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은 인사동지킴이로 불리는 공윤희씨로 부터 연락이 왔다.
예전 같으면 핸드폰을 꺼두어 대부분의 전화를 받지 않았으나,
요즘은 너무 덥고 힘들어, 도망갈 핑계부터 찾는다.
인간이 어찌 이리 간사한지 모르겠다.






인사동 큰 길로 들어가다 뜻밖의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화가 장경호씨와 민예총 사무총장 배인석씨를 만났는데,
장경호씨는 마치 죽은 여편네 돌아 온 듯 반겼다.
20여일 전 ‘유목민’에서 얼핏 보았지만, 
오월 ‘노모현 추모제’ 때 보고 못 만났으니, 두 달 가까이 되었다.






‘유목민’에서 보자며 헤어졌는데, 공윤희씨가 먼저 와 있었다.
공윤희씨는 맥주, 난 소주를 시켰는데, 하소연 할게 많은 것 같았다.
아우처럼 도왔던 후배의 배신감에 속이 상한 모양인데, "형이 참아야지 어쩌겠냐"고 했다.
나 역시 동자동에서 받은 배신감과 무례에 마음을 다쳤으나,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사람이 참고 다독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불만을 잘 털어놓지 않는 그의 성격으로 보아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하소연 들으며 홀짝 홀짝 마신 술이 정량을 두 배나 초과해 버렸다.
단 둘이 앉아 대작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이렇게 많이 마신 적은 좀처럼 없었다.
그동안 술이 너무 취하면 사고를 쳐, 철저하게 조절해 왔기 때문이다.
그 무렵 임경일씨와 방인철, 김대웅, 강선화씨가 나타났는데,
오랜만에 만난 강선화씨 모습에 그만 마음이 동했다.






환갑이 다된 할머니더러 강양이라 부르며 주접을 떨어댔다.
내 딴엔 젊은 여인으로 보인다는 알랑방구였으나,

듣는 입장에서는 다방 종업원 부르는 것처럼 들렸으니, 기분 좋을 리가 없다.

매사가 이런 식이니 맞아죽지 않고 살아 남은 게 용하다. 
대개 앞에서는 웃어넘기지만, 돌아서서는 개망나니 쯤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십 오년 전, 사랑하는 여인이 생기고부터 술도 절제하고, 오버하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했다.

그러나 잡놈으로 여겨 온, 오래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고 병적인 밝힘증이 고쳐진 것은 아니지만,

마음껏 마시거나 노골적인 처신은 집에서만 하니, 문제될 것은 없었다. 

어떤이는 사람이 바뀌었다며, 서운해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문제는 술이 많이 취하면 끓어오르는 욕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며 최고의 희열인 성을 왜 터부시하냐는 것이다.

성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다들 추하게 생각하고, 욕으로만 여기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냐?

물론 불륜을 저지러자는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인간의 성을 숨길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에 바꾸어야 할 법이나 관습이 한 둘이 아니지만, 남들이 외면하는 아래 세가지는 꼭 바꾸고 싶다. 

첫째 마약으로 잘 못 인식시켜 온  ‘대마초합법화’문제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둘째는 식물인간처럼 의식 없이 사는 이들의 ‘안락사’문제다. 가족들의 고통이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병원업자들 손바닥에서 놀고 있다. 오죽하면 살리지는 못해도 죽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가? 

셋째가 인간의 아름다운 성생활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 올리자는 것이다.

전자의 두 가지는 공감하는 분들이 많지만, 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손톱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 원죄가 도대체 무엇인가?






술이 너무 취해, 담배 피우러 밖에 나왔다.
보슬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고 있었는데,  장경호씨도 따라 나와 3미터 간격으로 쪼그려 앉았다.

쪽방이 더워 고생한다는 것을 눈치 챈 장경호씨가 “쪽방에서 그만 나와요”라며 말을 꺼냈다.

“야! 쪽팔리잖냐.”는 한 마디로 끝냈으나,

이미 돌아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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