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저녁 무렵, 내연의 여인이 인사동으로 떴다는 정보가 접수되었다.
찜통 같은 쪽방에 처 박혀 있으려니 속에 천불이 나, ‘유목민’으로 나갔다.
그 때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전활철씨와 시원한 콩국수에다 소주 한 잔 했다.
좀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정영신씨와 김정희씨가 등장했다.
약속이나 한 듯 장경호, 김효성, 공윤희씨도 차례로 나타났다.






장경호씨는 마석에서 박불똥씨와 한 잔 하고 온 처지라 혀가 약간 꼬였다.
걱정은 되었지만, 일단 그가 싫어하는 사람이 없어 안심했다.
장경호씨는 처음 보는 김정희씨 더러 막걸리 한 병 사달라는 구걸을 하더니,
오히려 두 군데 술값을 선불로 내 버리는 호기를 부렸다.






술벗에다 그윽한 여인네들 까지 어울리니, 술맛 좋고 분위기 좋았다.
김효성씨는 힘들어 하는 자기 형 이야기에 눈물까지 흘리더니,
핸드폰에 저장된 손자의 재롱에는 낄낄대는 순정파였다.
그런데, 술판이 무르익으니 판을 바꾸고 싶었던지, 2차를 가잔다.
다 같이 따라 나섰는데, ‘노래하는 ’아리랑‘으로 가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아리랑’이란 술집은 ‘월하의 공동묘지’로 기억된다.
오래전 밤늦게 술 취해 들어갔는데, 국악 하는 한복 입은 여인들이
푸른 조명을 받고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귀신같았기 때문이다.
그 ‘아리랑’이 ‘국악 라이브’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주인은 그대로였다.
노래방을 운영하며 틈틈이 국악공연을 보여주는데, 춤보다는 소리가 좋다.






난 목소리가 쉰데다 이빨까지 빠져, 이제 노래인생은 끝나버렸다.
다른 사람이 부르는 십팔 번 따라 마셨으니, 술이 술술 넘어갔다.
옆 자리에 앉은 성악가가 부른 ‘칠갑산’에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자정이 가까워 오니 한 사람 한 사람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결국 장경호씨가 김정희씨를 울리고 말았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말 한 마디에 자존심이 엄청 상한 모양이다.
에고~

사진 : 김정희,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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