녀 온 여독이 간신히 풀린 지난 10일 정오 무렵,

무의도촌장 정중근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대우빌딩 지하 식당가로 내려오라는 전갈이었다.

더위를 날려버릴 시원한 냉면을 그리며 달려갔다.

조수빈 명창과 와 있었는데, 식당마다 손님이 줄을 서 있었다.

간신히 들어간 곳은 냉면대신 초계국수를 시켜야 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시베리아로 넘어 온 기분이었다.

후덥지건한 쪽방에서 벗어났으나, 이곳은 간까지 서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추워져 빨리 나가고 싶었다.
벌벌 떨며 국수를 어떻게 먹었는지, 나중엔 다리까지 저려왔다.

어찌 사람이 이렇게 간사한지 모르겠다,






저녁 무렵엔 인사동으로 바람 씌러갔다.
몇 일전 정선 집에 ‘유목민’의 전활철씨가 다녀간 적이 있었는데, 깜빡 옷을 두고 간 것이다.

옷을 돌려준다는 핑계였지만, 술친구가 그리웠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입구에는 이행자시인과 ‘민주화기념사업회’ 이종률씨가 마주 앉았고,

옆에는 판화가 강행복씨와 정동용시인이, 상만 달리한 채 함께하고 있었다.

강행복씨의 전시가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한 쪽에는 공윤희씨가 묘령의 여인들을 대동하고 있었다.






안쪽 자리에는 사진가 이정환씨와 ‘유신의 추억’을 만든 이정황감독도 보였다.
테이블에 소주 병이 일곱 개나 늘린 걸 보니, 어지간히 마신 듯 했다.

같은 찍사 입장이라 서로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오늘의 기억이, 오늘의 기록이라며...






정동영시인은 내가 잊고 있던 일을 주지시켜 주었다,

인사동 사람들이 만나기로 한 셋째주 수요일이 다음 16일이라는 것이다.

어떤 반가운 사람을 만날지 벌써 기다려진다. 술값으로 신사임당 한 장 쯤은 꼬불쳐 두어야겠다.






맞은편에 앉은 강행복씨가 정동용시인의 시 ‘가시고기새’를 기억하자 정시인 입이 쩍 벌어진다.

그는 한 때 인사동에서 ‘시인학교’란 카페를 운영해 교장선생님으로 통했는데,

돈 안 되는 시로 다 말아먹고, 지금은 노가다 판에 전전하지만, 시인으로서의 자부는 대단하다.






사실상, 돈이 많으면 돈의 포로가 되니, 없는 것만 못하다.
어디, 돈 많아 얼굴에 개기름 번지르한 예술가를 본 적 있는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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